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N이 웹사이트를 우회하는 방법

‘VPN’, ‘펌웨어’, ‘DNS’ 같은 익숙한 듯 낯선 IT 용어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 시리즈에서는 이런 기초 IT 개념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단순히 용어만 아는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쌓는 걸 목표로 한다.

다들 카페나 공항, 도서관 같은 곳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써 본 경험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편리하긴 하지만, 이런 공용 네트워크는 사실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 같은 네트워크에 접속한 누군가가 인터넷 활동을 몰래 들여다볼 수도 있고, 이메일, 메신저, 금융 정보 같은 민감한 데이터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 사설망)이다. VPN은 공용 네트워크(인터넷)를 통해 데이터를 마치 사설망처럼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공용 도로에서 마치 나만을 위한 전용 터널을 만들어 달리는 것(우회)과 같은 원리다. 이 글에서는 VPN의 개념부터 작동 방식, 실생활에서 왜 필요한지를 쉽게 풀어 설명하겠다.

• 밑에서 언급하겠지만, 실제로 VPN이 데이터를 보호하는 핵심 원리는 암호화(Encryption)와 터널링(Tunneling) 기술이다.

VPN의 등장 배경

인터넷 초창기엔 대부분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에서만 접속했기 때문에, 보안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기업들이 글로벌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보안 이슈는 점점 더 중요해졌다.

당시 기업들은 외부에서도 사내 시스템에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사설망(Private Network)을 따로 구축했다. 문제는 이 방식이 구축과 유지에 비용이 많이 들고,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특히 원격 근무나 재택근무가 생기며, 집이나 출장지에서도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VPN이다. VPN을 사용하면 별도의 사설망을 만들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사설망 수준의 보안 연결을 구성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줄이고 보안도 강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해법이었다. 이후엔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보호 수단으로 VPN 사용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 요즘은 VPN이 인터넷 검열이 심한 국가에서 차단된 웹사이트를 우회하거나, 넷플릭스처럼 지역 제한이 걸린 콘텐츠를 다른 국가 IP로 접속해 보는 용도로도 자주 활용된다.

VPN이란 무엇인가?

VPN의 개념

VPN(Virtual Private Network)은 공용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데이터를 사설망처럼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인터넷 연결을 마치 ‘내 전용 보안 터널’처럼 감싸주는 보호막 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일반 인터넷 연결은 엽서처럼 누구나 내용을 훤히 볼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가 오간다. 반면 VPN을 사용하면, 편지를 두꺼운 봉투에 넣고 봉인해서 보내는 것처럼, 외부에서 내용을 볼 수 없게 암호화된 상태로 전달된다.

VPN의 작동 원리

VPN은 단순히 IP 주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사용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기본적인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VPN을 켜면, 사용자의 기기(컴퓨터, 스마트폰 등)와 VPN 서버 사이에 암호화된 터널 형태의 보안 연결이 생성된다.
2. 데이터가 암호화되어 전송된다. 즉, 온라인에서 주고받는 정보가 외부에서 읽을 수 없는 형태로 변환된다. 해커나 네트워크 감시자가 데이터를 가로채더라도 내용을 해독할 수 없다.
3. 이후 VPN 서버를 거쳐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며, 웹사이트에서는 내 실제 IP 주소가 아니라 VPN 서버의 IP 주소만 보이게 된다.
4. 웹사이트나 서비스는 사용자의 실제 위치가 아닌 VPN 서버의 위치를 기반으로 접속을 감지한다. 이 덕분에 사용자는 지역 제한이 걸린 콘텐츠에 접근할 수도 있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도 있다.

VPN이 웹사이트 우회에 사용되는 원리

VPN은 단순히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IP 주소를 숨기고 다른 위치에서 접속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능도 한다. 이 기능 활용하면 특정 국가에서 차단된 웹사이트에도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에서는 특정 뉴스 사이트나 유튜브 영상, SNS 서비스가 정부나 기관에 의해 차단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VPN을 이용해 해외에 위치한 서버에 먼저 접속한 뒤, 그 서버를 통해 해당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마치 그 나라에서 접속한 것처럼 인식된다. 다시 말해, 직접 접속하면 막히는 사이트도 VPN 서버를 우회 경로로 삼아 접근하면 차단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은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볼 때도 유용하다. 넷플릭스는 국가마다 제공하는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VPN으로 미국이나 일본 서버에 접속하면 그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한국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즉, VPN은 보안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위치 기반으로 제한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VPN의 기술적 이해 (심화 과정ver)

이제부터는 VPN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조금 더 기술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심화 파트다. 최대한 쉽게 풀었지만, 약간 어려워질 수 있으니 천천히 읽어도 괜찮다. 천천히 따라오다 보면 흐름이 잡힐 것이다.

VPN과 프록시 서버의 차이

VPN과 헷갈리기 쉬운 개념 중 하나가 프록시 서버다. 둘 다 IP를 숨기고 위치를 바꾸는 데 쓰이긴 하지만, 기능에는 차이가 있다. 프록시는 보통 웹 브라우저 같은 특정 앱에서만 작동하며, IP 주소를 변경해주는 게 주된 역할이다. 하지만 데이터 자체는 암호화되지 않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는 취약하다. 반면 VPN은 기기 전체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암호화해서 보호하고, 더 넓은 범위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

암호화 방식과 터널링 기술

VPN의 핵심은 암호화와 터널링이다.

• 암호화(Encryption)는 데이터를 외부에서 해석할 수 없도록 변환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해커나 감시자가 데이터를 가로채더라도 내용을 알아낼 수 없다.
• 터널링(Tunneling)은 사용자와 VPN 서버 사이에 안전한 가상 통로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통로를 통해 암호화된 데이터가 오가기 때문에 도중에 누가 훔쳐보더라도 정보가 보호된다.

VPN 프로토콜

VPN이 작동하려면 그 기반이 되는 ‘통신 규칙’, 즉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어떤 프로토콜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보안성, 속도, 안정성 등이 달라진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 OpenVPN: 가장 널리 쓰이는 프로토콜로, 강력한 보안성과 유연성을 제공한다.
• L2TP/IPSec: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호환되지만, 설정이 약간 복잡할 수 있다.
• WireGuard: 최신 프로토콜로, 가볍고 빠르며 보안성도 뛰어나다.
• IKEv2/IPSec: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유리한 프로토콜. 이동 중 연결이 자주 끊기는 환경에서도 빠르게 재접속할 수 있다.
• PPTP: 가장 오래된 프로토콜 중 하나로, 속도는 빠르지만 보안이 매우 취약해서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안전하게 VPN을 사용하려면

VPN은 그냥 설치하고 켜는 걸로 끝이 아니다. 어떤 VPN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보안, 속도,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래 기준을 참고해서 내 환경에 맞는 VPN을 골라보자.

VPN을 선택할 때 고려할 점

• 노로그 정책(Zero-Log Policy)

사용자의 접속 기록이나 활동 로그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노로그’를 표방하는 VPN 중에서도 실제로는 접속 시간이나 대역폭 정도는 수집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꼼꼼히 읽어보는 게 중요하다.

• 프로토콜 지원

OpenVPN, WireGuard, IKEv2/IPSec 같은 보안성 높은 프로토콜을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선택 가능한 프로토콜이 많을수록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속도와 서버 수

서버 수가 많고, 사용자의 위치와 가까운 서버가 있을수록 속도 저하가 적다. 서버 품질이나 사용자 밀집도도 고려해야 한다.

• 서비스 본사가 위치한 국가

VPN 회사가 있는 국가의 법률도 중요하다. 일부 국가는 정부가 사용자 데이터를 요청하면 제공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14 Eyes’로 알려진 정보 공유 협정 국가(미국, 영국, 캐나다 등) 소속인지도 체크해두면 좋다.

• 다중 기기 지원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기기에서 동시 접속이 가능한지 확인하자. 기기 수 제한이 걸려 있는 VPN도 있다.

• 사용자 리뷰와 투명성

실제 사용자들의 평가나,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지도 확인해보자. 특히 무료 VPN은 광고 과다 노출, 악성코드 삽입, 개인정보 판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VPN 사용 시 고려할 보안 위험

VPN이 보안을 강화해주는 건 맞지만, 절대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일부 스트리밍 사이트나 웹사이트에서는 VPN을 감지해서 접속을 차단하기도 한다. 또 국가에 따라 VPN 사용 자체가 불법이거나, 정부의 허가를 받은 VPN만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는 불법적인 VPN 사용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으니, 해당 국가의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무료 VPN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몰래 수집하거나, 제3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보안을 강화하려고 쓰는 VPN이 오히려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디지털 환경이 발전할수록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공공 와이파이처럼 보안에 취약한 환경에서는 VPN이 유용한 보호막이 될 수 있다. 이제 VPN이 뭔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했다면 직접 사용해보면서 보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체감해보자. 작은 보안 조치 하나가 예상보다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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