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justify;">아이폰 16e란 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이 폰이 발표되고 나서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주장이 나오는 걸 봅니다. 한쪽에선 “애플이 저가 시장을 포기했다”라고 말하고, 다른 쪽에선 “애플이 프리미엄보다 대중화를 선택했다”라고 합니다. 대체 애플이 무슨 일을 했기에 같은 폰인데 이렇게 의견이 갈라지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조사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플은 그냥 아이폰 16e를 기존에 599달러에 팔리던 아이폰 14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게 끝입니다. 이러면 글 쓰는 제가 욕을 먹겠죠?</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그런데 정말 그렇습니다. 애플이 아이폰 16e를 왜 만들었는지 분석하다가, 이런 결론이 나와서 저도 당황했으니까요. 우리는 아이폰SE의 후계자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냥 저가형 아이폰이었던 겁니다. </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3060/1.png"><figcaption>아이폰 16e 출시 이전, 애플 홈페이지 아이폰 스토어 캡처 이미지. 맨 오른쪽에 있는 599달러짜리 아이폰 14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애플 홈페이지></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3060/2.png"><figcaption>지금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699달러로 보다 고가인 아이폰 15가 맨 오른쪽으로 밀리고, 아이폰 16e가 그 자리를 차지했네요. <출처: 애플 홈페이지></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에이, 설마…”라고 생각하실 분들 계실 겁니다. 멀쩡한 아이폰 14를 놔두고 굳이 아이폰 16e를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이폰 SE 3세대를 굳이 단종할 이유도 없고요. 그런데 없을 것 같은 데 있습니다. 바로 제조 원가 때문입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애플은 한번 제품을 발표하면, 그 폼팩터를 두고두고 돌려 써먹습니다. 아이폰 6 때부터 시작된 전통이죠. 2014년에 나온 아이폰 6 폼팩터를 6s, 7, 8, SE 2, SE 3를 거치면서 2025년까지 팔았던 건 다들 아실 겁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또 애플은 한번 나온 제품을 오래오래 팔기도 합니다. 아이폰16이 발표되면서 아이폰 15, 아이폰 14를 가격만 낮춰서 파는 것처럼요. 사실 공식적으로 단종된 제품이라도, 시장이 있다면 계속 생산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 6s와 아이폰 7은 <a href="https://www.macrumors.com/2019/07/11/apple-exporting-iphone-india-europe/"><u>단종 후에도</u></a> 인도에서 계속 만들어 유럽에 팔았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번 글에서는 애플이 아이폰 16e를 출시한 이유와 이 제품이 애플의 시장 전략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p><div class="page-break" style="page-break-after:always;"><span style="display:none;"> </span></div><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8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3060/iphone16e-digitalmat-gallery-1-202502.jpg"><figcaption>아이폰 16e <출처: 애플 홈페이지></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모든 아이폰은 과거의 아이폰과 싸운다</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진짜 문제는 아이폰 17이 출시될 올해입니다. 현재 애플 아이폰 라인업은 아이폰 16 프로 - 아이폰 16 - 아이폰 15 - 아이폰 14 이렇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서로 비슷해 보이면서도, 각각의 특징이 꽤 뚜렷하게 나눠집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올해 라인업은, 아이폰 16e가 없었다면, 아이폰 17 프로 - 아이폰 17 - 아이폰 16 - 아이폰 15가 됩니다. 이게 애플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한 상황인데요. 아이폰 16과 아이폰 15는 후면 카메라 배열이 다른 것 정도를 빼면, 실사용자 관점에서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실제 성능 차이가 미미하고, 다이나믹 아일랜드 및 USB-C도 똑같죠. 램이 6GB밖에 안 된다고요? 솔직히 램 적은 건 일반 사용자는 눈치도 못 챕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도 못 쓰지 않냐고요? 현재 애플 인텔리전스, 누가 신경 쓰고 있나요?</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최신 아이폰을 사려는 사람이 아니라, 599달러 아이폰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에 있는 아이폰 16의 장점이 가격에 다 밀립니다. 거기에 이미 사골 단계에 접어든 아이폰 X 계열(노치 디스플레이) 폼팩터에 비해, 아이폰 15 계열(다이나믹 아일랜드 디스플레이) 폼팩터의 제조원가가 더 높고요. 한마디로 제조 원가는 큰 차이가 없는데, 100달러 더 싼 제품(아이폰 15)이 더 많이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겁니다. 마진이 박해지니 정말 무서운 상황이죠. </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3060/3-1.png"><figcaption><출처: 캔바, 작가 편집></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여기에 아이폰 16e가 투입되면 올해 예상 라인업이 이렇게 바뀝니다. 아이폰 17 프로 - 아이폰 17- 아이폰 16 - 아이폰 16e로요. 아이폰 X 계열의 사골 디자인을 답습하고, 카메라를 하나 빼면서 제조 원가를 줄였습니다. 외관상 확실하게 아이폰16과 차별화할 수도 있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단순해 보이지만, 아이폰에서 <a href="https://asia.nikkei.com/Business/Technology/iPhone-15-teardown-reveals-10-costlier-parts-than-2022-flagship"><u>제일 비싼 값을</u></a> 자랑하는 부품인 디스플레이, 카메라 센서를 싸게 바꿔서 제조 원가를 꽤 줄인 겁니다. 프로세서도 좀 저렴한 걸 썼고요.</p><p style="text-align:justify;"> </p><ul><li style="text-align:justify;">프로세서는 같은 애플 A18을 썼지만 일반 아이폰 16이 5코어인 반면, 16e는 4코어로 성능이 떨어집니다. 아이폰 16 긱벤치 점수보다 15% 정도 <a href="https://www.macrumors.com/2025/02/21/iphone-16e-geekbench-binned-a18-chip/"><u>낮다고 합니다</u></a>(아이폰14보다는 메탈스코어 기준, <a href="https://browser.geekbench.com/v6/compute/3791215"><u>22478</u></a> vs <a href="https://browser.geekbench.com/ios_devices/iphone-14"><u>20473</u></a>으로 10% 정도 높습니다.) .</li><li style="text-align:justify;">디스플레이 부품값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아이폰 14 디스플레이 교체 비용은 420,000원,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채택한 아이폰 14 프로 디스플레이 교체 비용은 489,900원으로 8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공임 포함).</li><li style="text-align:justify;">카메라는 하나만 달린 데다 16 프로 초광각 카메라에 달린 1/2.55인치 크기의 작은 센서를 사용했습니다(아이폰 16은 1/1.56인치 크기 센서).</li><li style="text-align:justify;">맥세이프를 빼고 무선 충전 속도도 7.5W에 불과합니다. 맥세이프 무선 충전의 절반이죠.</li></ul><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대신 그냥 바꾸면 너무 속 보이니, 애플 인텔리전스를 내세우면서 램을 늘렸습니다. 저장 공간도 128GB부터 시작하고, 애플에서 직접 만든 모뎀칩을 사용해 배터리 성능도 향상했습니다. 퍼포먼스와 배터리 성능, 이 두 가지가 저가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거든요. </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렇게 되면 아이폰 18이 나와도 괜찮습니다. 아이폰 17e를 출시하면 되니까요. 역시 프로세서를 적당히 좋은 거 넣어주고, 노치 디스플레이에 카메라 1개를 유지하면서 599달러 모델의 전통을 유지해 나갈 겁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아이폰처럼 비싼 제품에서 제조 원가가 그리 중요할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야 우리 팀 쿡입니다. 적어도 천만 대 단위로 팔리는 기기라서, 단돈 10달러 차이라도 전체적으로는 큰 차이를 부릅니다. 만약 600달러짜리 아이폰이라면 제조 원가를 300달러 정도에 맞춰야 하는데, 제조원가 <a href="https://www.digitimes.com/news/a20241004PD214/apple-iphone-component-cost-production-profit.html"><u>395~420달러 정도</u></a>였던 아이폰 15가 599달러 폰이 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뭐, 애플 주장대로 애플 인텔리전스 문제도 있었을 거고요.</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한때 아이폰 5c도 있었습니다</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습니다. 2013년에 나왔던 아이폰 5C가 그런 제품이었죠. 컬러풀한 플라스틱 케이스를 입은 채로, 아이폰 5s와 함께 출시된 스마트폰인데요. 까봤더니 아이폰 5를 케이스 갈이만 한 제품이었습니다. 아이폰 5에 비해 제조 원가도 10% 절감하고, 저가폰으로 내려올 아이폰 5도 단종시킬 수 있었으니 효자 상품이 되어야 마땅했지만 망했죠. 애플에선 전체 판매량의 50% 정도를 차지할 거라고 기대했다가, 20% 정도밖에 안 나와서 빠르게 단종시킨 제품입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후 중국 시장 진출과 함께 화면을 키운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를 내놓으며 대성공을 거두긴 했지만요.</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3060/4-1.png"><figcaption><출처: 캔바, 작가 편집></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그로부터 3년 후에 나온 아이폰 SE(2016)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폰 6가 저가폰 위치를 차지할 것 같자, 쓱 등장해서 그 위치를 몸으로 막았습니다. 무려 2017년까지요. 그러다 애플이 초고가폰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서, 2020년 초까지 아이폰 SE라는 존재는 없어지게 됩니다. 사실 아이폰 X 출시 이후 최근 몇 년간이 어찌 보면 꽤 혼란스러웠던 시기입니다. 판매량은 줄었는데 매출은 늘어나고, 그래도 판매량이 주니까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는데 딱히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거든요. 아이폰 미니나 플러스라고 이름 붙은 기기가 그렇습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2020년에 나온 아이폰SE 2세대가 꽤 잘 팔려서 다시 균형을 좀 찾아가나 싶었는데, 결국 잘 안됐죠. 중간에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도 있고 가격 인상도 있어서 그랬습니다. 덕분에 아래 자료처럼, 아이폰 14부터는 가격이 왜 이런 건지 혼란스러운 시기까지 도래합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3060/5.png"><figcaption>아이폰 12가 $599부터인데, 아이폰 13도 $599부터…? 아이폰13 미니 가격 때문에 그렇습니다. <출처: 애플 홈페이지></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아이폰 16e, 아이폰 라인업을 재정비할 수 있을까?</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그러다 아이폰 16e가 나왔습니다. 아이폰 16e가 나오면서 꿋꿋하게 가격을 안 내리고 버티던 아이폰 SE 3세대(429달러, 2022)와 599달러짜리 아이폰 14(2022)가 함께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실 처음 들었던 상반된 두 가지 주장은, 이 두 폰이 함께 단종되는 바람에 나왔습니다. </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아이폰 16e를 아이폰 SE 후계자로 보는 사람은 “애플이 저가 시장을 포기했다”라고 보는 거고, 아이폰 16e를 아이폰 14(그리고 15) 대체품으로 보는 사람은 “프리미엄보다 대중화를 선택했다”라고 하는 거죠. SE라고 보기엔 너무 비싸고, 아이폰 14보단 훨씬 나은 제품이니까요.</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애플 입장에서는 이제 599(e 시리즈), 699(작년 폰), 799(올해 폰), 999(올해 프로)의 라인업을 딱 갖추겠다는 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899짜리 아이폰 에어(추정)를 집어넣으면,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완성합니다. (완벽하군요! …는 농담이고요.) 아무튼 이제 아이폰 라인업을 좀 정돈할 때가 되긴 했습니다. 아이폰17부터는 디자인 변경이 있을 것 같은데, 예전처럼 디자인 바뀌었다고 판매량이 확 늘어나는 일도 더 없을 것 같고요. 부품 원가가 올라, 예전처럼 저렴한 아이폰 SE도 다시 나오긴 어려우니까요. </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3060/6.png"><figcaption>2025년 2월 일본 스마트폰 판매량. 아이폰 16이 나왔지만 아이폰 15와 14가 더 잘 팔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a href="https://www.bcnretail.com/research/ranking/monthly/list/contents_type=110"><u>bcnretail</u></a>></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그럼 “저가형 아이폰을 포기하면 안 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안 됩니다. 비싼 아이폰 프로가 처음에는 많이 팔려도 결국 일반 모델이 가장 팔린 아이폰이 되는 이유가, 아이폰 프로는 <a href="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235"><u>북미</u></a>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9412"><u>중국</u></a> 같은 시장이 큰 나라 위주로 잘 팔려서 그렇습니다. (카운터포인트가 <a href="https://www.cio.com/article/3616701/%EA%B5%AD%EA%B0%80%EB%B3%84-%EB%B2%A0%EC%8A%A4%ED%8A%B8%EC%85%80%EB%9F%AC-%EC%8A%A4%EB%A7%88%ED%8A%B8%ED%8F%B0%EC%9D%80%C2%B7%C2%B7%C2%B7-%EC%B9%B4%EC%9A%B4%ED%84%B0%ED%8F%AC%EC%9D%B8%ED%8A%B8-8.html"><u>내놓은 보고서를</u></a> 보면, 2024년 9월 기준 미국 시장 판매량 1~2위, 중국 시장 1~2위가 모두 아이폰 프로였습니다.) </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아이폰은 전 세계에 팔리고, 다른 나라에선 아이폰이 <a href="https://canalys.com/newsroom/worldwide-smartphone-market-2024"><u>북미만큼 팔리지</u></a> 않거든요(동유럽, 동남아, 남미, 인도 등은 삼성과 샤오미가 강세입니다). 이유야 당연히 비싸서 그렇고, 그런 시장에 아이폰을 팔려면 저가 아이폰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아이폰은 리퍼비시나 중고 시장도 꽤 크지만, 그런 시장도 일단 새 아이폰이 팔려야 만들어지니까요.</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애플은 아이폰 16e 출시로, 이제 새로운 아이폰 라인업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허세를 빼고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요. 부디 아이폰 미니나 플러스 모델처럼 실패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span style="color:#999999;">(맥세이프 기능을 빼버린 것 때문에, 저는 사려다 관뒀지만요.)</span></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color:#999999;">©️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