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인의 연말정산과 ‘Pay it forward’

개인투자조합: 스타트업 종사자와 연말정산

13월의 월급, 나만 못 받으면 바보라는 마케팅

연말이 다가옵니다. 여느 직장인이라면 모두 연말정산, 13번째 월급을 준비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금융사들의 영업이 한창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죠. 어떤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는 어려운 약자로 이루어진 연말정산 대비 상품의 최대 시즌이 열렸습니다.

종류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보통의 연말정산 대비 상품 스킴은 이렇습니다. 몇백만 원을 일시납 하면, 이 돈은 어디엔가 연금방식으로 운용/투자되어 수십 년 뒤 은퇴할 때 비과세로 받을 수 있고, 더하여 지금 당장은 납입액의 N%를 소득공제 또는 세액공제에 포함*시켜준다는 등 내용입니다. (최대금액이라든가 하는 디테일한 내용들이 따라옵니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차이는 꼭 인지하셔야 합니다. 소득공제는 과세표준 구간을 낮추어 본인의 소득세율만큼 환급을 받는 것이고, 세액공제는 최종 결정세액에서 해당 금액을 돌려받는 것입니다. 

은퇴, 연금수령까지 5~6년 정도 남은 말년 부장이나 수석이라면 매력적일 수도 있겠지만, 은퇴 혹은 연금수령까지 대략 20~30년 이상 남은 스타트업의 젊은이들에게는 사실 좀 먼 나라 얘기일 듯합니다. 그래도 당장 연말정산에서 절세를 하지 못하면 나만 바보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스마트한 세테크를 하는 것은 직장인의 기본 소양 같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이런 상품들을 통해 목돈을 납입하고 십몇 퍼센트를 세액공제에 포함시키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세테크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만약 과세표준구간 상 소득세율이 24~35%인 노동자가 300만 원을 출자하고, 20%를 소득공제에 포함시켰다면, 60만 원을 소득공제 범위에 추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60만 원을 본인의 소득세율만큼, 즉, 24%면 14.4만 원, 35%라면 21만 원을 환급받습니다. 또는 세액공제로 12%를 받을 수 있다, 라고 하면 300만 원의 12%인 36만 원을 최종 확정된 총세액에서 환급받는다는 뜻입니다.

과세표준 결정금액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연차가 적당히 차 연말정산을 고민하는 정도의 직장인이라면 대략 소득세율 24%(과세표준 5500만 원 이상 8800만 원 이하)에서 35%(과세표준 1.5억 원 이하)의 어딘가에서 세테크를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편, 소득세율이 더 낮은 연봉 3,000만 원 이하 구간의 사회초년생들은 면세점 이하일 가능성이 높아 본인공제만 받아도 전액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보다 조금 오른 연봉 수준이라도 이런 절세상품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인 연말정산 금융상품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

최근 연말정산 대상 금융상품으로 많이 검색되는 상품은 ISA*입니다. 투자 이익과 손실을 상계한다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24~35% 과세표준 구간에 있는 노동자가 ISA로 수백만 원의 순이익을 획득하고 이에 대해 비과세를 받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만한 사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ISA: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ndivisual Savings Account)의 영문 약자로, 투자 이익과 손실을 상계하여 이익 구간에 대해서만 낮은 세율로 과세를 하고(일정구간 비과세), 연금 저축과 연결할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입니다.

이미지의 설명처럼 만기 금액 5,000만 원을 연금계좌에 이체하는 시나리오도 과연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가 저는 의문이 듭니다만, 어쨌건 연말정산으로 약 4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가성비 안 나오는 시나리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연금저축 IRP

또 다른 연말정산 대표 상품은 연금저축, IRP(Indivisual Retirement Pension)입니다. 마찬가지 예시로 든 24~35% 소득세율의 노동자가 연말정산을 위해 900만 원의 목돈을 납입하면 12% 세액공제(주민세 10% 추가로 13.2%)로 118.8만 원을 돌려받습니다. 꽤 높은 수익률이지만 900만 원을 은퇴 시점/연금 수령 시점인 2030년 뒤에 수령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연금저축을 통해 은퇴 후 노후를 대비하는 것은 국가에서도 장려할 만한 일이지만, 연금 소득을 받을 때까지 그 돈을 묶어둘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여력은 아직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어찌 되었든 이는 연말정산 세테크를 하려고 나름 큰돈을 납입했는데도, 당장 2월 말에 손에 쥐는 돈은 그리 크지 않은 이유입니다. 기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에 투자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수준의 돈을 돌려준다는 것 자체에 어폐가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니까요.

연금저축의 경우 당장의 세액공제가 달콤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 과세를 연금수령시기로 이연했을 뿐입니다. 연말정산은 마케팅 용어로만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상품과 절세에도 다양한 상품과 방법이 있지만 당장 보여지는 수익에만 치우쳐 있어 결국 최종 손해로 이어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연금저축과 IRP는 누구에게나 도움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내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유는 당장 세액공제를 통해 세금을 환급해 주는 것 같지만 연금을 수령할 때 다시 세금을 내야 하는 과세이연 상품이기 때문이다. 과세이연이란 원활한 자금운용을 위해 내 자산을 팔 때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

 

해당 상품은 가입 후 5년 이상 유지, 55세 이후, 10년 이상 연금으로 수령이라는 약정 조건을 단 하나라도 지키지 않고 중도에 해지를 하게 되면 그동안 받았던 세액공제 분을 다 토해내야 하며 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수익을 합산해 16.5%의 기타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서 끝일까? 기타소득세는 종합소득에 합산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종합소득세까지 추가 부담할 수 있다. 또한 차후 발생되는 건보료 등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출처: 금융상품 절세의 허와 실(4) - IRP와 연금저축, 서울동부신문, 2024년 10월 13일>

제가 사회초년생이던 시절 직장인이라면 꼭 가입해야 할 금융상품으로 꼽히던 “변액유니버셜보험”이라는 적립형 상품이 있었습니다. 매월 수십만 원을 적립하면 은퇴할 때에 큰 수익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은퇴가 멀지 않던 부장님들은 십여 년 납입하고 좋은 혜택을 받으셨는지 알 길이 없지만, 사회초년생들은 중도해약으로 커다란 손해를 안기도 했던 꽤 유명한 상품이었습니다.

IRP는 이미 퇴직금으로도 납입을 하고 있고, 퇴사할 때에 인출하면 그동안 받았던 세액공제를 환수하는 정도여서, 변액유니버셜보험의 사업비 환수만큼 문제가 있을 상품은 아닙니다. 다만 은퇴까지 유지할 수 없다면 단순히 과세를 이연할 뿐이라는 지적은 충분히 개연성/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3의 방법, 개인투자조합 출자를 통한 연말정산 세테크

그래서 오늘은 또 다른 종류의 연말정산(?) 방법을 안내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개인투자조합 출자입니다. ISA나 IRP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리 바람직한 명제는 아닙니다만, ‘인생은 한방이지’라든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이라든가, 또는 좀 더 나아가서 ‘당장의 연봉보다 스톡옵션을 통한 미래 이익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결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연금저축으로 목돈을 내고 세액공제 12%를 받거나, 혹은 ISA를 통한 이익에 비과세하는 것과 비교한다면요.

다만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전할 말이 있습니다. 일단 개인투자조합 출자는 상당히 위험한 종류의 투자에 해당합니다. 이 글은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특정 상품이나 펀드에 대한 추천도 아닙니다. 모든 종류의 투자는 리스크에 따라 리턴도 달라지고, 당연히 개인의 책임하에 결정되어야 합니다.

개인투자조합 출자는 일단 연말정산 소득공제율이 100%*입니다. 잘못 쓰인 게 아닙니다. 최대 1,000만 원을 출자하면 100%가 소득공제 범위에 추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0만 원이라는 목돈은 누구나 쉽게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페르소나(Persona)를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보통의 개인투자조합 펀드들은 투자 대상의 발굴과 관리 등에 대한 운용 보수로 10%를 수취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90%가 소득공제 범위에 추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다른 여느 경우와 마찬가지로 주민세 10%가 추가로 환급되어 운용보수 수준을 보충해 주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설명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서 100%로 표기하였습니다.

직장인 A 씨는 스타트업 OOO마켓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꽤 잘나가는 개발자인 그는 연봉으로 1.1억 원을 수령하고 있고, 아직 결혼 전이며, 부양가족은 없고, 전세자금 대출 이자 납부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대부분 지출이고, 부모님에 대한 의료비나 교육비 등이 별로 없어, 항상 연말정산 때에 채워 넣을 만한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아마도 A 씨가 연말정산을 하면 과세표준결정소득이 1억 원 정도 나오고 있을 것입니다. 특별한 연말정산 거리가 없는 싱글이라면, 1,000~1,500만 원 범위에서 소득공제를 받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편차는 있겠지만, 1,000만 원의 35% 수준인 350만 원 정도를 돌려받는다고 생각하면 대략 비슷할 것입니다.

그런 A 씨라면 연말정산을 위해 위에서 언급한 IRP 연금저축에 수백에서 1,000만 원까지 납입했을 때, 수십만 원에서 최대 백여만 원까지 돌려받는 것이 매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중도해지처럼 몇 가지 고려할 사안이 있긴 하지만, 900만 원을 납입하고 118만 원을 추가로 받으면 연말정산으로는 총 470만 원 정도를 받게 될 것입니다. 납입한 900만 원은 30년 후쯤 연금으로 받아야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추가로 받은 118만 원을 다시 토해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한편, 만약 A 씨가 어떠한 계기로 개인투자조합에 1,000만 원을 출자했고, 스타트업(정확하게는 벤처기업)에 전액 투자했다면, A 씨의 2월 연말정산 금액은 그 2배인 700만 원입니다. 출자한 1,000만 원 100%가 소득공제에 들어가 과세 표준을 1억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낮추어 주고, 1,000만 원 낮아진 구간의 소득세율인 35%를 연말정산으로 환급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환급을 받아도 투자한 원금을 날리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래서 개인투자조합 출자는 적어도 두 가지 고민을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위험성이 높은 투자라는 관점에서 ‘내’가 직접 투자할 수 없는 유망한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가”, 또 “소액이어도 ‘나의 출자’를 여러 개 기업에 분산 투자해 위험성을 조금 낮출 수 있는가”와 같은 것입니다.

연말정산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내가 직접” 지인이 하는 벤처기업에 투자해도 동일하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위험성이 높은 투자이기 때문에 앞서 두 가지 고민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한 개 기업에 몰빵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투자처를 발굴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상대적으로 복수의 기업에 투자하여 위험을 분산하는 것도 개인투자조합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투자 방법인 만큼 기대 이익도 높아야겠죠. IRP나 ISA도 연금을 수령할 때쯤에는 기대이익이 높은 편입니다만, 수십억 원 기업 가치이던 스타트업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으로 커지는 데 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스타트업 투자를 육성하고 장려하는 차원에서 더블 텍세이션으로 소득공제 외에 차후 양도세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매우 공격적인 투자인 만큼 여러 세제 혜택들도 공격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와 Pay it Forward

영국의 축구 리그, EPL의 팬이라면 아마도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l Die)”라는 TV 프로그램을 접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콥(Kop; 리버풀의 팬을 칭하는 단어)입니다만, 선덜랜드의 스토리는 심장을 뛰게 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시는 분들도 있고, 또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만, 아마 꽤 많은 우리들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Startup Till Die’라고 해도 동의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라면 “왜 이렇게 위험한 회사를 다니느냐, 언제 망할지도 모르는데.” 하며 공기업이나, 공무원이나, 이름이 알려진 금융권 또는 대기업에 가기를 바라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 잘 알고 있듯 스타트업 생태계는 충분히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몇 년밖에 일하지 않겠지만, 결국 다음에도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처럼, 우리는 대기업에서 20년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생태계 안에서 20년, 30년을 근무할 것입니다. 그 와중에 스톡옵션을 받거나 RSU를 받는 등 과정을 통해 연봉보다 많은 미래잠재이익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Pay it Forward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보통은 크게 성공하고 엑시트에 성공한 창업가가 후배 창업가들이나 생태계를 위해 큰 돈을 쓰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단한 엑시트를 경험한 창업가가 스타트업 지분을 1억 원씩 매입하면서 투자를 하기도 하고, 또, 대단한 투자 회사를 설립해 신규기업에 초기 투자를 집행하기도 합니다.

저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다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에 참여하는 것 또한 이 생태계를 위한 Pay it Forward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내가 투자한 생태계에서, 내가 월급을 받고 있고, 또 이직을 하고, 또 살아가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창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 생태계에 투자하는 것이 30년 뒤에 내가 받을 퇴직연금소득을 비과세나 낮은 과세율로 받도록 돕는 다른 상품보다 훨씬 더 스타트업스럽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15년과 1,000개의 개인투자조합

2022년 기준으로 1,000개가량 개인투자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중에 2개는 제가 만들었습니다.) 최근 수치는 발표되지 않았는데, 아마 유사하거나 약간의 편차 범위 내에 있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 검색 기준으로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검색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정도로 보여집니다. 2008년에 창업을 한 저는 사실 스타트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렇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약 15년 정도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15년 동안 개인투자조합 역시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높은 소득공제를 목표로 한 전문직들이 아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치과의사라든가요. 과세효율 최대 구간인 45%대에 있는 사람은 출자한 금액의 절반을 돌려받는 셈입니다) 다만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연봉 수준이 많이 올라오면서 꽤 많은 분이 개인투자조합에 참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개인투자조합의 조합원들만 봐도 절반 정도는 스타트업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분들입니다.

물론 개인투자조합도 당장 이익을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최소 5년 이상, 7~8년 정도는 묻어둘 생각을 해야 하며, 그래서 충분한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예시로 든 A 씨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렇게 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연말 정산에서 환급받는 350만 원으로 새로운 맥북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대신 돈을 보태서 1,000만 원을 개인투자조합에 출자합니다. 내년 연말정산 때에는 올해 출자한 투자의 소득공제를 더해서 700만원을 환급받게 되고, 여기에 조금 더 보태서 또 1,000만 원을 출자하구요. 이를 매년 꾸준히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매년 4~5개 스타트업에 분산으로 투자를 하고, 이것이 몇 년 쌓여 수십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그들 중 몇 개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해서 회수에 성공하도록 베팅하는 것입니다.

위험한 투자인 만큼 잘 안되었을 경우를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그때는 연말정산으로 돌려받은 35%에 위안을 삼는 게 전부입니다. 다만 그중 몇몇 기업이 크게 성장한다면, 전체 투자 금액의 몇 배를 회수할 수도 있습니다. 또 여러분이 앞으로 수십 년을 일할 이 생태계가 조금 더 좋아지는 일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스타트업 종사자의 연말정산과 Pay it Forward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있다 보면 “사람 일 모른다”는 말을 자주 되뇌게 됩니다. 어느 날 허름하고 땀 냄새 나는 옷차림으로 만났던 창업자는 회사를 백억 대에 매각하고 지금은 투자자로 이 생태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잘나가며 큰 투자를 받기도 해 부러움을 샀던 창업자가 회사를 폐업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모두 이 생태계의 역동성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할 때에도 “성공할 것이 너무 분명한” 회사가 성공하는 확률이나 “애매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회사가 성공하는 확률이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투자 관점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투자가 아쉬울 수밖에 없어도 그 또한 이 생태계의 한 구성 요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 역시 투자자로서 잘되는 회사만 쏙쏙 골라 투자하기 위해 노력합니다만, 결국 어느 정도 편차 안에서 평균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그래서 비록 작은 규모의 초기투자이지만 여러 기업을 발굴해서 리스크를 분산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개인투자조합 출자(벤처기업 투자)는 꽤 위험한 투자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 생태계에 있는 우리는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그중에 누군가는 대단한 성과를 만들고,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공했을 때의 기대 이익도 상당히 높은 투자는 맞습니다. 여기에 소득공제 혜택과 함께 양도세 면제라는 추가 혜택도 있습니다. 결국 투자를 하면 좋을 이유도 여럿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그만큼 분명한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은 “연말정산 나만 못 받으면 바보”라거나 “꼭 해야만 하는 절세상품” 같은 소개 글이 아닙니다. 12월이면 으레 도배되는 ‘13월의 월급’ 금융상품들 말고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관점, 그리고 Pay it Forward 라는 문화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만한 거리를 던지기 위함이죠.

한해를 정리하면서, 다가올 새해를 맞이할 연말입니다. 모쪼록 연말 정산을 포함해 모든 분이 현명하게 올 한 해를 마무리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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