AI 기업 탐구: 글린, 오픈AI도 경계한 AI 검색의 강자
AI 기술이 이미 생활 속 필수재로 자리 잡은 요즘, 그 기술 뒤에서 움직이는 기업들의 정체와 비전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AI 기업 탐구〉시리즈는 AI 산업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며, 이들이 어떻게 탄생했고, 현재 어떤 전략과 비전으로 미래를 그려나가는지 구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합니다. AI를 이끄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Chapter 0. 왜 지금, 이 기업을 알아야 하는가?
OpenAI가 견제하는 기업
2024년 10월, OpenAI는 자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이례적인 요청을 보냅니다. 자신들이 지정한 다섯 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는 사실상 OpenAI가 누구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Anthropic: OpenAI의 상업화 노선에 반기를 든 다리오 아모데이 전 연구 부사장이 동생과 함께 창업한 회사입니다. ‘안전한 AI’를 철학으로 내세우며, Claude 시리즈를 중심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 Safe Superintelligence(SSI): GPT 시리즈 개발에 핵심 역할을 했던 일리야 수츠케버가 2024년 설립한 연구 조직입니다. 상업적 압력에서 벗어나, 오직 안전한 초지능 개발에만 전념하겠다는 철학 아래 운영됩니다.
- xAI: 일론 머스크가 2023년 설립한 AI 기업으로, OpenAI의 폐쇄성과 방향성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습니다. 챗봇 ‘Grok’을 X(구 트위터)와 통합해 선보이며, 독자적인 멀티모달 AI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 Perplexity: OpenAI 출신 연구원이 2022년에 창업한 생성형 검색 스타트업입니다. 질문에 직접 답하는 방식의 AI 검색 서비스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 중이며, 구글의 검색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몇 안 되는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OpenAI의 경쟁사이니만큼 지목된 기업들을 살펴보면 면면도 화려한데요. 여기에 더해 마지막으로 이들에 비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한 기업이 포함됐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글린(Glean)입니다.

글린은 사내에 흩어진 정보를 한곳에서 찾아주는 기업용 AI 검색 SaaS 솔루션으로 급부상했습니다. ChatGPT로 촉발된 생성 AI 붐과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으로 기업 내 정보 탐색 문제가 대두되면서 빠르게 주목받았는데요. 불과 몇 년 만에 기업 가치 72억 달러(약 9조 원)에 도달하는 자신들이 OpenAI의 경쟁사임을 몸소 증명해 보였습니다.
Chapter 1. 탄생의 배경과 창립 철학
네잎클로버를 찾기 어려운 이유
혹시 네잎클로버를 찾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여러 번 도전해 봤지만, 아직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찾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주변에 빼곡히 자리한 세잎클로버 때문일 텐데요. 이처럼 주변에 정보가 많아질수록,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어려워진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진리는 기업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글린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아빈드 자인(Arvind Jain)은 구글 검색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2014년에는 기업 데이터 관리 스타트업 루브릭(Rubrik)을 창업해 성공을 거둔 바 있는데요. 당시 루브릭은 빠르게 성장하며 직원 수가 1,000명을 넘어서자, 뜻밖의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하루에 코드 300줄을 쓰던 엔지니어가 50줄도 채 쓰지 못하고, 영업팀 역시 성과가 떨어진 것이죠.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직원들은 한결같은 대답을 내놓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도무지 찾을 수 없습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고, 도움을 청하려 해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는 단지 루브릭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 내 정보는 사일로처럼 고립되고, 직원들은 정작 필요한 문서나 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자주 부딪히게 됩니다. 자인은 이 문제를 누구보다 명확히 인식했고, 그 해결을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는데요. 오늘의 주인공 ‘글린(Glean)’은 그렇게 탄생하게 됩니다.
기업 내부의 구글
아빈드 자인이 선택한 해결 방식은 명확했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면, 검색 시스템을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구글이 수많은 웹 페이지에 있는 정보를 찾아준다면, 글린은 사내에 흩어진 모든 문서, 메일, 채팅,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해 직원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아주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즉, 기업 내부의 구글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그의 이력은 이 구상에 설득력을 더했습니다. 자체 검색 인프라를 보유한 극소수의 조직 중 하나였던 구글에서 10년 넘게 검색 품질과 인프라를 담당했던 자인에게는, 대규모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류하고 연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감각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이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검색 엔지니어들이 풍부했죠.

구글에서 검색 품질, 랭킹, 인프라를 담당했던 동료들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페이스북 등에서 대규모 시스템을 다뤄본 핵심 인력들이 초기 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글린은 설립 직후 외부 공개 없이 약 2년 반 동안 ‘스텔스 모드’로 운영되며, 제품 완성도에 집중했습니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그만큼 문제가 얼마나 본질적이고 깊은지를 잘 알고 있던 것입니다.
특히 단순히 검색창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서 간 연결 관계, 조직도 기반의 권한 구조, 개인별 맥락까지 고려한 기업 맞춤형 AI 검색 엔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그 바탕에는 구글이 세상에 보여줬던 검색 철학과 기술 내공을 그대로 녹여내었습니다.
Chapter 2. 대표 서비스와 기술 혁신
사내 검색에서 시작된 문제 해결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조사에 따르면, 지식 근로자들은 매일 평균 2.5시간을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정보가 사내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검색 도구가 비효율적일수록 이 시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는 과거에도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전사 검색 시스템(Enterprise Search), 지식 관리 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 등이 있습니다.
두 시스템은 동작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사내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찾기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목적은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요. 대부분 단순 키워드 검색에 의존하거나, 이메일·채팅·비정형 데이터 등 실제 업무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결국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찾지 못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글린은 ‘Glean Search’로 오래된 문제를 구조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핵심은 AI 기술을 깊이 있게 적용해 문맥을 이해하고, 사용자 맞춤형 결과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키워드를 매칭하는 수준이 아니라, 문서의 실제 의미와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연어 처리(NLP)와 벡터 임베딩 기반의 하이브리드 검색을 구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쉽게 말해 사용자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가장 관련성 높은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입력한 검색어와 정확히 일치하는 문서가 없어도 관련 개념이나 문맥상 연관된 문서를 추천해 주는 식입니다. 여기에 더해 글린의 검색 알고리즘은 회사의 조직도와 구성원 간 관계, 사용자 개인의 업무 맥락 등을 반영해 결과를 차별화합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영업팀에게는 영업팀 자료를, 개발자에게는 기술 문서를 우선 보여주는 식입니다. 특히 사용자 액션 데이터(클릭, 열람 이력 등) 학습해 검색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검색을 넘어, 일하는 방식 전체를 재설계하다
글린은 검색을 시작점으로, 곧 업무 전반에 AI를 녹이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검색한 정보를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이해하고 활용하고 실행하게 만드는 Work AI 플랫폼을 지향하게 된 것인데요. 대표적으로 두 가지 기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Glean Assistant: 사내 정보를 통합해 질의응답 형태로 제공하는 AI 비서입니다. “이번 분기 OKR은 뭐였지?”처럼 일상적인 질문에도 메일, 회의록, 캘린더 등에서 문맥을 종합해 답변합니다.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반으로 정확성과 신뢰도 또한 높습니다.
- Glean Agents: 노코드 기반으로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트를 생성합니다. 문서 검색, 이메일 전송, 회의 요약 등 다양한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할 수 있으며, OpenAI, Claude 등 다양한 LLM과 연결되어 유연한 구성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글린은 ‘검색 → 정보 생성 → 업무 실행’으로 이어지는 일의 전체 흐름을 AI로 통합하고자 합니다. 이 세 가지는 따로 노는 기능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 플랫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용자는 검색한 문서에서 바로 요약을 요청하거나, 특정 결과를 에이전트에 넘겨 반복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Slack, Notion, Jira, GitHub 등 100개 이상의 SaaS 툴과의 연동, SOC 2·GDPR 등 글로벌 보안 기준 충족, API 및 SDK 제공 등 기업 환경에 필요한 조건도 충실히 갖췄습니다.
Chapter 3.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성과
SaaS 기반의 안정적 성장
글린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형적인 B2B SaaS 구독형 구조를 따릅니다. 특히 기업 친화적인 서비스를 지향하며, 조직 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하나의 거대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은 다음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됩니다.
1. B2B SaaS 기반의 AI 검색 서비스
글린은 기업 내부에 흩어진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엔터프라이즈 검색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이메일, 슬랙, 노션, 세일즈포스 등 주요 SaaS 도구와 연동되며, 사용자 권한에 따라 검색 결과를 조정하는 보안 중심 설계가 강점입니다. 이 모든 기능은 월간 사용자 단위의 구독 모델로 제공되며, 고객사의 규모와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2. AI 어시스턴트를 통한 업무 자동화 확장
글린은 단순한 검색을 넘어, 실제 업무를 돕는 Work Assistant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연어 명령을 인식해 관련 문서를 요약하거나 회의 자료를 자동으로 준비해 주는 Glean Agents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를 통해 정보 탐색을 넘어, 실제 업무의 일부를 대체하거나 자동화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3. 플랫폼 생태계 중심의 파트너 전략
글린은 다양한 SaaS 기업과의 커넥터 확장을 통해 빠르게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델(Dell), 워크데이(Workday),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등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사가 별도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도 글린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금융·의료 등 고신뢰 업종을 겨냥한 전용 보안 솔루션(Glean Protect)도 함께 제공합니다.
이러한 세 가지 전략을 통해 글린은 고객의 기존 업무 흐름에 깊숙이 침투하며 높은 전환 비용 (Lock-in 효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검색 툴을 넘어 조직의 디지털 업무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며,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는 셈입니다.
2년 만에 10배, 시장의 신뢰를 얻다
실제로 글린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2023년 약 1,000만 달러에서 2024년 3,900만 달러, 2025년 초에는 1억 달러를 돌파하며, 2년 만에 10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AI 기반 SaaS 기업으로서, 글린은 이제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선 대표적인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투자 시장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졌습니다. 2025년 6월에 완료된 시리즈 F 투자 라운드에서는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며, 총 누적 투자액 약 7억 7천만 달러에 달하게 됐습니다. 이와 함께 글린의 기업가치는 약 72억 달러(한화 약 9조 원)로 평가됐는데요. 불과 1년 만에 기업가치가 2배 가까이 상승하며 엔터프라이즈 검색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Chapter 4. 기업의 도전 과제와 한계
치열한 경쟁 심화
AI는 현대 사회의 강력한 게임 체인저입니다. 글린이 오늘날 기업용 검색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것도 기존 기술로는 풀지 못했던 문제를 AI로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퍼플렉시티가 수십 년간 독점해 온 구글의 검색 시장을 위협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죠.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금 당장의 목표인 AGI(범용 인공지능)에 도달하는 일조차 요원한 상황이고, 그 끝이 어디일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기술의 우위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퍼플렉시티가 기업용 검색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ChatGPT 역시 기업용 기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술은 범용성이 크기 때문에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어떤 시장이든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는데요.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되고 있는 지금, 사용자 편의성과 UI/UX 같은 비기술적 요소에 따라 기업의 선택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신뢰를 얻는 기술, 보수적인 시장
기업 고객은 단기 기술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특히 민감한 정보가 다수 오가는 대기업일수록 보안, 안정성,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요구 수준은 훨씬 더 높습니다. 클라우데라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74%는 AI 도입 시 가장 큰 장벽으로 보안 및 규제 위험을 꼽기도 했는데요. 아무리 성능이 우수한 AI라도 결과가 불안정하거나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면, 도입 자체를 망설이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글린은 이러한 기업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SOC2, ISO27001, GDPR 등 주요 보안 인증을 취득하며 신뢰성을 강화해 왔습니다. 또한 사용자 권한에 따른 결과 필터링, 데이터 비저장 처리, 프라이빗 LLM 옵션 등을 제공해 고객사의 불안 요소를 줄이기 위한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I를 내부 시스템에 연결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조직이 많습니다. 특히 금융, 헬스케어, 법률 등 고신뢰(high-stakes) 산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큰 기업의 솔루션이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 마련인데요. 이 때문에 글린과 같은 스타트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평가가 내려질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글린의 과제는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을 넘어, ‘이 기술을 믿고 도입해도 된다’라는 정서적 신뢰를 어떻게 획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SaaS에서 신뢰는 곧 진입 장벽이며,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장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채택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hapter 5. 결론 및 전망
ChatGPT의 등장은 생성형 AI 시대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초기에는 더 유창한 글, 더 정교한 코드, 더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내놓는 ‘성능 중심 경쟁’이 전면에 부각됐는데요. 개인 사용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흥미로운 진보였지만, 기업 환경에서는 실질적인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 기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해부터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기업들의 관심은 ‘더 똑똑한 AI’에서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AI’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한 기업 중 하나가 바로 글린입니다. ‘조직에 AI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Work AI’라는 해답을 제시했고, 실제 도입 효과는 연간 반복 매출(ARR) 성장이라는 수치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도 밝습니다. EY한영이 국내 기업 경영진 3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82%가 향후 2년간 AI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것인데요. 이는 성능 중심의 AI에서 실무 중심의 AI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으며, 엔터프라이즈 AI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글린이 이 시장의 선두 주자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진짜 과제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은 초기 기술 확보 경쟁을 넘어, 채택률과 유지율이라는 현실적인 과제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단순한 기술력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기존 업무 시스템에 AI를 유기적으로 녹여내고,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습니다. 글린이 이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조직형 AI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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