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솔로프리너가 될 수 있을까? 솔로프리너 컨퍼런스 Q&A 정리

저는 직장인 소개팅 서비스 ‘커피한잔’을 개발하고 있는 1인 개발자입니다. 지난 2024년 12월 11일에는 마곡 NSP홀에서 열린 조쉬님의 “ 솔로프리너 컨퍼런스: 1인 개발자, 인디해커의 삶 ”에 연사로 참여했는데요. 약 400명의 참석자와 함께 밤 10시가 넘을 때까지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당시 연사들에게 들어온 질문만 150개가 넘었지만, 시간 관계상 모두 답변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당시 답하지 못했던 질문들과 솔로프리너 개발에 대한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솔로프리너 컨퍼런스 세션 소개 Q.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서비스를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개발 후 사용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노하우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하기 싫은 일도 많이 했습니다. 회사 앞에서 전단지 돌리기 와 같은 일이죠. 또 이런저런 사이트에서 한 번만 써봐달라고 구걸하기(그러다 강퇴…), 돈 써가며 광고도 해봤습니다. 지금도 홍보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하기 싫은 일들도 피하지 말고 경험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Q. 1인 개발자로 현재 ‘경제적 자유’를 얻으신 상태이신지, 아니면 역시나 1인 개발자도 사업가이니 돈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직장인일 때와 비교했을 때 현재 어떤 마인드셋으로 사시는지, 달라진 마음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제든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직장인일 때나 지금이나 돈 걱정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지 않고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낙천적이고 안일한 마음이 있습니다. 사실 회사에 다닐 때는 머릿속에 회사 일이 거의 대부분이었죠. 스스로가 잘 살고 있는 건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다 죽으면 후회할까? 같은 생각도, 일하는 게 너무 바빠서 하지 못했죠. 그래서 지금은 죽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달라진 점 같습니다.

Q. 1인 개발자로서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고객 피드백을 수집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용자 로그를 보는 것입니다. 사용자는 앱의 버튼을 누르면서 개발자에게 계속 피드백하고 있습니다. 입으로 말하는 피드백보다 더 믿을만하고, 심지어 공짜입니다.

Q. 혼자서 계속 앱을 개발해 나간다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닌데, 혹시 스터디나 모임도 활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활용하는 걸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저에게는 도움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

Q. 개발 외에 경영적인 부분, 즉 수익화, 마케팅, 세무, 세일즈 등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외부적인 인력(예: 프리랜서)이나 서비스(예: 1인 법인 서비스, CRM을 비롯한 SaaS)는 어떻게 활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세무 처리 외에는 모두 제가 직접 합니다. 경영적인 부분은 그냥 로그 열심히 보고 개선해야겠다 싶은 것들 코딩하고, 사용자에게 공지하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외부 인력 없이 오직 저 혼자 하기 때문에 경영이라고 할 게 없는 것 같아요. 슬랙을 제외하면 돈 내고 쓰는 서비스도 없습니다.

Q. 광고 위주로 수익을 얻는 것과 인앱결제로 수익을 얻는 것,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느 것이 더 좋다 할 순 없지만 저는 인앱결제를 선호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내가 만든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 행복한 느낌이 든달까요? (물론 광고 수익도 간접적으로 인정받는 것이긴 합니다.) 저는 사용자들과 메일로 소통하며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데서 재미를 느껴서 그런 것 같습니다.

Q. 1인 창업인 만큼 현금흐름 관리를 위해 월 지출을 잘 통제해야 할 텐데요. 요즘 1인 개발을 하려면 여러 SaaS에 의존해야 해서 지출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서버를 운영했고, 지금도 지출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참고: 집에서 서버를 운영하는 게 가능한가요? )

Q. 1인 사무실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어떤 환경에서 일하시나요?

저는 집에서 거의 모든 작업을 합니다. 사무실이 있지만 책 읽으러 갈 때만 가끔 이용하고 있어요. 집에서 일을 절대 못 하겠다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집만큼 좋은 장소가 없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온도, 습도, 소음, 책상의 높이, 모니터의 개수. 일에 필요한 사항을 잘 세팅할 수 있으니까요. 극복해야 할 것은 단지 심리적인 부분인데, 하다 보면 금방 적응합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서 일하는 습관부터 들여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Q. 가능하다면 해외 시장을 타겟으로 앱을 만드는 것이 더 큰 수익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내 유저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 효율적일까요?

저는 아직 해외 시장에서 돈을 벌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해외에 살고, 사용자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면 해외 시장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국내 시장에 먼저 도전한 이유입니다.)

Q. 앱이 아닌 웹서비스를 출시해 보거나, 생각해 보신 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데스크탑에서도 이용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서 웹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수익화를 위해서 앱 배포도 필요할지 고민입니다.

물론 있습니다. 저는 웹뿐만이 아니라, 데스크톱 앱, 애플워치, 비전 프로 등 코드를 올릴 수 있다면 어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Q. AI 발달로 간단한 앱은 정말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인 개발이 쉬워진 만큼 레드오션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I가 하루 만에 만들어준 앱으로 돈 벌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차이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어렵고, 앞으로도 어렵지 않을까요? (참고: AI 도구를 써도 돈 벌기는 힘들다 )

솔로프리너 컨퍼런스 현장

Q.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해 보셨는데, 이 커리어가 1인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전업 인디 해커가 되기 전에 두 필드를 모두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회사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각각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서비스에 진심인 좋은 팀에서 몇 년 정도 일해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돈 주고도 하기 힘든 좋은 경험이죠. 그런데 이 경험이 필수인지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는 엄청난 도움이 됐지만,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요?

Q. 1인 개발을 하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수익이 나기 전과 난 후, 적절한 고정 수익을 얻고 난 뒤의 주당 업무강도는 어땠나요?

가족이 있어서 그나마 외로움을 덜 느끼는데요. 예전에 함께 일했던 개발자 동료들과 가끔 화상 통화도 합니다. 아무래도 수익이 생기고 나서는 일을 조금씩 적게 하고 있는데, 그러지 않기 위해서 술도 끊었어요.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Q. 앱을 처음 만들 때 사용자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만들어야 할 텐데, 어떻게 하셨나요?

저는 이런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 메모를 해둡니다. 그리고 잊어버립니다. 아이디어를 묵혀두는 거죠. 나중에 계속 다시 머리에 떠오른다면, 그때 구글 슬라이드에 기획서를 만듭니다.

Q. CS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대부분 이메일로 처리합니다. 전화도 아주 가끔 받습니다.

Q. 퇴사를 하고난 뒤 후회한 적은 없으신가요?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가끔씩 회사 생활이 그리울 때는 있습니다. 동료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던 순간들이나, 같이 웃고 떠들던 순간들은 기억에 남네요.

Q. 재호 님이 ‘커피한잔’ 외에 개발하고 싶었던 아이디어가 있었을까요? 초기에 재호 님이 계속 개발할 수 있게 해준 300명의 유저들이 만약에 없었다면, 어떤 서비스를 만드실 계획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만들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옛날 사진을 모아두는 박물관 서비스 는 언젠가 꼭 만들어 보고 싶어요.

Q. ‘커피한잔’에서는 사용자들의 사진을 받지 않고 매칭을 진행하고 계신데,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리고 서비스 운영을 하시면서 얻으신 주요 인사이트나 예상치 못했던 배움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비율은 잘 모르겠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깨달음은 가격을 낮춘다고 사용자가 더 많아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Q. 하나의 앱만 운영하는 전략의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장점은 덜 피곤합니다. 사용자들이 실제로 잘 되는 것을 보고, 사용자들과 인터랙션하면서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앱이 잘나가다가도 한 번에 망할 수 있다는 점이죠.

Q. 솔로프리너면 여행 중에도 일을 하시나요?

네, 여행 중에도 일을 합니다만 아무래도 집에 있는 날보다는 훨씬 적게 합니다. 물론 여행 중에 밤새워 한 날도 있기는 합니다. 저는 여행을 가서 여기저기 힘들게 돌아다니지 않고, 그냥 동네 사람들처럼 지낸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관광지에 가는 것보다, 동네 길거리 걸어 다니며 관찰할 때가 더 즐겁습니다. 참, 여행 가서 일하기 위해서 보조 모니터가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저는 항상 챙겨 다닙니다.

Q. 보통은 기존 앱에 기능을 추가해도 매출에 큰 변화가 없고,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면 쉬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 같은데요. 나태해지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실제로 나태해집니다. 매일 나태해지지 않게 스스로와 싸우고 있습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Q. 포기하지 않고 결국 궤도에 올라오셨지만, 혹시 현실적으로 포기해야 할 때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게 참 어려운 점인 것 같습니다.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경제적, 심적) 손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재호 님은 동시에 여러 앱을 운영하는 좀비 님의 전략과는 완전히 다른데, 본인의 전략과 비교해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호흡을 짧게 가져가고 잘 안되면 쉽게 버릴 수도 있는 것이 좀비 님 전략의 좋은 점 같습니다. 여러 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가 망해도 다른 앱으로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다만 어떤 앱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고(알리면 따라 할 테니까), 서비스를 운영하며 사용자들과 인터랙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약간의 단점입니다. 또 구글 정책에 의해 모든 앱이 한 번에 내려갈 수도 있다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인앱결제 수익 모델의 경우, 이러한 리스크가 덜 합니다. 구글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Q. 법인 설립은 어느 시점에 하셨나요? 처음부터 법인을 설립하고 시작하셨는지, 아니면 특정 기준을 세워두고 (ex. 연 매출 1,000만 원 이상) 그 이후에 법인을 설립하셨나요?

처음엔 개인사업자로 시작했고 매출이 늘었을 때 법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참고: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 )

Q. 안드로이드와 iOS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무엇이 더 나을까요? 둘 다 하는 것이 좋을까요?

요즘엔 둘 다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세상이니 둘 다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웹이냐 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Q.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을 텐데, 계속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와 본인의 극복 방법은?

성공은 더 물러설 곳 없는 마지막 한 걸음에서 나온다는 네이버 이해진 의장님의 말을 믿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 , 포기하지 않으면 마법이 일어납니다 )

Q. 혹시 수익모델 중 광고 외에 결제 모듈을 붙인 서비스가 있을까요? 결제 모듈을 붙이면 전자상거래법 등 여러 법률적인 부분이 많이 걸리는데,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앱결제로만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사업자등록하고, 통신판매업 허가만 받으면 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외화를 벌어보고 싶습니다. 작은 돈이라도 좋으니 해외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그 돈으로 우리나라에 세금 낼 수 있으면 지금보다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요.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세상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Q. 강의 슬라이드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동기 부여되는 부분이 많아서 참고하고 싶습니다.

강의 슬라이드는 여기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지난 솔로프리너 컨퍼런스에서 받은 질문 중 일부를 정리해 보았는데요. 답변을 기다리셨던 분들께 늦게나마 생각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솔로프리너 개발자로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꾸준히 나눠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궁금한 점은 언제든 편하게 남겨주세요.

솔로프리너 컨퍼런스 질문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