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하나로 고객 경험을 바꿀 수 있을까?
이커머스는 판매와 소비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시대감각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특히 트렌드와 높은 감도에 익숙한 고객에게 매끄럽고 세련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여기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맞닿는 다양한 이슈와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얽히고설켜 나온 결과물이 고객 맥락이나, 이용 행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더욱 외면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커머스에서는 고객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들의 경험을 지지하도록 유도하는 큐레이션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글에서는 크고 작은 이커머스에 신규서비스를 기획하면서 도움이 된 ‘큐레이션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획 방법과 사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왜 큐레이션이 중요할까?
쿠팡, 네이버를 비롯한 이커머스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화 추천 경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AI 추천으로 쉽고 빠른 상품 탐색과 검색으로 편의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서비스의 뚜렷한 정체성이나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가지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쿠팡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AI 추천이 아닌 로켓배송이다. 그리고 무신사 역시 AI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무신사 스탠다드가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AI는 좋은 경험을 만드는 수단은 될 수는 있으나, 독보적인 서비스나 단독상품 없이 AI만으로는 쇼핑몰을 방문할 만한 이유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또 다른 관점에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잘 담아서 전달할 수 있는 그릇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큐레이션은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제안하면서도 사업자가 추구하는 전략 방향이나, 브랜드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유는 오프라인에서 쇼핑할 땐 오직 상품만을 탐색하지는 않으며, 매장의 분위기나 매장을 방문한 다른 사람을 보는 것도 일종의 쇼핑 경험이기 때문이다.
같은 선상에서 온라인에서는 브랜드 철학과 고객 맥락을 반영한 큐레이션으로 다른 곳과 차별화된 쇼핑몰의 분위기나 브랜드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 그래서 무신사의 코디노트, 컬리추천, 올리브영의 발견에 녹여 넣어 새로운 발견이 구매로 이어지도록 제공하고 있다.
큐레이션은 어떻게 고객 경험과 연결될까?
큐레이션 기획은 한 축으로는 사업 핵심 가치를, 또 다른 축으로는 타깃 고객을 분석해서 그들의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결국 재방문 및 전환율을 높이면서도 매출 증대로 이어지게 하려면 타깃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선 핵심 타깃 고객에게 전달할 컨셉과 메시지를 정하고, 큐레이션 된 형식으로 왜 이런 상품을 지금 이런 테마로 제안하는지 고객 입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파트에서는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성공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큐레이션 방법 3가지를 소개한다.
1) 고객의 핵심 문제 파악하기
차별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타깃 고객의 문제들 중에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이다. 예를 들어, 시니어, 직장인, 수험생 등 고객에게 딱 맞는 식단을 제안하거나, 고객마다 다른 피부 상태와 트러블에 맞는 화장품을 제안하는 방법이 있다.
대표 사례로는 현대그린푸드 그리팅과 풀무원의 디자인밀이 있다. 그리팅은 건강한 식단을 단백질, 칼로리, 저당을 고려하여 제공하면서 특정 타깃인 시니어 식단을 제공한다. 디자인밀 역시 AI 영양진단 서비스로 맞춤 영양 관리 가이드를 제공하면서 타깃인 직장인의 든든한 점심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2) 컨셉과 정체성 반영하기
컨셉과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방법으로는 타깃 고객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때 어떻게 말하기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면 쉽다. 예를 들어, ‘뭐 입을지 고민되면 무신사 가봐’라든지, ‘요즘 핫한 먹을 것을 찾는다면 컬리에 가봐’라고 어떻게 말하는지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
특히 프리미엄 식재료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컬리가 “더퍼플셀렉션”으로 핵심 가치를 반영한 테마를 제안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처럼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큐레이션에 반영한다면, 더욱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롯데온의 딜크릿과 네이버의 ‘원쁠딜’이 있다. 롯데온의 딜크릿은 타깃과 상품의 특징을 고려하여 매일 바뀌는 비밀 특가를 테마별로 제안하며, 고객별로 다르게 추천받은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네이버 원쁠딜에서는 1+1 행사 아이템을 모아서 보여준다.

3) 고객 참여 이끌어내기
퀴즈나 100원 응모 등으로 고객 참여를 이끌어내는 곳은 단연 ‘토스 쇼핑’을 따라갈 곳이 없다. 결국엔 고객이 선택한 상품을 자연스럽게 할인 혜택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데, 요즘엔 무신사나 에이블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토스쇼핑은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 고객이 참여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를 잘 설계했다. 큐레이션 된 상품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했을 때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퀴즈를 통해 개인화된 혜택을 제공하여 고객과 강한 연대감이나 결속력을 만드는 데 적극 활용하는 식이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가이드 팁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객이 지속해서 찾아올 만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 가치와 연결된 고객 맞춤 제안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질서하게 나열된 UX/UI 구성 요소로 인해 상품을 탐색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파트에서는 사업 핵심 가치와 연결되는 기획 관점, 그리고 고객 경험으로 나타나는 UX/UI로 살펴보고자 한다.
1) 큐레이션 기획 가이드
큐레이션을 기획할 때는 명확한 사업 전략, 효율적인 운영 방안, 적합한 채널 연계까지 되어야, 비로소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즉, 사업 핵심 가치뿐만 아니라, 적합한 운영 방법과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주기 별로 행사 상품을 취합하면서도 상품의 재고, 품절, 결품 등의 상품 상태와 전시 여부를 확인하는 효율적인 운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타깃 고객에게 적합한 채널(바이럴, SNS, 앱푸시 등등)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2) 큐레이션 UX/UI 가이드
또한 아무리 잘 기획된 큐레이션이라도 고객이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느낀다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따라서 직관적이면서도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UX/UI 가이드가필요하다.
팀에 UX 전문가가 있다면 고객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정리해 두는 게 좋으며, UX/UI 가이드라인을 따로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은 디지털 정부서비스 UX/UI 가이드라인의 자체 검증 체크리스트(2024년 12월)처럼 널리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도 많아, 고객 경험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사용이 편리하다’라는 것과 ‘편안하다’라는 개념은 다르다는 점이다. ‘편안함’은 감정과 연결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로딩 속도나, 고객 여정 중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나오는 마이크로 인터랙션처럼,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미세한 디테일까지 챙겨야 진짜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

큐레이션 만족도를 높이려면 본질에 집중할 것
일부러 불편한 서비스를 만들어 나쁜 경험을 주고 싶어 하는 기획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켜켜이 쌓인 이슈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간혹 본질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늘 고객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전문성과,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커머스에서 상품의 다양성이나 배송 속도 면에서는 쿠팡을 따라잡기 어렵다. 그래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감도’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감도는 꼭 컬리의 ‘더퍼플셀렉션’처럼 프리미엄 식품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본질에 잘 맞는 컨셉이라면, ‘한여름 바닷가 모래 위, 색이 바랜 아이스박스 속에서 꺼내 마시는 시원한 칠성사이다’도 충분히 감도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현재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를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고객은 그 외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쇼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부라면 아이를 돌보면서 맘카페에서 정보를 찾아보는 중에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기도 하고, 대학생은 등굣길이나 잠들기 전 인스타그램, X(트위터), 틱톡,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처럼 고객은 특정 플랫폼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채널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쇼핑을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 쇼핑몰에 꼭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끝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테마를 고민하고 있을 큐레이션 기획자라면 시즌 행사에만 몰두하지 말고, 고객의 맥락과 특성을 먼저 파악하길 바란다. 그래야 본질을 담을 수 있다. 또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당 고객에게 진짜 잘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주제로,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감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