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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술사 되셨어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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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술사 되셨어요? 시리즈
① 대기업 주니어 개발자의 기술사 도전기
연말이 되었으니, 올해도 외칠 때가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갓생산다!”
“올해는 글렀으니 신나게 놀고, 내년부터는 다시 태어나자!”라는 마음으로 새해 목표를 세우지만, 정작 그 목표는 매년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이루지 못한 목표를 새해로 넘겨 다시 설정하는 것이죠. 특히 자기 개발은 운동, 식습관 개선 등과 함께 빠지지 않는 새해 목표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자격증 취득을 꼽을 수 있죠.
정보처리기사, SQLD, ADsP, CKA, AWS 자격증 등 IT분야에는 수많은 자격증이 있습니다. 시작은 어렵지만 대체로 3개월 이내에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빠르게 자기개발과 성취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는 자격증만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자격 취득을 위해 2년 이상을 생각하고 도전하는 자격도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국가 기술 자격증 “기술사”입니다. 기술사는 시험 응시를 위한 자격이 필요합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기사 취득 후 4년의 실무경력을 쌓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이나, 취준생은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자격시험입니다. 또한, 기술사 자격의 효용성 역시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의견이 분분한 자격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기술사 자격증에는 이런 이미지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응시 자격조차 채우지 못했던 주니어 개발자인 제가 어쩌다 이러한 기술사 자격을 얻게 되었을까요? 준비하게 된 계기부터 실제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경험을 기반으로 정보관리 기술사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기술사는 국가기술자격 기술/기능 분야의 최상위 등급으로 국가에서 만들어 관리하는 자격입니다. 민간에서 만들고 국가에서 공인하는 국가공인자격과는 차이가 있는 자격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기능장, 기술사가 국가기술자격에 속합니다.
산업기사 이상의 자격들은 실무경력에 대한 자격요건이 있으나 다른 조건들로 응시 자격을 충족시키기 용이합니다. 반면, 기술사는 9년 이상의 실무경력이나 이에 준하는 경력을 요하기에 상대적으로 응시 조건이 높은 자격입니다. 게다가 시험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여 취득까지 평균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기에 난이도와 공부 기간을 고려했을 때, 자격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상이한 편입니다.
기술사 자격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의 깊이를 증명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술사 공부를 통한 체계적인 지식과 실무 경험의 결합은 현장에서의 기술적인 리더십 발휘와 다른 팀과의 협업을 원활하게 중재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자명합니다. 무엇보다 기술사 자격은 짧은 시간 내 제3자에게 나의 역량 어필 및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수많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자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기술사 응시 자격은 실무경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무경력 9년이 필요하나 기사 자격 취득 또는 학위를 통해 경력을 인정받아 실무경력 조건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력 인정 조건은 Q-Net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자가 진단 서비스 또한 지원합니다. 실무경력 조건 충족 여부에 대한 확신이 서시지 않는다면 Q-Net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net 응시 자격 바로가기)
이처럼 응시자격 조건이 다양하다 보니 기술사 학원에 오는 분들은 연령대가 상당히 다양합니다. 놀랄만한 점은 예상외로 젊은 수험생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직 자격요건이 되지 않았지만, 평균 공부 기간 2년을 생각하고 미리 공부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 강의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학습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사 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면접)시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필기는 단답형 및 주관식 논술형(교시당 100분, 총 400분)이고, 실기(면접)는 구술형 면접으로 20~30분 동안 진행됩니다. 필기시험은 합격하면 2년간 유효합니다. 기술사 종목에 따라 1년에 1~3회 시험 일정이 주어지기 때문에 2년간 면접 기회가 얼마나 생길지는 기술사 종목에 따라 상이합니다.
필기시험의 경우 1교시 형과 2교시 형으로 구분되며, 1교시 형은 13개의 문제 중 10개를 선택하여 작성하고, 2교시 형(2교시~4교시)은 6개의 문제 중 4개를 선택해 작성합니다. 1교시 형은 10 문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개념을 묻는 문제 위주로 출제되며, 2교시 형은 개념, 특징, 기술요소, 문제점, 해결 방안 등 구체적이고 깊은 지식을 요구합니다. 답안지는 A4 크기 용지이며 전체 14p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답안 작성 페이지 수는 자율이기에 부족할 시 답안지를 추가로 받아서 15p 이상 작성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필기시험은 교시당 100점 만점으로 총 400점이 만점입니다. 평균 60점(24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입니다. 교시당 채점자 3명이 채점한 점수의 평균이 해당 문제의 점수입니다. 따라서 한 교시당 180점, 즉, 총점 720점을 받아야 평균 60점이 됩니다.
60점 이상부터 합격이지만 대부분의 합격자 점수는 체감상 60~61점 사이에 분포합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합격자들 간 점수를 공유하면 대부분 60점 근처 점수로 합격했다고 합니다. 63~65점 점수를 받았다면 해당 회차의 수석 합격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락은 없지만, 어떤 한 교시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는 것은 어려워 전체적으로 점수를 잘 받아야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입니다. 기술사 시험문제와 답안지는 Q-net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기술사 기출문제 바로가기, 기술사 필기시험 답안지 양식 바로가기)
실기(면접) 시험은 면접관 3명 대 수험자 1명으로 진행됩니다. 실기 시험 접수 시 이력카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됩니다. 시험에서는 응시자가 작성한 경력을 기반으로 면접관이 질문하거나, 전공 상식, 일반상식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기술사 자격을 지니고 있는지 검증합니다. 실기시험은 필기시험 보다 합격률이 높은 편입니다. 다만, 애초에 필기시험을 합격한 쟁쟁한 역량을 지닌 수험생들이기 때문에 합격률만으로는 시험의 난이도를 설명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나의 경력을 되돌아보고 기술사 공부를 통해 습득한 지식과 융합하여 논리적으로 대답함에 따라 기술사 역량이 있음을 증명하는 시험입니다.
기술사의 공부 범위는 상당히 방대합니다. 출제 기준은 Q-Net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Q-net 기술사 출제기준 바로가기)
정보관리 기술사의 경우 컴퓨터공학에서 전공으로 배우는 대부분의 과목이 출제 범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원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IT 경영, 소프트웨어공학, 프로젝트 관리, 디지털 서비스, 네트워크, 보안, 데이터베이스, 컴퓨터 구조/운영체제, 인공지능/통계/자료구조, 법/제도 커리큘럼을 기본으로 8~10개의 과목으로 분류하여 학습하게 됩니다.
전공자가 기술사 취득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비전공자들도 개인 학습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차이입니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과 남에게 설명해 주는 것은 완전히 다르고, 글로 작성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입니다. 기술사 필기시험은 글로 작성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어떤 전공을 했는지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닙니다. 비전공자라고 불리하다고 생각할 필요 없고,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과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필기시험은 67,800원, 그리고 실기시험은 87,1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민간자격증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장기간 공부하다 보면 응시료로만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으니 단기 합격을 목표로 해야 하는 소소한 이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
기술사 자격은 14개의 분야에서 84종목이 있으며,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사는 3종목이 있습니다.
정보기술 분야의 정보관리 기술사와 컴퓨터 시스템운용 기술사, 그리고 통신 분야의 정보통신 기술사입니다. 정보관리 기술사와 컴퓨터 시스템응용 기술사는 공부 범위가 동일하기에 학원에서 공부할 경우 대개 같은 반에서 공부를 합니다. 두 종목의 차이는 어느 과목에 출제 비중이 더 많냐 차이 정도입니다. 그래서 정보관리 기술사 필기시험 합격 후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시스템응용 기술사 필기시험을 응시하여 두 종목 모두 취득하는, 소위 ‘양술사’가 많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사는 통신 분야의 기술사로 정보기술 분야와 공부 범위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정말 드물게 정보관리 기술사와 정보통신기술사를 모두 취득하는 대단한 분들도 있습니다. 합격률이 아주 낮은 기술사 시험에서 공부 범위가 다른 종목의 기술사를 따는 것은 단순 자격증 취득을 넘어, 본인 만족의 영역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기술사 시험의 합격률은 대체로 5% 미만으로, 매년 겨우 50명 남짓만이 필기시험의 문턱을 넘고 있습니다. 극히 적은 합격자 수는 기술사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 도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렇게 바늘구멍에 실을 넣는 것처럼 좁은 합격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학습에 대한 기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사 공부를 마음 먹었다면,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방대한 범위를 공부하기에 적당한 시간만 투자해서는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보다 망각하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기술사 공부를 하면서 항상 하는 얘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는 것입니다. 정리한 내용을 반복해서 봐도 막상 답안지에 답을 적으려고 하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잊어버리는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지식을 반복해서 채워 넣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하는 방법뿐입니다. 평일 최소 3시간 이상, 주말 8시간 이상 순수 공부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즉, 일주일에 최소 30시간 정도 이상은 공부해야 합니다.
순수 공부 시간 30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인마다 집중력의 차이가 있지만, 40시간 정도는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시간 확보를 위해 기술사를 공부하는 동안은 평일 저녁 약속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하며, 주말에도 학원과 책상 앞에 앉아 모든 에너지를 할애해야 합니다.
이런 다짐을 확고히 했다면 기술사 학원을 찾아가는 것으로 기술사 공부는 시작됩니다. 기술사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맞는 멘토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학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이상 추천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합격하기 위해서 나와 잘 맞는 학원, 멘토를 선택하여 꾸준히 매주 피드백을 받고 스스로 개선하는 것만이 합격으로 가는 기본적인 학습 전략입니다.
여기까지 기술사 자격에 대한 정보를 정리했습니다. 긴 학습 기간이나 낮은 합격률에 관심을 잃은 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술사는 의미 있는 자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기술사 공부가 의미를 가지는지, 저는 어떻게 이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는지, 제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해보겠습니다.
정보관리 기술사 공부를 시작할 때, 제게 원대한 목표는 없었습니다. 4년짜리 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4년 동안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궁금했을 뿐입니다.
실패와 극복을 반복하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단순히 ‘프로젝트 경험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이 전부였을 것입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하며 ‘주니어 개발자가 아닌 역량을 가진 전문가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나의 의견이 관철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렇게 역량을 증명할 수단을 찾았고, 대학원 진학, 자격증 취득 등 여러 방안 가운데 정보관리기술사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술사는 단순한 자격증이 아닌 해당 분야의 전문가임을 증명하는 자격으로, 큰 설명 없이 개인 역량을 증명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사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지만,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개강하는 학원에 등록하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술사 시험의 난이도나 합격률에 대한 고민, 취득 후의 보상보다는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싶다는 열정이 더 컸습니다.
정보관리 기술사 공부를 시작했던 시점은 4년 차입니다. 당시 저는 특이하게도 입사하자마자 바로 제안룸으로 투입되어 제안서 작성을 경험해 보고 7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곧이어 4년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SI 프로젝트의 라이프 사이클을 경험해 본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몸소 체득한 경험은 공부하는데 상당히 용이했습니다. 또한, 매년 자격증을 한 개씩 취득하며 공부한 내용들이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정보처리기사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4년 실무경력만으로 기술사 자격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시에 보유한 자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인 자격증은 아니지만 사내 자격으로 알고리즘 Pro 자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공부는 꾸준히 했기 때문에 그 범위는 점수가 잘 나왔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공부 범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 합격에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기술사를 준비하기 위해 다른 자격부터 공부하고 취득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술사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바로 기술사 공부를 시작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저는 기본반은 ITPE에서, 심화반은 KPC 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기술사 공부를 다짐했던 시점에서는 말했듯 가장 빠르게 기본반을 개강하는 기준으로 ITPE를 선택했습니다. 기본반 이후 학원을 옮긴 이유는, 재직 중인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학원이 KPC였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던 학원에서 연속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긴 하겠지만, 2년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2년 동안 공부한다고 가정하면 3~4번의 심화반의 수강비를 내야 합니다. 제 돈 내고 학원을 계속 다닐까도 고민을 했었지만, 어느 학원을 다니냐는 것보다 나와 성향이 맞는 멘토를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내 의지가 중요하다 생각하여 최종적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5개 학원의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다니지 않은 나머지 학원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133회 정보관리기술사 동기회 기술사님들에게 물어본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기술사 시험은 시기별로 각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초반에는 방대한 공부 범위에 어려움을 느끼고, 중반에는 성적이 정체됨에 힘들고, 후반에는 합격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힘듭니다. 모든 시기에 공통으로는 주변과 함께할 시간이 다소 줄어드는 것과 체력적인 한계, 공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 등이 대표적입니다.
초반에는 기술사 공부가 험난한 과정임을 인지하고 공부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아침 8시 50분 학원에 도착해서 저녁 8시 넘게까지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학습하는데, 방대한 공부 범위를 알면 알수록 합격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커졌습니다. 토요일에 배운 내용을 일요일~금요일까지 매일 공부해도 공부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또, 퇴근하고 책상 앞에 앉아 4시간 이상을 공부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이 필요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드는 순간까지 기술사 공부만 생각했음에도 머릿속에 남는 지식은 아주 희소한 날들의 반복이었습니다.
처음의 다짐과 다르게 매일, 매주 지속할 수 있는 공부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같은 조에서 공부하는 6명의 동료와 답답함, 힘듦을 토로하고 공감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버틴 나날이었습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든 수험생이 힘들다는 것이 유일한 위로이자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런 조원들조차 마지막 9주 차에는 3명만이 남아있을 정도로 공부의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하루 4시간씩 자고 나머지 시간은 공부에 전념하다 보니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고, 혓바늘이 생기는 등 신체의 이상으로 비타민을 챙겨먹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나, 저는 회사에서 기술사 심화반 교육을 지원해 주었기에 기본반 6주 차에 심화반에 들어갔습니다.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만큼 출석이 중요해 기본반 수업을 다 듣지 못하고 심화반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남은 기본반 수업은 같은 조원분들에게 필기 자료를 받아 독학하는 방식으로 병행했습니다. 기본반조차 벅찼던 저에게 심화반까지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아있는 연차를 오직 공부하기 위해 사용했을 정도입니다.
기술사 공부 중반에는 정체된 성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집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이 이 단계에서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년 넘게 공부한 시점에서 중도 포기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힘든 결정이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환경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아쉽게도 훗날을 기약하며 포기하게 됩니다.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거나, 공부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보고, 멘토의 조언을 수용하여 정체를 극복하여야 합니다.
기술사 공부 마지막 단계인 후반에는 불안감과 싸웁니다. 학원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대부분의 토픽을 숙지하여 합격을 바라보고 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굉장히 불안해집니다. ‘이번 회차에 합격해서 나가야 하는데 만약 합격하지 못하는 어떡하지?’, ‘내가 약한 토픽 위주로 나오면 어떡하지?’, ‘나는 더 이상 공부할 게 없는데 못 붙으면 어떻게 공부하지?’ 등 여러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그래도 나 자신을 믿고 시험 직전까지 약점을 보완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정신적 지주인 멘토님과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자신감을 갖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 스스로 위축되어 있으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입니다. 시험 전날 자신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던 시점에 멘토님의 격려의 전화 한 통이 불안감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어려움에도 기술사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기술사 공부 자체가 매우 재미있었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속으로 설정한 기간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술사 공부를 하면서 가장 즐거움을 느꼈던 때는 그동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프로세스, 기술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SI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방법론 혹은 선배님들의 가이드를 따라서 수행했던 절차, 그리고 결과물로 나온 산출물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배우니 재밌었습니다. 지금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수없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기술사 공부를 통해 배운 내용들이 제안서 안에 모두 있었다는 것 역시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기본반을 듣고 있던 당시에 PM(Project Manager)님과 나눈 대화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PM님, 우리가 작성한 제안서 안에 기술사를 공부하며 배우는 것들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라고 하니 PM님은 웃으면서 “우리가 수십 년간 축적한 역량, 경험, 노하우 모든 것이 녹여있는 것이 제안서니까. 이대로 수행하기만 하면 성공하는 프로젝트가 될 거야”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깊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공부라는 것을 이때 제대로 인지하게 됐습니다.
내가 제대로 모르는 것이 찾을 수 있다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더 깊게 공부하는 것, 또 그 자체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자 공부 자체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기술사 자격을 취득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것이 의심할 여지도 없이 명확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스스로 설정한 기간인 2년보다 빠른 1년 만에 기술사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2년 내에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다면 정말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1년 동안 쉼 없이 앞만 보고 계속 달렸고, 다행히 운도 따라줘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정보관리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후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매일 밤낮없이 기술사 공부에만 전념했던 날들을 청산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며 즐기고 있습니다.
기술사 취득 후 제 삶이 다이나믹하게 바뀌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제가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 더 넓어졌다는 사실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달라졌다는 것은 매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저 일반 개발자로서만 머물러 있었다면 몰랐을 사고와 관점, 주니어 개발자로서는 만날 수 없었을 다양한 업종의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자격임은 틀림없다고 생각됩니다. 기술사 합격으로 같은 회차에 합격한 동기회가 생겼고, 회사 기술사회에 가입하여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 또, 같이 공부했던 분들과 멘토님들을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있어 충분한 값어치를 해주고 있습니다. 기술사 자격 자체만으로 삶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취득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큰 것들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기술사 자격을 발판으로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려고 합니다. 기술사 취득이 끝이 아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사용하여 역량을 키워 나가려고 합니다. 훌륭한 시니어 개발자, 엔지니어로 성장하여 현장의 기술을 주도하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삶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기술사 자격이 Input 대비 Output, ROI가 현저히 떨어지는 자격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저의 대답은 항상 ‘NO’입니다. 저 역시 기술사 자격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의 총량이 일정하다면, 단기합격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자는 마음으로 기술사 공부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가치보다는 본인이 얻을 가치를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기술사를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기술사 되셨어요?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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