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하는 개발자를 위한 팁 ‘영어 하는 개발자’와 ’ 영어 하지 않는 개발자’를 가르는 출발점은 어디일까요? 바로 읽기입니다. 영어로 작성된 기술 문서나 블로그 글을 만났을 때 일단 번역 기능을 기본적으로 켜는 사람이냐, 아니면 속도가 모국어만큼 나지 않더라도 영어 원문 그대로를 읽어 나가는 사람이냐에서 두 사람이 걸어갈 길은 나뉩니다. AI가 번역은 기본이고 요약과 재구성까지 해주는 세상에 웬 영어 읽기 타령이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제 영어는 소위 ‘프리토킹’이라 불리는 face to face 형태의 대화 영어만이 그나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은 것이니, 그저 원어민과 말하는 연습만 많이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는 충분한 인풋 없이 절대로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아웃풋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왜 우리는 여전히 읽어야 하는지 알아보고, 개발자로서 일하면서 효율적으로 영어 인풋을 가질 방법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나는 영어 회화를 잘하고 싶은 건데, 왜 읽기도 해야 할까?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음성언어와 문자언어입니다. 음성언어는 다시 말하기와 듣기로 나뉩니다. 이들은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형태로 생겨났으며 인간의 즉각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됩니다. 일시적이고 사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문장의 순서가 조금 바뀌거나 어법에 조금 맞지 않아도 서로 간에 크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반면, 문자언어는 음성언어를 기록하거나 저장하려는 필요에 의해 발전했으며 지속적이고 영구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비언어적 요소를 담기가 힘들기 때문에 문법, 명확한 어휘, 표현 기법이 중요시됩니다. 읽기와 쓰기가 이에 해당합니다. 한국에서 개발자나 엔지니어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접하는 영어는 ‘음성언어’의 형태일까요, 아니면 ‘문자언어’일까요? 단연코 문자언어입니다. 개발자의 일상을 잠시 떠올려봅시다. 요청받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료를 검색해서 ‘읽기’를 해야 하며, 그렇게 습득한 정보를 활용하여 머릿속에서 구현한 로직을 코드의 형태로 ‘작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하는 개발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싶다면 영어 기술 문서를 편안하게 읽는 것이 1차적인 우선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영어로 하는 회의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건 그 다음에 노려볼 일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Shenyang Normal University의 Yifei Jia가 쓴 논문 <The Influence of Reading on English Speaking>의 일부입니다. 읽기와 듣기라는 인풋은 아웃풋에 해당하는 말하기나 쓰기와 절대 별개의 분리된 영역이 아니며, 오히려 직접적이며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Yifei Jia의 논문 내 이미지 또한 논문은 “영어 읽기와 말하기는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각각을 서로를 발달시킨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다양한 자료를 읽음으로써 말하기 스킬을 향상할 수 있다.”라고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점의 어학 코너 책장 앞에 서 있다 보면, 흔히 영어 회화책 한 권으로 영어를 마스터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하지만 언어 학습에 있어 ‘비법’은 없습니다. 굳이 책 한 권으로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을 만한 영역이 있다면, 언뜻 생각해 보건대 딱 일주일짜리 해외여행용 영어 정도일 것입니다. 이 ‘말하기’라는 것을 내 업무에 써먹을 수 있을 만큼 제대로 하려면, 상황에 따라 문장을 구성하고 조직화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이것은 반복적인 읽기라는 활동을 통해서 공고히 자리 잡습니다. 단순 패턴 암기나 상황별 표현 연습으로는 굉장히 낮은 단계의 단편적 대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근거를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European Journal of Research and Reflection in Educational Sciences에 실린 <IMPACT OF EXTENSIVE READING TO DEVELOP SPEAKING SKILLS>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Extensive reading helps learners to develop your ability to express ideas, whilst also enlarging the size of vocabulary. Vocabulary knowledge is one of the crucial factors that will influence fluency in speaking. Reading introduces learners to a wider body of language and contexts. Reading helps learners build up better grammar skills. As learners develop stronger reading skills, they develop more sophisticated speaking skills. 광범위한 독서는 학습자가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며, 어휘의 크기도 확대합니다. 어휘 지식은 말하기의 유창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독서는 학습자에게 더 광범위한 언어와 맥락을 소개합니다. 독서는 학습자가 더 나은 문법 기술을 쌓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학습자는 더 강력한 독서 기술을 개발함에 따라 더 정교한 말하기 기술을 개발합니다. 즉, 궁극적으로 잘 알아듣고 잘 말하려면 단순히 회화 연습만 할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영문법을 무시하지 마세요글을 잘 읽으려면 그 언어의 규칙성 즉, 문장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루에도 10시간 이상 접하는 모국어의 경우 압도적인 양으로 충분한 인풋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특별히 한국어 문법을 배우지 않아도 일상적인 한국어를 말과 글로 표현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외국어는 그렇지 않죠. 자연스럽게 문장의 구조 즉 문법을 습득할 만큼의 인풋이 없습니다. 그래서 영문법이라는 것을 따로 배워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의 정규 교과로 영어가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초등학교 영어 교과목의 학습 목표는 학생들이 영어에 친숙해지고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친숙함’이 목표이다 보니 그 이전 세대가 중학교에 입학하자 영어 문법을 중심에 놓고 암기와 병행하며 배웠던 것과 달리, 요즘 아이들의 학교 영어는 상황별 영어 회화 위주의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대다수 언어학자의 의견에 따르면, 최소 초등 5~6학년은 되어야 문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즉, 영문법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초등 영어에서 배제한 것이 아니고, 문법의 논리와 체계를 이해하기에 초등학생은 아직 어리기 때문입니다. 영어 교육의 스타일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해서 문법의 중요성이 적어진 것이 아님을 아셔야 합니다. 영문법을 강조한 우리 과거의 영어 학습 때문에 우리나라 영어 교육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영문법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문법을 영문법의 형태로만 강조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영어로 작성된 문서를 편안하게 읽기 위해서는 영어 문법이 필수입니다. 문법에 대한 탄탄한 지식 없이는 글을 잘 읽어 나갈 수가 없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치르는 영어 시험에 문법 문제가 없는 이유는 문법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문법을 모르고는 독해 문제를 풀 수 없고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문법 문항’이라는 것을 따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개발자와 엔지니어 직군의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다음과 같은 글을 추천합니다. 1. 기술 문서와 공식 문서개발자가 가장 자주 접하는 영어 텍스트가 바로 기술 문서와 공식 문서입니다. 본 글의 도입부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기술 문서를 원문으로 읽느냐 번역해서 읽느냐가 영어 하는 개발자냐 아니냐의 갈림길입니다. 본인이 현재 개발 중인 언어나 공부 중인 언어의 기술 문서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MDN Web DocsGoogle Developer Docs그 외 Python, JavaScript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 공식 문서 2. 기술 블로그와 미디엄의 글기술 블로그에서는 공식 문서보다는 훨씬 더 다양한 스타일의 영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 기술 문서보다는 덜 형식적이며, 개인의 경험이 녹여진 아티클이 많기 때문에 재미와 흥미 면에서 매력적입니다. Dev.to: 개발자 블로그 모음Medium: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글Hacker News: 기술 관련 최신 뉴스 & 토론 3. IT 뉴스와 테크 아티클공식 기술 문서와 블로그의 중간적인 성격을 가진 글입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발행한 최신 IT 뉴스로 영어 글을 읽어 나가고 싶으신 분들이 선택하면 좋습니다. Ars TechnicaTechCrunchWired 영문으로 작성된 글을 읽는 습관 차원의 문제 이전에, 만약 해석이 잘되지 않아 글을 계속 읽어 나가기가 힘들다면, 간단한 영문법 교재나 유튜브 영상을 찾아서 먼저 보기 바랍니다. 요즘은 가만히 있어도 떠먹여 주는 고마운 영상이 많습니다. 열심히 필기하거나 암기하며 공부하지 않아도 그저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두어번 정독하거나 시청하다 보면 대략 감이 잡힙니다. 그 감이 생기고 나서, 내 업무 분야와 가장 밀접한 글을 매일 조금씩 읽기 시작하면 됩니다. 처음엔 모르는 단어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려 귀찮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의 단계를 지나면, 읽는 속도는 여전히 느릴지라도 원문 그대로 이해하는 그 ‘맛’에 중독되어 지속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글을 읽는 행위는 영어 학습에 있어 시작이자 베이스로 평생 가져가야 할 메인 스트림입니다. 읽을 줄 알아야 말하고 쓸 수 있습니다. 즉, 언어에 있어 표현(말하기와 쓰기)이라는 행위는 읽기가 충분히 이루어진 이후에나 가능한 고도의 두뇌 활동입니다. 일단 남이 써놓은 글을 잘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영어 회화를 잘하고 싶다고 해서 원어민 전화 영어만 하지 말고, 영화 대사 암기만 하지도 말고, 부지런히 영어로 쓰여진 글들을 읽기 바랍니다. 그렇게 읽은 문장 패턴과 흐름이 쌓이고 쌓여서(정말 무수히 쌓여야 합니다),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을 때 그 문장의 구조와 표현이 저도 모르게 구석구석 배어 나와야 합니다. ‘외운’ 영어가 아닌 ‘배어 나오는’ 영어를 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원문>개발자의 영어, 읽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착각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