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justify;">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이번 CES에 참여한 한국 기업은 무려 1,000여 개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한국 사람이 워낙 많아 코엑스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수상 면에서도 한국 기업의 활약이 빛났다. CES를 주최하는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우수한 제품을 선보인 기업을 대상으로 카테고리별 혁신상을 수여한다. 제품의 기능, 디자인, 혁신성,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 HS4A)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야별 수상 기업(Honoree)을 선정하며, 각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기업은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받는다. 올해 전체 혁신상은 34개 분야 461개였는데, 그 중 약 45%인 210개를 한국 기업이 가져갔다. 최고혁신상 역시 전체 34개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5개가 한국 기업에 돌아갔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한국 기업이 혁신상을 휩쓰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혁신상 수상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뚜렷한 성과 지표이자 마케팅 수단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혁신상 이후의 생존은 별개 과제다. 특히 매년 혁신상을 받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과연 혁신상 수상 기업들은 끈질기게 생존하고 있을까?</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를 알아보기 위해 10년 전, CES 2015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기업들의 근황을 조사했다. 25개 수상기업 중 소니, 삼성, 퀄컴, 델, 필립스, 아디다스, 잘만, 월풀(Whirlpool), 파이오니아 등 글로벌 기업 9개를 제외하고, 16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p><div class="page-break" style="page-break-after:always;"><span style="display:none;"> </span></div><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영광을 뒤로 하고 사라지다</strong></h3><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57/image1.png"><figcaption>CES 2015 컴퓨터 액세서리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던 ZUtA Labs의 킥스타터 캠페인 페이지 <출처: 킥스타터></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16개 기업 중 10개사<span style="color:#757575;">*</span>는 아예 종적을 감췄거나 최근 활동 기록이 없었다. 이들의 출품작은 헤드폰, 스피커, 마우스, 스마트 락, 정원용 디바이스, 가정용 CCTV, 3D 스캐너 등으로 다양했다.</p><p style="text-align:justify;"><span style="color:#757575;">*Amaryllo International B.V., Axxess CE, BRAGI, Edyn, Fuel3D Inc., FŪZ Designs, InfoMotion Sports Technologies, The Eye Tribe, Swiftpoint Inc., ZUtA Labs (ABC 순)</span></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최악의 엔딩은 ZUtA Labs였다. 이들은 최고혁신상 수상작인 ‘ZUtA Pocket Printer’로 킥스타터에서 캠페인을 시작해 3천여 명으로부터 약 51만 달러를 모금했으나, 2019년 이후로 더 이상 소식이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여전히 원성을 사고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인수 합병으로 다른 기회를</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2개 기업은 혁신상 수상 후 다른 기업에 인수 합병되었으나, 이후 특별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57/image3.png"><figcaption>Sproutling Baby Monitor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마텔의 공지 <출처: 마텔></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웨어러블 테크놀로지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은 스프라우틀링(Sproutling)은 수상으로부터 약 1년 후, 글로벌 완구 기업인 마텔(Mattel)에 인수됐다. 수상작인 영유아용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2017년 정식 출시됐으나 판매 부진으로 2018년에 서비스가 종료되며 아쉬운 결말을 맞았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프랑스의 드론 기업인 패럿(Parrot)은 차량용 오디오/비디오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제품을 만든 자동차 사업부는 패럿의 자회사로 분리되었다가, 자동차 부품 기업인 포레시아(Faurecia, 현 포비아)에 인수됐다. CES 2015 전시장에서 그와 함께 식물 센서, 헤드폰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던 패럿은 현재는 드론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10년 후, 여전히 생존</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반면, 4개 기업은 CES 최고혁신상 수상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57/image2.png"><figcaption>케르스티 칼률라이드 당시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첫 방한 때, 에스텔론을 판매하는 오디오 전시장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출처: 에스텔론></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1.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 에스텔론(Estelon): 고성능 홈 오디오/비디오 부문</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의 강자인 에스텔론은 2010년 설립된 에스토니아 기업이다. CES2015 최고혁신상 수상작인 ‘에스텔론 익스트림(Estelon Extreme)’은 높이가 2m에 달하는 2억 원 상당의 스피커로, 음향을 실내 공간의 형태나 크기에 맞게 원격으로 최적화하는 기능과 과감한 디자인이 특징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에스텔론은 이후로도 특유의 기하학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고품질 스피커를 출시해 하이엔드 오디오 매니아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탄탄한 인지도와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홍콩, 한국 등 아시아의 유통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유럽과 북미 이외로도 시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2. 헬스케어 기업 아이헬스랩(iHealth Labs): 무선 핸드셋 액세서리 부문</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아이헬스랩은 FDA 승인을 받은 모바일 모니터링 혈당 기기 ‘아이헬스 얼라인(iHealth Align)’으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기기를 스마트폰에 직접 연결해 측정값을 저장 및 관리하고, 의사나 간병인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혈당 관리를 체계화한 제품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아이헬스랩의 혈당 모니터링 제품은 여전히 활발하게 판매 중이다. 이 외에도 혈압측정기, 맥박산소측정기, 체온계, 스마트 체중계, 독감 및 코비드 검사 키트 등 다양한 건강 관리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여기에 코로나 기간에 미국 국방부에 3억 5천만 개 이상의 코로나 키트를 납품했다는 점, 아마존의 체온계 구매자 리뷰가 17만 개 이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 매출 안정성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바이탈 데이터 수집 솔루션, 원격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등 B2B 영역까지 비즈니스를 확대하며 순항 중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h4 style="text-align:justify;"><strong>3. 스마트 조명 전문기업 셍글드(Sengled): 스마트홈 부문</strong></h4><p style="text-align:justify;">셍글드는 IP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통합한 스마트 전구 ‘Snap’으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기업이다. 이들은 현재도 ‘Smart Lighting Expert’를 지향하며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스마트 조명을 판매 중이며, 이와 연계해 조명 스위치, 창문 센서, 침수 센서, 플러그, 스위치, 디퓨저 등의 스마트홈 제품 및 컨트롤 허브를 제공한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주요 제품인 스마트 조명을 중심으로 스마트홈 확장성을 내세운 셍글드의 스마트홈 컨트롤 앱 ‘셍글드 홈(Sengled Home)’은 구글플레이 기준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면 추적, 행동 감지, 심박수 측정 등의 기능을 담은 스마트 헬스 모니터링 조명으로 2022년에도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히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figure class="image image_resized" style="width:100%;"><img src="https://www.wishket.com/media/news/2957/image4.png"><figcaption>이어컵에 친환경 소재 ‘리퀴드 우드’를 사용한 오디오퀘스트의 헤드폰. <출처: 오디오퀘스트></figcaption></figure><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strong>4. 하이엔드 케이블 브랜드 오디오퀘스트(AudioQuest): 친환경 디자인, 지속 가능한 기술 부문</strong></p><p style="text-align:justify;">CES 2015에서 친환경 디자인, 지속 가능한 기술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은 오디오퀘스트의 헤드폰 ‘나이트호크(NightHawk)’다. 이 제품은 목재 및 제지 공정의 부산물인 리그닌을 주성분으로 하는 친환경 소재 ‘리퀴드 우드(Liquid Wood)’를 사용했다. 단순히 친환경 요소로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착용감과 음향 성능을 성공적으로 개선했으며, 색상과 패턴 등을 모두 다른 천연 소재의 특징에 기반해 만들어 디자인까지 업그레이드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다만 2017년 ‘나이트아울(NightOwl)’ 이후 오디오퀘스트는 더 이상 헤드폰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혁신상 수상이 해당 사업의 괄목할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대표 제품군인 오디오 케이블 외에도 전원 장치, 파워 케이블, 어댑터, 컨버터 등 음향 경험을 향상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오디오 시장에 확고히 자리하고 있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 </p><h3 style="text-align:justify;"><strong>혁신, 다음은 다시 생존</strong></h3><p style="text-align:justify;">CES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만 혁신상, 나아가 최고혁신상을 수상할 수 있다. 그러나 수상의 영광을 생존과 성장으로 이어가는 것은 더 까다로운 관문이다. 상용화 과정의 자금 부족, 고객 확보 및 제품 차별화 실패,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등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알아봤듯 CES 2015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16개 기업 중 단 4개사만이 생존했다. 이들은 트렌드, 시장 동향, 경쟁 우위, 고객 니즈 등을 파악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기도 했고, 반대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거나 사업 분야를 확대하기도 했다. 각자의 방향성은 다르나 결국은 소비자를 만족시켰기에 10년 동안 생존하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해가 갈수록 CES 혁신상을 수상하는 한국 기업의 비중이 커진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수상은 생존을 보장하지 않으며, 혁신상을 마침표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CES는 소비자(Consumer) 중심의 전시회로, 주최사도 ‘소비자’기술협회다. 현실과 동떨어진 혁신이 아니라 소비자가 공감하는 혁신이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justify;">이러한 맥락에서 CES 혁신상이란 시장과 소비자에 집중해 혁신을 일구어낸 기업을 향한 인정과 격려의 표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꾸준한 성장, 그리고 생존을 넘어선 성공은 한국 기업들이 인정과 격려 이상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이 될 것이다.</p><p style="text-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color:rgb(153,153,153);">©️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