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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IT 채용 시장에는 적합한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한탄이 많다. 그런데 간혹 그 어려움의 이유가 보이는 채용 공고를 만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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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IT 채용 시장에는 적합한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한탄이 많다. 그런데 간혹 그 어려움의 이유가 보이는 채용 공고를 만나기도 한다.
심지어 최근 본 어떤 공고는 담당 업무 항목을 채우지 않아, “상세내용을 입력하세요” 문구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담당 업무 항목은 구직자의 지원 여부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정보다. 이런 성의 없는 채용 공고는 적합한 인재를 만날 가능성을 떨어뜨릴뿐더러 회사에 대한 인상까지 나쁘게 만든다.
이번 기회에 중소 IT 기업 채용 공고의 나쁜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처리 방식을 제안하려고 한다. 중소 IT 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거나 관련 있는 분들이 주목하면 좋겠다. 아울러 IT 직군 구직자들도 질 낮은 채용 공고가 만들어지는 이유와 그 사례를 숙지하며, 원하는 일자리를 얻는 데 도움을 얻길 바란다.
일반적으로 성의 없는 채용 공고는 기업이 원하는 유형의 지원자를 이탈시키며 원하지 않는 지원자를 유인한다. 이는 제외 작업, 즉 필터링에 들어갈 비용을 증대시킨다. 채용 과정의 효율은 떨어져 공고만 잘 써도 쉽게 피했을 추가 업무를 만들고 만다. 대강 쓴 공고가 회사에 어떤 손실을 끼치는지 먼저 환기해 보자.
성의 없는 채용 공고는 역시 성의 없는 지원자를 유인한다. 물론 채용 공고를 성의 있게 작성한다고 해서 이런 지원자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의 있게 쓴 조건에‘만’ 안 맞는 지원자”들도 있다.
예를 들어, 자바(Java) 개발자를 뽑기 위한 공고의 제목이 “개발자를 모십니다”라고 하자. 그러면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C#, C/C++ 등 온갖 스택을 가진 개발자들이 지원할 것이다. “자바(Java)”, 한 단어만 추가해도 받지 않았을 이력서를 제외하는 작업이 추가로 생긴다.
더 큰 문제는, 중소 IT에서 채용을 맡은 사람은 대부분 채용이 본 업무가 아니란 사실이다. 채용에 들어간 무의미한 작업 시간은 그의 본업까지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회사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바쁘고 시간이 없을수록 선택과 집중이 따라야 한다.
이쯤에서 중소 IT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를 짚어보자. 보통은 ①채용공고 → ②서류전형 → ③면접전형 → ④최종결정 순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면접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 고차원의 작업이다. 숙련이 많이 필요하고 변수도 많다. 그런 만큼 집중해 개선할 때 빠르게 효과를 볼 확률이 높은 프로세스는 채용 공고 단계다. 노력한 대로 성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다음 프로세스인 서류 검토 업무의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본업에 더해 채용까지 해야 하는 바쁜 담당자라면, 채용 공고 작성에 공을 들이는 편이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채용 공고를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에 충분히 공감했다면, 이제 어떻게 채용 공고를 쓸지가 문제다. 글에서는 나쁜 사례를 먼저 살펴본 다음, 이를 피하거나 처리하는 전략을 쓰려고 한다. 지금부터 우리가 반드시 피해야 할 7가지 사례들을 확인해 보자.
채용 공고에는 구인할 사람의 자격을 표기한다. 크게 필수 사항과 우대 사항 두 가지를 내세운다.
필수 사항은 말 그대로 지원자의 자격 요건이다.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전형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우대 사항은 충족되지 않더라도 가능성이 있지만, 충족한다면 전형 과정에서 ‘어드밴티지’를 줄 요건이다. 하지만 이때, 조건을 잘못 설정하면 어드밴티지의 의미가 희석되고 만다.
위 공고에는 필수 사항이 경력 1년인데, 우대 사항은 근무 경험이다. 당연히 경력이 1년 이상인 사람들만 지원할 것이기에 모두가 어드밴티지를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아무런 변별력이 없는 우대 사항이다.
이 예시는 모 방송국의 공고를 참고했다. 우대 사항의 근무 경험 역시 방송국 경험을 염두에 뒀는데, 이를 실수로 명시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처럼 우대 사항을 선택할 때는 필수 사항과 함께 점검하며 정말 효율적인지 검토해야 한다.
이 채용 공고에서 이상한 점을 이해했는가? 이를 이해하려면 업계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C++과 JSP는 쓰이는 영역이 다르다. 따라서 두 가지 모두 다루는 사람은 드물다. 즉, 이 채용 담당자는 둘 중 하나만 다룰 수 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할 줄 아는 대부분의 구직자는 저 필수 사항을 보고 이력서조차 내지 않을 것이다.
필수 사항 안에도 조건부 수용이 있다. 공고를 “C++, JSP 중 1개 가능” 같은 식으로 고친다면, 하나만 할 줄 알지만 다른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지원을 받기 수월해진다.
만약 둘 중 하나, 이를테면 C++의 업무 비중이 높은 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필수 사항을 C++ 하나만 쓰고 우대 사항에 “JSP 가능(또는 경험)”으로 작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것만으로도 적합한 인재를 구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신입/경력 상관없이 채용할 계획의 회사는 “경력 무관”이라는 문구를 쓰는 경우가 많다.
다만 지원 의사를 가진 경력 5년 차가 이런 공고를 보고 찾아올 가능성이 높을까? 정답은 ‘아니’다. 경력 무관이란 표현은 신입 혹은 경력 1년 차를 뽑겠다는 시그널을 보낸다.
이런 공고를 낸 회사의 상황을 생각해 보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은 피고용자가 늘면 영업 손실이 있을지 점검하고 공고를 내라고 한다. 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상사가 점심을 한턱 쏘겠다며 “짜장면도 괜찮고, 짬뽕밥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부하 직원인 당신은 당당히 짜장면과 짬뽕밥을 건너뛰고 “삼선짬뽕”을 주문할 자신이 있는가? 더 쉬운 말로 하면, 경영진이 “연봉 3천에서 1억쯤?” 하며 공고를 냈을 리가 없다. “3천에서 4천쯤?” 정도 좁은 폭을 예상하고 경력 무관이란 조건을 주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력 무관 채용 공고를 냈더라도 실제로는 경력이 유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1년 차 이하인들 어떠하리, 신입인들 어떠하리”란 의미로 통한다. 즉, 기업도 높은 확률로 경력 많은 지원자를 서류 전형에서 탈락시킬 것이다.
이런 의도에 공감한다면 경력 무관이라고 하기보다는 “신입을 포함하며 경력일 경우 최소 1년 이하, 또는 3년 이하”라고 범위를 설정할 것을 권장한다. 제한을 걸지 않을수록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 모두의 필터링 작업이 늘어난다.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벌리지 말자.
만약 정말로 신입과 경력 둘 다 뽑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경우 공고를 별개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신입은 보통 현재는 백수인 경우가 많아 시간이 넉넉한 사람들이다. 이와 달리 경력직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직 희망자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면접은 실무진의 판단과 임원의 판단으로 나뉜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면접 한 번에 이들 모두가 참석해 처리하는 편이다.
그런 관점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이직 희망자에게 2차 면접은 큰 부담이다. 만약 면접 한 번에 처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혹시 모를 가능성에 2차 면접이라 작성했다면 수정하자.
또한 팬데믹 이후에는 화상 면접도 흔해졌다. 화상 면접도 가능하다는 언급을 공고에 명시하면, 이직 희망자가 조금 더 부담 없이 지원할 것이다.
근무 조건(출퇴근 시간, 주 5일제 여부, 근무 지역 등)과 복리 후생은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특히, 이직 희망자들은 현 직장과 옮겨갈 직장의 근무 조건, 복리 후생 등 차이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이런 내용을 공고에 미리 언급하지 않으면 어떨까? 면접 때 나와 맞지 않는 조건을 듣는다면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곧 면접자와 면접관 모두 헛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직 희망자에게는 면접 시간을 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실무에 바로 투입할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면, 이직 희망자들을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 되도록 근무 조건과 복리 후생은 채용 공고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대 사항이란 ‘어드밴티지’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공고를 내며 이런 사항이 어느 정도 가중치를 가지는지 정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언급한 항목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을 기대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표현을 보자. 면접에서 한 두 번의 질문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모두 파악할 수 있을까?
산업인력공단의 NCS 표준에 의하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거나 문서를 통해 의견을 교환할 때, 상호 간에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커뮤니케이션이란 말뿐만 아니라 글과 문서 작성을 포함한 능력이다. 그렇다면 두루뭉술한 표현보다 직접 작성한 문서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라고 제시하는 것이 좋다. 노션, 슬랙, 지라 등 도구 활용 능력을 우대 사항으로 두는 것도 원하는 인재의 지원을 받을 방법이다.
급여 기준은 “회사 내규에 따름”이면서 지원자에게는 희망 연봉을 기재하라는 경우가 있다. 회사의 내규가 이미 있는 상황이라면서 왜 희망 연봉을 기재하라는 것일까? 일관성 없는 채용 공고이다. 회사가 연봉을 공개하는 걸 꺼리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희망 연봉을 지원자에게 받으려면 그 범위를 명시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여기서 연봉 공개에 대한 시사적인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최근 국내 채용 공고를 보면 신입은 연봉 범위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미국 채용 사이트 인디드만 가더라도 웬만하면 연봉 범위에 대한 정보가 신입/경력 따지지 않고 쓰여 있다. 직장인이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인데, 왜 가격표가 없는 걸까? 아주 극단적인 예시지만, 19세기 미국 노예 매매 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 모두 가격표가 있었다. 노예제는 철폐되었지만, 한국의 채용 시장은 그보다 못한지 가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구직자에게 그보다 중요한 정보가 없는데 말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23년, 대통령실에서 채용 공고에 연봉 범위를 명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참고 기사) 연봉을 공개하는 추세로 돌아선 채용 시장 분위기에 따라, 특히 신입을 채용한다면, 연봉 범위를 명시할 것을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나쁜 채용 공고 사례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적절한 처리 방식과 고민을 피력해 보았다. 이런 사례를 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채용 공고를 쓸 준비가 된 것이다.
좋은 채용 공고란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에게 효율을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글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얻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또, 건전하고 투명한 IT 채용 시장이 만들어 지는데 약간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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