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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는 어떻게 입력하나요?”
“결국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는지가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 시작을 못 하겠어요.”
‘생성형 AI를 활용한 UX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며 현직 UX 디자이너들에게서 들은 말이다. 지난 글(UX 디자이너가 AI를 대하는 태도: 주니어 vs. 시니어)에서 앞으로 AI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이때 AI와의 커뮤니케이션이란, AI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프롬프트를 체계적으로 잘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고는 명령만을 기다리는 빈 대화창을 보고 있으면 어떤 말로 시작할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야 의도한 대로 답변이 나올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워크숍에서도 멍하니 화면만 응시하는 참가자들이 종종 보인다.
실제로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작업은 AI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AI로부터 원하는 값을 얻기 위해 프롬프트를 체계적으로 작성하는 일, 이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른다. 즉, AI와의 소통 기술을 의미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은 2022년 말, ChatGPT가 출시된 이후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복잡한 작업일수록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중요도는 더 커진다. 이번 글에서는 UX 디자인 분야에 초점을 맞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방법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다.
UX 실무자들과 인터뷰를 했을 때, 실무에서 AI를 활용할 때 기대하는 효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시간 단축’이다. 아이디어를 훨씬 빨리 도출할 수 있으며, 다양한 버전의 시안도 빠르게 생성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꼽았다.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였다. 인간과 인간의 소통에서는 비언어적인 표현이나 정돈되지 않는 문장들로 서로의 말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반면, AI는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형태로 답변을 하기 때문에 소통이 편하다는 것이다.
AI 도구와 소통할 때도 똑같다. 애매모호하게 뭉뚱그린 문장으로 프롬프트를 작성하면 소통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즉, 최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해줘야 AI도 우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첫 번째 프롬프트: 키오스크 사용자의 페인 포인트는 뭐가 있을까?
첫 번째 프롬프트로는 간단하게 키오스크 사용자의 페인 포인트가 무엇일지 질문했다. 그랬더니 UI 관련 문제, 기능 관련 문제 등 4가지 카테고리를 나눠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두루 알려주었다. 하지만 특정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페인 포인트와 사례를 알고 싶었다면, 이 대답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다음으로 구체적인 조건을 추가해 다시 질문했다.
두 번째 프롬프트: ① 한국에서 ② 맥도날드 키오스크 사용자의 ③ 가장 핵심적인 페인 포인트 1가지와 그 사례, 그리고 왜 그게 불편한지에 대한 이유를 정리해 줘.
두 번째 프롬프트에서는 ‘맥도날드’라는 구체적인 서비스, ‘한국’이라는 시장을 지정했다. 또, ‘가장 핵심적인 페인 포인트 1가지와 그 사례, 불편한 이유’로 답변에 포함되어야 하는 정보의 조건도 입력했다.
그 결과, 의도한 대로 핵심 페인 포인트와 그 원인, 실제 사용자의 사례까지 자세하게 정리된 답변을 받았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특정 타겟을 지정하거나(예: 어린이, 고령층, 외국인 등) 특정 문제 상황과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춰 다시 질문할 수도 있다. 그러면 방향성이 더 좁혀진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할수록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다만 사실 이러한 방법을 알아도 여전히 프롬프트에 구체적인 조건을 추가하는 건 어렵다. 처음부터 어떤 조건을 써줘야 할지, 그 내용이 다 정리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그 조건 자체에 대한 질문부터 하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프롬프트: 키오스크 사용자의 페인 포인트를 조사하고 싶은데 너한테 어떤 정보를 주면,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얻고 싶은 정보의 내용과 이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제미나이는 이 질문에 조사 대상(키오스크가 있는 서비스 종류, 사용자 범위, 사용 환경)과 조사 목적(문제점 파악, 개선 방안 모색, 특정 기능 평가) 등 정보를 제공해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와 함께 예시도 알려줬다. 이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조건을 추가한 프롬프트를 다시 작성했다.
개선한 프롬프트: ① 맥도날드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② 20대 고객들의 ③ 주문 과정에서 발생하는 ④ 문제점을 알려줘. 특히 ⑤ 메뉴 선택과 결제 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알려줘.
이 프롬프트에는 키오스크의 서비스 종류(①), 사용자 범위(②), 사용 환경(③), 조사 목적(④), 특정 기능(⑤) 등 조건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 ‘키오스크 사용자의 페인 포인트는 뭐가 있을까?’라고 입력했던 프롬프트보다 훨씬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원하는 조건을 추가하면 의도한 대로 답변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맥락 없는 질문은 모호한 답변을 부른다. 예를 들어, A/B 테스트의 가설을 설정할 목적으로 제미나이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았다.
첫 번째 프롬프트: (아래에 있는) 둘 중 어떤 카피가 더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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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는 두 가지 모두 가입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사용 상황에 따라 적합도가 달라진다는 애매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렇게 입력한다면 어떨까?
두 번째 프롬프트: ① OTT 앱의 멤버십 가입 버튼 클릭률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야. A/B 테스트에서 (아래에 있는) ② 두 가지 버전의 CTA를 테스트하려고 하는데 ③ 어떤 CTA가 더 나은 성과를 낼지 하나를 선택해서 가설과 그 이유를 알려줘.
두 번째 프롬프트에서는 더 자세한 상황(①)과 질문의 목적(②), 필요한 정보(③) 등 질문을 하는 맥락과 의도를 확실하게 명시했다. 그 결과, 제미나이도 1번 카피보다 2번 카피가 더 높은 클릭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가설과 함께 이유를 제시해 주고 있다.
한 가지 예시를 더 살펴보자. 이번에는 OTT 플랫폼 랜딩 페이지의 헤드라인을 작성해 달라는 프롬프트를 두 가지 버전으로 입력했다.
첫 번째 프롬프트: OTT 플랫폼 랜딩 페이지의 헤드라인을 작성해 줘.
두 번째 프롬프트: OTT 플랫폼 멤버십에 가입했다가 곧 사용 시기가 종료되는 사용자에게 보여줄 랜딩 페이지의 헤드라인을 적어줘.
첫 번째 프롬프트에서는 특정 맥락을 제시하지 않아 영화 중심, 드라마 중심으로 장르를 나눠 다양한 헤드라인을 작성해 줬다.
반면 두 번째 프롬프트에서는 ‘멤버십에 가입했다가 곧 사용 시기가 종료되는 사용자에게 보여줄’이라는 특정 맥락을 제시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제미나이는 제시한 맥락에 초점을 맞춰서 헤드라인 문구들을 추천해 주었다. ‘다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혜택을 강조하고 놓치면 아쉬울 수 있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를 자극하는 헤드라인이 효과적이다.’라는 이유 역시 함께 대답했다. 이처럼 질문을 하는 맥락과 목적,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한다면 AI가 우리 의도에 맞는 답변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UI 디자인을 할 때 쓰는 요소 중 햄버거 메뉴(Hamburger Menu, ☰)가 있다. 모든 메뉴 항목이 보이는 게 아닌, 세 개의 가로선이 세로로 쌓여있는 아이콘을 눌렀을 때 메뉴 항목을 볼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이러한 UI 요소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질문했더니, 제미나이는 햄버거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간편하고 빠른 한 끼”라고 설명하며 음식에 대한 장단점을 나열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 프롬프트는 이렇게 입력했다.
프롬프트: 햄버거 메뉴(Hamburger Menu)는 모든 메뉴 항목이 보이는 게 아니라 세 개의 가로선이 세로로 쌓여있는 아이콘을 눌렀을 때 메뉴의 항목을 볼 수 있는 UI 요소야. 이거에 대한 장단점을 알려줘.
이번에는 제미나이도 어떤 ‘햄버거 메뉴’를 의미하는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UI 요소인 햄버거 메뉴의 장단점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서만 쓰이는 전문용어와 정의가 있다면, 그 의미를 먼저 제시해 줘야 한다. 그래야 의도에 맞는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챗GPT가 처음 출시됐을 때, 직접 써보니 매번 예상보다 말을 길게 늘어놓는 ‘투머치토커’라는 특징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글자 수가 제한된 카피를 생성할 때는 “좀 더 줄여줘.”, “한 문장으로 요약해 줘.”, “버튼에 들어갈 카피를 적어줘.” 등 꼬리 프롬프트로 답변 내용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했다.
이보다 더 정확하게 글자 수 조건을 명령할 수 있는 ‘하이퍼파라미터(Hyperparameter)’라는 개념이 있다. 하이퍼파라미터는 AI 모델을 훈련할 때, 사용자가 직접 지정해 주는 변수다. 이를 프롬프트에 추가한다면 원하는 답변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하이퍼파라미터는 AI 모델마다 다르다. 따라서 이번에는 제미나이가 아닌 챗GPT에게 아래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해 봤다.
프롬프트: OTT 앱의 랜딩페이지 CTA 버튼에 들어갈 영어 카피* 여러 개 추천해 줘.
- max_length: 2
*아직 한국어의 글자 수는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영어 카피'라고 입력했다.
그러면 챗GPT가 입력한 하이퍼파라미터 ‘max_length: 2’에 길이를 맞춘 카피를 생성해 준다.
이처럼 길이를 조절하는 변수 외에도 아래와 같은 하이퍼파라미터를 사용할 수 있다.
앞서 구체적인 조건을 추가로 입력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와 달리 특정 정보를 제외해 달라는 조건으로 원하는 답변을 얻는 방법도 있다.
두 가지 프롬프트와 답변을 비교해 보자.
첫 번째 프롬프트: 넷플릭스 모바일 앱 UI의 불편한 점이 뭐야?
두 번째 프롬프트: 넷플릭스 모바일 앱 UI의 불편한 점이 뭔지 기술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알려줘.
아무런 조건 없이 입력한 첫 번째 프롬프트에 대해 제미나이는 부족한 개인화 추천과 같은 알고리즘 문제, 느린 검색 속도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포함해 답변을 생성했다. 이는 UI 리디자인으로 페인 포인트를 해소하고자 하는 디자이너가 의도한 답변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두 번째 프롬프트에는 ‘기술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라는 제외 조건을 추가해 작성했다. 그러면 의도한 대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집중해 답변을 생성한다.
여기까지 의도에 맞게 답변을 얻을 수 있는 프롬프트 작성 방법을 살펴봤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가장 기본적인 인공지능과의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다. 단어 하나, 문장의 흐름, 톤 등 미세한 차이에도 AI는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 그 때문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명령어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여 프롬프트를 작성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누가 입력하는지에 따라 AI의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인공지능 제대로 일 시키기’ 책에서는 베이킹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똑같이 바게트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누가 만드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AI 답변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AI의 답변 품질과 내용 또한 시시각각 바뀔 수 있다. 그런 만큼 처음부터 원하는 답변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기보다 생성된 답변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건을 추가하며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접근이 쉬워진다. AI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고, 여기에 다시 꼬리 질문을 하는 대화를 반복하다 보면 점차 우리가 원하는 답변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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