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은 왜 클라우드 위에서 달리게 되었나

넷플릭스(Netflix)의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가 인기를 얻으며 F1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 F1은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이지만, F1의 2024년 연간 매출은 36억 5천만 달러에 달하며 시청자 수는 7억 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이다.
그에 비해 F1이 IT 클라우드 산업과 가장 밀접한 스포츠 산업이라는 사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레이싱 전략 수립부터 실시간 중계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F1은 모든 과정에서 클라우드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클라우드 위에서 달린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주말마다 쏟아지는 1.5TB 규모 데이터
레이싱카 한 대에는 약 300개 내외의 센서가 부착되어 있으며, 이 센서들은 초당 약 110만 개에 달하는 데이터 포인트를 생성한다. 레이싱카의 속도, 타이어의 수명과 온도, 중력가속도, 드라이버의 주행 패턴, 날씨 등 매우 다양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것이다. 또한 드라이버들이 착용하는 장갑에도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구조를 지원하도록 생체 신호 데이터를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다양한 곳으로 전송된다.
- 현장의 피트 월*과 엔지니어: 레이싱 전략 운영, 모니터링, 드라이버 피드백 등
- 공장: 경주 후 분석, 시뮬레이션 설계 개선 등
- 국제자동차연맹(FIA, F1 주관 기관): 규정 준수 모니터링, 실시간 중계, 사고 상황 분석 등
* 피트 월(Pit Wall): 팀 관계자들이 레이스 모니터링, 전략 운영, 드라이버 커뮤니케이션 등을 진행하는 공간

맥라렌(McLaren)에 따르면, 레이스가 열리는 주말마다 수집되는 데이터의 용량은 약 1.5TB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고 분석, 저장 및 활용하려면 고성능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이는 팀과 드라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시간 중계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버리스 컴퓨팅, GraphQL API, 메시징 대기열 등 서비스를 연결해 경기 중 측정된 데이터를 유의미하고 순차적인 정보로 변환하며, 이렇게 처리된 데이터는 스토리지와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거쳐 실시간 중계에 활용된다.
AWS의 클라우드프론트(CloudFront)를 사용하는 F1 생중계는 최고 트래픽 기준 초당 6Tbps 속도로 스트리밍된다고 알려져 있다.
경기당 60억 회의 시뮬레이션
F1 레이스에는 10개 팀 소속의 드라이버 20명이 참가하며, 때로는 아주 근소한 차이가 순위를 결정짓는다. 2024년 열린 벨기에 그랑프리에서는 불과 0.647초 차이로 1위와 2위가 갈렸다. 이런 경쟁 속에서 상대를 제치고 승리에 다가가려면, 레이싱카의 속도나 타이어 성능은 물론 다른 드라이버의 행동, 트래픽 상황, 피트 스탑*, 세이프티 카** 투입 여부, 날씨 등 다양한 변수를 예측하고 반영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피트 스탑(Pit stop): 타이어 교체, 연료 보급, 차량 수리 등을 위해 피트 레인(Pit lane)에 정차하는 것. F1 드라이버는 레이스당 평균 2회의 피트 스탑을 실시한다.
**세이프티 카(Safety car): 레이스 중 충돌이나 사고 등으로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입되어 레이싱카들의 감속을 유도하는 차량. 세이프티 카가 출동하면 자연스럽게 차량 간 간격이 줄어들어, 시간 측면에서 피트 스탑을 진행하기 유리하기 때문에 레이싱 전략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이때는 무작위 샘플링을 기반으로 반복 실험을 수행하여 확률 분포를 근사하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 예를 들어 피트 스탑 타이밍에 따라 레이스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수천 번 반복해 분석하거나, 다른 레이싱카를 뒤따라 주행할 때 공기역학적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레드불 레이싱은 한 시즌 기준으로 레이스마다 약 60억 회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누적 기준으로는 무려 1,500억 회 이상 진행하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 내에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실행해 불확실성을 낮추려면, 역시나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IT 인프라 경쟁력이 곧 의사결정의 핵심이며, 레이싱 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레이싱카 한 대의 제작비는 평균 1,600만 달러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일반 자동차 제조업체와 F1 대상 제조업체가 명확히 구분되는 점은, 개별 레이스마다 해당 서킷의 특성에 따라 레이싱카를 매번 세팅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F1은 세계 각국을 돌며 레이스를 펼친다. 올해만 하더라도 3월부터 12월까지 아시아, 중동, 미국, 유럽 등 24개 도시에서 경주가 펼쳐지고 있다. 서킷마다 코스 형태와 추월 난이도가 달라짐은 물론 지역의 특성이나 계절에 따른 기후까지 신경써야 한다. 그러므로 레이싱카의 최적화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예를 들면, 레이스 현지 기후에 따라 타이어 마모 속도나 엔진과 브레이크의 성능이 달라진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일지라도, 평균 기온이 27°C였던 2024 마이애미 그랑프리와 14°C였던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에 투입된 레이싱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국제자동차연맹(FIA)은 매년 ‘비용 상한제’(Cost cap)를 통해 각 팀의 연간 지출 비용 상한선을 설정한다. 또한 레이스 전에 차량을 실제 주행 환경에서 테스트할 시간 역시 제한적이다.
F1 레이싱카 한 대를 제작하는 데 약 1,600만 달러가 든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비용과 시간의 제약 속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차량을 만들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실시간 데이터 반영, 설계안 도출, 시뮬레이션 실행 등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빠르게 확대되는 클라우드의 역할
2022년,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Oracle)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레드불 레이싱은 클라우드 활용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특히 2025 시즌 개막과 함께, 파워트레인 개발과 인프라 표준화, 팬 대상 캠페인 활성화 등 분야에도 클라우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밝혔다.
오라클의 생성형 AI 솔루션을 이의 제기에 활용하기로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F1 레이스에서는 경기가 끝난 후, 경기 중 발생한 오류나 불공정성, 규정 위반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1년간 단 24번의 레이스만이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드라이버와 팀의 순위를 뒤바꿀 수도 있는 이의 제기는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시간은 경기 종료 후 30분에 불과하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규정을 검토하고 이의 제기에 적합한 사유를 찾기에는 결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레드불 레이싱은 여기에 RAG(검색증강생성)과 LLM(거대언어모델)을 결합한 오라클의 생성형 AI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규정을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응답을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차량 개발이나 전략 수립 분야를 넘어 다른 영역에서도 클라우드와 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이다.
F1과 AWS의 긴밀한 협업
개별 팀뿐 아니라 F1 차원에서도 클라우드를 무척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F1은 지난 2018년 AWS를 공식 클라우드 및 머신러닝 파트너로 지정한 이후, 65년 치 레이스 데이터의 마이그레이션, 데이터 분석 환경 구축, 생성형 AI 기반의 ‘Statbot’ 개발, 트로피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F1이 데이터 기반의 스포츠로 거듭나며 클라우드와 AI, 머신러닝, 디지털 트윈 등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F1과 AWS 간의 협력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라면 F1 자체는 낯설지라도, F1 소속 엔지니어가 수행하는 업무는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F1의 시니어 클라우드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AWS 관련 역량이 명시되어 있다.

공고를 보면 7년 이상의 IT 분야 경험, 4년 이상의 AWS 사용 경험(VPC’s, EKS, EC2, IAM, Route53, S3), AWS 클라우드 네트워킹 경험(Direct Connect, VPC’s, Transit Gateways)과 광범위한 쿠버네티스 실무 경험 등이 요구된다. 이 직무가 고성능 클라우드 및 쿠버네티스 환경에서의 인프라 설계와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마치며
그동안 F1은 ‘자본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비용 상한제 도입 등을 통해 보다 공정하고 가치 있는 스포츠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전략 수립을 위한 클라우드의 활용 범위와 기술 수준은 각 팀의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 이로써 F1은 더욱 본격적인 ‘데이터 중심 스포츠’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F1의 클라우드 활용 방식과 비중, 범위 등을 살펴보면, 다른 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 How Does F1 Make Money? Inside F1’s Billion-Dollar Business Model/ F1 History
- Formula 1 Now Sees 750 Million Fans Due To Growth With Women And Middle East/ Forbes
- F1® on AWS/ AWS
-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F1 safety gear - including key safety features/ Autosport
- How Formula 1 Car Sensors Create Data at Every Turn/ Purestorage
- Feature: Data and Electronics in F1, Explained!/ Mercedes-AMG PETRONAS F1 Team
- How Formula One works with AWS to drive data insights/ Tech Target
- Race Strategy/ Formula 1 Dictionary
- Oracle Red Bull Racing/ Oracle
- Formula 1 is Leading the Digital Twin Technology/ London Digital Twin Research Cen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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