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할 결심’으로 채우기
최근 SNS에서 <개발자의 꿈을 접어야 할까요>라는 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읽다 보니 댓글 한 줄 정도로 의견을 내놓기보다, 그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물론 글쓴이와 직접 대화를 나누면 좋겠지만, 그럴 정도로 잘 아는 분은 아니라서 제 생각을 글로 쓰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제 막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을 그대로 주제로 삼기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20년 넘게 개발을 해 온 저로서는 주니어 개발자들의 입장을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궁리를 한 끝에 많은 개발자들이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저 또한 현실 변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때로는 압도당하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돌아보면 프로그래밍이 좋아서 이 일을 택했던 때가 있었지만, 벌써 까마득한 과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개발자 커뮤니티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여기고,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변화를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한편, 제 글을 검토하고 수정해주신 편집자님께서는 개발자가 아닌 분들도 공감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마주하기
FOMO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의미합니다. 원래 FOMO는 마케팅 분야에서 제품의 공급량을 줄여 소비자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매진 임박’, ‘한정 수량’과 같은 기법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모바일과 SNS가 등장하면서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었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나 ‘나만 모르는 것 같다’는 소외감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두의 글을 포함하여 최근 많은 개발자들에게서 일종의 FOMO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저 자신도 느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서비스인 퍼플렉시티에게 관련하여 프롬프트를 던졌더니 AI FOMO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 알려줍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AI FOMO(Artificial Intelligence Fear Of Missing Out)’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AI FOMO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불리해지거나 뭔가 좋은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감정”을 의미합니다.

가까운 지인에게 그러한 감정 때문에 느끼는 현실적 어려움을 이야기했더니, 두려움을 개발자만 겪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속으로 ‘아!’ 하고 깨달았습니다. 좀 더 생각해 보니 그나마 개발자는 인공지능처럼 자연어로 소통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다른 직종 종사자에 비해 기계와 대화하는 것에 익숙한 부류에 속했습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직업의 특성이 도리어 우리를 더 크고 강박적인 두려움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일하는 즐거움을 떠올리다
그 후에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처음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느껴 푹 빠졌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무언가 만들어내는 재미 자체에는 무감각해 있었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바탕에는 스스로 여유를 만들어 가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가장 먼저, 당장 의무감 때문에 인공지능을 쓸 필요는 없으며,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것과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것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목적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삶에서는 완전히 다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와 넘쳐나는 정보의 영향으로 우리는 쫓기듯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걷거나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차분하게 생각한 후, 여러 갈래로 펼쳐지는 답들을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로만 좁혀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원하는 지식을 빠르게 찾고 배우고 적용할 수 있다”는 답만이 제게 남았습니다. 나머지는 막연한 걱정에서 비롯되었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읽은 내용을 제대로 걸러내지 않고 마치 내가 한 생각처럼 받아들인 것에 불과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답을 찾고 나니 제가 얼마 전에 기고한 글인 <프로그래밍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 글을 쓰면서 커서 AI 등 인공지능을 활용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을 때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된 간단한 프로그램 코드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얻을 수 있었고,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클릭이나 엔터 키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바로 실행해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 작동 방식을 모르면, 곧바로 채팅으로 질문할 수도 있었습니다.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는 흔히 ‘사수’라고 부르는 숙련된 개발자가 옆에 있는 것 같았고, 과거에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 같은 사이트에서 검색하며 따라 했던 과정을 이제는 평소 사용하는 개발 도구에서 인공지능에게 질문하는 것만으로 해결했습니다. 예시 코드까지 바로 보여주니 편리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식
한편, <프로그래밍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에서도 주요 논점으로 인용했던 글을 쓴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는 지난 2월 바이브 코딩(vide coding)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했습니다.

바이브 코딩은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개발 생산성을 높이려는 접근 방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에 자연어를 사용하여 인공지능에 코딩을 맡기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시도이고 인공지능 서비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양상을 일반화하여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런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는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열정적인 주니어 개발자라면 새로운 흐름에 올라타서 해당 분야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동력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 속에서도 분명 그런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저 또한 자바 언어를 비교적 초기에 접했고, 스프링 프레임워크의 경우는 가장 먼저 사용하자고 국내에 제안하며 마치 종교 전도사와 같은 역할을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반대로 여러분이 저와 같은 시니어 개발자라면 바이브 코딩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예전보다 줄어든 시간이나 체력도 고려해야 합니다. 보통 주니어 시절보다 맡겨진 사회적 책무가 많고, 가정을 생각해야 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였고 주니어 시절에 비해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 선호도를 잘 알고 있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활용하여 자신에게 맞는 인공지능 활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래, 노안도 왔고 타이핑을 빨리하는 것보다는 바이브 코딩으로 이 녀석(인공지능)에게 맥락을 잘 설명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방식이 나에게 맞겠어.
- 뼈대(아키텍처)를 만드는 재미를 포기할 수 없지. 기본적인 구조를 꼼꼼하게 만드는 것은 직접 하고, 그 안의 코드를 채우는 것은 인공지능에 맡겨보자.
- 백엔드 코드는 직접 작성하는 것이 마음 편해. 인공지능에 맡기면 오히려 디버깅이 더 어려워질 거야. CSS는 정말 싫은데, 인공지능에 이 부분을 전담시켜야겠다.
- 핵심 코드는 내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 좋겠어. 모니터링이나 배포, 인프라 관리 같은 부분은 일단 인공지능에게 말로 요청해 봐야겠다.
인공지능 덕분에 가능해진 종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
코드 쓰는 이야기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잠시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운 좋게 저는 좋아하는 일로 프로그래밍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개발자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또한, 저 역시 재미로 프로그래밍을 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의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소득을 얻는 수단으로 프로그래머 혹은 개발자의 업무 변화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AI FOMO를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재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개발자라면 인공지능 활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는 더 빨리 배우고 더 좋은 결과를 내놓는 사람을 싫어할 회사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시기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혹시라도 일자리를 잃거나 구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얼마 전 지인이 한 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개발자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는 인터뷰 대상자에게 특정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설명한 후, 컴퓨터 앞에 앉아 문제를 해결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시니어 개발자로 옆에 앉아 있을 테니 컴퓨터를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해도 되고, 자신에게 질문해서 해결해도 되니, 어떻게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해 보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는데, 이것이 면접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는 그 상황을 조금 더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구직자를 평가할 때 이처럼 종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상 상황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보니 적어도 개발자 채용의 경우에는 기존의 인터뷰 방법이 모두 쓸모없어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구인 또는 구직을 위해서도 인공지능 활용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 개인적 및 직업적 지원 목적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유행을 억지로 따라가야 한다는 막연한 부담감 대신에, 인공지능을 나의 삶과 내 경력 관리를 돕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동지능과 함께 일하는 풍경을 상상하다
마지막으로 바이브 코딩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 바이브 코딩 경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듀얼 브레인>이라는 책을 읽고 <AI 시대의 실용적 생존 가이드>라는 독후감 비슷한 글을 쓰면서 ‘나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공동지능(co-intelligence)’이란 개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러던 중, 사소한 데이터 변환 작업을 하면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와 소통하는 경험이 마치 ‘공동지능 길들이기’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문법과 데이터 타입을 엄격하게 따지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달리, 우리가 쓰는 말을 다루기 때문에 어느덧 저도 인공지능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수를 지적하며 이번에는 반복하지 말라고 프롬프트를 보낼 때는 분명히 일을 위임한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더불어 상대를 마치 인격체처럼 대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공지능에 감정이 있다고 느껴서가 아니라, 결국 제 말을 잘 이해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표현하는 과정에서 섬세하게 배려하게 되는 모습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엄격함을 다룰 때와는 매우 달랐습니다.

다시 한번 속으로 ‘아!’ 하고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경험하고 익혀나가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AI FOMO가 느껴질 때, 그 두려움과 불안감을 쉽게 떨칠 수 없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해 보세요. 그래도 불안감이 자주 느껴진다면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지금 당장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유용한 일을 시도해 보세요. 작은 시도를 하다 보면 잠시라도 그 일에 집중하게 됩니다. 두려움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불안해하는 시간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이 쌓이면 어느새 나와 내가 하는 행동이 바뀌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 마지막 문장들은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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