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BA, MA 직무 이해하기: 같은 데이터, 다른 관점
데이터 분석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이라면, 시작부터 한 가지 난관에 부딪힙니다. 바로 “데이터 분석가(Data Analyst, DA)와 비즈니스 애널리스트(Business Analyst, BA), 그리고 마케팅 애널리스트(Marketing Analyst, MA)는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라는 질문이죠.
모두 데이터를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담당하는 도메인과 업무 목표가 달라 요구되는 역량도 차이가 큽니다.
한편 대기업처럼 데이터 분석 조직이 세분화된 곳에서는 DA, BA, MA의 차이가 명확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이런 구분이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꼭 직무 명칭보다는 채용 공고에 명시된 업무 내용과 요구 역량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이번 글에서는 DA, BA, MA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실제 채용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직무는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같은 데이터, 다른 관점
데이터 분석 직무는 분석하는 도메인(분야)에 따라 명확히 나뉩니다. 각각 직무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DA(Data Analyst, 데이터 분석가)
IT 기반의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등장한 직무입니다. 주로 제품(Product) 중심의 데이터 분석을 수행합니다. 제품 개선을 위해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A/B 테스트 등을 수행하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지원합니다.
BA(Business Analyst,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IT 기반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전통적인 분석가입니다. 비즈니스(Business) 전략 수립을 위한 데이터 분석을 주로 수행합니다. 사업의 주요 지표(KPI)를 설정하고 분석하며, 사업 방향성을 데이터에 기초하여 제시합니다.
MA(Marketing Analyst, 마케팅 애널리스트)
이름 그대로 마케팅(Marketing) 성과를 분석하는 역할입니다. 주로 마케팅 캠페인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인사이트를 찾는 업무를 합니다.
이처럼 같은 ‘데이터 분석’ 직무를 달고 있어도, 담당하는 도메인에 따라 업무의 방향성과 목적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채용 공고 속 DA, BA, MA의 차이 비교하기
실제 기업이 내는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DA, BA, MA 각각의 역할과 특징이 더 명확히 드러납니다. 아래 소개하는 채용 공고 사례는 직무명 구분이 명확히 쓰여 있지 않지만, 내용을 보면 어떤 직무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채용 공고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각 직무의 실제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예시 1: DA 채용 공고

DA 포지션을 모집하는 채용 공고입니다. 특히 ‘Product Owner(PO)’, ‘UX 플로우’, ‘Funnel’ 등 제품(Product) 관련 키워드로 DA 직무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 업무 외에도, 제품 개선에 초점을 맞춘 분석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DA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제품의 다양한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A/B 테스트를 설계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또한, UX 플로우와 퍼널(Funnel) 분석으로 이용자들이 중간에 이탈하거나 전환율이 낮은 구간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업무도 수행합니다.
이러한 업무 특성 때문에 DA는 주로 로그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제품 중심의 분석을 수행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품 담당자(Product Owner 또는 Product Manager)와 자주 협력하게 됩니다. 물론 PO나 PM 외에도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팀과의 협업으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합니다.
그 외로 최근에는 데이터 마트를 직접 설계하고 구축한 경험이 주요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예시 2: MA 채용 공고

이번 채용 공고는 ‘마케팅’이라는 단어와 주요 업무 내용으로 MA 포지션 대상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MA는 주로 마케팅 성과를 측정하는 다양한 대시보드를 설계하고, 이를 자동화하여 운영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엔지니어와 협업을 하거나, 본인이 직접 분석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마케팅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대시보드 하나만으로 모든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MA는 여러 형태의 마케팅 대시보드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쌓게 됩니다.
MA의 데이터 분석 업무는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외부 광고를 활용해 유저를 서비스로 유입시키는 퍼포먼스 마케팅 관점
- 유입된 유저의 리텐션을 높이고 프로모션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온사이트/CRM 마케팅 관점
MA는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관점에서는 유입 채널별로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했는지(고객 획득 수), 각 고객을 확보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들었는지(CAC, 고객 획득 비용) 등을 계산하며 채널의 효율성을 평가합니다. 또한, ‘온사이트/CRM 마케팅’ 관점에서는 유입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모션의 효과나 사용자 유지율(리텐션) 등의 지표를 분석합니다.
즉, MA는 마케팅 활동 전반에 걸쳐 핵심 지표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서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끌어내 마케팅 전략의 방향을 설정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시 3: BA 채용 공고

마지막으로 살펴볼 채용 공고는 BA의 사례입니다. ‘비즈니스 모델(BM)’, ‘재무’, ‘사업 성과 관리’ 등 키워드와 ‘의사결정 지원’이라는 문구로 BA 포지션이라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BA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입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성과 지표를 해석하거나 손익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위 채용 공고에서는 직영, 가맹, 플랫폼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분하고, 각각의 특성에 맞는 거래 흐름과 지표 체계를 설계하는 업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서별로 필요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취합하고 해석하는 능력 역시 중요하게 여겨지죠.
또한, BA는 단지 데이터를 모으고 보고하는 것을 넘어서, 비즈니스 모델별 손익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사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더불어 사업과 재무 관점에서 성과를 예측하고, 목표 대비 달성률 역시 관리합니다. 즉,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식별하고, 관련 부서와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 데까지 관여합니다.
이러한 업무를 잘 수행하려면, 재무나 운영 데이터에 대한 해석 능력과 회사가 속한 실제 사업 영역(도메인)에 대한 경험과 감각이 중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BA는 분석력뿐 아니라 도메인 이해도를 동시에 갖춰야 하는 직무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무 예시로 DA, BA, MA 차이 비교하기
앞서 DA, BA, MA 각 직무가 하는 역할을 전반적으로 설명해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거래액이 감소했다”는 공통 문제 상황을 전제로, 각 직무가 어떻게 이에 접근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더 쉽게 이해하도록, 성형 플랫폼을 만드는 ‘바비톡’이라는 회사의 데이터 분석가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DA의 접근법
DA는 우선 서비스 내 UI/UX 관점에서 전환율이 낮아진 퍼널 구간을 분석하며, 거래액 감소의 원인을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앱 진입 → 상품 상세 페이지 → 장바구니 담기 → 결제로 이어지는 서비스 내 전환 단계(퍼널)의 어느 단계에서 사용자 이탈률이 높아졌는지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달라진 UI, 화면의 오류 발생 여부, UX 불편 요소 등 제품 내부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살펴보게 됩니다.
BA의 접근법
BA는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를 다룹니다. 예를 들어 거래액 감소 원인을 분석해 보니 “날씨에 따라 병원 방문율이 달라져 서비스 이용량이 감소한다”는 인사이트가 나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리더는 “날씨가 좋지 않은 날 방문하는 고객에게 할인 이벤트를 제공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BA는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실제 의사결정에 쓸 수 있는 수치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이처럼 BA는 사업 확장이나 축소, 마케팅 프로모션 기획 등 전략적인 영역의 분석을 수행합니다.
MA의 접근법
MA는 마케팅 활동으로 들어오는 신규 고객(Paid User)의 유입과 진행 중인 프로모션 효과를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진행한 광고 캠페인이나 CRM 마케팅이 거래액 감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거래액 감소가 광고 유입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광고로 들어온 고객들이 프로모션에 반응하지 않아 전환율이 떨어졌는지 등을 분석합니다.
모든 기업에 뚜렷한 구분이 있는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본 DA, BA, MA의 역할은 이상적인 구조를 전제로 설명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회사의 규모나 조직 구조에 따라 데이터 분석 직무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규모가 작은 조직이나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또, MA 업무를 분석가가 아닌 마케터가 직접 수행하기도 하죠. 반대로 쿠팡과 같은 큰 기업에서는 BA를 다시 광고 조직 BA, SCM 조직 BA처럼 더욱 세부적으로 나눠서 운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직무 이름만 보고 지원하기보다는, 반드시 채용 공고에 제시된 ‘업무 내용’과 실제 해당 포지션이 속한 ‘소속 팀’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업팀이나 전략팀에 소속된 분석가라면 BA 성향이 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제품 기획팀이나 R&D(연구개발)팀, Tech(기술)팀, PM(제품 매니저) 조직에 소속한 분석가는 대부분 DA의 성향을 가진 역할을 수행할 확률이 높습니다.
지원자는 어떻게 직무를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런 만큼 ‘데이터 분석가’ 채용 공고를 봤을 때, 이 역할이 내 경험과 목표에 맞는 포지션인지 먼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에게 어떤 데이터 분석 직무가 잘 맞는지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질문을 3가지 준비했습니다.
1. 내가 분석하고 싶은 주요 대상이 제품(서비스), 비즈니스 전략, 마케팅 중 무엇인가?
□ 제품(서비스): UI/UX 개선을 위한 분석가 = DA
□ 비즈니스 전략: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분석가 =BA
□ 마케팅 중심 : CRM 성과 등을 평가하는 분석가 = MA
2. 요구되는 기술 스택(SQL, Python, Tableau, GA 등)이 내 경험과 얼마나 부합하는가?
모든 분석 직무에서 SQL은 필수 역량입니다.
□ 파이썬(Python), 에어플로(Airflow), 깃(git), 마트 설계 등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테크 기반 역량 = DA
□ 태블로(Tableau), 파워BI(PowerBI) 등 대시보드 설계 및 지표 관리 도구에 익숙 = BA
□ GA(Google Analytics)나 앰플리튜드(Amplitude)처럼 마케팅 성과 측정 도구에 대한 이해도 = MA
3. 이 직무에서 성과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KPI)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와 맞는가?
대부분 분석 직무는 매출을 공통 KPI로 삼지만, 실제로 다루는 지표는 팀의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 전환율 등 퍼널 기반 지표= DA
□ 매출, 손익, 고객 생애 가치(LTV) 등 사업 성과 지표 = BA
□ 캠페인 성과, 고객 획득 비용(CAC) 등 마케팅 효율 지표 = MA
이런 질문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포지션을 좁혀보고, 필요하다면 링크드인 검색이나 현직자 커피챗 등을 신청해 정보를 직접 탐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치며: 직무보다 중요한 것은 ‘도메인 이해’
DA, BA, MA라는 직무 이름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포지션이 다루는 도메인과 실제 업무 내용입니다.
같은 DA 직무라고 해도, 기획팀에 속해있는지 마케팅팀에 속해있는지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회사의 규모나 조직 구조에 따라 데이터 분석가가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역할을 융합하여 일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취업을 준비할 때는 직무 이름보다는 채용 공고의 ‘업무 내용’과 ‘소속 팀’의 특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다 정확하고 현실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면, 현직자 네트워킹으로 실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길을 고민하는 분들이 스스로에게 가장 잘 맞는 분석가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