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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에서 문제가 생겨 라인이 멈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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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에서 문제가 생겨 라인이 멈췄는데….”
제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POP란 보통 “제조 현장을 관리하는 IT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제조 현장의 IT 환경을 이해하려면 POP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POP란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제조 현장을 관리하는지 살펴보겠다.
POP란 생산포인트(Point of Production)에서 나온 말로, 풀어서 “생산시점관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단일한 시스템을 의미하기보다 다양한 시스템을 결합해 새로 구축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때 “생산포인트”란 무엇일까? 지금부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핸드폰 케이스 공장에 POP를 도입하려는 가상의 상황을 기준으로 설명해 보겠다.
공장 담당자, 즉 고객은 POP 도입의 첫 단계로, 스마트팩토리 개발 업체의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PM)와 시스템 구축을 위한 회의를 진행한다. 그는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우선 핸드폰 케이스의 생산 공정을 PM에게 설명해 주었다.
공정을 파악한 PM은 이보다 더 자세한 관리포인트를 얻고 싶어 할 것이다. 이미지에 나열된 것은 공정의 개념일 뿐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어 관리포인트를 얻기 어렵다. 실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각 공정은 ‘작업 행위’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공정의 개념보다 실제 작업 행위를 가지고 논의를 시작해야 관리포인트를 얻기 수월해진다.
바로 그 구체적인 작업 행위들에 대응하는 개념이 ‘생산포인트’라 할 수 있다. PM은 생산포인트를 얻고자 좀 더 구체적인 작업 행위를 나열해 달라고 고객에게 요청한다. 이를 이해한 고객이 나열해 준 작업 행위는 아래와 같다.
이처럼 작업 행위를 구체적으로 살피면 관리포인트를 추출할 수 있다. 곧 어떤 정보를 디지털화해 수집하는지, 그리고 상황별로 어떤 작업 주체(작업자 혹은 생산설비 등)를 제어할 것인지를 정할 수 있다. 이제 이런 결정은 IT 시스템으로 작업 행위를 관리하는 방법이 된다. POP는 바로 이 과정을 실현해 만든 체계다.
이제 이들 작업 행위에서 어떻게 관리포인트를 찾아내고, 그 방법을 IT 시스템에서 실현하는지 과정을 보도록 하자. 여기서도 핸드폰 케이스 공장의 예시를 기준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앞서 정리한 작업 행위를 화이트보드에 나열하고, 고객과 PM 두 사람은 관리포인트를 찾아내는 데 힘을 기울인다. 이때 우리는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의 도움을 얻어 이 과정을 헤쳐 나갈 수 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이를 유스케이스(Use case)로 정리해 보는 것이다.
PM은 먼저 금형 사출 공정에 속하는 작업 행위를 기준으로 요구사항을 파악하기로 한다. 두 사람은 관련자들과 두루 논의하여 아래와 같이 요구사항들을 나열할 수 있었다.
이 요구사항에는 전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설비 기능 관련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관련 업체를 회의에 참석시켜 협의를 진행하면 된다. 개발업체 입장에서 계약 이행 의무가 없는 요구사항이더라도, 그에 의존하는 기능이 많을 때는 유스케이스에 포함해 같이 얘기하는 편이 실무적으로 편리하다.
유스케이스는 다양한 작업 주체들의 행위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정의다. 이를 활용하면 고객의 요구사항이 시스템을 통해 어떻게 충족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POP는 외부시스템 인터페이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각 행위자의 관계와 절차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것이 좋다. 이때는 IT를 모르는 고객과 현장 사람들, 설비와 인프라 담당자 모두가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쉽게 표현해야 한다.
유스케이스가 대략 결정되었다면, 이제 각 작업 행위를 관리할 디바이스를 결정해야 한다.
PM은 ‘제품 모델은 태블릿을 통해 프로그램상에서 선택한다’, ‘금형 틀 선택은 IT 시스템에서 관리하지 않는다’ 등 방식을 관련자들과 하나하나 협의해 간다. 이때, 앞서 만든 유스케이스처럼 도식화해 만들면 무슨 작업 행위가 어떤 디바이스에서 통합되는지 파악하기 쉽다.
디바이스와 방식까지 확정했다면, 구매가 필요한 하드웨어 목록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나아가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화면 설계를 함께 확정하면 시스템 도입을 위한 설계 단계가 끝난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온 체계는 모두 작업 행위를 관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제조 현장의 작업 행위들을 관리하는 이들 체계를 실제 동작하게 만든 IT 시스템, 이를 “POP”라고 할 수 있다.
이제 POP의 개념을 이해했다면, 몇 가지 주요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POP는 다양한 디바이스로 작업 행위들을 관리한다. 그렇다면 이런 디바이스를 중앙 서버에 연결할 것인지, 아니면 현장에 별도 POP 서버를 구축하고 연결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보통 공장 내 중앙 서버에는 비즈니스 시스템인 ERP(전사적자원관리), MES(제조실행관리) 등의 데이터베이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모두 공장 경영에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는 영역이다. 그 때문에 제조 현장에 맞게 여러 협력사가 가져온 디바이스를 이곳에 모두 연결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서버의 스케일 업 부담이 높아지며 보안상 리스크도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제조 현장에 별도 POP 서버를 따로 두어 디바이스를 연결하고 처리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이 POP 서버만을 중앙 서버에 연결하는 것이다.
POP 서버는 중앙 서버보다 낮은 스펙으로 선택한다. 웹 서비스, 생산 설비를 인터페이스 하는 미들웨어, 디바이스용 프로그램 배포 서비스, 전광판 프로그램 등 제조 현장 운영에 필요한 IT 리소스들이 작동하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 서버 스펙이 결정된다. 이렇게 POP 서버를 따로 두는 편이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저렴해 경제적이다.
이처럼 POP는 대부분 현장에 서버를 두는 온프레미스 환경으로 구축한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된 현재 IT 산업에도 불구하고 제조 현장의 IT 환경은 여전히 이를 유지하고 있다. 성능과 보안에서 단연코 효율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알아보자.
POP 서버는 디바이스에서 올라오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담고 있다. 제조 현장, 클라우드 환경에서 작동하는 서버를 서로 비교하며, 성능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 보겠다.
첫 번째 차이는 데이터 이동 거리에서 생긴다. 내부 네트워크에서 데이터가 이동하는 것과 인터넷을 통해 바깥의 여러 라우트를 거쳐 데이터가 이동하는 것 중 무엇이 빠르겠는가? 내부 네트워크에서 처리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짧은 거리는 당연히 통신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CDN, 즉 콘텐츠전송네트워크가 바로 그런 배경에서 등장했다.)
둘째는 평균 응답 대기 시간의 차이다. TCP 통신의 경우 인터넷에서 패킷이 유실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와 동시에 패킷 유실로 인한 응답 대기 시간도 길어진다. 이는 곧 평균 응답 대기 시간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마지막은 비용 차이다. 제조 현장의 다비이스는 비교적 가치가 떨어지는 데이터, 상태 관리를 위한 통신 비트 등을 수시로 전송한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데이터 처리 용량이 곧 비용이다. 비교적 가치가 낮은 데이터의 비중이 높은 POP의 특성에 따라 이는 경제성이 무척 떨어지는 방식이 된다.
POP에는 비즈니스 가치를 갖는 중요 정보(품질데이터, 자재소요정보 등)가 있다. 이 데이터가 인터넷 세상에 나가면 상당히 민감한 문제가 생긴다.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도 HTTPS 암호화 프로토콜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암호화 자체가 성능 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인터넷에 제조 현장의 디바이스들이 연결된다는 건 그 자체로 치명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을 훨씬 높인다. 제조 현장의 디바이스에는 PDA, PC뿐 아니라 생산 설비 제어 장치들도 포함된다. 즉, 악의적인 공격자들에게 매우 효율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뜻이다. 극단적으로, 당신이 공장장이라면 화학류 제어 장치를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겠는가?
이런 문제의 근원은 퍼블릭 네트워크와 공장의 사설 네트워크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내부 네트워크에서 처리하게 만들고 외부와의 연결을 통제하는 것이 값싸고 효율적인 방식이다. 물론 온프레미스 환경이 운영 관리에 대한 부담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안 공격을 한 번이라도 당해본 공장이라면, 제조 현장 네트워크를 인터넷에 오픈하는 일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운영 관리에 대한 부담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인터넷 세상은 참으로 무서운 곳이다.
POP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은 힘들다. POP는 다양한 시스템이 결합했으므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를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업무의 강도와 부담이 높은 편이다. 수많은 제조 현장의 소프트웨어가 레거시 시스템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런 점 때문에 커리어 관리에 신경 쓰는 개발자는 POP를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 적응해 경험을 쌓은 운영 담당자, 그리고 개발자는 대부분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된다. 그렇기에 이런 인력을 구하려는 개발업체들의 경쟁도 상당히 심한 편이다. 무엇보다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보람도 크다. 시스템이 10년이고 20년이고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걸 목격하다 보면 큰 보람을 얻을 수 있다.
이번 글이 제조 현장의 POP를 이해하고 그들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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