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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2024 회계연도(2023년 6월~2024년 5월) 기준으로 매출 증가율이 겨우 1%에 머물렀는데, 이는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14년간 최악의 성과였습니다. 이러한 실적 부진으로 인해 하루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고요. 많은 매체에서는 나이키의 위기 원인을 D2C(Direct-to-Consumer) 전략의 실패에서 찾고 있습니다. D2C 채널에 집중한 것이 호카와 온러닝과 같은 후발 주자들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했으며, 그 결과 나이키가 실적 부진에 빠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나이키 경영진은 2024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D2C 채널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실패였음을 인정하며, 도매 채널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4분기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악화됐습니다.
반면 나이키의 빈틈을 노리는 주요 경쟁사들, 특히 아디다스와 온러닝은 D2C 전략을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결국 나이키의 최근 부진은 단순히 D2C 전략에 올인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반적인 경영 전략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나이키의 최근 행보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무엇이 부진을 불러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키의 어려움이 과거의 혁신을 잃고, 특히 최근 급성장 중인 러닝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사실 일부는 틀린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로 나이키의 퍼포먼스 부문(여기에는 러닝화가 포함됨)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오히려 라이프스타일 부문의 부진이 최근 나이키 매출 역성장의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나이키가 D2C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17년부터였으며, 특히 이 전략이 빛을 발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야외 활동이 급격히 줄었던 코로나 팬데믹 이후였습니다. 당시 글로벌 경제에는 대규모로 돈이 풀리며 럭셔리 시장이 급성장했고, 이에 따라 한정판 콜라보레이션 스니커즈의 인기도 급상승했습니다. 이 시기에 리셀 시장도 절정에 달했으며, 나이키는 이러한 붐의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나이키의 주요 판매 채널 중 하나인 SNKRS 앱에서는 이러한 한정판 상품이 주로 판매되었고, 많은 고객들이 열광적으로 구매에 나섰습니다. 심지어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하려는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리셀 시장의 과열을 목격한 나이키는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지나친 가격 상승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디브랜딩) 위험을 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 말기에 공급망 문제로 재고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곧이어 찾아온 고금리와 고물가 시대는 스니커즈의 인기를 급격히 식게 만들었습니다.
이 시기에 라이프스타일 부문에 대한 과도한 투자와 과잉 생산은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나이키의 약점으로 드러났습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은 나이키의 퍼포먼스 부문은 과거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약화됐고요. 이를 틈 타 퍼포먼스 전문 브랜드들이 시장을 공략하게 된 것입니다. 러닝화 시장 성장 트렌드의 과실을 나이키가 독식했다면, 라이프스타일 부문의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을 텐데요. 경쟁사 대비 오히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위기의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죠.
이 시점에서 나이키가 선택한 전략은 도매 채널로의 회귀였습니다. 당장 쌓인 재고를 빠르게 처리해야 했고, 나이키가 떠난 자리에 다른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이키는 메이시스 백화점 등 주요 도매 채널과의 파트너십을 재개하며 재고를 처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D2C의 강점은 가격 통제가 쉬워,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강화하기에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반면 도매 채널은 리테일러의 무분별한 할인으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주요 도매 채널에서 나이키 제품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잉 생산과 공급망 문제로 인해 재고가 대량으로 풀린 데다, 스니커즈 트렌드의 쇠퇴로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자사몰 채널이 강력하게 유지되려면 고객이 그 채널을 찾아올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 팬덤이 튼튼해야 하고, 오직 직영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독점 콘텐츠도 풍부해야 하는데요. 그러나 이와 같이 도매 채널에서의 과도한 할인으로 인해 고객들은 더 이상 나이키의 D2C 접점을 이용할 이유를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는 직영 채널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 재고는 다시 도매 채널로 흘러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는데요. 최근 나이키의 실적을 보면, 직영 채널의 매출은 줄어들고 도매 채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나이키의 기본 체질은 더욱 악화하고 말 겁니다.
이처럼 나이키가 연이어 실수를 범했지만,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는 이와 같은 가격 전략의 실패입니다. 나이키는 전통적으로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고수하며,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왔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된 상황에서는 당연히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런데 나이키는 소비 둔화가 오기 바로 직전에 리셀 시장의 과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을 지나치게 늘리면서, 자사 제품의 희소성을 스스로 약화시켰습니다. 명품 브랜드들 역시 최근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에르메스와 같은 최상위 브랜드들은 여전히 강력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들이 수요가 높았던 시기에도 공급을 철저히 통제하며 브랜드 가치를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나이키 역시 럭셔리 전략을 추구하며 명품 브랜드와 같은 위치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가격 전략에서는 이러한 명품 브랜드에 비해 미흡던 거죠. 여기에 앞서 언급한 도매 채널에서의 할인 확대는 더 큰 혼란을 불렀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전략적인 가격 인상을 펼치던 브랜드가 갑작스럽게 할인 확대로 전환한 것은 브랜드 이미지에 결코 좋을 리 없었던 거죠.
도매 채널에서의 브랜드 가치 훼손과 높은 가격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나이키가 최근 검토 중인 전략 중 하나는 중저가 라인업의 강화입니다. 100달러대 스니커즈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데요. 그러나 중저가 라인업을 확충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오히려 이 전략이 나이키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퇴색시키고, 경쟁사들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면 나이키가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 잃어버린 혁신을 되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나이키는 최근 몇 년간 레트로 열풍에 편승해 과거 제품의 복각에만 집중하면서, 혁신적인 이미지를 많이 상실했습니다. 이는 나이키를 다루는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입니다.
과거에는 나이키가 운동선수들의 브랜드로 시작해 기능성과 기술 혁신을 앞세워 성공했지만, 이후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기술 기업으로서의 본질적 정체성을 놓친다면,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의 성과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의 부진 역시 이러한 요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혁신을 개발하는 대신 과거의 성공에 의존하는 데만 집중한다면, 나이키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D2C 채널의 실패 역시,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나이키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나이키가 너무 많은 채널을 줄여 고객과의 접점을 잃었다고 지적하지만, 혁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접점이 있더라도 제품은 팔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나이키가 채널 전략을 개편하기에 앞서 상품 개발부터 다시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나이키 부진의 원인을 채널, 가격, 상품 측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나이키의 위기를 단순히 D2C 전략의 실패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나이키의 부진은 다양한 원인에 기인하며, D2C 전략 자체가 문제의 본질일 수는 없습니다. 만약 나이키가 재고 관리, 상품, 가격 전략에서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했더라면, 도매 채널 파트너십 재개 없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죠.
나이키가 D2C 전략에 대해 일부 조정을 하면서도 완전히 철회하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결정일 것입니다. D2C 채널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나이키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규모를 넘어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사랑받으려면, 브랜드의 본질을 기억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모두를 열광시켰던 혁신을 되찾는다면, 나이키는 언제든 다시 비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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