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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와 함께 비상한 ‘Figure’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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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로봇계의 OpenAI를 꿈꾸다

 

2022년 11월, OpenAI가 ChatGPT를 출시한 이후, 전 세계의 모든 시선은 AI로 향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간 기업의 경쟁력은 AI 기술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년 2개월 만에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를 탈환하게 된 이유도, 엔비디아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시총 1위를 차지하게 된 이유도 모두 AI 경쟁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AI는 이제 그 기세가 점차 완만해지기 시작했고, 산업계의 시선은 서서히 다른 곳을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로봇입니다.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OpenAI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로봇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는데요. 오늘은 가까운 미래에 산업의 중심으로 올라설 로봇 업계의 OpenAI를 꿈꾸는 기업, 피규어(Figure)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제2의 일론 머스크

과거부터 기술은 주로 인간의 노동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얼마나 대체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봇 산업이 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데요. 많은 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피규어는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2022년에 설립된 피규어는 약 2년 만에 총 7억 달러(약 9,500억 원)를 투자받았고, 기업 가치는 26억 달러(약 3조 5천억 원)로 평가받았습니다. 이들이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2의 일론 머스크라 불리는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이하 브렛)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Figure CEO 브렛 애드콕 <출처: The Business Magnate>

 

미국 일리노이주의 농장에서 자란 브렛은 어려서부터 인터넷이라는 창구를 통해 세상을 배웠습니다. 인터넷과 친숙했고 비즈니스 감각까지 뛰어났던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다양한 인터넷 기업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플로리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27살에 AI 기반 구직자 매칭 기업 ‘베터리(Vattery)’를 설립했고, 5년 만에 이 회사를 1억 달러에 매각하며 실리콘밸리의 신데렐라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브렛은 도시 교통 비행(에어택시 등) 제조 업체인 아처에비에이션을 창업했습니다. 이 기업 역시 설립 3년 만에 성공적으로 IPO(27억 달러)를 이루었는데요. 비록 경영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이사진에 물러났지만, 그의 출구 전략은 확실했습니다. 첫 번째 창업에서는 AI 기술을, 두 번째 창업에서는 첨단 하드웨어를 성공적으로 다룬 브렛은 이 두 가지 경험을 결합해 로봇 산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이미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가 된 브렛은 자신을 따를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실제로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비롯해 테슬라, 구글, 딥마인드, 애플 등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최고의 인재 60명을 모아 창업한 것이 바로 피규어입니다.

 

 

로봇계의 OpenAI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피규어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To develop general purpose humanoids that make a positive impact on humanity”

(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범용 휴머노이드 개발)

 

어딘가 익숙한 목표 아닌가요? 맞습니다. OpenAI의 목표와 비슷합니다. 

“To ensure that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benefits all of humanity”

(인류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일반 인공 지능을 개발)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대상만 다를 뿐, 두 기업이 지향점은 매우 비슷합니다. 여기에 피규어가 로봇을 휴머노이드 형태로 개발하는 것 역시 OpenAI가 추구하는 철학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AI 4대 천왕 중 한 명인 앤드류 응 교수는 AI가 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전기에 비유한 바 있는데요.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성공적으로 구현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AI와 같이 범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규어가 ‘로봇계의 OpenAI’를 꿈꾼다고 설명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두 기업이 유사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기본소득을 지향하는 두 CEO의 철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로봇계의 어벤져스

휴머노이드 로봇이 큰 활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지 못한 데에는 당연하게도 인간의 동작을 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동작은 근육, 뼈, 관절, 신경 시스템이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이루어집니다. 특히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처리하여 이루어지는데요. 이 시스템은 굉장히 정밀하기 때문에 인간도 이 중 단 하나만 문제가 생기면 걷거나 물건을 집는 것조차 어려워집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를 로봇이 완벽하게 모방하기란 매우 어려웠습니다.

 

혼다의 ‘아시모(Asimo)’가 시연 중 넘어지는 모습 <출처: euqiddis, 유튜브>

 

또한 우리가 흔히 휴머노이드라고 하면 인간이 조작하는 형태가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 로봇을 생각하는데요. 이는 보행을 하면서 동시에 물건을 짚는 등 동시에 여러 동작을 수행할 때, 보폭과 균형을 맞추는 것도 실시간으로 고려해야 하고, 물건의 상태와 무게에 따라 짚는 힘도 적절하게 계산해야 하는 등 복잡한 연산을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단순히 물리적 하드웨어 문제뿐만 아니라,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정밀함까지 수반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피규어는 스타트업의 민첩성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들이 결합된 ‘휴머노이드 어벤져스 군단’으로, 이 부분에서 획기적인 발전 속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창립 후 불과 1년 만에 역동적으로 걸을 수 있는(Dynamic Walking) 시제품 ‘Figure 01’을 공개했으며, 단 1년 만에 개발된 로봇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였습니다.

 

피규어의 수석 로봇공학/AI 엔지니어인 제나 레허(Jenna Reher)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피규어 팀은 로봇 개발 과정에서 각 하드웨어를 단계적으로 철저히 검증하며 제작했습니다. 먼저 골반을 테스트 구조에 장착한 후, 척추와 다리 등을 순차적으로 추가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저수준 시스템부터 완벽하게 검증을 진행한 덕분에 상위 동작, 예를 들어 보행 제어 등을 작업할 때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리 프렛(Jerry Pratt)과 같은 다리형 로봇 플랫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풍부했습니다.”

 

Figure 01 Dynamic Walking <출처: Figure 유튜브>

 

이렇게 공개된 ‘피규어 01’의 모습은 업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고, 곧바로 여러 기업이 주목했습니다. 그렇게 OpenAI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피규어, 새로운 두뇌를 달다

피규어가 동작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에 성공했더라도, ‘어떻게’ 동작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아무리 잘 걸을 수 있어도 가야 할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면 그 동작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똑똑한 두뇌, 즉 AI는 필수적인 요소인데요. 이 부분에서 피규어는 OpenAI라는 천군만마를 얻게 됐습니다.

 

현재 OpenAI는 생성형 AI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설립 초기부터 로봇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근거로 2016년 6월 20일, 설립 6개월 만에 작성된 네 가지의 목표 중 하나에 가정용 로봇 구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OpenAI Technology Goals <출처: OpenAI>

 

OpenAI는 AI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면, 범용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로봇 공학 자체를 AI의 많은 과제를 위한 좋은 시험대로 여기고 있는데요. 이러한 OpenAI에 피규어는 매우 적합한 파트너였습니다.

 

피규어에 AI라는 ‘똑똑한 두뇌’가 더해지자 단순한 동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대화하며 요청에 맞는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달라고 요청하면 커피머신을 활용해 커피를 내려줄 수 있습니다. 특히 피규어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실수 후 스스로 판단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제리 프랫은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사람들도 가끔은 넘어지고 일어나곤 합니다. 로봇이 절대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어차피 넘어질 거라면 안전하게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로봇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만큼 예외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BMW 제조 현장에서의 조립 영상에서도 처음에 놓은 곳이 잘못되자, 손으로 다시 위치를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로 보입니다.

 

Figure 01 BMW Full Use Case <출처: Figure 유튜브>

 

 

또 한 번의 도약

OpenAI의 모델과 결합한 피규어의 모습이 공개되자 투자 러시가 이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뿐만 아니라,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까지 참여해 총 6억 7,500만 달러(약 9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 가치는 26억 달러(약 3조 5천억 원)로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OpenAI와 마찬가지로 로봇 산업에 관심이 많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피규어의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엔비디아의 3D 시뮬레이션 협업 플랫폼인 ‘Omniverse’와 참조 애플리케이션인 ‘Isaac Sim’을 사용해 합성 데이터 구축, 설계 및 훈련을 진행하며 개발 속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RTX GPU 기반 모듈을 추가함으로써 자율 작업을 처리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는데요. 

 

이러한 기술적 도약 덕분에 피규어는 피규어 01 모델 공개 후, 1년 만에 업그레이드된 ‘피규어 02’를 공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Figure 02 Introducing <출처: Figure 유튜브>

 

공개된 ‘피규어 02‘ 모델은 이전 01 모델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했으며, 외형적으로도 더욱 정돈된 디자인을 선보여 전반적인 성능과 외관이 모두 개선된 모습입니다.

 

 

역사는 반복될까?

피규어의 등장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새로운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강자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테슬라도 업그레이드된 모델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으며, 화웨이의 ‘천재 소년 프로젝트’에서 선발된 즈후이쥔도 퇴사 후 ‘즈위안로봇(Agibot)’을 창업하며, 상용 로봇의 출시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외부로 공개된 모습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을 때, 현재로서는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대목에서 과거 테슬라의 초기 시절, 일론 머스크가 한 인터뷰 발언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GM이나 포드는 엄청난 자원과 수천 명의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상대로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에 머스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대기업은 혁신적인 혁신을 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것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죠. 자원의 양은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 모습 <출처: DJ 유튜브, 작가 캡처>

 

실제로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혁신을 통해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으로 떠올랐고, 머스크는 자신의 발언을 증명한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그랬던 테슬라도 이제는 어느새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전기차 시장에 못지않게 혁신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과거 머스크의 발언대로라면, 휴머노이드의 승자는 테슬라가 아닌 스타트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연 그가 말한 대로 역사가 반복되게 될지, 아니면 대기업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테슬라가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로봇 산업이 그려갈 미래를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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