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알아듣는 생존형 AI 기초: 정의 편
요즘 IT 시장을 보면 온통 AI(인공지능)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챗GPT’가 등장한 이후로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죠. 시골에 있는 저희 어머니 아버지도 카톡만큼이나 챗GPT를 자주 쓰니까요.
이렇게 AI가 중요해졌으니, 한번쯤은 “나도 AI를 한번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AI 강의와 카톡방에서 벌어지는 일
처음 시작할 때는 보통 인터넷 강의부터 찾아보게 됩니다. 그렇게 어떤 커리큘럼을 따라가면 좋을지 보면, “먼저 파이썬(Python)부터 시작하세요!”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실제로 내 컴퓨터에 파이썬을 설치하고, 기본 예제인 ‘Hello World’를 찍어본 다음, 구구단 같은 걸 출력해보고, 별 모양도 코드로 찍어봅니다. 이때까지는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이제 인공지능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면서 ‘파이토치(PyTorch)’, ‘텐서플로우(TensorFlow)’ 이런 길로 훅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갑자기 난이도가 확 높아져서, 도통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포기하고 맙니다.
전략을 바꿔 ‘기초부터 AI를 제대로 공부하는 건 너무 늦었다, 나는 개발자도 아니니까 트렌드라도 따라가 보자!’ 하는 마음으로 AI 카톡방을 찾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그런 곳에서 나오는 정보들이 “최근에 MCP 초대박 났다”, “이제 AGI 정말 다 왔다!” 하는 식의 낯선 말들로 가득 차 있다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정보에 열띤 반응을 보입니다. 게다가 조금 더 잘 아는 듯한 사람들은 영어로 된 전문 용어를 잔뜩 섞어 매우 길고 복잡한 문장의 카톡을 올리기도 하고요.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머리만 아프면 다행인데, 이제는 공포감까지 듭니다. ‘AI가 내 일을 대체할 거라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렇게 느끼면서 말이죠. 요즘은 이런 상태를 두고 ‘AI 포모(AI FOMO)’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이 또한 결국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새로운 신조어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최소한의 무언가를 준비했습니다. 인공지능 교과서의 첫 장에 나올 법한 가장 기본적인 정의부터 시작해 나갈 거예요. 개념이 쉽게 머릿속에 잡힐 수 있다면, 엄밀히 따져 조금 이상하다 해도 과감하게 비약적으로 표현해 볼 예정입니다. 또, 어려운 이론은 뛰어넘고 실제 산업을 이해할 때 도움을 줄 것들만 다룰 계획이고요.
목표로 하는 것은, 새로운 뉴스가 나왔을 때 적어도 “그 뉴스가 왜 중요한지”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모두가 ‘이 소식은 정말 중요하다!’라고 떠들 때, 최소한 그 이유 정도는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코딩하는 집사 옆에서 식빵 굽는 ‘고양이도 알아들을 생존을 위한 AI’입니다.

- 고양이(요고): 그래서 뭐 한다고요?
- 나: 할 수 있는 최대한 쉽게 AI 기초 지식 알려드리겠음 + 산업이랑 트렌드 설명도 할 거임
인공은 아는데 지능은 모름
먼저 ‘인공지능’이란 단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새롭고 낯선 개념을 이해할 때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용어에서 출발하는 것이거든요. 단어와 그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나 어떤 단어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의미가 계속 변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역시 그런 종류의 단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이 ‘인공지능’이라는 말부터 보려고 합니다.
인공지능, 영어로는 Artificial Intelligence, 앞글자를 따 AI입니다. 우리 말은 영어를 그대로 번역한 단어고요. 이처럼 두 가지 단어를 합쳐 만든 용어는 각각의 의미를 분리해서 이해하는 게 가장 쉽고 편합니다.
인공=사람이 만들어낸 것
그래서 먼저 '인공(Artificial)'이라는 단어부터 보면, 의미가 매우 단순합니다. 사람이 만든 일, 혹은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일을 뜻하는 거죠.
그러니 간단히 말해 그냥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에 복잡한 의미는 없어요.
지능=?
그래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지능(Intelligence)’입니다. 사실 조금 어려운데요.
흔히 지능은 ‘인간의 지적 능력’이라고 간단히 설명되거나, 더 간단하게는 ‘IQ 같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지능은 IQ와 정확히 같은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죠.
먼저 사전적인 정의를 한번 볼까요? 심리학에서는 지능을 ‘대상이나 상황에 부딪혀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알아내는 지적 활동의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전을 그대로 읽는 건 어렵죠. 조금 더 풀어보겠습니다. 심리학이나 신경과학 같은 분야마다 지능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능이라는 개념에는 크게 세 가지 능력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바로 ‘적응 능력’, ‘학습 능력’,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이러한 능력들을 잘 발휘하려면,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것=‘선행 지식’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고,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도 지능의 중요한 특징으로 볼 수 있죠. 또한, 지능이란 문화마다 서로 다르게 해석되거나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한 문화권에서는 굉장히 뛰어난 지적 활동으로 간주되는 것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미개하거나 의미 없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추론, 기억, 계획, 문제 해결, 언어 이해, 공간 지각 그리고 학습 모두 지능과 밀접하게 이어지는 개념이며, 이를 종합해 부르는 단어가 지능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머리 쓰는 일
그렇지만 조금 더 본능적으로, 지능의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면 흔히 ‘머리 쓰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 넓게 보면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사실 인간이라는 종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특별히 강하거나 빠르지 않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구 환경을 좌지우지하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존재로 발전했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자, 인간이 가진 특별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이 ‘지능’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 고양이(요고): 그러니까 인공이 뭐고 지능이 뭐라고요?
- 나: 인공은 사람이 만든 것, 지능은 좀 복잡하긴 한데, 대강 머리 써서 하는 것!
인공 + 지능
그럼 이제 앞서 말한 ‘인공’과 ‘지능’, 이 두 가지를 합쳐보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인공지능이란 ‘사람이 만든 지적 능력’이라는 뜻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원래 타고나는 지능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지능인 거죠.
이 부분은 조금 더 권위 있는 자료에 기대어 보겠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책이 있습니다. 러셀과 노르빅이 쓴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법(Artificial Intelligence: A Modern Approach)』이라는 책*입니다.
*4판 기준
인공지능 사분면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을 정의하는 여러 기준이 나옵니다.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분하는데요, 한 축은 ‘인간적(Human)’과 ‘합리적(Rational)’이고, 다른 축은 ‘사고(Thinking)’와 ‘행동(Acting)’이죠.
먼저 인간적이라는 부분은 말 그대로 인간이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 하는 능력, 즉 인간과 비슷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합리적이라는 개념은 조금 더 추상적인 기준을 두는데요, 책에서는 합리성을 ‘옳은 일을 하는 것(do the right thing)’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가장 옳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요.
일단 이 정도로 보고 다른 축, ‘사고’와 ‘행동’으로 넘어가 봅시다. 사고는 쉽게 말해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내부적인 사고 과정으로 어떤 결론이나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죠. 반대로, 행동은 외부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내부의 사고를 바탕으로 물리적이든 다른 형태든 실제로 작용을 하고, 어떠한 반작용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합리적인 행동의 세계
전반적인 발전 과정도 그랬지만요, 특히 요즘 흐름을 보면 이 네 사분면 중에서도 주로 ‘합리적인 행동(Rational Acting)’의 관점이 힘을 많이 내고 있는 듯합니다.
책에서는 이 ‘합리적 행동’을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를 내도록 행동하는 에이전트(Agent, 대리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은 넓게 보면 옳은 일을 하는(Do the right thing) 에이전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뜻이죠.
여기서 조금 난해한 부분이 바로 ‘옳은 일이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문제인데요. 헷갈리면 안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옳은 일’이란 도덕적 판단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주어진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목표가 뭔지, 목표 달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결국 인공지능을 만들고 쓰는 사람들, 그러니까 기업과 저와 여러분의 몫이라는 거죠.
간략하게 정리하면, 인공지능은 인간적인 마음과 합리적인 마음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좁게 보면 단지 생각하는 것(사고)에 머무르지만, 넓게 보면 실제 행동까지도 하는 것이죠. 결국 사람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하고, 적응하는 일들을 해낸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 고양이(요고): 아우 복잡해. 한 마디로 알려줘요.
- 나: 요즘의 인공지능: 목표 달성 최고로 잘하는 지능 가진 기계(=에이전트)+를 만드는 일임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요
정작 그렇게 살펴 보니 정의 자체가 엄청나게 중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 인간의 지능을 정의한 다음 이와 똑같이 만드는 게 아니라, 더 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데 목표가 있으니까요.
실제로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은, 앞서 본 네 가지 영역의 하나인, 좁은 개념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그런 생각에 갇혀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치명적인 오해가 될 수도 있겠네요.
함께 보았듯 요즘 인공지능의 핵심은 ‘문제 해결’입니다. 인간은 새로운 상황이 주어지면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잖아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존재’라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람을 흉내내는 무언가가 아닌 성능이 기가 막히 ‘문제 해결 기계’라고요.

여기까지 요약 with 고양이(요고AI):
- 인공지능은 ‘사람이 만든 지적 능력’으로, 인간의 적응·학습·문제 해결 능력을 모방·확장하려는 기술
- 요즘 AI는 ‘합리적으로 옳은 행동’을 하도록 설계된 에이전트 구축에 초점을 맞춤
- 핵심 방향은 인간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닌, 목표 달성을 위해 문제를 인지·학습·해결하는 데 있다는 것!
마치며
AI가 대단하고 엄청난 것은 맞습니다. 다만 때로 AI 멍청하다, 아직 멀었다,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것 역시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사람이 머리 써서 이룬 것을 생각하면요, 이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AI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이 AI가 나아갈 길에 간섭할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릅니다.
맛보기로 AI의 정의를 알아봤으니, 다음부터는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AI의 큰 장벽이 되는 ‘용어’를 알아볼 겁니다. 단어장처럼 나열하고 설명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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