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UX 디자이너는 직업을 잃게 될까?
바야흐로 AI의 시대입니다.
챗GPT가 촉발한 AI 혁명은 IT 산업을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5년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AI의 발달로 2030년까지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AI로 인한 위협은 IT 업계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AI 코딩 에이전트는 이제 업무를 지원하는 서포터의 개념을 넘어 작업자를 대체할 수준으로 고도화되었습니다. 실제 바이브 코딩으로 개발된 앱과 서비스가 매출을 내거나 높은 가격에 매각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는 AI 채용 중단(AI Hiring Pause)과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최근 MS는 전체 인력의 3%에 해당하는 직원 6,000명을 해고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메타 역시 전체 인력의 5%에 해당하는 3,600명을 해고했죠. AI 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구조조정을 결정한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4월 자사 AI 행사에서 “내년이면 프로그램 개발 절반이 사람 대신 AI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MS CEO 사티아 나델라 역시 “MS에서 작성한 코드의 30%가 AI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개발자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문가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개발자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지금, 다른 IT 직군은 괜찮을까요? 개발자와 가까운 UX 디자이너 역시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요? AI로 인해 우리는 일자리를 잃게 될까요?
AI, 어디까지 해봤니?
AI가 어디까지 우리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AI를 이용한 설계와 디자인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를 위해 시중에 출시된 AI UX 툴이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① 스크린샷이나 스케치를 업로드해 프로토타입 UI 제작

②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 기반으로 프로토타입 UI 생성

③ AI가 디자인 스타일 가이드를 자동 생성

스케치 또는 스크린샷을 등록하거나 프롬프트를 입력해 프로토타입 UI를 생성하고, 작업 화면 기반으로 스타일 가이드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기능은 AI UX 툴이라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여기에 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피그마와 유사한 협업 기능, 생성한 UI를 피그마로 내보내기, 템플릿 제공 등 작업자의 UI 설계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능을 더하며 AI UX 툴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AI로 ‘모바일 앱의 주문 목록 페이지’ 만들기
그렇다면, 실제 AI로 작업한 결과물이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지 한번 테스트해 볼까요?
만들고 싶은 페이지는 모바일 앱의 주문 목록 페이지로, 입력한 프롬프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Design of the My Order page of the mobile app for an online book sales service.The order page displays the image of the ordered product, the book name, the quantity to purchase, and the price information. Clicking the See More button in the order information will take you to the order details page. The order page provides the order tracking function, order cancellation, and return functions.
온라인 도서 판매 서비스 모바일 앱의 '내 주문' 페이지 디자인.
주문 페이지에서는 주문한 상품의 이미지와 책 이름 구매 수량, 가격 정보가 표시됩니다.
주문 정보에서 See More 버튼을 누르면 주문 상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주문 페이지에서는 배송 추적 기능과 주문 취소, 반품 기능을 제공합니다.
제작에는 가장 대중적이며 널리 쓰이는 AI UX 툴 3개(Motiff, Visily, Galileo AI*)의 무료 버전을 활용했습니다. 모두 같은 프롬프트를 이용해 프로토타입 UI를 생성했습니다.
*Uizard는 프롬프트를 150자까지만 입력할 수 있어 테스트에서 제외
완성된 결과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어떤가요? 같은 프롬프트라도 어떤 AI 툴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180도 달라진 것이 보입니다.
Galileo는 조금 아쉬운 결과를 보여줬지만, Motiff가 만든 프로토타입은 조금만 손보면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있습니다.
AI로 ‘기존 서비스의 UI/UX를 고도화했다’는 글은 없는 이유
테스트처럼 프롬프트만 입력해서 프로토타입 UI를 만들어 보니, “AI가 UX 디자이너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마냥 허황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AI는 UX 디자이너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까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최근 업계에서는 AI UX 툴로 앱을 디자인하고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화에 성공했거나 비싼 가격에 팔았다는 글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글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디어만으로 AI를 이용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것’인데요. 한편 ‘AI로 기존에 운영 중인 서비스의 UI를 설계하고 UX를 고도화했다’는 글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1. 기업 내부 데이터와 보안 문제
많은 기업이 보안을 이유로 업무망에서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 접속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기업뿐만 아니라 IT 기업 상당수가 회사 업무망 내 생성형 AI 서비스 접속을 차단하거나 금지하고 있죠. 왜일까요? AI를 업무에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 기업 내부 데이터 유출과 보안 문제 때문입니다.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개선의 목적과 근거 자료(백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만약 회원가입 프로세스를 개선한다고 하면 어느 단계에서 이탈률이 가장 높은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커머스의 상세 페이지를 개선한다고 하면 어느 영역이 클릭률이 높은지, 어느 단계에서 이탈률이 높은지 데이터 역시 필요하죠.
문제는 데이터라는 게 단편적인 부분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워낙 기능이나 데이터끼리 연결된 경우가 많아 여러 가지 연관 데이터를 함께 체크해 봐야 하죠. 예를 들어, 장바구니를 개선하려면 장바구니뿐만 아니라 이전 과정인 상세 페이지와 다음 과정인 구매하기 페이지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여기에 AI를 활용하려면, 장바구니 UI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세 페이지와 장바구니, 구매하기 페이지의 데이터를 AI에 제공하고 학습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데이터를 AI에 몽땅 넘겨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죠. 특히나 그 데이터가 경쟁사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활용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기업 입장에서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일이겠죠.
몇몇 기업은 이를 해소하고자 자체 AI 모델을 개발해 업무에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자체 AI 모델 성능이 챗GPT 같은 상용 AI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활용도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자체 AI를 구축하자니 성능이 떨어지고, 상용 AI를 이용하면 데이터 유출의 위험이 있으니, 실제 업무에는 AI 활용이 어려운 것입니다.
2. 검증 문제
현재 생성형 AI의 주류인 LLM은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학습된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만약 학습한 정보가 틀렸다거나(데이터의 무결성 문제) AI가 잘못된 답을 낸다거나(할루시네이션) 할 경우, 사용자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UI도 마찬가지입니다. AI UX 툴 역시 기존 템플릿이나 서비스의 UI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이용해 최적의 결과물을 내는 방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자의 검수나 사용자 검증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문제는 ‘AI가 만든 디자인이 과연 최적의 결과물인가?’ 하는 질문에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기존과 동일하게 A/B 테스트 등 검증 과정을 거치거나 작업자의 교차 검증 및 수정/보완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 ‘UX’라는 영역의 복잡함
UX는 한두 가지 요소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시장 환경, 비즈니스, 사용자 타겟, 문화적 맥락, 심리학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결과물입니다. 같은 업종의 제품이라 해도, 요소 몇 가지가 바뀌는 것만으로 판이하게 바뀔 만큼 복잡도가 높은 분야죠. 기존 UI에 버튼 하나만 추가해도 모든 기능에 영향을 줄 정도니까요.
AI가 과연 모든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을까요? UI/UX는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하진 않습니다.
4. 한국식 UI와 문화적 맥락
시중에 쓰이는 AI UX 툴은 모두 해외 제품입니다. 미국이나 서양의 UI 패턴을 학습했고, 프롬프트도 영문으로 입력해야 하죠. 기반 데이터와 입력 데이터 모두 서구권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보니 결과물도 서구권 서비스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UI/UX는 사용자의 특성이나 문화적 맥락이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한국식 UI라는 건 생각보다 해외와 많이 다르며, 특히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한국 대형 마트 앱의 장바구니 페이지는 결제 이후에도 배송 전까지 물건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지만(이마트의 주문 더하기, 홈플러스의 합배송)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해외 대형 마트들은 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런 기능을 AI에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엉뚱한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겠죠. 기존에 없던 기능이니까요.
그 밖에도 나라마다 다른 연월일 표기라든가(한국은 YYYY.MM.DD / 미국은 MM.DD.YYYY) 가격 표시 같은 요소들이 생각보다 UI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영향을 끼치는 문화적 맥락이 많은 것이죠. 이런 부분은 역시 디자이너가 일일이 한국의 특성에 맞게 수정 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AI가 UX 디자이너를 대체할 수 있을까?
AI는 분명 효율적인 도구로서 디자이너의 업무를 돕고 개선하는 데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결국 사용자의 미묘한 감정이나 복잡한 니즈를 이해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깊이 있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데에 있어서는 아직 인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AI의 발달은 UX 디자인 업무 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순 있지만, 사람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겁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AI UX 서비스도 디자이너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디자이너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즉, AI는 UX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협력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반복적인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디자이너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마치며: 결국 결정은 사람의 몫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는 3개의 인공지능을 연결한 슈퍼컴퓨터 ‘마기’가 등장합니다. 작전을 수행할 때면 3개의 인공지능이 투표로 실행 여부를 결정하죠. 어느 날, 사람이자 작전 책임자인 ‘미사토’는 우주 궤도에서 자신의 몸을 떨어뜨려 본부를 파괴하려는 사도를 ‘에바’ 3대로 받아낸다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구상합니다. 마기가 계산한 성공 확률은 0.00001%. 그러나 책임자인 미사토는 독단적으로 작전을 밀어붙였고, 무모해 보였던 이 작전은 결국 성공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AI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든, 결정은 사람의 몫입니다.
실무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UX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이기에, 때로는 최선의 UX가 아니더라도 매출을 높이는 등 비즈니스 상황에 따른 선택을 내리는 것입니다. 다크 패턴을 활용하기도 하고, 오너의 결정에 의해 중간에 전략과 방향이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그렇기에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결국 평가와 결정은 사람의 몫입니다.
도구들이 더욱 발전해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해도 사람의 역할은 달라질 뿐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이 하느냐, 디자인 작업자에서 검수자가 되느냐 차이만 있을 뿐이죠.
AI 혁명은 분명 세상을 바꿀 겁니다. 새로운 트렌드에 재빠르게 편승해 돈을 버는 사람도 늘 존재해 왔고요. 하지만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기술은 변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 그것이 UX의 본질입니다.
※ 본 글은 AI 서비스의 일부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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