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도하는 로봇 혁신 ‘로봇’이란 본질적으로 스스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자율성을 구현하려면 높은 수준의 지능이 필수적인데,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AI 기술이 바로 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AI의 발전은 단순한 산업용 로봇을 넘어 인간과 유사한 형태와 기능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휴머노이드 분야에 투자하는 이유도 바로 AI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휴머노이드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Optimus - Gen 2 <출처: Tesla>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모델 ‘옵티머스’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제품으로 키우겠다며, 대중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OpenAI, 메타, 엔비디아 등 AI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여러 기업들이 다음 핵심 기술로 휴머노이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로봇의 시장의 중심축이 휴머노이드로 이동하는 가운데, 오늘의 주인공인 애플은 늘 그래왔듯 시장의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특유의 독자적인 전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애플이 구상하는 로봇 전략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인간을 닮지 않은 로봇작년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 ‘타이탄’을 중단한 애플은 곧바로 로봇 개발에 눈을 돌렸습니다. 주목할 점은 많은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는 휴머노이드가 아닌 비인간형 로봇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애플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의 로봇을 준비 중입니다. 이동형 로봇: 이 로봇은 집 안에서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다양한 도움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주방에서 요리할 때 곁에서 레시피 영상을 보여주거나, 화상회의 중 사용자의 움직임에 맞춰 화면 각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식입니다.탁상형 로봇: 고정된 위치에서 아이패드와 비슷한 디스플레이에 로봇 팔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현재 코드명 “J595”로 불리며, 이르면 2026년경 1,000달러의 가격대로 출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애플은 이 로봇들을 통해 집안의 보안 감시, 가전제품 제어, 엔터테인먼트, 원격 소통 등 스마트홈의 핵심 기능을 포괄하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홈 생태계의 중심 허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제 ‘감성’을 곁들인흥미로운 점은 외형은 비인간적이지만, 애플은 오히려 더 진정한 인간성을 부여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2월, 애플 머신러닝 연구팀은 픽사의 ‘룩소(Luxo)’ 램프를 연상시키는 로봇 램프 시제품 시연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외형은 평범한 스탠드 조명이지만,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사람의 행동을 인식하고 상호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손짓에 따라 불빛의 방향을 바꾸거나, 책상 위의 컵을 밀어내며 “물 한 모금을 마셔보라”라는 듯한 재치 있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ELEGNT Video Demonstration <출처: Apple> 또한 음악을 틀면 박자에 맞춰 몸체를 춤추듯 움직이고, 불빛을 깜빡이며 마치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 언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제스처와 같은 비언어적 표현인데,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를 자연스럽게 구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 비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작은 인간적 표현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치 강아지들이 앉고, 돌고, 하이파이브만 하더라도 이쁨을 받는 것처럼 말이죠. 즉, 비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제품의 의인화를 통해 오히려 더욱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최근 애플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표현력이 풍부한 모션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엿보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애플의 기존 제품 철학과 맥을 같이 하며, 사용자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MOTION: Expressive Motion Sequence Generation for Humanoid Robots with In-Context Learning <출처: arxiv> 애플의 로봇 전략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앞서 비슷한 맥락에서 출시된 비전 프로(Vision Pro)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XR(혼합현실), AR(증강현실) 시장에서 선글라스처럼 가볍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전환되는 추세 속에서, 무겁고 고성능의 헤드셋 형태 제품을 출시하며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비전 프로가 출시된 시점은 생성형 AI가 급부상하던 시기였는데요. 경쟁사 모두가 AI 기술력을 자랑하던 때에 자신들이 트렌드를 이끌겠다며 내놓았던 제품이기에 부족한 성과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애플이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애플카’ 프로젝트까지 포기하면서, 로봇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기에 이번 비휴머노이드 전략의 성패는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세대 하드웨어 혁신을 이어가려면, 이번 전략이 반드시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비전 프로 사례처럼 시장에서 고립되지 않고 실질적인 효용성을 인정받으려면, 독창성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명확한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휴머노이드 vs 비휴머노이드테슬라로 대표되는 휴머노이드 전략과 애플의 비휴머노이드 전략은 시작부터 목표까지 크게 다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형태와 크기를 모방해 이족 보행과 손동작까지 구현하는 반면, 애플의 비휴머노이드 로봇은 램프나 태블릿 같은 가전 형태에 로봇 팔과 센서, AI를 탑재한 ‘숨은 로봇’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외관의 차이는 기술 난이도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휴머노이드는 걸음걸이 균형 제어, 섬세한 손동작, 충돌 회피 등 여러 로봇공학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반면, 애플의 탁상형이나 이동형 로봇은 제한된 공간과 용도에서 작동하기에 상대적으로 구현이 수월합니다. 바퀴로 이동하거나,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는 기술은 이미 우리가 로봇청소기와 AI 스피커 등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기술 난이도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상용화 시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테슬라나 Figure의 휴머노이드는 여전히 개발 중이며, 출시되더라도 기업용이나 연구용으로 높은 가격에 한정 판매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머스크가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를 자신하고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를 가정에서 안전하고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애플의 로봇은 1~2년 안에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으며, 비록 활용 범위는 제한적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용적인 도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휴머노이드와 비휴머노이드 비교표 <출처: 작가 편집> 로봇 산업의 미래두 갈래로 나뉜 로봇 전략의 경쟁은 향후 로봇 산업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테슬라가 대표되는 휴머노이드 전략이 성공한다면, 공장과 거리, 심지어 우주 개발 현장에서도 인간 형태의 로봇이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노동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경제 구조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간은 관리와 창의적 기획에 집중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은 로봇이 대신하는 새로운 산업 혁명이 시작될 수 있죠. 반면, 애플의 비휴머노이드 로봇 접근법이 성공을 거둔다면, 로봇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일상 속 가전제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겁니다. 램프나 스피커 형태의 로봇들이 가정마다 자리 잡고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교감하며 지원하는 모습은, 기술이 인간 생활에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또 다른 미래를 보여줄 것입니다. 애플이 개척하는 가정용 로봇 시장은 기존 스마트폰,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장하여 개인 로봇 비서 시대의 문을 열 수 있으며, 로봇을 인간의 동반자로 인식하게 하는 문화적 변화를 이끌 수도 있습니다. 로봇 산업 전망 <출처: 작가 편집> 물론 이 두 가지 전략이 완전히 별개로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결국 가정에 들어오고, 비휴머노이드 로봇도 점차 진화하여 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즉, 시간이 흐르면 두 접근법이 수렴할 것이며, 그 여정과 전략이 다를 뿐입니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점은, 애플이 다시 한번 “남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차별화된 애플의 로봇 전략’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비전 프로의 사례 때문입니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독자적인 접근만으로는 시장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습니다. 애플이 이번 로봇 사업에서 비전 프로의 실패를 딛고 다시 한번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 여부가 앞으로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