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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올리브영 ‘울타 뷰티’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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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울타 뷰티라는 기업을 들어보셨나요? 울타 뷰티는 미국 최대의 뷰티 리테일러로, 국내에선 흔히 ‘미국판 올리브영’이라 불리곤 합니다. 이 이름이 익숙하다면, 아마 지난 8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투자한 기업이라는 소식을 들으셨을 겁니다. 당시 버핏은 애플 지분을 절반으로 줄이며 현금을 확보한 뒤 울타 뷰티에 투자해 화제가 되었죠. ‘애플을 팔고 선택한 기업’이라는 수식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버핏은 보유하던 울타 뷰티의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며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주목받은 이 기업, 과연 버핏이 선택했던 강점은 무엇이었고, 금세 매각을 결정하게 만든 한계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울타 뷰티를 올리브영과 비교하며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출처: Getty Images>
 

흩어져 있던 뷰티를 한데 모았습니다

미국 뷰티 리테일러 1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울타 뷰티와 세포라, 그리고 국내 1위 올리브영의 공통점은 뷰티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하여 원스톱 쇼핑을 가능케 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고객이 한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매장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화장품 구매가 훨씬 복잡했죠. 미국에서는 고가 브랜드를 백화점에서, 중저가 제품은 약국에서 각각 찾아야 했지만 품목이 제한적이었습니다. 한국도 비슷했는데, 대부분 단일 브랜드 로드샵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브랜드 간 비교 구매가 어려웠습니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며 이들 리테일러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안정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가며 성장했습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바로 뷰티 인디 브랜드들의 성장이었습니다. 백화점 입점의 높은 문턱, 그리고 자본력 부족으로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기 어려웠던 신생 브랜드들은 고객과 접점을 만들기 힘들었습니다. 여기에 직접 발라보고 발색을 확인해야 하는 뷰티 카테고리 특성상, 온라인 판매도 한계가 있었죠.

 

최근 아마존에서 성장한 코스알엑스 등의 K-뷰티 브랜드들이 울타 뷰티에 입점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출처: 코스알엑스>

 

하지만 울타 뷰티와 올리브영이 새로운 유통 기회를 제공하며, 많은 인디 브랜드가 성장할 발판을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만든 브랜드보다 오히려 시장을 주도하는 인디 브랜드가 많아질 정도인데요. 특히 K-뷰티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올리브영에서 성장한 한국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며 울타 뷰티에 입점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울타 뷰티는 아예 한국 브랜드 전용 코너를 운영할 정도로 K-뷰티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보다 훨씬 크고 더 다양합니다

하지만 울타 뷰티와 올리브영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평균 매장 크기입니다. 울타 뷰티 매장의 평균 면적은 약 300평으로, 40~50평 규모의 올리브영 매장에 비해 약 6배 더 큽니다. 올리브영 내에서 두 번째로 큰 명동 타운 매장이 350평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울타 뷰티의 대부분 매장이 이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600개 이상의 브랜드와 25,000개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니, 그 규모가 정말 대단합니다.

 

울타 뷰티가 이처럼 대형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취급하는 카테고리의 폭 때문입니다.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스킨케어, 향수, 헤어케어, 뷰티 도구 등 뷰티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고 있는데요. 이는 메이크업 중심으로 비교적 고가 브랜드에 집중하는 세포라와 차별화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울타 뷰티는 ‘타깃’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800개까지 매장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출처: 타깃>

 

물론 이처럼 대형 매장을 운영하려면 확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넓은 면적과 적합한 입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부지를 구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울타 뷰티는 이러한 문제를 대형마트 ‘타깃’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극복했습니다. 타깃 매장 내에 입점하는 전략으로 매장을 빠르게 늘린 것이죠. 현재 울타 뷰티의 약 1,400개 매장 중 1/3 이상인 500여 개 매장이 타깃 내에 입점해 있다고 하니, 이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살롱으로 모으고,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묶습니다

울타 뷰티 매장이 가진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모든 매장에 약 30평 규모의 살롱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머리 손질이나 손톱 케어는 물론, 피부 각질 제거나 모공 관리 같은 전문적인 뷰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울타 뷰티는 매장 내 살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출처: Courtesy>

 

이러한 살롱 공간은 고객이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줍니다. 고객이 뷰티 서비스를 받으러 매장을 찾고, 이를 통해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입니다. 이런 차별화된 접근 덕분에 울타 뷰티는 아마존과 같은 이커머스 강자들이 성장하는 와중에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한편, 울타 뷰티는 방문한 고객들이 재방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1994년부터 로열티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는 무려 4,300만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구매 금액대에 따라 포인트 적립률을 높여 주는 구조로, 충성 고객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충성 고객 덕분에 울타 뷰티는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었는데요. 매장 폐쇄로 인해 고객들이 온라인 몰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이들이 꾸준히 제품을 구매하며 울타 뷰티를 지탱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울타 뷰티의 체계적인 비즈니스 구조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은 워런 버핏이 울타 뷰티에 투자 결정을 내린 주요 이유 중 하나였을 겁니다. 이렇게 보면, 울타 뷰티의 살롱 공간과 로열티 프로그램은 단순한 서비스 이상으로 장기적인 성공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겠죠.

 

 

경쟁자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건 한계입니다

하지만 버핏은 몇 달 만에 울타 뷰티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울타 뷰티가 안고 있는 위험 요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경쟁 심화는 울타 뷰티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였습니다. 세포라는 여전히 고급 브랜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며 위협적인 경쟁자로 자리 잡고 있고, 아마존도 화장품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장 출점 속도의 둔화는 울타 뷰티에 있어 중요한 경고 신호로 여겨질 만합니다. 2010년대에는 매년 약 100개의 신규 매장을 열며 공격적으로 확장했지만, 최근에는 연간 30~50개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울타 뷰티는 앞으로 1,500~1,700개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 밝혔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는 달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매장 확장이 더딘 이유는 역설적으로 울타 뷰티의 강점인 대규모 매장에 기인합니다. 평균적으로 필요한 매장 면적이 크다 보니, 적합한 입지를 찾고 출점을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매장 수 측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지 못하면서 추격을 허용하게 된 겁니다.

 

울타 뷰티가 타깃과 손잡은 것처럼 세포라는 콜스와 손잡고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나가는 중입니다. <출처: 콜스>

 

예를 들어, 세포라는 독자 점포 수가 약 430개로 울타 뷰티보다 훨씬 적지만, 소매 유통 기업 콜스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세포라 앳 콜스’ 매장을 850여 개로 확대하며, 전체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세포라는 더 넓은 고객 접점을 확보하며 울타 뷰티의 입지를 위협 중이죠.

 

반면, 올리브영은 초기부터 출점 전략에 집중하여, 이미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2위 사업자와의 점포 수 격차를 1,000개 이상으로 벌려놓았습니다. 개별 매장 규모는 더 작지만, 대신 생활 반경 가까이 파고드는 접근성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거죠. 이제 올리브영과 경쟁하려면 단순히 도심에 십여 개 매장을 오픈하는 정도로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최소 수백 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해야 경쟁이 가능한데, 이를 단기간에 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세포라 역시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던 것이고요.

 

이처럼 울타 뷰티의 원스톱 서비스와 살롱을 갖춘 대규모 매장 전략은 그들의 가장 큰 강점이자 한계로 남아 있습니다. 이 전략을 유지하면서 경쟁자를 압도하지 못한다면, 울타 뷰티의 성장은 점차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올리브영의 미래는 울타 뷰티라고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시장에서 작은 매장 모델로 성공을 거둔 올리브영이 역으로 울타 뷰티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선보인 올리브영N 성수는 올리브영이 꿈꾸는 미래형 매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존 플래그십 스토어인 타운 매장보다도 평균 8.6배나 크다는 올리브영N 성수는 뷰티를 넘어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루며, 미용 및 피부 관리와 관련된 체험형 요소를 대거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울타 뷰티의 대형 매장 모델을 떠올리게 하죠.

 

올리브영의 미래라 불리는 올리브영N 성수는 여러모로 울타 뷰티 매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CJ올리브영>

 

작은 매장의 강점은 접근성에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고도화된 배송 시스템은 이러한 접근성을 점차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올리브영은 온라인 역량 강화와 더불어,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N이나 타운 매장은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두고 설계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울타 뷰티 모델을 상당 부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올리브영은 고객을 사로잡는 매장 경험을 만들기 위해 울타 뷰티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울타 뷰티는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올리브영의 강점인 접근성과 빠른 출점 모델에서 배울 점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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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고 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https://bit.ly/3GivERH)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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