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비밀번호 메모장에 적어두나요?
“비밀번호 어떻게 관리해?”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메모장이나 노트에 적어놨다고 답한다. 심지어 회사에서 사용하는 계정 정보까지 그렇게 저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놀란 적도 있다. 비밀번호 관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직면한 문제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기억에 의존하거나, 편의를 위해 한곳에 몰아넣는 식으로 처리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비밀번호를 한 공간에 모두 저장해두면, 그 공간이 유출되는 순간 모든 정보가 한꺼번에 노출된다. 반대로 여러 곳에 분산해 두면 어느 정보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해 내기 어렵다. 더구나 비밀번호는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복잡하게 구성해야 안전한데, 이 모든 과정을 사람이 직접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온라인 서비스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SNS, 금융 앱, 쇼핑몰은 물론, 회사 내부 시스템과 툴까지 관리해야 할 계정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팀 리더나 관리자처럼 권한이 많은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 부주의한 관리가 조직 전체의 보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비밀번호가 자동으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이번 글에서는 그 해답이 될 수 있는 ‘1Password’라는 도구를 소개하고, 특히 개발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비밀번호 관리가 어려운 이유
사람들이 비밀번호 관리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다. 오늘날의 온라인 생태계는 사람의 기억력과 집중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계정의 수는 너무 많다. SNS, 이메일, 쇼핑몰, 금융 앱은 물론, 회사에서는 업무용 메신저, 지라(Jira), 노션(Notion), 다양한 SaaS 툴, 서버 콘솔 계정까지 수십 개의 로그인 정보를 관리해야 한다. 게다가 계정마다 요구하는 비밀번호 조건도 제각각이다. 특수문자를 요구하거나,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하라는 사이트도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2단계 인증(2FA), OTP 등 추가 인증 수단을 요구하는 곳도 많아졌다.
비밀번호가 복잡할수록 안전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복잡한 비밀번호를 매번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결국 많은 사람들이 비밀번호를 재활용하거나, 너무 단순하게 설정하거나, 어딘가에 임시로 적어두는 식으로 대처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이미 사람의 기억과 관리 능력만으로는 이 복잡한 인증 환경을 감당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패스워드 매니저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패스워드 매니저(password manager)다. 쉽게 말해, 모든 비밀번호를 대신 기억해 주는 디지털 금고라고 보면 된다.
패스워드 매니저는 사용자의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암호화된 형태로 저장하고, 로그인 시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입력해 준다. 비밀번호를 생성할 때 추천 값을 제안하거나, 이미 유출된 비밀번호를 진단해 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1Password, Bitwarden, LastPass가 있으며, 구글에서도 패스워드 매니저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브라우저 자체 기능은 전문 패스워드 매니저에 비해 한계가 있다. 특히 여러 디바이스에서 비밀번호를 통합 관리하거나, 신용카드 정보, 보안 메모, 2FA 코드 등 다양한 민감 정보를 함께 다루려면 전용 앱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패스워드 매니저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 "이 계정 비밀번호 뭐였지?"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지고, 복잡한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도 전혀 두렵지 않게 된다.
내가 선택한 도구: 1Password
내가 처음 접한 패스워드 매니저는 1Password였다. 당시 내가 속해 있던 개발팀에서는 비즈니스 플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었고, 민감한 시크릿 키를 공유할 때도 직접 전달하지 않고 팀의 공유 금고(Vault)에 저장해 전달했다.
그 경험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민감한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껴 이후 개인적으로도 유료 플랜을 결제해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 중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확실히 안전해?”
개인 정보를 어딘가의 서버에 저장하는 일인데, 당연히 걱정이 앞선다. 과연 이 금고는 안전한가? 이 회사는 신뢰할 수 있는가? 내 정보를 맡기는 것이, 정말 우리 집 책상 서랍 속 노트보다 나은 선택일까? 나 역시 처음엔 같은 고민을 했고, 짧은 보안 지식으로 열심히 찾아본 결과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1Password의 암호화 방식과 기능
1Password는 ‘제로 지식 아키텍처(zero-knowledge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서비스 제공자조차도 사용자 데이터의 내용을 알 수 없는 구조로, 데이터는 AES-GCM 256비트 암호화, PBKDF2 키 스트레칭 등의 최신 기술로 보호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해킹 사고가 한 차례도 보고된 적 없다.
보다 자세한 보안 기술 내용은 ‘1Password 공식 보안 백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기능들
1Password에서 제공하는 기능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확장성과 패스키(Passkey) 지원
1Password는 크롬, 사파리, 파이어폭스 등 다양한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로그인 자동 입력 기능은 물론, 패스키(Passkey) 기능도 지원한다. 이는 비밀번호 없이 생체 인증만으로 로그인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크게 높여준다.
구글 계정 또한 패스키를 도입하여 크롬과 안드로이드 환경에서는 Google Password Manager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Safari, Edge 등 다른 브라우저나 플랫폼에서는 저장 위치 및 인증 방식에서 차이가 있어 사용자 경험에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1Password는 자체 Vault에 패스키를 저장하고 이를 다양한 브라우저 및 운영체제에서 동일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여러 기기와 플랫폼을 오가는 사용자에게 보다 일관되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한다.
공유 금고, 여행 모드, Watchtower
- 공유 금고: 팀원 간 민감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
- 여행 모드: 해외 이동 시 보안 민감 항목을 임시로 숨김
- Watchtower: 유출된 계정, 취약한 비밀번호 등을 점검해 주는 보안 리포트
이처럼 1Password는 단순한 저장 도구를 넘어선 다양한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개발자를 위한 1Password ‘CLI’
사실 이 부분이 내가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이다. 개발자에게 특히 유용한 기능은 바로 1Password의 ‘CLI(Command Line Interface)’ 지원이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 코드에 시크릿 정보 노출 없음
- .env 파일 관리 불필요
- CI/CD 파이프라인에서도 안전하게 사용 가능
- MFA 자동화 및 일회용 비밀번호(TOTP) 추출 가능
1Password CLI를 사용하면 터미널 명령어로 시크릿을 직접 불러올 수 있다. 스크립트나 CI 파이프라인에서 시크릿을 동적으로 삽입할 수 있고, 코드에는 민감 정보가 전혀 남지 않는다.
우리 회사는 AWS에 접근할 때 MFA 기반의 임시 자격 증명을 사용하는데, 이 자격 증명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만료된다. 이를 수동으로 관리하는 것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개발 중에도 시크릿 키를 계속 입력해야 해 생산성 저하가 발생했다.
요즘IT에 발행된 “10배 이상 뛰어난 개발자가 되는 법”이라는 글을 보면, 핵심 조건 중 하나가 ‘도구를 개선하는 것’이다. 또 우리 팀장님도 “똑같은 일을 일주일 이상 반복한다면 자동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 임시 자격 증명 갱신을 자동화하는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셸 스크립트 문법에 익숙하지 않아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Cursor AI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MFA 코드는 1Password CLI를 통해 추출했고, AWS CLI를 사용해 임시 자격 증명을 요청한 후, 외부 유틸리티를 통해 이를 AWS 자격 증명 파일에 저장하도록 자동화했다.
스크립트를 실행하면 다음과 같이 1Password에서 액세스 권한을 요구하는 창이 열린다.

실행 중간 중간 디버깅용 로그가 출력되도록 해두었다.

이전에는 하루에 약 10분씩 반복적으로 갱신 작업을 했고, 이번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데 약 180분(3시간)을 투자했다. 계산해 보면, 180 ÷ 10 = 18일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이 스크립트를 18일 이상만 사용해도 본전을 뽑는 구조다. 그 이후부터는 매일매일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절약하는 순이익이 된다. 시크릿 키를 입력하는 일을 이렇게 스크립트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편리한 일이다.
더는 비밀번호를 외우지 않아도 되는 시대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비밀번호를 외워야 할 이유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히려 비밀번호를 외우려 애쓰는 것이 오히려 보안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설령 모든 복잡한 비밀번호를 외울 수 있을 만큼 머리가 비상하더라도, 그 능력을 비밀번호 관리가 아닌 업무나 창의적인 일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좋은 도구 하나만 있어도 비밀번호 관리라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렇게 절약한 시간과 에너지는 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또 직접 경험해 본 결과, 1Password는 개인의 보안을 지켜줄 뿐 아니라, 팀의 협업 구조와 개발 환경까지 바꿔주는 믿을 수 있는 도구다. 보안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습관이다. 그리고 좋은 습관은 좋은 도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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