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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에서 2010년대 초중반 가장 핫한 키워드가 클라우드였다면, (메타버스가 잠시 득세했던 코로나 시대를 지나)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그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가 매년 발표하는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면 클라우드는 2009년 처음으로 등장해 2010년부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이후로도 클라우드/클라이언트 컴퓨팅, 분산 클라우드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안정기 혹은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은 더 이상 핫한 키워드가 아닐지라도 공항을 마비시키는 장애 등으로 본의 아니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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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에서 2010년대 초중반 가장 핫한 키워드가 클라우드였다면, (메타버스가 잠시 득세했던 코로나 시대를 지나)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그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가 매년 발표하는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를 살펴보면 클라우드는 2009년 처음으로 등장해 2010년부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이후로도 클라우드/클라이언트 컴퓨팅, 분산 클라우드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안정기 혹은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은 더 이상 핫한 키워드가 아닐지라도 공항을 마비시키는 장애 등으로 본의 아니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AI는 가트너의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에 2017년 1위로 처음 등장해 8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뜨거운 관심의 대상인 동시에 AI 발전을 위한 과제가 남아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클라우드와 달리 AI는 가능성과 불확실성으로 주목받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기술 경쟁부터 인간을 위협할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까지, 아직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100% 확신할 수 없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와 AI 사이에는 흥미로운 유사성이 시차를 두고 관찰된다. 만약 클라우드 업계가 걸어간 길을 AI가 뒤따르는 것이라면, 클라우드 시장 현황을 바탕으로 다가올 AI 시장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시장의 클라우드 도입 시기는 어땠을까?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서울 리전을 오픈한 2016년, 클라우드는 혁신의 상징이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이뤘다는 소식이 쏟아졌다. 각 산업에서는 업계 최초로 클라우드를 도입했다는 기사를 경쟁적으로 냈다. 대기업이 클라우드 전문 조직을 꾸리거나 전 직원 대상 클라우드 교육을 진행했다는 것도 뉴스가 됐다. 클라우드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마치 동의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클라우드 시장의 성숙과 함께 클라우드 도입 여부로 혁신을 나누는 단계는 한참 전에 지났다. 대신에 산업, 부서,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정말 클라우드가 필요한지 판단하고, 그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클라우드를 구성해 최적화한다. ‘왜’와 ‘어떻게’를 고민하고 진짜 혁신을 만드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예전에는 클라우드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었다면, 현재의 클라우드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AI가 혁신을 상징하는 오늘날은 초기 클라우드 시장과 비슷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자리를 AI 트랜스포메이션(AX)이 차지했다. 기업들의 AI 도입 기사가 범람하고, ‘AI 열공 중’이라며 의지를 강조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미흡하다. 다각도로 검토한 후에 AI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고 도입한다기보다는 ‘우리도 AI를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엿보인다. AI 도입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AI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명쾌한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 유영상 CEO는 타운홀 미팅에서 “AI로 수익을 얻는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당시 AI 콘퍼런스에 패널로 참여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한 실무자는 “(AI가) 고객사의 직접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매출과 이익에 가장 효과가 나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발굴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렵다. 현실적으로 수익이 나는 AI 과제를 발굴하는 비즈니스에 많이 집중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쉽게 말하자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무조건적인 AI 도입은 그 누구에게도 큰 이익이 되지 않으며 시장의 발전까지 저해한다. AI가 돈이 되고 세를 키우려면 적재적소에 AI를 투입하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AI를 제공하는 기업도, AI를 도입하는 기업도 왜 반드시 AI여야 하는지 대답하지 못한다.
클라우드와 AI 모두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임은 부정할 수 없다. 장기ˑ대규모 투자 기반의 기술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로컬 기업이 빅테크를 이기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클라우드의 경우, 초반에는 중소 호스팅 업체를 비롯한 수많은 로컬 기업이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시간이 지나며 진입 규제가 있는 공공 시장을 중심으로 네이버, NHN, KT 등 일부 대형 사업자만 생존하며 체면치레했다.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데이터 주권 등을 들며 공공 시장을 사수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재 수준의 규제가 평생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공공 의존도가 높은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 시장과 별개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입 규제 관련 참고 글: 클라우드 ‘파워 게임’ 중심에 놓인 CSAP 주요 이슈
빅테크와 함께 덩치를 키운 로컬 기업도 있다. 메가존, 베스핀글로벌과 같은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사업자다. AWS, MS 등 글로벌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MSP 사업자는 빅테크의 영향력에 비례해 사업 규모가 커진다. 다만 의존적 수익 구조에 따른 낮은 영업이익은 과제로 남아있다.
AI 시장은 ‘AI 드림’을 꿈꾸는 로컬 기업들이 공존하는 무주공산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외에도 기업용 검색엔진, 지식관리시스템(KMS), SNS 분석 등으로 기반을 다진 기업들이 앞다투어 AI를 외치고 있다. 치열한 경쟁보다는 당장의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장 형성의 시기다.
클라우드 기업이 공공 부문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AI는 경쟁력이 있는 ‘한국어’에 기댈 수 있다. 많은 기업이 한국어 성능을 개선한 소형 LLM(sLLM)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최신 SOTA(State-of-the-Art, 최고 수준의 AI 모델 또는 기술)에 버금가는 로컬 모델을 더 작은 매개 변수로 구현해 내는 일부 기업만이 춘추전국 AI 시대를 거쳐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한편 뤼튼테크놀로지스, 업스테이지 등의 AI 서비스 기업들은 빅테크의 API를 활용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범용 서비스가 아니라 특정 산업, 업무, 니즈에 특화해 사용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눈에 띄게 치고 나가는 서비스가 없다는 점이나 시장 종속의 부작용 등은 걱정거리다.
B2B 분야에서는 베스핀글로벌이 다양한 API를 활용한 대화형 AI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서비스의 편리한 도입과 활용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본업(클라우드 MSP)과 유사한 구조로 AI 시대에 빠르게 발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클라우드 시장에는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1,600억 원 상당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회사인 KT 클라우드가 있음에도 글로벌 사업자와 손을 잡았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한계를 느껴 MSP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빅3’ 사업자로 꼽히며 공공 클라우드 점유율 1위를 지켜온 KT조차 빅테크와의 협업을 선택했다는 것은 클라우드 시장이 그만큼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앞서 클라우드 시장이 안정기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했지만, 이것이 로컬 기업의 안정이나 성숙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결국은 한정된 링을 벗어나 차별성을 증명해야만 내일의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
클라우드의 궤적을 AI에 적용하면 어떨까? 우선 AI가 난립하는 시기를 지나 경쟁력을 확보한 소수의 로컬 기업만이 첫 번째 생존의 벽을 넘을 것이다. 시장의 성숙과 함께 활용도와 최적화 이슈가 두드러지며 진정한 AI의 확산이 진행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한국어 성능을 지속 개선해 로컬 시장을 더 깊이 파고드는 빅테크에도 맞서야 한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국산 SaaS가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AI 서비스 기업들은 일찍부터 해외 진출과 시장 선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AI 산업이 클라우드와 다른 점도 눈에 띈다. 각자도생했던 클라우드 기업과 달리 연합체 형태의 얼라이언스를 채택하며 ‘뭉쳐야 산다’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SK텔레콤에 이어 코오롱베니트가 AI 얼라이언스를 출범했으며, 클루커스를 비롯한 6개 AI 기업도 AX 얼라이언스 출범을 선언했다. 이들이 단순한 ‘더하기’에 그치지 않고 촘촘한 전략 기반의 ‘곱하기’로 시너지를 실현한다면 빅테크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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