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69/image5_w8Q1ZSw.png"><figcaption>일정으로 가득 찬 흔한 IT 회사 사람의 캘린더 <출처: 요즘IT></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하루 종일 캘린더를 가득 채운 회의와 미팅들, 나의 결정을 기다리는 슬랙 메시지와 이메일들, 지라 티켓(JIRA assigned ticket)과 태그된 코멘트로부터 도착한 수많은 알림(Notification). IT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의외로 상당히 익숙한 장면이기에 기시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꼭 여느 스타트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표나 본부장, 임원급 혹은 C레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캘린더에서는 한 줄로 모자라 두 줄, 세 줄로 겹쳐 있는 일정들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고, 그래서 워킹 런치라는 이름으로 미팅을 묶어보기도 하지만, 이건 점심도 아니고 회의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시간에 맞춰 밥을 먹기는 커녕 회의를 하기도 힘들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처음에는 한 시간 미팅을 잡다가 미팅할 시간이 모자라서 시간을 쪼갠다고 25분 미팅으로 줄여서 잡아도, 20분 늦게 오는 경우가 많으니 상대방은 한 시간을 일단 비워둬야 한다. 게다가 앞뒤로 계속 일정에 쫓기다 보니 그 미팅에서 무슨 얘기를 할지, 무슨 결정을 할지도 준비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즉흥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그렇게 시간이 미뤄지고 조금 타이밍을 놓치면 이번 미팅은 지난 미팅 때문에 미뤄지고, 다음 미팅은 이번 미팅 때문에 그렇게 또 미뤄진다. 이렇게 도미노처럼 쌓여 있는 미팅이 밀리고 밀리다 보면 하루 일과가 끝나고, 우리는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쳤다”고 할 수 있을까?</p><div class="page-break" style="page-break-after:always;"><span style="display:none;"> </span></div><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그래서 당신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바쁜가? </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나는 스타트업의 경영진, 대표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에 대해 매우 깊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은 물론이고 외부로 눈을 돌리자면 투자자에서부터 외부 파트너사, 영업 대상은 물론 수많은 정부 기관의 지원 사업들과 운영 기관들까지, 그를 찾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기실 조금만 둘러보면, 꼭 대표가 아니더라도, 어느 회사의 CPO, CTO이거나 개발실장이거나 하는 사람들은 으레 캘린더가 가득 차 있다. 기본적으로는 정기 회의가 일단을 채우는 데다가 시즌이 되면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요청 받는 개발사항/로드맵 요구회의들이 끝도 없이 생겨난다. <span style="color:#757575;">(여러 부서 또는 상위 부서나 경영진으로부터 나오는 요청 사항으로 인한 회의를 “요구회의”로 통칭했다.)</span></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그리고 빼곡히 잡혀 있는 1on1 미팅. 하루에 1on1을 10개는 해야 하는 날이 하루씩은 꼭 끼어 있다. 30분 단위로 1on1을 돌려 진행하고 나면, 대체 나는 누구와 1on1을 했는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그뿐 아니라 조직이 성장하거나 채용이 바쁠 때에는 면접도 하루에 2-3건씩 들어가야 한다. 하루는 8시간이라는데, 인터뷰 참석에 3시간을 쓰고 나도 여전히 10시간은 할 일이 남아 있는 것 같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그래서 그 일들 가운데 ‘성과가 있는 일’은 대체 무엇인가?</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채용대상자의 인터뷰 일정을 조정해 주는 것만으로 큰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들이 있다. 사람들이 바쁜(?) 현업 와중에 시간을 쪼개어 인터뷰를 보려면 충분히 그럴만도 하겠다. 일정 조정을 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과 인력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을 조정하는 경험이 탁월하게 좋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더더욱 그 회사의 기업 가치나 투자 행위에 공감할 만하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하지만 정작 인터뷰를 보는 그 시간은 어떠한가? 미리 한번 훑어보지도 못하고, 현장에 들어와서 지원자와는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그제야 랩톱으로 읽어 내려가는 이력서. 준비가 안 되었으니 대충 예전에 어디서나 했을 법한 반복되는 질문들. 인터뷰 보는 중에 평가표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 중간중간 올라오는 슬랙 알림. 그렇게 구조적인 질문을 하기는커녕, 상투적으로 아무런 질문이나 던지고 으레 인사치레나 한 두 마디 하면서 예의를 갖추는 척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터뷰어의 문제로 상대방을 파악하지조차 못했으면서, 진짜 탈락의 이유는 ‘나에게 인상적인 감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인데, 우리 회사의 조직 문화에 맞지 않아서라거나, 경험한 프로젝트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라고 탈락 이유를 적고 있지는 않은가?</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쯤 되면 차라리 인터뷰를 보지 말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다. 인터뷰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은 둘째로 쳐야 할 만큼, 그 인터뷰 시간이 당신은 물론 당신의 동료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당신의 동료들이 애타게 찾는 슬랙이나 티켓에 응대하는 게 조직 전체에 큰 효용 가치가 있을 것이니까.</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일은 많은데 사람이 없어서 바쁜가? </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매일 밤을 샌다며 불평불만을 하는 SRE팀 담당자는 “자기들이 얼마나 바쁘고 리소스가 부족한 줄 알고 있느냐”며, 자기들에게 업무를 요청할 때는 최소 2주 전에는 줘야 겨우 일정을 맞춰낼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럼 더 채용을 해서 리소스를 늘리면 될 텐데, 사람을 뽑으면 적응할 때까지 당장 더 바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채용한 사람이 뛰어난 사람이면 어려운 일을 넘기고, 평범한 사람이면 시간을 잡아먹는 나머지 업무(Stuff job)를 넘기면 될 일인데, 슈퍼맨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채용은 해내질 못한다. 그리고는 우리의 업무 스타일과 조직 문화에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한탄한다. 우리의 조직 문화를 정의해낼 수 있다면, 그것을 JD에 작성하고 맞는 사람을 추천받아도 좋을 텐데, 너무 바빠서 그것을 정리해 낼 시간도 없는 것 같다. 특히나 스스로 암묵지 속에 존재하는 것을 조직 문화라고 착각하거나 프로세스로 정제되지 않아 되는 대로, 닥치는 대로 처리하는 것을 업무 스타일이라고 주장하면 곤란해진다. 그렇게 본인은 불평불만을 하다가 약속된 베스팅 기간을 채우고 퇴사해 버리면 그만일 테지만.</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30분 단위로 1on1을 하루 10개 잡아 놓고, 10~15분씩 늦어져 사람들이 그것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편안하고 캐주얼하고 진실한 상태의 1on1이 이루어 진단 말인가. 혼자 업무를 지시하며 하고 싶은 말이나 하는 시간을 종일 잡아놓고 본인의 시간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시간까지 같이 허비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결국은 1:1 업무 지시 시간으로 전락해 버렸지만, 그 업무 지시는 일관되거나 통일되지 않고 상대방이 따로 시간을 들여 조율해야 하는 추가 과제를 던져버리고야 마는 이상한 1on1 묶음(1on1 Bunch)을 하며, 나는 조직 구성원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하고 진실한 리더라는 착각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나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무능하고 성실하지 않아 나의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행하지도 않는다며 한탄하고 있지는 않은가?</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바쁨의 네트워크 효과</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현대 조직에서는 나 홀로(Stand alone으로) 일하고 완성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네트워크로 업무와 시간이 얽혀있기 때문에, 한사람이 시간을 허비하면 조직 전체에 그 파급 효과가 전달된다. 즉, 조직이 전부 다 같이 바빠지기 마련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자기 계획대로 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런 조직에서 보이는 증상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69/001.png"><figcaption>네트워크 효과 <출처: <a href="https://bookpost.kr/entry/%ED%94%8C%EB%9E%AB%ED%8F%BC-%EB%A0%88%EB%B3%BC%EB%A3%A8%EC%85%98"><u>자기계발팩토리 블로그</u></a>, 플랫폼 레볼루션></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첫 번째 증상: 비효율적인 회의를 줄이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툭하면 회의를 서면으로 대체하고 다들 바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실제로도 다들 바쁘고 캘린더가 항상 가득 차 있다. 다만 그것이 과연 정기 회의보다 중요한가.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에 비해 150~200%의 일을 하고 있고, 그 사람과 가까운 네트워크에 위치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시간을 그 사람에 맞추기 위해 할애하고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 조직을 바쁘게 만드는 범인은 누구일까? 마치 비유하자면 축구 경기에서 수비 라인을 세우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맞추는 데, 라인이 깨질 때마다 손들고 오프사이드를 주장하는 ‘그 자’가 오히려 트랩을 맞추지 못하는 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아닐까?</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8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69/image1.png"><figcaption><출처: <a href="https://www.youtube.com/watch?v=A4eHgf9HbZY"><u>Robinson thokchom 유튜브</u></a> 캡처></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두 번째 증상: 개인기에 대한 과도한 찬사가 있다</strong> </h4><p style="text-align:justify;">개인기나 필살기(패시브 스킬이건 액티브 스킬이든)는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축구의 예를 들면, 마르세유 턴으로 한 명을 순식간에 벗겨낼 수는 있다 해도 그 턴을 계속 반복하면 그때부터는 안토니 턴<span style="color:#757575;">*</span>이 되어 버린다는 뜻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span style="color:#757575;">*안토니 턴: 축구 선수 안토니(Antony)의 시그니처 개인기. 주로 제자리에서 공을 잡은 상태로 한 바퀴 도는 개인기를 말하는데, 효과가 크지 않아 조롱거리로 쓰이기도 한다. (에디터 주)</span></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6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69/image8.png"><figcaption>안토니 턴 <출처: 파브리지오 로마노 페이스북 페이지></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바쁜 일정 순간순간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고, 나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에게 즉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개인기로 이를 극복하는 임기응변이 기본값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그 상황을 개인기로 넘기는 것이 지상과제처럼 되어 버린다. 문제의 원인은 개인기의 남발에 있는데, 다른 곳에서 해법을 찾고 싶어 하며 개인기를 부리는 사람에 대한 찬사와 리스펙트는 유지한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시스템과 포메이션으로부터 발현된 문제를 개인기로 극복하는 순간은 칭찬받을 수 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매번 반복하다 보면 개인기로 극복하지 못하는 것을 개인의 위치 문제로 치환해 버린다. 그렇게 가장 비난하기 손쉬운 상대를 찾고, 다른 이들에게는 뛰어난 개인기를 계속 발휘하기를 장려한다. 이제 팀워크와 빌드업은 온데간데없고 모두들 개인기를 부려 칭찬을 받고자 한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바쁜가? 무엇 때문에 바쁜가?</strong></h3><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6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69/image4.jpg"><figcaption><출처: 레딧 /comedy></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대표는 아무리 바빠도 바빠서는 안 된다. 리더라면 결코 캘린더를 가득 채운, 바쁜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본인이 바쁘면 본인이 속하고 섞여 있는 조직 전체가 다 같이 바빠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내가 200%, 300% 일을 하고 시간을 들여봤자, 그만큼 소속된 조직 구성원 전체의 시간을 방해(interfere)할 뿐이다. 그래서 모두가 다 같이 바빠지는 것이다. 조직이 모두 아주 바쁜 것은 뿌듯한 일인가?</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솔선수범하며 함께 짐차를 끌고 가는 진정한 리더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가? 내가 다른 누구보다 더 바쁘게 일을 한다면, 나의 구성원들은 나를 리더로 여겨 함께 최선을 다해 바쁘게 일할 것이라고 상상하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묻는다. 조정 경기에서 노를 젓지 않는 한 명은 왜 존재할까? 같이 노를 저으면 더 빠르게 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69/002.png"><figcaption><출처: 무한도전, <a href="https://www.youtube.com/watch?v=tCEo18x802o&list=PLXEFuRdzpa90M1Tn7QQ6b3SXJpKJJMAH0"><u>MBC 유튜브</u></a> 캡처></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어떻게든 억지로라도 바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만 한다</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나 혼자 바쁘더라도 다른 구성원에게는 항상 당신을 위한 여유와 여지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는 것’이 대표라고 나는 생각한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실제로 대표에게 그러한 사색과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회의에서 임기응변으로 고민해 보겠다거나 시간을 들여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 개인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로 생각하고 사색할 ‘뭉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p><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사적인 채널의 소통(Private Channel Communications)을 없애야 한다</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앞에서 언급했듯 사실 대표나 리더가 1:1로 지시하는 것은 일관성을 가질 수가 없다. <a href="https://yozm.wishket.com/magazine/detail/2906/"><u>다른 글</u></a>에서도 강조한 바 있지만, 실무진일수록 맥락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경영진일수록 TPO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1:1로 상대방을 만나 얘기를 듣고 나누고 그 답을 찾아 주려고 하다 보면, 그 사람과의 TPO를 기반으로 하는 ‘올바른’ 결정(그 시점과 상황에 한정해서는 정의롭고 올바른)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다음 1on1을 하면 다른 상대방과 다른 상황에서 얘기를 듣고 나누고 답을 찾기 때문에 또 다른 ‘올바른’ 결정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계속 일관되게 ‘올바른’ 결정을 하고 있는데, 그 상황을 벗어나면 상충하는 여러 결정이 내려져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왜 사적인(private) 채널로 의사 결정을 하고 싶은가? 비난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나의 결정, 나의 태도, 나의 대화가 공공(public)에 나섰을 때, (부족함이나 모른다는 것이 드러나며) 비난받을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비난받지 않기 위해 다른 이의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요청을 받아 대화는 1:1로 진행하더라도 결정은 반드시 퍼블릭 채널에서 함께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연습과 반복을 통해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p><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정기 회의의 힘을 믿어야 한다</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정기 회의체에서 결정을 내리는 문화를 가져가야 한다. 특히 회의체에 들어오기 전, 결정할 사항과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하고 와야 한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그런 문화가 없다면 앞서 인터뷰 케이스처럼 그 자리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답변은 항상 “내부 회의와 논의, 고민을 더 하고 결정하겠다”로 마무리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결정을 위해 또 다른 시간을 기다림으로 허비해야 한다. 고민하면 더 좋은 결론에 도달할까? 아니, 그 회의장을 나가 고민할 시간을 가지고 있기는 한가? 맥락 기반으로 실무자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Direction만 결정하는 일조차도 고민해야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왜 Director의 호칭을 받고 있는 것인가? <span style="color:#757575;">(보통 이사 또는 본부장 등의 영문 호칭은 Director를 사용한다)</span></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정기 회의체는 결정을 내리는 퍼블릭 채널로 이용해야 하고, 조직 전체가 그 회의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정이 내려진다고 믿고 계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준비를 해도 그때그때 발생하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안들을 피할 수는 없다. 또 그럴 때에는 정말 어쩔 수 없이 개인기를 부려야만 할 수도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어차피 그렇게 될 수도 있으니까 시간을 더 가지고 고민을 회의 바깥으로 가져가겠다고 마음을 먹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더 많은 사안들이 당신의 시간을 흡혈하듯 빨아먹게 될 것이다. 그만큼 당신의 네트워크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현장에서 모든 결정을 마무리한다는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을 때, 비로소 내가 진짜 고민해야 할 중요한 사안들만이 추가 시간을 요구하는 고민거리로 남을 것이다. 개인기는 그 정도만 부려도 충분히 칭찬받고 찬사받을 수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마치며</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나는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운영하면서,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일정 주기로 정기 회의를 설계했다. 아무런 할 말이 없을 때에는 모여 커피 한 잔 나누는 시간으로 삼는 한이 있더라도 회의를 취소하거나 서면으로 대체하지 않았다. 가능한 모든 결정 사항은 그 자리에서 의견을 나누고 방향을 좁혀내려고 했고, 상급자 또는 누군가 의견을 듣고 오겠다고 하면 다음 정기 회의에서는 반드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지시키기도 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모두들 예상할 수 있는 대로, 상급자의 의견/결정을 청취해 오겠다고 한 주를 미룬 결정은 거의 대부분 한 달씩 밀려나서도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들 실제로는 충분하게 사유나 사색의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았으면서 대단한 고민을 하는 듯이 시간을 소모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상급자로부터 받아온 결정은 결국 사적인 채널의 결정(Private Channel Dicision)이 되어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며 일관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렇게 두 가지 방법만 충실하게 시도하고 조직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지금 캘린더를 가득 채운 일정 가운데 그래도 10~15% 정도는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좀 더 제품과 결정에 대한 사색과 사유가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p><hr><p style="text-align:justify;">이 글에서 간단하게 예를 든 사건 외에도 수많은 상황을 누군가는 마주하고 또 경험할 것이고, “이렇게 해 주었으면”, “저렇게 할 수 있다면” 같은 많은 방법론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 이런 일을 경험하고 공감하는 분이 있다면, 댓글로 생각을 남겨주세요.</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span style="color:#757575;">제품 개발 과정(Agile Product Development Process, APDP)에 대해, 특히 PRD에 대해 궁금한 분들을 위해</span> <a href="https://puddingcamp.com/coffeechat"><u>커피챗 신청 창구</u></a><span style="color:#757575;">를 만들었습니다.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span></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margin-left:0px;text-align:center;"><span style="color:rgb(153,153,153);">©️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