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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세간이 떠들썩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가슴 뛰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노벨 과학상(물리학, 화학 부문) 수상자가 모두 인공지능 발전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로 채워졌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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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과학상을 휩쓴 인공지능의 대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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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세간이 떠들썩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가슴 뛰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노벨 과학상(물리학, 화학 부문) 수상자가 모두 인공지능 발전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로 채워졌다는 것입니다.

 

2024년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과학 혁명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알파고’로 유명세를 떨친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와 연구원 존 점퍼(John M. Jumper), 그리고 워싱턴대 교수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들은 세기의 난제로 여겨진 단백질 구조 분석 문제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해결해 냈습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홉필드(John Hopfield) 박사와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토론토대 교수는 모두 심층신경망 연구로 인공지능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입니다.

 

<출처: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이번 인공지능 분야 권위자들의 노벨상 수상은 인공지능이 과학 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공지능을 향한 대중의 열렬한 관심이 한 때의 유행에 불과한 것이 아니며, 이 기술이 인류의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등장이 곧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만한 대사건이라는 점 역시 명백해지고 있죠.

 

이러한 경향은 특히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으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오픈AI에서 공개한 o1 모델은 기존의 SoTA 모델들이 단순히 속도(TPS)와 답변 정확도(Precision)를 올리는 것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추론과 수리 능력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그에 따라 수학과 과학 등 분야에서 이미 인간을 능가하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많은 전문가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달 오픈AI에서 출시한 o1의 성능 벤치마크 <출처: OpenAI>

 

2022년 말, 챗GPT의 첫 등장 이후로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인공지능 기술은 어렵습니다. 마치 먼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딥러닝이 어떻게 기존의 과학 연구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는지, 노벨 화학상 수상의 중심에 놓인 딥마인드 알파폴드(AlphaFold)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기업 주도의 과학 혁명이 IT 업계에 영향을 주는 방식도 다룰 예정입니다. 또한 이런 혁신이 우리 개인의 일, 나아가 삶에 미칠 영향까지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려고 합니다. 도대체 인공지능은 어떻게 과학 연구 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것일까요?

 

 

딥러닝은 어떻게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을까?

딥러닝 기술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기존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대한 연산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하고 예측해 내는 것”입니다.

 

경사하강법(gradient descending), 역전파(back propagation)와 같은 심층신경망(DNN, Deep Neural Network) 기법의 발전과 다양한 디바이스와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축적된 데이터, 그리고 GPU 성능의 눈부신 발전이 딥러닝 기술의 구현을 가능케 했습니다. 이러한 딥러닝의 특성은 비교적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실험과 연구를 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딥러닝 성능 향상의 일등 공신: 역전파와 경사하강법 <출처: vigneshgig 미디엄>

 

과학 분야에서도 딥러닝은 여러 형태로 혁신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학 실험에 있어 필수인 데이터 분석, 모델링, 시뮬레이션, 그리고 예측 등 영역에서 그 진가가 드러나고 있죠.

 

기존의 과학 연구는 연구자가 해결하고자 하는 과학적 질문이나 문제를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리서치로 관련 이론과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의 기초를 다진 다음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을 세우고 연구자가 예측한 결과나 관계를 명확히 합니다. 이후로는 실험 설계와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실험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기나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비선형적(non-linear)으로 진행합니다. 따라서 연구자 대부분이 연구를 진행하다 앞서 단계를 반복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실험적인 접근이 많아 효율성이 떨어졌죠.

 

반면 딥러닝을 활용한 연구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이들 연구는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딥러닝 알고리즘이 이들 데이터로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연구자가 먼저 문제를 정의하는 대신, 알고리즘이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스스로 발견하고 그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연구의 효율성을 크게 올려줍니다. 예를 들어,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하는데, 방대한 단백질 구조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딥러닝 모델이 학습하기에 기존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결과를 도출합니다. 

 

더 이상 연구자가 이론을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 모델이 제공하는 예측을 바탕으로 더 정교한 실험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딥러닝 모델은 꾸준히, 그리고 스스로 성능을 개선해 나갑니다. 새로운 데이터가 더해질 때마다 모델이 꾸준히 학습하기에 정확도가 개선됩니다. 이는 곧 과학 발견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키는 성과로 이어집니다.

 

이제 좀 더 자세히, 딥마인드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의 패러다임을 바꾼 과정을 살펴볼까요?

 

 

딥마인드 알파폴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과 신약 개발

단백질은 우리 몸의 세포, 조직, 장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요 생체 분자입니다. 이러한 단백질은 아미노산(amino acid)이 특정한 순서로 배열되며 그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아미노산 서열은 1차 구조로 불리며, 이 서열이 어떻게 3차원 구조로 ‘접히는지’가 단백질이 수행하는 기능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즉, 아미노산 서열이 3차원 구조로 접힐지가 그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백질의 접힘(folding) 현상은 아미노산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집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미노산 서열을 바탕으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며 단백질이 어떻게 접히고 기능을 발휘하는지 파악하는 과정인 것이죠. 다만 이러한 단백질 접힘 현상은 여러 물리적, 화학적 법칙에 영향을 받아 예측이 어려운 복잡한 과정입니다. 이를 예측하려면 다양한 계산 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은 특히 제약 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할 때 거치면 아주 좋은 과정입니다. 단백질의 접힘 현상과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신약 설계와 개발의 효율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장점에도,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구조 예측에 선뜻 나설 수 있는 제약회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이를 반영한 신약을 개발할 때 걸리는 시간은 빨라도 10년입니다. 평균 1조 원 이상 비용이 소요되기도 하죠. 게다가 수많은 후보 약물 중 개발에 성공해 시판까지 가는 경우는 얼마 없을 정도로 성공 확률도 희박합니다. 이처럼 수조 원에 달하는 매몰 비용(sunk cost)이 발생할지도 모를 프로젝트에 쉽게 돈을 투자할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생명 과학 분야의 연구 개발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이러한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알파폴드는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은 아미노산 서열을 기반으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합니다. 알파폴드의 알고리즘은 심층신경망으로 방대한 생물학 데이터를 학습해 단백질의 공간 배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알파폴드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출처: nature>

 

이를 바탕으로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있어 높은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이는 곧 과학자들이 신약을 개발하고 질병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제약 회사가 알파폴드의 예측 결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제약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 제약회사 인실리코(Insilico) 메디슨의 연구진은 알파폴드 예측 단백질 구조를 자사의 Chemistry42 플랫폼에 적용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간세포 암종의 유망한 약물 표적인 CDK20에 대한 새로운 억제제 생성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또, AI가 개발과 설계에 참여한 특발성 폐섬유증에 대한 약물이 최근 임상 2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 외 암, 섬유증, 면역, 중추신경계 질환 및 노화 관련 질환에 대한 내부 파이프라인에서 2개의 추가 임상 단계 프로그램과 30개 이상의 약물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경쟁력 있는 기술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신약 개발 주기의 단축과 비용 절감은 제약 회사에게 경쟁력을 제공하며, 환자들에게 더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딥러닝이 생물학 연구의 진전과 질병 메커니즘 이해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AI와 함께하는 기초 과학은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꿀까?

인공지능이 불러온 과학 연구의 혁신은 관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혁신의 가속을 만들어 냅니다. 의학 분야에서 앞으로 더 많은 신약이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만들어질 겁니다.

 

단지 단백질 구조 예측과 신약 개발에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닙니다. AI 기술의 발전은 농업, 우주공학, 에너지 등 다양한 기초 과학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관련 산업들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농업 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을 활용하여 농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정밀 농업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식량 생산성과 품질을 크게 올려 인류의 식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겠죠.

 

마찬가지로 우주 공학 분야에서는 더 효율적인 우주 탐사 기술과 자원 활용 방안이 개발될 겁니다. 덕분에 본격적인 우주 탐사 시대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또한 인간이 그동안 컨트롤할 수 없던 환경 변화나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일 역시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지진이나 홍수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사전에 예측하고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죠.

 

한 발 나아가 관련 직군과 업무도 새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단순 진단을 넘어 질병의 조기 진단이나 예측을 돕는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전문가가 유망 직업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농업 분야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과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작물의 품질 개선, 병충해 저항성 향상, 생산성 증대 등 문제를 해결하는 유전자 편집 전문가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CRISPR와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AI로 최적화하고 적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기후 변화, 대기 오염, 물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환경 데이터 분석가가 각광받게 될 것입니다.

 

AI가 주도하는 기초 과학의 발전은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기업이 주도하는 제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 진입에 큰 영향을 미치겠죠. 인공지능은 이미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초개인화된 에이전트 같은 기술은 고객 경험을 더 혁신적으로 바꿔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발전은 단순히 산업 단위 성과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고 기존의 사회∙경제 질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인공지능 대가들의 노벨 과학상 수상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마치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우리 일상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딥러닝 기술의 연장선에 있는 생성형 AI는 우리 일상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특히 IT 업계에 종사하는 개인이라면, 이러한 변화를 더욱 절실하게 느낄 겁니다.

 

생성형 AI는 코딩이나 보고서 작성에 일부 쓰이던 보조 도구에서 이미 개발자를 대체하고도 남을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직무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키고도 있습니다. 데이터 과학자, AI 엔지니어와 머신러닝 연구원 등 직무 역할이 어느 한 가지에만 국한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가는 더 이상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모델을 활용하여 직접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역할로 스스로의 직무를 확대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직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성형 AI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이 점점 더 필수적인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IT 기업에서 일하는 개인들에게는 이러한 생성형 AI의 발전이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대가들의 노벨 과학상 수상이 말하듯, 이는 그저 진부한 위기론이 아닌 당장 우리 앞으로 다가온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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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으로 AI Software Architect로 일하고 있습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보다 더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고 생성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NLP(자연어처리) 분야에서 일합니다. (브런치 : https://brunch.co.kr/@harryban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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