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혹한기에서 살아남기: 7.4초로 결정나는 이력서 작성 전략
지난 3월, 요즘IT는 디스코드 멤버들을 위해 한날 작가님과 함께 ‘2025년 취업·이직 준비 가이드’라는 주제로 웨비나를 열었습니다.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 속에 진행된 이 자리에서는 채용 시장의 분위기부터, 이력서 작성 실전 팁까지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아쉽게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그날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콘텐츠로 다시 전해드립니다.
한날 작가(이하 생략):
안녕하세요, 이번 웨비나에 함께하게 된 한날입니다. 저는 현재 ‘푸딩 캠프’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요. 개발은 99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1인 개발과 운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요즘IT에는 매달 꾸준히 글을 게재하며 여러분을 만나고 있습니다. (요즘IT 한날 작가 페이지)

웨비나를 준비하며 제목은 다소 거창하게 ‘취업 및 이직 준비 가이드’라고 적었는데요. 요즘 취업 시장이 매우 어렵죠. 그런 만큼 마법 같은 해결책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최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자 몇 가지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원 서류의 ‘가장 비싼 영역’: 이력서의 주제
가장 먼저 취업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 이력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 혹시 소설 『마션』을 읽어보셨나요? 『마션』의 첫 장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첫 문장 하나가 사실 소설 전체 내용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장편 소설이라 내용이 굉장히 방대한데도, 이 한 문장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죠. 배경과 상황이 어떻고, 주인공이 뭘 해야 하는지까지 다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마션』은 첫 장의 힘만으로도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갑니다.
이력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력서를 문서 구조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맨 위의 ‘핵심 요약’ 영역입니다. 실제로 이력서를 열었을 때 가장 처음 눈이 가는 부분이고,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이력서에서 가장 비싼 영역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자신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채용 담당자는 바로 이 첫 요약 부분을 통해 이력서를 계속 읽을지, 아니면 더 집중해서 볼지를 무의식중에 결정합니다.
그러므로 핵심 요약 부분은 너무 길면 안 됩니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거든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력서의 주제’를 담은 한 문장으로 시작하고, 이를 설명해주는 두세 문장을 덧붙이는 것입니다.

지금 웨비나를 듣고 계신 여러분께 질문 하나 드려볼까요?
“여러분의 이력서 주제는 무엇인가요?”
제가 멘토링을 하면서 이 질문을 하면, 대부분 명확히 답하지 못할 겁니다.
‘이력서에도 주제가 있어야 하나요?’
사실 ‘이력서에도 주제가 있어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력서의 주제는 정말 중요합니다.
신입이나 주니어들의 이력서를 보면, 그동안 해온 업무나 프로젝트가 거의 비슷합니다. 포트폴리오에 담는 프로젝트 역시 대체로 다 비슷비슷한 편이고요. 기술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분야도 한정적이라,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비슷한 내용을 씁니다.
하지만 그런 비슷한 일을 했어도, 그 일을 해나가는 방식과 태도는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문제는 채용 담당자가 나를 모른다는 점입니다. 어제 이력서를 낸 지원자와 오늘 이력서를 낸 지원자의 차이를 한눈에 알기는 어렵죠.
이력서의 주제는 바로 이런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 문장입니다. 나라는 사람을 한 문장으로 명확히 요약하는 것이죠.
만약 주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력서 내용이 산만해집니다. 이것도 강조하고 싶고, 저것도 강조하고 싶어져서, 읽는 사람이 결국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도 이력서의 주제는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력서의 주제는 어떻게 찾을까요?
그렇다면 이력서의 주제는 실제로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제가 실제 이력서 멘토링에서 봤던 주제문 예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가진 개발자”, “최선을 찾아가는 개발자”, 또 이런 것도 있습니다. 협업을 중요시하는 사람, 소통을 잘하는 사람, 꾸준함을 믿는 사람. 모두 좋은 말이지만 너무나도 추상적이죠.
실제로 제가 멘토링한 사례의 데이터를 보면, 이력서 주제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키워드가 ‘문제 해결’, ‘소통’, 그리고 ‘협업’입니다. 약 150명의 이력서를 분석했을 때,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전체의 거의 50%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통을 잘한다’, ‘문제 해결에 강점이 있다’라는 표현이 매우 흔히 등장했습니다. 150명 중 약 20%, 그러니까 최소 30명의 이력서가 ‘문제 해결력’을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물론 협업이나 소통, 문제 해결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협업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은 자신을 잘 아는 본인의 관점에서는 구체적일 수 있지만, 나를 전혀 모르는 상대방(채용 담당자)의 입장에서 보면, 앞서 읽은 수많은 이력서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즉, 나만의 차별성이 없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이력서 주제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구체화’입니다. “나는 협업을 중요시한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면, 정확히 어떤 방식을 ‘협업을 중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어떤 행동으로 보여주는지 명확하게 표현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이나 생각이 나온 출처, 즉 ‘근본적인 이유’를 파고들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멘토링했던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이 멘티는 자신의 강점으로 ‘문서화’를 꼽았습니다. 그래서 “왜 문서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으니 “협업에 도움이 되니까요” 혹은 “정보를 찾기 쉬워서요”라고 대답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다소 추상적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서 실제로 그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추적해 보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이유가 드러납니다.
앞서 그분의 사례에서는 ‘인정 욕구’가 핵심 동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맡았던 회의록 작성을 통해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이 피드백이 좋아서 문서 작성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문서를 더 잘 쓰니 더 많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더 잘하고 능숙해졌죠. 결국 자신감을 얻었고, 스스로 문서화가 자신의 강점이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력서에 “저는 인정 욕구에 목말라서 일을 열심히 합니다”라고 쓰라는 뜻은 아닙니니다. 이력서에 적합한 문장을 찾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동료의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즉시 실천하는 개발자”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정리하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을 하게 된 나만의 근본적인 이유와 동기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부분이 여러분의 이력서 주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7.4초 만에 채용 담당자를 사로잡을 ‘한 문장’
실제로 채용 담당자가 한 장의 이력서를 읽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 약 7.4초라고 합니다.
7초가 정말 짧게 느껴지시나요? 눈을 감고 속으로 7초를 세어보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는 걸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 7초라는 시간을 이력서 첫 번째 페이지의 가장 중요한 영역, 즉 나의 주제와 나를 설명하는 문장에 집중시킨다면, 나 자신을 충분히 강렬하게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7초 동안 강력하게 나를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문장과 표현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프론트엔드 개발자라고 해봅시다. 이 경우, 이력서 주제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인가?” 또는 “나는 일을 할 때 문제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고 접근하는가?”에 집중해서 구체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을 진솔하고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단어의 느낌이나 표현에 너무 현혹되지 마세요. 앞서 제가 말씀드린 ‘인정 욕구’라는 표현은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느낌 자체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 단어가 가진 근본적인 의미, 즉 내가 특정 행동을 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과 이유를 찾고, 그 후에 어감을 다듬으면 됩니다.

‘무엇을’이 아닌 ‘왜’를 쓰세요: 이력서의 ‘프로젝트’ 영역
이력서의 기본 구조는 명확합니다. 가장 먼저 핵심 주제를 던지고, 그다음 프로젝트 경험과 경력이 나옵니다. 보유 역량이나 기술은 따로 항목을 만들거나,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경험에 녹여 넣기도 합니다. 여기에 수상이나 입상 경험, 학교나 교육 이력이 뒤를 잇죠.

“반드시 최근 프로젝트부터 써야 하나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젝트 경험과 경력을 어떤 순서로 적어야 하느냐는 건데요. 흔히 시간의 역순, 즉 가장 최근 경험부터 쓰는 게 일반적이긴 합니다.
그러나 꼭 시간 순서보다는 내가 이력서 안에서 표현하려는 주제를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프로젝트부터 나열하는 것이 좋아요.
물론 이 경우에도 대개는 최근의 경험이 가장 먼저 오게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경험을 거쳐 자신의 생각과 성향, 자아가 점점 더 뚜렷해지기 때문인데요. 다시 말해, 과거보다는 최근 프로젝트일수록 현재의 나를 온전히 투영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거죠.
하지만 예외적인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년 전에 했던 프로젝트는 내 능력과 개성을 온전히 담아냈지만, 오히려 최근 프로젝트는 나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지로 맞추듯 진행했던 경우가 있을 수도 있죠. 이런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최근의 경험부터 나열하지 말고, 나를 가장 정확히 드러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써야 합니다.
즉, 단지 ‘무엇을 했는지’보다는 ‘왜 그것을 했는지’, ‘그 프로젝트가 나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중심에 두는 것이 이력서의 프로젝트 영역을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비결입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쉽게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이력서에서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이름을 강조하며 크게 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흔히 “모각코 프로젝트” 같은 제목을 굵고 크게 적습니다.
하지만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나의 프로젝트 이름이나 코드명에 관심도 없고, 심지어는 아예 알 생각도 없습니다. 즉, 상대방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는 정보로 이력서를 채우는 셈이 됩니다.
이럴 때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상대가 흥미를 느낄 만한 매력적인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예컨대 프로젝트 명칭 대신, “공중 폭파될 프로젝트를 하드캐리해서 출시한 경험”과 같은 흥미로운 타이틀을 사용한 뒤, 그 밑에 “모여서 각자 코딩하는 온라인 모바일 프로젝트”처럼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또 모든 프로젝트를 쓸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한 프로젝트가 2개다, 그렇다면 다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가끔 7~8개를 넘어가는 분도 있어요. 이럴 때는 이력서 주제하고 관련 있는 순으로 나열해 보고, 가장 아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쳐나가는 것이 낫습니다.
YHW 구조: ‘왜’에서 ‘어떻게’로 이어지도록 쓰기
프로젝트를 쓸 때는 ‘왜(Why)-어떻게(How)-무엇을(What)’ 순서로 작성하는 게 좋아요. 많은 분이 경험했던 일을 적을 때, 본인이 잘 알고 있다 보니 자꾸 ‘무엇을(What)’부터 쓰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사실 이건 읽는 사람 입장에선 별로 와닿지 않아요. 읽는 사람은 내가 했던 일을 전혀 모르니까요.
그래서 상대방이 더 흥미롭게 느끼는 이야기 흐름은 다음과 같아요. 어떤 현상이 있고, 그 현상에 대한 문제 정의(Why)가 등장하는 거죠. 이 문제 정의는 사람마다 전부 달라요.
예를 들면 지금 제 책상은 아주 지저분합니다. 키보드와 스마트폰이 각각 2개와 3개, 랩탑과 모니터도 여러 대, 심지어 빈 유산균 통까지 있죠. 그런데 저는 이 상황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전혀 없으니까요. 그래서 문제 정의를 하지 않았고(Why),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어요(How). 그 결과 저는 시간을 절약했죠(What).
반대로 어떤 사람이라면 제 책상을 보고 불편을 느낄 수도 있어요. 이런 사람에게는 키보드와 마우스, 모니터만 딱 있어야 하니까요. 그 사람에겐 제 책상이 문제가 되겠죠. 즉, 같은 현상이라도 사람마다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상대방에게 ‘왜(Why)’가 더 중요해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각자의 마음과 생각이 다르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기 때문이죠. ‘왜(Why)’에서 ‘어떻게(How)’, 그리고 마지막 ‘무엇을(What)’로 갈수록 나의 개성은 점점 덜 드러나요. 그래서 이력서에서 주제를 잡는 것이 중요해요. 이력서 주제와 ‘왜(Why)’가 긴밀하게 연결돼야 상대가 이해하기 쉽거든요.
“이 사람은 이 현상에서 이런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이런 문제 정의를 내려 해결책을 고민했구나. 결과적으로 API 응답 속도를 2000ms에서 800ms로 줄였구나.” 이렇게 읽히는 게 이상적인 흐름이에요.
여기서 한 가지 더 팁이 있어요. ‘무엇을(What)’ 부분에서 결과(result)와 성과(achievement)를 헷갈리면 안 됩니다. 내가 코딩 작업을 끝낸 건 단순한 ‘결과(result)’이지 완전한 성과는 아니니까요. 당연히 상대방은 내가 맡은 일을 끝낼 수 있다는 전제를 이미 갖고 있어요. 따라서 이력서에는 ‘내가 무엇을 완료했다’가 아니라 그 결과로 무엇이 개선됐는지, 더 나아진 부분은 무엇인지 명확한 ‘성과’를 써야 합니다.
프로젝트 성과에서 ‘숫자’는 필수일까요?
이력서를 쓸 때 많은 분이 ‘정량적인 정보’를 강조해야 한다고 얘기하곤 하죠. 저도 이력서 멘토링을 하면서 자주 보는 부분인데요. 때로는 정말 힘겹게 숫자를 짜낸 흔적이 느껴질 정도예요.
물론 숫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에요. 분명 정량적으로 적는 것이 좋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방금 언급했던 것처럼 “API 응답 속도를 2000ms에서 800ms로 줄였다”고 쓰는 건 확실히 “속도를 개선했다”는 말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하나 놓치고 있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상대방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애초에 API 응답 속도가 2000ms까지 올라가는 게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또는 “2000ms에서 800ms로 줄이는 게 과연 어려운 일인가, 쉬운 일인가?” 하는 의문들 말이에요. 이런 의문이 생기면 숫자는 오히려 의미 없는 정보가 됩니다.
이력서를 읽는 사람은 내가 밤낮으로 고생해서 그 숫자를 줄인 건지, 아니면 단순히 챗GPT에게 물어보고 붙여 넣었더니 우연히 개선된 건지,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경우라면 오히려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상황을 구체적이고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에요.

PDF로 제출하세요: 이력서 도구와 기타 영역
노션보다 PDF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요즘은 이력서 매체가 많이 정리된 편이긴 하지만, 꽤 많은 분이 ‘노션(Notion)’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곤 해요. 제가 너무 고리타분한 걸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저나 제 또래 연령층의 인사 담당자들은 대체로 노션 이력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 주위에서 만난 대부분 담당자가 노션 이력서를 불편해 했어요.
화면에 보여드린 이력서는 실제 멘토링 때 받은 노션 이력서를 PDF로 저장한 거예요. 채용 담당자들은 지원자가 많을 때 ‘잡코리아’나 ‘원티드’ 같은 사이트에서 하나씩 클릭하며 이력서를 보지 않아요. 대부분 PDF로 한 번에 내려받아 컴퓨터에서 빠르게 열어보고 닫고 열어보고 닫고 하면서 검토하거든요. 때로는 PDF를 인쇄해서 보기도 하고요.
즉, 빠르게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는 겁니다. 만약 보기에 불편하다면 아예 읽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게다가 지금 보여드린 노션 이력서에서 첫 번째 페이지 상단 40%는 아무 의미 없는 배경 이미지로 차지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첫 장의 비싼 영역이 이렇게 낭비되는 거죠. 좌우 여백도 굉장히 많이 남죠. 노션으로도 정말 가독성 좋게 만들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단순한 방법인 PDF를 추천합니다. PDF가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가장 빠르고 편하니까요.

이력서의 ‘수상’ 영역은 어떻게 채울까요?
이번에는 이력서의 ‘입상’과 ‘수상’ 항목을 살펴볼게요. 제가 멘토링한 이력서 중 하나를 보면, ‘우수상’, ‘대상’, ‘2nd’라고 적혀 있어요. 참 대단한 경험들인데요. 안타까운 건, 많은 분이 이걸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 채 그냥 나열만 한다는 점이에요.
그렇다고 ‘우수상’ 글자에 빨간색이나 무지개색 그라데이션이라도 넣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력서를 읽는 사람은 이 수상이나 입상의 맥락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우수상’이란 타이틀 하나만으로는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 길이 없다는 거죠.
이 우수상이 10개 팀 중 우수상인지, 100개 팀 중 우수상인지, 혹은 내가 수료한 교육 프로그램이 얼마나 어려운 곳이고, 그 중 몇 퍼센트가 수료했는지 같은 정보가 전혀 전달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력서 항목에 무슨 교육 철학이나 기관 설명까지 길게 쓸 필요는 없고요. 그냥 가장 직관적으로, 예를 들어 “100개 팀 중 2위”, “100명 중 10명만 수료”처럼 짧고 명확하게 추가하면 됩니다. 만약 별로 자랑할 만한 성과가 아니라면, 지금처럼 간단하고 소박하게만 적어도 괜찮아요. 다만 일부러 빼지는 마세요.

‘교육’ 영역을 이력서 가장 아래 배치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교육 이력’ 항목을 볼까요? 사실 교육 항목이 이력서 가장 아래에 배치되는 이유는, 웬만해선 교육에서 특이한 이야기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 항목은 주로 내 성실성과 학습 능력을 간단히 보여주는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남들이 다 알 만한 입학이 까다로운 학교에서 높은 성적으로 졸업했다면, 자연스럽게 성실함과 학습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겠죠? 그런데 대부분은 이렇다 할 특별한 스토리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간결하게 쓰시면 됩니다.
여기서 내 학습 능력이나 성실함을 어필할 만한 간단한 스토리가 있다면 넣어보는 것도 좋아요. 가령 “남들보다 2배 노력해서 성적을 올렸다” 같은 표현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작지만, 사소하지는 않은 이력서 작성 꿀팁
혼자 할 수 없는 일: 이력서 피드백 받기
이렇게 힘들게 이력서를 작성했다면, 마지막으로 꼭 피드백을 받아 보세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양식이나 디자인 같은 형식적인 부분보다 “내 이력서의 주제가 잘 전달되는가”입니다.
피드백을 요청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로 나눠서 받으면 좋아요.
- 나와 내 분야를 모두 잘 아는 사람: 직장 동료나 함께 공부한 부트캠프 동료 등
- 나를 알지만 내 분야는 잘 모르는 사람: 형제나 부모님 같은 가족 등
- 나를 모르지만 내 분야는 잘 아는 사람: 같은 분야의 실무자 등
이렇게 다양한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은 다음, 내가 의도한 이력서의 주제와 메시지를 상대방이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하는지를 확인해 보세요. 만약 이들이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이력서 주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입니다. 실제 채용 담당자도 내 의도와 다르게 이해할 가능성이 높아요.
마지막으로 기억할 점은, 채용 담당자가 항상 실무자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거예요. 어떤 경우에는 나를 전혀 모르고, 심지어 내 분야도 전혀 모르는 사람(예를 들어 인사팀 담당자)이 내 이력서를 처음 읽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력서 자체만으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방이 머릿속에 분명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합니다.

한글로 쓸 거면 한글로만, 영어로 쓸 거면 영어로만
사소해 보이지만 이력서의 가독성을 많이 떨어뜨리는 요소가 있어요. 바로 한글과 영어 표기입니다. 많은 분이 제목은 Summary, Project, Skill 같은 영어 단어로 쓰고, 나머지 본문 내용은 한글로 작성하곤 해요.
굉장히 흔한 일이지만, 실수예요. 가능하면 제목과 본문의 언어를 일관되게 통일하는 게 좋아요. 우리가 한국어로 글을 읽다가 갑자기 영어가 나오면, 아무리 쉬운 단어라도 읽는 흐름이 순간적으로 끊기고 맥락이 전환되거든요. Executive Summary 같은 간단한 단어도 잠시 ‘저게 무슨 뜻이었더라?’하면서 멈칫하게 됩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반복되면 집중력이 계속해서 떨어져요. 사람의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은 생각보다 용량이 작아서, 집중력이 조금씩 저하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이력서를 읽기 싫어지고, 결국 내용을 피상적으로 읽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제목과 내용을 전부 한국어로 쓰든지, 아니면 전부 영어로 통일해서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 곳에나 강조하지 않기
추가로 강조 표시에 대해서도 잠깐 말할게요. 이력서를 보면 강조를 과도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굵은 글씨(Bold)로 강조하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코드처럼 보이는 인라인 코드 표시를 사용하는 방법이죠.
이렇게 과하게 강조하면, 오히려 정말로 중요하게 강조해야 할 부분이 흐려져 버립니다. 모든 내용이 같은 수준으로 강조되다 보니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헷갈리는 거죠. 그러니 강조는 정말로 중요할 때, 필요한 부분에만 제한적으로 써야 해요.
참고로 강조할 때도 ‘무엇을(What)’이 아니라 ‘왜(Why)’에 강조를 두세요. 이력서를 읽는 사람들은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가보다, 내가 왜 하게 되었는지를 훨씬 더 궁금해 하니까요.
일관성을 지키는 표기와 줄임말 사용법
또 한 가지 더, 줄임 표현이나 대소문자 표기도 일관되게 하세요. 예를 들어 어떤 기업 이름은 소문자로 쓰는데, 리액트(React)는 갑자기 대문자로 쓴다거나 하면 읽는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줄임말도 마찬가지예요. 갑자기 축약형만 쓰면 읽는 사람은 ‘잠깐 이 약자가 뭐였지?’하고 다시 생각하게 돼요. 그러면 역시 집중력이 흩어지겠죠.
처음 등장할 때는 전체 표기를 먼저 쓰고 괄호 안에 줄임 표현을 넣어준 다음, 이후부터 축약형을 쓰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인사 담당자는 낯선 축약형이나 일관성 없는 표기를 만나면 아예 못 알아차리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작은 부분이지만 꼭 주의해 주세요.
링크는 어떻게 걸어야 할까?
또한 이력서에 링크를 많이 넣는 분들도 있는데요. 특히, 아이콘이나 특정 단어에요. 그런데 아까 PDF로 전환한 파일 보셨죠? PDF로 저장하거나 인쇄하면 링크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요. 채용 담당자가 링크가 있는지조차 모르죠.
그래서 링크를 사용하려면 URL 자체를 그대로 넣으세요. 만약 주소가 너무 길다면 비틀리(bit.ly) 같은 주소 단축기를 써서 짧고 명확하게 넣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보는 사람도 ‘여기에 URL이 있구나’ 하고 바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자신감을 가지세요
마지막으로 이력서의 문체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해 볼게요. 종종 너무 자신감 없는 표현을 쓰는 분들이 있어요. 본인은 이게 겸손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령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같은 표현이죠.
그러니까 “노션 이력서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가 아니라, “노션 이력서를 사용하지 마세요”처럼 나의 입장과 행동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 좋아요. 아직 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부터 그렇게 행동하고 쓰면 됩니다. 굳이 뒤로 물러나듯 겸손한 표현을 하지 않아도 돼요. 과장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나의 현재 상태와 행동을 명확히 전달하면 됩니다.
자신감 없는 표현은 상대방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열심히 스터디하고 있습니다.”라고만 쓰면, 읽는 사람은 그냥 “열심히 사시네요” 정도의 인상만 받아요. 채용 담당자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가 아니라, “그래서 우리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어하죠.
그러니 이렇게 쓰는 게 나아요. “저는 스터디를 꾸준히 하고 있고, 매번 완주하고 있습니다. 제 학습 방식 덕분에 온보딩 기간을 4주에서 2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써야 의미 있는 정보가 됩니다.
자신을 명확하고 담백하게 드러내고,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왜’와 함께 ‘그래서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전달하세요. 이게 이력서를 더 강력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한날 님의 웨비나 콘텐츠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포트폴리오 작성 전략과 요즘IT 독자들의 Q&A를 담을 예정입니다. 아래 ‘알림 받기’ 버튼을 누르면 메일로 안내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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