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은 왜 돈을 못 버는 걸까?
2025년 3월 31일, 명품 플랫폼 발란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그로 인해 풍문으로 떠돌던 발란의 유동성 위기가 표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언론이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우려하며 분석 기사를 쏟아냈고, 몇몇 기사는 명품 플랫폼의 근본적인 사업 모델과 수익성 한계를 언급하며 도미노 위기를 우려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많은 명품 플랫폼 업체가 수년간 적자를 거듭하며 흑자 전환에 실패했습니다. 게다가 얼어붙은 투자 심리로 신규 투자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자본 잠식 위기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발란의 법정 관리로 드러난 명품 플랫폼의 위기.
이는 단순 유동성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명품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한계일까요?
머트발 재무제표 톺아보기
대표적인 명품 플랫폼 3사;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의 지난 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머트발 3사 모두 코로나19 붐을 타고, 2022년까지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나 그만큼 적자 역시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보통 플랫폼은 매출이 늘어나는 비율만큼 적자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데요, 머트발 3사는 매출이 늘어나는 비율만큼 적자 역시 늘어나는 양상을 보입니다.
매출이 늘어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재무제표를 한번 상세히 살펴볼까요?

재무제표를 상세히 살펴보면, 다른 항목에 비해 광고선전비가 유독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광고비로 사용할 정도로 지출 비중이 높았습니다.
통상적인 이커머스 업체가 매출의 10% 정도를 광고선전비로 사용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공격적으로 TV 광고를 펼치던 2021년과 2022년의 광고선전비 비율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2021년 트렌비는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광고비로 썼을 정도니까요.

2023년까지 발란의 광고선전비와 당기순손실을 비교해 보아도, 광고비와 당기순손실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시 광고선전비를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면 적자를 거의 내지 않거나 소폭 흑자가 가능한 수준으로 실적이 개선됩니다.
이렇게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광고선전비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럼 광고비를 줄이면 흑자 전환이 가능할까요?

머트발의 매출 대비 광고비 지출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3사는 유명 연예인을 기용해 경쟁적으로 TV 광고를 송출하던 2021~2022년 대비 2023~2024년에 광고비 지출을 대폭 줄였는데요.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광고비를 대폭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무제표가 말해주는 건 매출의 광고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것입니다. 즉, 광고비를 많이 쓰면 매출이 올라가지만, 반대로 광고비를 줄이면 매출도 따라 줄어든다는 것이죠.
이처럼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에 명품 플랫폼 사업의 지속성에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과연 흑자 전환이 가능할까요? 이 비즈니스가 과연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맞긴 할까요?
그 전에, 그렇다면 명품 플랫폼은 왜 돈을 벌지 못하는 걸까요?
명품 플랫폼의 특성
명품 플랫폼은 타 플랫폼 서비스나 이커머스와는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특성이 존재합니다. 이 독특한 특성은 플랫폼의 경쟁력이 되어 신규 플레이어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합니다.
그 특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타 이커머스와는 다른 명품 시장의 특수성과 이용자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의 특수성과 이용자 특성, 이 두 가지 요소가 명품 플랫폼의 특성을 만드는 키 포인트이기 때문이죠.
명품 시장의 특성
많은 사람이 단순 물건을 파는 비즈니스라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명품 업계는 이미지를 파는 비즈니스를 합니다. 장인이 오랜 시간 공들여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든 품질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만족감,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재력의 증명,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 그것이 명품이 사람들에게 주는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들은 그러한 이미지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씁니다. 유명 연예인을 앰배서더로 고용하며 ‘연예인 OO이 사용하는 고급스러운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생산량을 제한하거나 재고를 불태우는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고 누구나 가질 수 있다면 명품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테니까요.
최상위급 명품 브랜드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 채널과 생산량을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공항 면세점에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이 있지만 인터넷 면세점에는 몽블랑과 발리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는 것도, 샤넬과 롤렉스가 물량을 적게 풀며 사람들을 줄 세우고 오픈런을 유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죠.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없고 아무나 구할 수 없어야 특별함이 유지될 테니까요.
특히 명품 브랜드들은 상품의 ‘희소성’을 강조하며 시즌이 지난 제품을 소각하거나 매립해 왔다. 브랜드들은 ‘재고가 암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고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소각한다’는 입장이지만 재고를 소각할 시 회계상 손실로 처리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강민선 기자, “구매자는 ‘오픈런’도 불사르는데.. 명품 브랜드는 '재고 파괴'용 소각”, 세계일보, 2021년 5월 6일>
다만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 같은 하이엔드급 브랜드는 오프라인에서도 원하는 물건을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고가라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 잘 취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주력 판매 물품은 대중 인지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매스티지 브랜드(버버리, 셀린느, 발렌시아가 등)와 디자이너 브랜드(아미, 메종 키츠네, 메종 마르지엘라 등)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명품 플랫폼 소비자의 특성
이제 명품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특성을 한번 살펴봅시다. 사람들이 정식 매장이 아닌 명품 플랫폼에서 물건을 사는 이유는 뭘까요? 매장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구할 수 있어서?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일 겁니다.
그래서 명품 플랫폼 이용자들은 가격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다만 여기까지는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동일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가격 외에도 일반 이커머스와 차별화되는 명품 플랫폼의 특성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정품 여부’입니다.
명품을 취급하는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짝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젠테, 발란, SSG, 롯데온, 솔드아웃 등 스타트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논란은 잊을 만하면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으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특히 명품 생산처가 다양해지며 생산 국가에 따라 품질 차이가 생기는 일명 ‘개체차’와 인도네시아산 폴로, 한국산 에비수 등 상표권의 허점을 이용한 진짜 같은 짝퉁의 등장, 짝퉁 제조 기술의 발전 등으로 정품 구분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명품이나 브랜드 의류를 구입하는 사람은 짝퉁의 위험을 안고서라도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플랫폼을 찾습니다. 그래서 정품이 100% 보장되는 곳이라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비싸도 그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단가가 워낙 높다 보니 몇만 원 더 아끼겠다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확실한 곳에서 구매하는 게 안전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명품 플랫폼이 짝퉁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00% 직매입’뿐입니다. 아무리 셀러를 잘 관리해도 짝퉁 논란이 한 번 터지면 해당 플랫폼은 사망 선고를 받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슈가 터진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 셀러 한 명이 아닌 모든 셀러, 나아가 플랫폼에 등록된 모든 제품의 정품 여부를 의심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렇기에 명품 이커머스는 셀러들이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구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규모 장치 산업에 가까운 특성을 보이죠.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제품 하나하나의 단가가 높은 만큼 제품 매입을 위한 ‘대규모 자본’과 입고 > 포장 > 배송 > 반품/교환까지 주문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체 물류 시스템’, 플러스알파로 ‘정품 검수/반품 프로세스’까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바꿔치기로 인한 짝퉁 유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즉, 다른 이커머스와 다르게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고도의 운영 노하우가 필요한 업종이라는 뜻이죠.
여기에 우리나라 소비자만의 독특한 특성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쏠림현상입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해 특정 브랜드나 모델이 유행을 타면 모두가 그 ‘대세템’을 구매하려는 쏠림현상이 무척 강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단가가 높은 명품은 실패를 줄이기 위해 디자인이 무난하고 남들이 많이 찾는 주류 모델의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샤넬 클래식’, ‘롤렉스 서브마리너’, ‘톰 브라운 밀라노 스티치 가디건’ 같이 캐주얼과 정장 모두 무난하게 어울리며 과시하기 좋은 스테디셀러들의 인기가 높습니다. 또, 이런 스테디셀러가 대세템이 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로고가 숨겨져 있거나 선호 모델이 아니라면 아무리 할인율이 높고 저렴해도 사람들은 외면합니다. 사람들이 몽클레어에서 클루니와 클로에, 파르나이바를 구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우리나라 시장의 특성을 종합해 볼까요?
- 하이엔드급 명품은 온라인에서 구하기 어렵다.
- 주 매출은 매스티지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에서 나온다.
- 플랫폼 이용자는 가격에 민감하다.
- 가격은 저렴해도, 정품이 보장되어야 한다.
- 우리나라 소비자는 유행에 민감하다. 대세템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명품에 비싼 값을 지불하는 이유는 소재나 품질이 높아서도 있겠지만 ‘명품이 가진 이미지를 자신에게 대입’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톰 브라운 셔츠를 입은 성공한 나, 100만 원짜리 디올 스니커즈를 신을 재력을 가진 나. 그것이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기대하는 이미지입니다. 즉, 명품 플랫폼 이용자들이 원하는 건 매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에르메스 버킨백,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아닙니다. 삼선이 선명하게 드러난 톰 브라운 셔츠나 가디건, 여우가 가슴팍에 떡하니 박혀있는 메종 키츠네 티셔츠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겁니다.
명품 플랫폼의 특성
이처럼 사람들이 명품 플랫폼에서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은 누구나 알고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스테디셀러입니다.

다만 이런 스테디셀러는 수요가 많아 전 세계 모든 바이어들이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아이템입니다. 그래서 해당 브랜드에서 가장 잘 팔리는 대표 상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확보하는 ‘소싱 능력’이 플랫폼의 경쟁력이자 매출과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명품 플랫폼의 특성을 종합해 보겠습니다.
- 100% 직매입 체제여야 짝퉁 논란에서 자유롭기에, 그 체제를 구축할 대규모 자본의 자본과 설비(물류 시스템)가 필요하다.
- 유행에 민감하고 쏠림 현상이 심해 브랜드 대표 상품 위주로 소비하려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으로, 다양한 거래처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거래망 관리와 소싱 능력이 중요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100% 직매입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규모를 키우기 어려워하거나, 의도적으로 작은 규모를 유지합니다. 제품 단가가 워낙 높아 제품 사입에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천억 원 단위 자본이 필요한데, 제품 회전율이 좋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재고가 쌓이면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회사가 한 방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죠.
즉, 사업의 리스크는 큰데 기존에 자리 잡은 업체는 많아 경쟁이 심한 시장이라 안착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높지 않습니다. 다른 이커머스 업종과 다르게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는 1위 업체 하나가 시장을 독식하지 못하고 소규모 업체와 셀러가 난립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죠.
이것이 명품 플랫폼 업체가 돈을 벌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일까요?
명품 플랫폼은 정말 돈을 벌지 못하는 걸까?
위드 코로나와 보복 소비 열풍을 타고 많은 명품 플랫폼 업체가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벌이며 매출을 키우고 몸집을 불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고질적인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앞선 재무제표 분석에서 보았듯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죠.
다만 이런 명품 플랫폼 업계에도 100% 직매입을 고수하며 매년 매출이 성장하고, 십 년 넘게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기업이 있는데요. 바로 온라인 명품 시장의 숨은 강자 ‘오케이몰’입니다.

오케이몰은 2000년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이라는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로 출발했습니다. 시작은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이었지만, 이들은 아크테릭스, Rab, 캐나다구스 등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를 취급하며 유럽 부티크, 도매상들과 거래하고 소싱 능력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스톤 아일랜드, CP 컴퍼니 같은 기능성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취급하며 사명도 변경했죠. 그렇게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에서 명품 특화 이커머스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20년이 넘는 업력 내내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지만, 오케이몰도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3년 오케이슈즈닷컴이라는 종합 신발 쇼핑몰을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2014년에는 사명을 오케이몰로 변경하며 종합쇼핑몰로 변신을 꾀했을 때만 해도 이들이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2018년부터 명품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하며 지금의 오케이몰이 된 것이죠.

오케이몰의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펴보았습니다. 2023년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2024년 반등에 성공하며 치열한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는데요. 많은 명품 플랫폼이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오케이몰이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오케이몰은 창업 초기부터 100% 직매입 시스템을 고수했습니다. 100% 직매입은 짝퉁 유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으며 플랫폼의 가격 통제가 용이해 최저가로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고 부담을 항상 안고 가야 한다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단가가 높은 명품의 경우, 악성 재고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죠.
오케이몰은 처음에는 소규모로 물건을 매입해 판매하면서 점점 취급 브랜드와 상품수를 늘리고 판매 데이터를 쌓고 아이템 소싱 능력과 운영 노하우를 조금씩 키워나갔습니다. 그렇게 누적된 판매 데이터를 근거로 잘 팔릴만한 물건 위주로 소싱해 최저가로 판매하며 제품 회전율을 높이고 팔리지 않는 물건은 파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했습니다.
인기 있는 물건을 항상 최저가에 판매하다 보니 자연스레 ‘명품을 싸게 사려면 오케이몰에 가면 된다’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그 덕분에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높은 재구매율과 신규 고객 유입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2024년, 오케이몰이 지출한 광고 선전비는 1억 4천만 원으로 매출의 0.06% 수준입니다. 경쟁사들이 일년에 수십억, 수백억 마케팅 비용을 들여서도 얻을 수 없었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거죠.
100% 직매입 시스템.
20년 넘게 쌓아온 판매 데이터와 탁월한 아이템 소싱 능력.
오랜 기간 영업으로 구축한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가치.
이 3가지 요인이 오케이몰이 꾸준한 매출 성장과 함께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
워렌 버핏이 2001년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서한에 넣은 이 유명한 말은, 현재 명품 플랫폼 업계를 관통합니다.
2024년, 동아일보가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10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10곳 중 4곳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라고 합니다.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표한다는 지적을 받은 발란은, 1년 뒤인 2025년, 법정관리를 신청합니다.
2024년 3월, 거래액 기준 4위로 머트발을 바짝 추격했던 ‘캐치 패션’의 사업 종료와 법인 청산.
2024년 10월, 리앤한이 운영하던 1세대 명품 편집숍 ‘한스타일’의 사업 종료.
2024년 12월,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해 온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의 운영 중단.
2025년 1월, 명품 플랫폼 ‘디코드’와 ‘나우인파리’ 운영 중단.
특별한 기술 없이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며 광고로 몸집 키우기에 열을 올린 명품 플랫폼의 위기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까요? 이제 남은 명품 플랫폼 업체들도 대부분 자본 잠식에 빠져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발란과 동일하게 감사보고서에서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표한다는 지적을 받은 곳도 있죠.
명품 플랫폼의 위기는 어쩌면 이제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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