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온라인에 돌아다니던 이 사진 본 적 있으신가요? <출처: 배달의민족 공식 페이스북> 바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첫 사옥에 붙어있던 포스터입니다. 지금이야 엄청난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저 포스터가 화제가 될 당시(약 10년 전)만 해도 우아한형제들은 사내에서 다양한 제도와 문화가 활발히 실험되고 있던 시기였죠. 그리고 조직관리 분야에선 이를 ‘인큐베이팅(incubating)’ 기간이라고 부릅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아한형제들은 자유분방함과 키치함을 떠올리게 하는 브랜딩, 마케팅으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스터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회사와 구성원 간의 중요한 약속들마저도 정말 우아한형제들답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적인 화법, Key Message만을 남기는 간결한 문장, 그 안에서도 적절한 유머를 잊지 않는 유쾌함까지. 누가 봐도 우아한형제들의 화법과 언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죠. 진짜 브랜딩은 우리 안에서부터 그런데 이 메시지가 외부 고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의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름지기 브랜딩이란 우리 브랜드를 알리고, 많은 사람들을 우리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인데, 그 화살표가 내부를 향하고 있다는 게 다소 낯선 지점이기도 하죠. 이렇게 회사 조직의 문화, 제도, 인재상과 경영방식에 이르기까지 회사 내부를 브랜딩하는 일련의 행동을 바로 ‘인터널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라고 부릅니다. 좋은 브랜딩 활동을 위해 혹은 기업의 문화나 제도 자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설계하기 위해, 회사 내부에서부터 명확한 브랜드 DNA를 갖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터널 브랜딩이죠. 하지만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도 이 인터널 브랜딩에 대해서는 조금 생소하거나, 혹은 대략적인 느낌만 아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꽤 큰 규모를 갖추고 있음에도 인터널 브랜딩 자체를 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이 여전히 많고, 설사 인터널 브랜딩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개념과 목표를 제대로 정립하고 실행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랜딩의 출발점은 언제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는 만큼, 이 인터널 브랜딩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애드위크(Adweek)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 안에서 사용되는 인터널 브랜딩 관련 예산이 10년 전보다 약 38%가 증가했고, 20년 전에 비해 무려 85%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는 ‘인터널 브랜딩’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들도 해소해 보고자 합니다. 더욱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위해 스스로 묻고 답하는 Q&A 방식으로 글을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Q. 인터널 브랜딩은 담당자가 따로 있나요?인터널 브랜딩에 대해 소개하고 나면, 곧장 돌아오는 질문이 “인터널 브랜딩은 담당자가 따로 있나요? 또는 별도로 전담하는 조직이 있나요?”라는 질문입니다. 브랜딩 분야도 점점 그 역할에 따라 조직과 직무가 세분화되는 만큼, 인터널 브랜딩에도 스페셜리티를 가진 전문가, 전문 조직이 있는지부터 궁금해지는 것이죠.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니겠지만, 이건 조직의 규모와 상황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게 구분됩니다. 규모가 큰 대기업은 HR 조직에서 직접 인터널 브랜딩까지 챙기는 케이스가 많지만, 또 일부는 회사 내부의 마케팅 조직에서 그 역할을 함께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는 인터널 브랜딩을 조직 문화 차원에서 볼 것인지, 브랜딩(혹은 마케팅) DNA의 강화 차원에서 볼 것인지에 따라 무게 중심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unsplash> 다만 적어도 후자의 입장으로 접근한다면 가급적 사내에서 브랜딩을 담당하는 조직이 이 인터널 브랜딩의 역할까지 품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사실 제품이나 서비스라는 게 결국은 그걸 만드는 사람들을 투영한 결과물임을 여러분도 알고 계실 텐데요. 그렇다 보니 그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페르소나를 제일 잘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 담당자가 내부의 브랜딩 DNA도 가장 잘 설계할 수 있는 거죠. 또한 내부를 위한 인터널(internal) 브랜딩과 외부를 위한 익스터널(external) 브랜딩이 한곳에서 이뤄지면, 브랜딩 활동을 위한 자산들도 훨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혹시 “저는 제품 브랜딩만 담당해도 너무 벅차서 내부 브랜딩까지 신경 쓰긴 힘들어요.”라고 하는 분들은 HR이나 마케팅 조직의 도움을 얻어,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분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인터널 브랜딩의 상위 컨셉 만큼은 꼭 내부 브랜딩 담당자의 손을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본질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Q. 그런데 인터널 브랜딩은 언제 하는 건가요? 자주 받는 질문 중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그럼 인터널 브랜딩은 언제 하는 건가요?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해야 하나요? 아니면 브랜드가 론칭된 후에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엔 비교적 명확한 답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바로 “인터널 브랜딩은 항상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사실 인터널 브랜딩은 결과에 따라 대처하듯이 하려면 이미 그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담당자가 먼저 니즈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브랜딩이라는 게 인식을 선점하는 게임이란 걸 떠올려본다면, 인터널 브랜딩 역시 다를 바가 없는 것이죠. 회사에 다니다 보면 주변 동료들과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 분위기가 이렇진 않았는데, 올해는 정말 별로인 것 같아”라거나, “그 사람이 담당자로 있을 때는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요즘은 일이 이상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라는 말들이요. 그런데 실제로 회사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요인을 파악하면, 그 요인을 꼭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 내부의 여러 상황이 맞물려 일어나는 일임에도, 사람들은 그 이유를 하나의 요소나 특정인으로부터 찾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죠. 그 때문에 뭔가 상황이 벌어지고, 그 요인이 이미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을 때 이를 바로잡으려고 부랴부랴 인터널 브랜딩을 해보려고 하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조직, 우리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이고, 현재 우리는 그 방향으로 잘 걸어가고 있는지를 체크한 다음 이에 필요한 활동들을 먼저 제안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죠. 따라서 인터널 브랜딩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좋은 가치를 끊임없이 먼저 선보이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늘 레이더를 켜두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널 브랜딩이 ‘올 타임(all-time) 브랜딩’이란 별명을 가진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니까요. Q. 인터널 브랜딩을 꼭 해야만 할까요? 다른 중요한 것들이 차고 넘치는데도요? 앞서 한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한번 생각해 보죠. 우아한형제들은 왜 그렇게 인터널 브랜딩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요? 분명 그때는 자금도 넉넉지 않은 작은 스타트업이었고,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경쟁자들 속에서 자기방어를 하는데 더 열을 올려도 시원찮았을 텐데 말이죠. 그건 바로 내부에서부터 시작된 브랜딩이 자신들의 상품, 서비스, 고객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크게는 브랜드 세계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회사 구성원 모두를 브랜드에 관여하는 사람들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한 것이죠. 책 ⟪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의 저자이자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벤앤제리스 등의 수석 컨설턴트이기도 한 더글라스 홀트(Douglas B. Holt) 교수는 인터널 브랜딩과 관련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만약 내가 10만 달러의 예산을 가진 어느 스타트업의 브랜드 담당자라면, 나는 그 돈 전부를 인터널 브랜딩에 쓰겠습니다. 그렇게 뿌리내린 브랜딩 문화는 결국 시간이 지나 1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를 탄생시킬 테니 말입니다.” 이런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는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곳에는 언제나 본인과 그 브랜드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브랜드는 훨씬 단단하고 매력적인 브랜딩 활동들을 펼칠 수 있죠. 그들은 스스로 브랜드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인 만큼, 그 어떤 브랜드 자산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니까요. 더불어 인터널 브랜딩이 잘 이뤄지는 회사는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데도 매우 유리합니다. 요즘은 각종 커뮤니티, SNS를 통해서 내부 브랜딩 활동들이 외부로 바이럴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물론 이런 노력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 문화에 대한 홍보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도 맞지만 사실 진짜 장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인터널 브랜딩을 통해 우리 회사, 우리 브랜드의 인재상이 자연스럽게 구축된다는 사실이죠. 내부적으로 브랜딩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조직은 채용담당자는 물론이고, 회사의 각 구성원들이 ‘아, 저 사람은 우리 회사와 잘 맞겠다’, ‘저 사람은 우리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는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겠다’라는 것을 미리 가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공통된 기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미 인터널 브랜딩을 통해서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에 대한 이유와 기준이 명확한 상태기 때문이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람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역시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그러니 인터널 브랜딩은 그 영향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출처: unsplash> Q. 인터널 브랜딩,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우리가 일을 할 때 제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는 부분이 어디일까요? 직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가 아마도 ‘커뮤니케이션’을 꼽을 겁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해 보면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출근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죠. 그리고 이 커뮤니케이션에는 각자에게 맞는 여러 도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말과 글이 핵심이 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인터널 브랜딩은 다른 무엇보다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브랜딩하는 역할이 큽니다. 즉, 우리가 좋은 브랜드, 좋은 조직,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쓰고 말할 것인가를 구체화해 가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죠. 여러분 역시 누군가와 친해지면 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큰 영향을 받을 겁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모이면 작게나마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어떤 형태로든 힘을 갖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죠. 따라서 인터널 브랜딩은 거창하게 생각하기보다, 신속하고 가벼운 것들부터 시작해 보는 게 좋습니다. 한 줄 문구를 프린트해서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 한 벽면에 붙일 수도 있고, 사내에서 쓰는 업무 툴에 올리는 공지문 혹은 올핸즈 미팅이나 타운홀 미팅 같은 전체 회의 때 전달되는 발표 포맷부터 고쳐볼 수도 있는 거죠. 심지어 식당이나 휴게공간 등에 놓이는 간단한 안내문부터, 우리만의 정서를 담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인터널 브랜딩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니까요. 독서 모임이라는 아주 오래된 활동을 브랜드 차원으로 끌어올린 ‘트레바리’는 이 지점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서비스입니다. 트레바리가 운영하는 모임 공간인 ‘아지트’를 방문해 보면, 공간 곳곳에 그들의 문화이자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소개하는 글귀가 붙어있습니다. “우리는 독백이 아닌 대화를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좋은 대화는 잘 설득하는 사람이 아닌 잘 설득당하는 사람이 만듭니다.”“우리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말할 수는 없습니다.” <출처: 트레바리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간단한 텍스트만으로도 본인들이 추구하는 독서토론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내부 직원부터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어떤 태도로 소통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매달 발송되는 안내 메일처럼 직원, 관계자들이 정기적 또는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콘텐츠에 좋은 인식을 유도하는 문구를 삽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미지나 영상이 주는 파급력도 있지만, 적절하게 잘 쓰인 말과 글 한 줄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여러분의 브랜드와 조직에 맞는 방법을 잘 고민해 본다면, 분명히 금쪽같은 기회를 발견할 거라고 믿습니다. 좋은 영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 살다 보면 의외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장 오래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친하면 친할수록, 잘 알면 알수록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심어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부터 잘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으면, 그들로부터 얻는 힘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외부에 존재하는 다른 대상들만 부러워할 게 아니라, 우선 내부적으로부터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챙겨야 하는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죠. 그러니 인터널 브랜딩을 진짜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믿음이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는 당장 저런 걸 적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라거나, ‘이렇게 하자고 해도 위에서 절대 허락 안 해줄 것 같은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잠시 접어두세요. 우선 여러분이 회사의 총책임자라는 생각으로, 큰 시야를 가질수록 좋습니다. 그런 다음 실제로 바꿔 갈 수 있는 부분, 빠르게 적용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을 훑어나가면 그 해결책이 생각보다 쉽게 발견되기도 하거든요. 우리의 방향과 노력을 지지하는 아군들도 점차 늘어나기 마련이고요. 어쩌면 인터널 브랜딩에 관한 오해 중 가장 큰 오해는 ‘나 아닌 누군가가 하겠지’, ‘지금 아니어도 언젠가 할 기회가 있겠지’, ‘이런 작은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와 같은 단념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빠르게 찾아보는 그 순간부터 인터널 브랜딩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