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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며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렸습니다.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사용자들은 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 여러 곳에 분산된 금융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업은 금융 정보를 활용한 자산 분석, 재무 컨설팅,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이 가능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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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는 왜 우리 삶을 바꾸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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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며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렸습니다.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사용자들은 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 여러 곳에 분산된 금융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업은 금융 정보를 활용한 자산 분석, 재무 컨설팅,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이 가능해졌죠.

 

언론은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PB 서비스가 마이데이터를 계기로 대중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이 섞인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마이데이터를 이용한 초개인화 맞춤 금융 서비스의 등장을 기대했습니다.

 

2024년 8월, 이번 달로 마이데이터 시행은 4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현재 은행, 카드, 증권, 저축은행, 핀테크 등 35개 회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나 초개인화 맞춤 서비스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비자의 관심 역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나만의 금융 비서’라는 이름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마이데이터.

마이데이터는 왜 우리 삶을 바꾸지 못한 것일까요?


내 학자금 대출 정보는 어디에?

저는 마이데이터 시행과 함께 서비스에 가입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자산이었지만, 여기저기 흩어진 탓에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의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인데요. 서비스 가입과 데이터 연동을 완료하고 자산과 지출 내역을 확인했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누락된 정보가 많지?’

 

마이데이터 가입 당시 저는 카카오뱅크 신용 대출, 우리은행 주택담보 대출과 학자금 대출까지 총 3가지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이데이터가 보여준 제 대출 정보 내역에는 카카오뱅크의 신용 대출밖에 없었습니다. 주택담보 대출과 학자금 대출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죠.

 

그뿐만 아닙니다. 우체국 보험에서 가입한 암 보험도, 회사를 퇴직한 다음 유지하고 있던 퇴직 연금도, 절세 목적으로 가입한 ISA 계좌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누락된 정보가 많았던 걸까요? 마이데이터 시행 초기, 제공하는 정보에 제한이 있었으며 일부 사업자들이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 우리은행에서 돈을 빌려줬지만 실제 대출을 받은 건 주택금융공사를 통해서였습니다. 우리은행은 주택금융공사의 의뢰를 받아 돈을 빌려주는 기관일 뿐이었죠. 따라서 실제 대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 주택금융공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은행 앱으로 마이데이터에 가입했음에도 그 대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겁니다. 

 

학자금 대출도 똑같았습니다. 이 역시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이자와 원금을 내고 있었지만, 제 대출 정보는 한국장학재단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택금융공사와 한국장학재단이 처음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담보 대출과 학자금 대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죠.

 

나머지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체국 보험이 마이데이터 연동 기관이 아니었으므로 보험 가입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고, 퇴직 연금은 IRP 계좌만 연동되었기에 DB형 퇴직 연금 계좌였던 제 계좌는 누락되었습니다. 투자 상품 역시 펀드 정보만 제공해 ISA 계좌는 마이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릅니다. 연동 기관도, 연동 정보도 많이 늘어나 어지간한 금융 정보는 마이데이터에 모두 나타납니다. 누락 정보가 많았던 사업 초기에 비하면, 정말 나만의 금융 비서라 불릴 만하죠.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도 마이데이터에 누락된 금융 정보가 많다고 말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용자가 주체적으로 정보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창기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한 제 우리은행 앱에는 학자금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장학재단의 데이터가 아직 없습니다. 처음 가입한 그때는 한국장학재단이 연동할 수 있는 기관 목록에 없었거든요.

 

<출처: 우리은행 앱, 작가 캡처>

 

반면 연동 기관에 한국장학재단이 생긴 이후 가입한 토스의 마이데이터에는 그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한 이후, 새로 추가된 기관이나 금융 관련 정보는 자동으로 서비스에 더해지지 않습니다.

 

<출처: 토스 앱, 작가 캡처>

 

이를 확인하려면 사용자가 직접 연동 기관을 추가해야 합니다. 물론 마이데이터의 취지 자체가 사용자가 주체적으로 자기 정보를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맞습니다. 문제는 마이데이터에 연동할 수 있는 기관이나 금융 정보가 추가될 때, 이를 사용자에게 충분히 안내해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용자는 어떤 금융 정보가 추가되었는지 잘 모릅니다. 대부분 처음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할 때 데이터를 연동한 다음, 새로 연동 기관 정보를 추가하지 않죠. 그래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 시점에 따라 저처럼 정보에 차이가 있는 겁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초창기에 가입한 사용자가 처음 금융 정보를 연동한 뒤 한 번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면, 학자금 대출이나 주택담보 대출, 우체국 보험, ISA 계좌 정보는 여전히 확인할 수 없을 겁니다. 제 지인은 학자금 대출 정보를 마이데이터에서 연동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마이데이터 연동 기관도, 연동할 수 있는 정보도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사용자가 서비스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서비스 초창기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마이데이터는 학자금 대출도, 주택담보 대출 정보도 가져오지 못하던 ‘반쪽짜리 금융비서’일 뿐입니다.

 

 

커피만 먹은 내가 버거왕?

어느 날 마이데이터가 연동된 금융 앱에서 이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서점직원님. 버거왕 배지를 획득하셨습니다.’

 

이번 달에는 햄버거를 먹은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런 제가 왜 버거왕이 된 걸까요?

 

비밀은 결제 데이터에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맥도날드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고 출근하는 루틴이 있습니다. 이렇게 아침마다 맥도날드에서 결제한 이력을 마이데이터가 분석하고는 그때마다 햄버거를 먹었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버거왕 배지를 받았습니다.

 

카드사는 결제 관련 정보 가운데 가맹점명, 결제시간, 결제금액 3개 정보만 마이데이터로 전송합니다. 고객이 어떤 물건을 샀는지, 몇 개나 샀는지 같은 상세 정보를 전송하지 않으니 서비스는 가맹점명만으로 고객이 구매한 것을 유추해야 합니다. 그러니 맥도널드에서 커피만 먹어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햄버거를 먹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거죠.

 

<출처: 토스 앱, 작가 캡처>

 

상세 결제 내역을 알 수 없어 생기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카테고리 분류가 애매한 가맹점들은 미분류 카테고리로 들어갑니다. 네이버페이나 나이스결제대행 같은 페이먼트, 결제 대행 서비스가 대표적인 미분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데요. 같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더라도 어떤 수단으로 결제했느냐에 따라 분류법이 달라지는 겁니다.

 

<출처: 작가>

 

예를 들어 위메프에서 3만 원짜리 물건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마이데이터는 위메프/3만원/구매시간 정보를 수신합니다. 그래서 이것이 쇼핑 목적임을 인지할 수 있죠. 반면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네이버페이/3만원/구매시간이라는 정보를 받습니다. 이때는 어떤 카테고리의 물품을 구매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해외 결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결제는 가맹점명만으로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취급하는 곳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해외 결제가 미분류로 취급됩니다.

 

사용자 소비 패턴에 따라 다르지만, 이처럼 적으면 10%, 많게는 20~30%의 결제 정보가 미분류 결제로 들어갑니다. 결제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니 소비 습관 분석이나 진단의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내 결제 정보 하나 제대로 분류하지 못하는 모습에 사용자는 마이데이터를 불신하고 맙니다.

 

 

혁신적이지 않은 인슈어테크

개인적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가장 기대했던 기능 중 하나는 보험 추천 서비스였습니다.

 

보험 시장은 복잡한 약관, 특약 등으로 공급자와 사용자의 정보 비대칭이 심해 중고차 시장과 함께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꼽힙니다. 그렇기에 마이데이터와 보험 상품 정보를 종합해 건강 상태와 재무 상황에 적합한 보험을 추천해 줄 수 있다면,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풀릴 수 있었습니다.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여 보험 업계와 사용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건강한 시장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됐죠.

 

실제 마이데이터 시행 이후 많은 스타트업이 인슈어테크를 표방하며 보험 추천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사용자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기대와 달리 기존 보험 추천 서비스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죠. 마이데이터 도입 이후 적극적인 영업 활동으로 고객 쟁탈전을 벌일 거라 예상했던 보험사들 역시 소극적인 모습만 보였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보험 설계의 가장 핵심인 정보, 사용자 건강 정보에 해당하는 개인 의료 정보가 누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데이터로 고객의 재무 상황과 가입한 보험 정보를 알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고객의 질병 유무나 진료 정보는 알 수 없습니다. 개인의 의료 정보 공개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를 끼칠 확률이 높습니다. 보험사들은 고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환자 질병 정보의 공유를 원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질병 정보 공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서비스 질을 높이기보다 자사 이익을 높이는 방법으로 개인의 의료 정보를 활용할 확률이 더 높으니까요.

 

그래서 보험 추천도 단순한 수준에 머무릅니다. “30대 남성은 암 보험에 많이 가입했는데 너는 암 보험이 없어. 그러니 30대 남성이 많이 가입한 이 암 보험에 가입해 보는 게 어때?” 정도가 전부죠.


마이데이터로는 돈을 못 벌어요

사용자들이 마이데이터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마이데이터가 사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의 금융 자산을 한곳에 모아서 관리하는 건 분명 예전보다 편리해졌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마이데이터에 기대한 건 단순 자산 관리가 아닌 개인 PB 수준의 종합 자산 관리 솔루션이었습니다. 연령, 소득, 보유 금융 자산을 종합해 나에게 맞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주는 것이 진짜 기대한 내용일 겁니다. 목돈을 모을 때도 펀드, 내 집 마련 자금을 모을 때도 펀드, 무엇을 하든 결론은 펀드인 ‘무지성 펀드 추천’이 아니고요.

 

자산을 증식하는 방법과 투자 상품은 다양해지는데 마이데이터는 무작정 펀드, 그것도 자사가 판매하는 펀드 상품만 추천하면 어떨까요? 고객 입장에서 추천 상품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지고 마이데이터 역시 장사 속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은행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구축을 위해 투자한 돈이 수백억 원에 운영비와 정보 전송비로만 연간 백억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를 이용한 수익 모델은 없으니 수익화를 위해 자사 펀드 상품을 주력으로 팔 수밖에 없죠. 

 

그래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20대에도 펀드, 30대에도 펀드, 40대에도 펀드. 펀드 종류만 다를 뿐 색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은행이 추천하는 펀드에 덜컥 가입했다가 손해라도 나면 사용자들은 마이데이터를 더더욱 불신하게 될 겁니다. 나만의 금융 비서니 개인 PB니 실컷 떠들어 놓고 결국 은행 돈 버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요.

 

사용자도 은행도 돈을 못 벌고 서비스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한때 나만의 금융 비서라 불렸던 마이데이터의 씁쓸한 현주소입니다.

 

 

달라질 수 있을까?

2024년 4월,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2.0 추진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본문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기관 추가 정보는 자동으로 업데이트될 겁니다. 또, 세부 결제 정보 수신이 가능해지면 마이데이터의 소비 분석 정확도도 올라가겠죠.

 

하지만 고객 편의가 아닌 수익화에 초점을 맞춘 기조가 이어지는 한, 마이데이터는 앞으로도 반쪽짜리 금융 비서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이데이터 2.0 출범과 더불어 고객을 먼저 생각한, 진정한 ‘나만의 금융 비서’로 진화할 마이데이터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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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일하지 않은 서점직원. 뻔한 이론이 아닌 실전적인 웹기획과 UI/UX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재 브런치에서 실전 UI/UX (https://brunch.co.kr/@fbrudtjr1)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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