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탈주하는 회사는 왜 그럴까?

이 글을 보는 분들 대부분은 IT 업계에 종사할 겁니다. (사이트 이름부터 요즘IT니까요.)
업계에서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하거나, 듣습니다.
“OO님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요.”
누군가가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는 건 중요합니다. 인재 의존성을 나타내는 버스 팩터(Bus Factor)*라는 단어도 있을 정도니까요.
*버스 팩터: IT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이 ‘버스에 치이는 일’처럼 갑작스럽게 빠져도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는 지표
하지만, 이는 누군가에게 회사가 심각하게 종속되는 걸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지, 인재 각각이 지닌 가치를 아무렇게나 보라는 건 아닙니다.
줄퇴사

가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괜찮은 사람이 많았던 회사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버리는 일이요.
흔히들 그런 상황을 ‘줄퇴사’라고 표현합니다. 줄퇴사가 시작하면 적게는 3~4명, 많게는 수십 명이 우르르 나가버리기도 합니다. 저는 10명 넘는 직원이 우르르 나가는 줄퇴사만 3번을 겪어봤습니다. (항상 나가는 쪽에 제가 포함되어 있었지만요…)
이런 줄퇴사는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략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되는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왜 ‘공장의 부품’ 보듯 인재를 보는 걸까?
일은 사람이 하는 건데
조금 앞서 나가 AI가 모든 일을 하는 시대라고 쳐봅시다. 성능 좋은 AI를 쓰려고 직접 그래픽 카드나 여러 장비들을 구비해 일을 시킨다고 하겠습니다. 그럼 기기 쿨링도 해줘야 하고,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신경도 써야 하며,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도 해줘야 할 겁니다.
AI를 쓴다 해도 관리할 것이 이렇게 많은데, 아직은 인간이 일을 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왜 인간에게는 열받았을 때 쿨링을 시켜주지도 않고, 업무 환경을 개선해 능률을 올려보려는 노력도 안하고, 업무의 만족도나 행복도 같은 것은 물어보지도 않을까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곳에서는 인간을 기계보다도 못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요, 원래 하지 않던 일을 안 해주는 거야 그렇다고 칩시다.
보통 줄퇴사의 원인이 되는 것들은 ‘저런 걸 안 해서’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걸 해서’ 생깁니다.
직원들이 불합리함을 느낄 상황을 만든다거나, 직원들을 불편한 상황으로 밀어 넣는다거나, 회사의 결정 같은 과정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든가 하는 것들요. (사람들은 회사가 이상하게 돌아가면 꽤나 빠르게 눈치챕니다)

이처럼 뒤숭숭한 상황일 때, 일 잘하고 직원들과 사이도 좋은 사람이 퇴사 선언을 한다면, 여기서부터 줄퇴사가 시작됩니다. 다들 불만이 생겨도 눈치만 보고 있다가 누군가 물꼬를 트니 다 같이 터져버리는 거죠.
모두가 싫어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일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맡은 업무에 따라 재택근무가 아예 불가능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재택근무를 하던 회사는 어느 날, 그런 사람을 이유로 들며 “다 같이 재택근무를 없애겠습니다”라고 선언합니다.
이런 상황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책임을 적게 지며 비교적 쉬운 일을 맡아서 하는데, 어떤 사람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어려운 일을 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쉬운 일을 보는 잣대로 둘을 평가해 중요하지만 새로운 일을 한 사람이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만듭니다.
‘바보 같은 상황’으로 느껴지지만 우리는 종종 이런 일을 마주합니다.
왜 이런 상황이 생길까요?
누군가 특정 인원이 불만을 가질 선택을 하면 골치가 아프니, 결국 모두가 불만을 가지는 선택을 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회사의 지출이나 관리에 대한 부담을 줄여 좋아하는 것이 핵심일지도 모르고요.
그런 다음 발생하는 문제에는 “여기서 너만 힘든 줄 아냐?” 하고 말하는 거죠.
차별 대우
“누군가가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선택을 하면 골치가 아프니…” 대신 이런 선택지도 있습니다.
모두가 싫어하는 선택을 해 모두의 의욕을 꺾어버리기보다는, 누군가는 불만이 있을지언정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하는 사람에게 좋은 쪽의 차별 대우, 그러니까 ‘보상’이라는 차별 대우를 하는 겁니다.
꼭 눈앞의 ‘돈’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 장소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휴가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해준다거나, 그런 신뢰 기반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들 말이죠.
그렇다면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많은 자유와 보상을, 쉬운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에겐 성장 욕구를 자극할 수 있겠죠.
물론 쉬운 업무를 주로 맡아 하는 주니어 레벨에 회사가 완전한 신뢰를 갖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나 지금의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신뢰를 가져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실력도 좋고 성과도 잘 내서 이미 인정을 받은 사람일 테니까요.
제 경험에서도 주니어 레벨에게 자유를 주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지만, 시니어 레벨에게 자유를 줬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주니어 레벨이라 해도 실력이 좋으면 시니어가 하는 업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원하는 대로 연봉도 올리고 자유도 누리며 그 대신 시니어와 같은 중압감을 느끼게 해준다면, 발전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업무의 난이도와 양 자체가 차이 난다면, 그런 자유라도 없이는 뭐가 공평해지겠습니까?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차별 대우를 해야 비로소 공평해지는 걸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회사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래는 좀 더 좁혀, 스타트업이나 인원이 적은 소규모 회사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신입이 1~2년만 버티다가 이직해 버리는 회사의 특징
결국 모든 것은 ‘인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인재 채용은 신중해야 합니다. 분명 다들 아는 상식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상식을 알고 있어도, 상식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현실이니까요.
인재를 상식적으로 채용하기 어려운 이유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공감할 만한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누가 지원을 해야 그런 행복한 고민을 좀 하지.”

그래서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 한 달 동안 아무도 신청을 안 했는데 드디어 지원자가 생겨서
- (아무 평가 없이) 학력이 괜찮아서
- 열심히 할 것 같아 보여서
- 눈빛이 따뜻하고 맑아 보여서
- 간절해 보여서
의도치 않게 인재 채용에 이런 판단 기준이 들어간 겁니다. 이제 어떤 상황들이 펼쳐지게 될까요?
잘못된 채용의 나비효과
제대로 검증할 만큼 지원자가 없어 일단 지원한 사람을 뽑았다고 합시다.
매우 높은 확률로, 이들은 회사의 당면한 일을 처리할 만한 실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당장 그만큼의 실력이 없다 해도 발전 가능성을 알아채고 채용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부분도 잘 검증해야 합니다. (인재의 실력 검증에 대한 조언은 뒤에 다뤄보겠습니다)
잘못된 채용의 가장 큰 문제는 ‘해고’입니다.
직원을 해고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정당한 사유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해도 능력이 안 되어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아닙니다.
인원이 아주 적은 기업이라면 그 자체가 고정 지출이고, 이는 다른 인재를 그만큼 채용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한편 저성과자가 언제나 눈에 띄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설명할 여러 가지 이유로 꾸준히 진급한다면, 이들은 일할 줄 아는 신입이 들어온 지 1~2년 만에 빠르게 탈주하게 만드는 역할을 맡습니다.
‘퇴사를 안 하니까…’
잘못 채용한 인재가 퇴사를 하지 않고 꾸준히 붙어있는다고 합시다.
여기서 참 웃긴 상황이 생깁니다.
아무래도 오래 다니다 보니 이들은 자연스레 회사의 역사와 서비스, 또는 제품에 대한 지식이 가장 많은 사람이 됩니다. 여기에 연차도 자꾸 오르겠다, 오래 봤으니 대표님과의 정도 들고 의리도 생겼겠다, 진급을 시켜줍니다. 그렇게 직급이 오르다 이들이 실무와 매니징 역량이 모두 필요한 직위에 가면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피터의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진급하다 보면 무능해지는 위치까지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능한 사람도 진급하다 보면 무능해진다는 겁니다. 애초에 무능한 사람이라면 더 빨리 오겠죠.
이들 아래로 신입 사원들이 들어왔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작 IT 업계 기본 소양인 ‘요즘 기술’이나 ‘트렌드’에는 전혀 관심이 없거나 모르고 회사에 오래 다녔을 뿐이라면, 그러니까 “나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는” 상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누구라도 빠르게 탈주하고 싶을 겁니다.
그렇게 ‘신입이 딱 1~2년만 버티다가 이직해 버리는 회사’가 만들어집니다.
특히 요즘처럼 1~2년 알차게 실무 경력 쌓고 중고 신입으로 갈아타는 게 유행이 된 세상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모두 ‘사람이 없어서 뽑은 채용’의 나비효과입니다.
하지만,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이미 그런 일이 벌어졌고, 회사의 구조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면, 필요한 것은 굳은 결의입니다.
다만,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막는 것입니다.
즉, ‘좋은 인재를 검증하고 채용하는 것’입니다.
지원자가 없는데 무슨 인재 검증을 한단 말이오?
큰 회사보다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회사가 더더욱 신중하게 검증하고 채용을 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큰 회사는 규격이 정해진 딱딱한 구인 공고라도 올려두면 지원서가 쏟아집니다. 그에 반해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회사는 구인 공고를 올려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우리 회사의, 개성 없는 구인 공고를 보고 누가 지원하고 싶을까요?
이를테면 저는 구인 공고를 이렇게 작성했었습니다. (개발자군, 두려워할 필욘 없어) 물론 저야 오래 블로그를 운영해 (게다가 실력도 좋고, 인기도 많은 인플루언서기에) 이렇게 관심을 끌 수 있었지만, 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누구나 노력은 해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눈에 띄는 구인 공고를 써 열심히 홍보해 보세요.
신입들은 취업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아직 인지도가 없는 회사라면, 그와 비슷하게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개발을 1도 모르는데 실력을 어찌 검증하죠?
이런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주변에서 이런 의견을 내는 사람을 본 적은 없는데요. 그래도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유용할 조언을 해보려고 합니다.
실력이 좋은 시니어 개발자를 채용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 사례금을 주고 ‘면접과 인재 검증을 도와달라’하는 건 그보다 훨씬 쉬운 일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나가는 돈이 굉장히 아깝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채용으로 매월 발생할 고정 지출을, 또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인재 채용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제 ‘힘들었던 면접관 후기’도 링크를 남겨 둡니다. 당시 신입 채용을 위해 이력서를 300개 정도 검토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기초적인 실력이 있는지 검증하고 나면 ‘개발자라는 일에 대한 열의’를 중요하게 봅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장인’이라는 책의 서문에 많이 공감하는 편으로 비슷한 생각이라면 참고해도 좋겠습니다.
이런 열의를 검증할 사전 질문도 보내고, 면접까지 온 지원자에게는 코딩 자체를 얼마나 흥미로워할지 알아낼 만한 질문을 주로 했습니다. 또, 그렇게 뽑은 개발자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지원자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자신감 있는 사람이 좋다’라고 느꼈습니다. 소심하고 내향적인 것과는 별개입니다. ‘자신감’이라는 부분은 그런 성격과는 다르게 자기 실력 등에 기대어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뭐가 어찌 됐든 기초 실력에 대한 검증은 필수지만, 여기에 더해서는 ‘열의’와 ‘자신감’, 그리고 회사마다 선호하는 인재상을 중점으로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마치며
앞서도 말했지만, 아직은 “사람이 일하는 시대”입니다. 그렇기에 ‘누가 일을 하냐’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회사의 성장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나아가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도, 인재 채용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잘하는 사람들이 탈주하는 회사가 되지 않으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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