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태 많은 마케터들이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마케터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낼 능력은 충분할 것입니다. 하지만 마케팅 콘텐츠라는 것은 한 가지 채널에만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데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어느 순간 콘텐츠의 기준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특히 ‘고객 사례’ 콘텐츠는 B2B 분야든 B2C 분야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필수 콘텐츠입니다.
저는 올해 제가 다니는 회사의 고객 사례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리뉴얼했습니다. 처음엔 열정을 가득 담아 콘텐츠 리뉴얼 작업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더라고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예가 고객 사례 콘텐츠라고 하지만, 막상 각 채널별로 문체나 구성이 달라지다 보니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반복 업무를 줄이고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AI와 협업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었습니다. 막연하게 “고객 사례 콘텐츠 만들어 줘”라고만 해도 뭔가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긴 하는데, 제가 원한 톤도 아니고 흐름도 어긋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깨달았죠. ‘아, 콘텐츠 구조부터 내가 직접 정리해줘야 하는구나’ 하고 말이에요.
그렇게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AI를 활용해 고객 사례 콘텐츠를 만들면서 배운 것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돌이켜보니, 이번 작업은 ‘자동화’라는 단어보다는 오히려 ‘일관성’이라는 키워드가 더 잘 어울리는 과정이었습니다.
그에 맞춰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콘텐츠 제작에 활용한 AI 도구는 챗GPT입니다.
AI 도구로 고객 사례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다음,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콘텐츠의 구조를 잡는 일이었습니다.
고객 사례 콘텐츠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며, 내용은 어떻게 비중을 가져야 할지는 사람인 마케터가 먼저 명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이번에 리뉴얼한 고객 사례 콘텐츠의 경우, 전체 콘텐츠를 다음과 같이 나누어서 비율을 정했습니다.
고객사 비즈니스 소개: 40% - 전환 과정: 40% - 브랜드 메시지: 20%
이렇게 비중을 잡은 이유는, 이번 리뉴얼의 원칙을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로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회사 중심으로 돌아가던 고객 사례 콘텐츠를 고객 중심으로 돌리는 게 목표였던 거죠.
이 비율을 중심으로 콘텐츠의 공통 흐름도 맞춰 구성했습니다. 곧 다음과 같은 흐름을 정의했습니다.
고객사와 비즈니스 소개 → 비즈니스 과정에서의 변화 필요성 → 우리 회사 선택 이유 → 과정과 변화
또한, 여러 형식 가운데 중심 콘텐츠는 ‘영상’, 정확히는 ‘영상 스크립트’로 잡았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각 채널 성격에 적합하게 콘텐츠를 재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구조와 공통된 흐름을 한 번 정리하고 나니 AI와 함께 어떤 포맷으로든 콘텐츠를 뽑아내기 편해졌습니다. 영상이든 블로그 글이든 보도자료든, 흐름은 같은 상태에서 포맷만 바꿔주면 되니까요.
핵심 요약
다음으로 한 일은, 직접 세운 구조를 AI에게 전달하기 위한 실제 프롬프트(입력값)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직접 하던 콘텐츠 제작 과정을 AI에게 맡기려면 결국 ‘AI한테 뭘 알려줄지’를 가장 먼저 정리해야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의 재료를 AI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프롬프트 입력 첫 단계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AI에게 알려준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다만, 저는 이번에 고객 사례 콘텐츠를 완전히 새롭게 리뉴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완성된 고객 사례 콘텐츠가 하나도 없었는데요. 만약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최초 콘텐츠는 직접 작업하고, 이 결과물을 AI로 분석해 프롬프트 입력값의 포맷을 뽑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저 역시 제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바탕으로 ‘어떤 정보들이 반복적으로 들어가는지’ 추려보았고, 다음과 같은 공통 입력값 포맷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AI는 내가 말하지 않은 내용을 알아서 채워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 포맷은 AI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프롬프트가 아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만한 ‘맥락’을 제공하는 구조로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이 정도 수준의 맥락만 정리해도 이후 과정이 훨씬 더 수월해지더라고요.
핵심 요약
처음에는 하나의 프롬프트로 여러 유형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그렇게는 어렵겠다’였습니다. 고객 사례 콘텐츠라는 건 결국 어디 쓰느냐에 따라 전달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프롬프트 역시 유형별로 템플릿화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앞서 만든 기본 입력값을 중심으로 콘텐츠 구성 기준(가이드)을 세운 다음, 콘텐츠 유형별 프롬프트 템플릿을 만들었습니다.
프롬프트 구성은 가장 우선이자 중심이 되는 콘텐츠부터 순차적으로 했습니다. 저는 인터뷰 질문부터 시작해 인터뷰 스크립트, 블로그 콘텐츠, 보도자료용 콘텐츠, 이메일 시나리오 순으로 하나씩 제작했습니다.
특히 고객 사례 영상 스크립트를 위한 프롬프트의 경우, 콘텐츠 유형, 타깃, 핵심 메시지, 구성 포맷, 세부 요청사항 등을 정의하고, 제가 AI에게 전달할 정보가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또한 프롬프트와 그에 따른 산출물 예시를 템플릿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다만 이 프롬프트는 전체적인 콘텐츠의 ‘구성’을 위한 것으로, 문체 같은 요소들은 ‘스타일’로 구분해 AI에게 따로 학습시켜야 합니다. 즉, 각 채널마다 문체나 어투 같은 스타일은 별도로 AI에게 알려주고 기억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챗GPT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질문 세션 단위로 내용을 기억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같은 채널의 프롬프트와 스타일은 하나의 세션에서 학습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AI에게 특정 프롬프트와 스타일을 기억해달라고 명령한 다음 다른 세션에서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가 같다 해도 각 채널마다 표현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이를 별도의 분기 설계 없이 프롬프트 하나로 처리하려면 도리어 어색한 표현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콘텐츠마다 목적과 특징이 다르다는 사실을 제가 먼저 이해하고, 이를 AI가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안내하는 쪽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핵심 요약
문체, 어투 등 ‘스타일’ 학습은 순서를 나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직접 작성한 콘텐츠 샘플을 최소 3개 이상 AI에게 제공하고, 그 콘텐츠의 스타일을 분석하도록 요청합니다. 그러면 AI가 샘플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글의 스타일을 분석합니다. 이렇게 분석된 스타일을 기준으로 특정 정보를 전달해 샘플 콘텐츠를 만들어보며 원하는 스타일이 나올 때까지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핵심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요청하기보다는, ‘스타일 분석 → 실험(샘플 제작) → 재수정 → 스타일 재확인 → 재실험’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작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스타일을 갖췄다면 그 스타일에 이름을 붙여 AI에게 기억하라고 명령한 다음 간편하게 불러와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AI에게 이를 명령하지 않아도 특정 스타일을 반복하다 보면 AI가 스스로 이를 기억하기도 합니다. 이때 콘텐츠별로 별도 스타일이 필요하다면 미리 개별적인 스타일을 학습시키고 프롬프트 템플릿에 이를 명시적으로 표기하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AI는 스타일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반복된 스타일을 따라 하는 능력은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마케터가 원하는 만큼 자연스러운 문체를 만들어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오히려 AI가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매력적이고 자연스러운 콘텐츠 스타일이 마케터의 자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핵심 요약
이렇게 고객 사례 콘텐츠 제작을 위해 제가 활용한 방법은 다 공유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접 겪으며 느낀 ‘콘텐츠에 AI를 잘 활용하기 위한 팁’을 몇 가지 공유합니다.
프롬프트 템플릿 문서 고정
동일한 주제(예를 들어, 고객 사례라면 고객 사례별)로 프로젝트 폴더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프롬프트 템플릿 문서를 고정해두면 일관된 콘텐츠를 생성하기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AI는 세션(Session) 단위로만 기억하는데,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면 기억력의 한계를 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일괄 제작은 피하기
프롬프트 템플릿이 있다고 해서 모든 콘텐츠를 한 번에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의 콘텐츠(영상 스크립트 등)를 기준으로 삼고, 콘텐츠별로 단계를 나눠 요청해야 결과물의 품질도 훨씬 좋아집니다.
고도화를 위한 꾸준한 반복
아무리 기준을 명확히 정해 놓았다고 해도 결과물의 품질이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반복적인 고도화 작업과 누적된 피드백으로 완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콘텐츠 자동화의 가장 분명한 목적은 반복 작업을 줄여 제작 속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AI를 업무에 도입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변화도 바로 작업 속도의 개선이었죠. 하지만 속도만큼 중요한 게 또 있었습니다. 바로 메시지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고객 사례처럼 브랜드 신뢰도와 이어지는 콘텐츠일수록, 말투나 흐름이 자꾸 바뀌면 신뢰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이번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AI는 ‘속도’뿐만 아니라 ‘일관성’이라는 축을 함께 지탱해주는 역할을 해줬습니다. 다만 이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결국 사람이 먼저 방향과 기준을 잡아줘야 했습니다.
이처럼 AI는 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상상해 써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정해 놓은 흐름과 스타일을 충실하게 반복해주는 존재에 더 가까웠습니다.
한편 AI를 쓰다 보니 고객 메시지를 어떻게 설계할지, 콘텐츠의 흐름을 어떻게 구성할지, 그리고 각 채널에 맞게 톤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실행은 AI가 많이 도와주지만, 방향성은 결국 사람이 잡아야 한다는 것을 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런 과정과 고민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AI는 더 똑똑해질 겁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에서 AI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게 하려면 마케터가 먼저 기준과 구조를 제대로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속도와 신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으니까요.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