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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PyCon US 원정대] ⑤ 한국 파이썬 커뮤니티 운영자가 바라본 PyCon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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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Con US 원정대 시리즈

온 가족이 함께 가는 개발 콘퍼런스

PyCon 이벤트&재정 지원 완전 정복

개발자 네트워킹을 시작하는 3가지 방법

무작정 오픈 소스 컨트리뷰터 도전하기

한국 파이썬 커뮤니티 운영자가 바라본 PyCon US

 

여행이라고 해봐야 동아시아를 크게 벗어나 본 적 없는 내가 PyCon US에 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PyCon US에 참여하는 한국인 원정대가 꾸려지고, 티켓을 구매하고, 트래블 그랜트*를 신청할 때만 해도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아 ‘정말로 갈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운 좋게 재정 지원을 받았고, 여기에 꼭 가고 싶은 이유까지 생기면서 PyCon US는 곧 내게 현실로 다가왔다.

*트래블 그랜트(Travel Grants): PyCon US의 재정 지원 프로그램. 최대 2,000달러의 지원과 콘퍼런스 티켓을 제공한다.

 

 

PyCon US에 가고 싶었던 이유

PyCon US에 꼭 가고 싶었던 이유는 지난해 열린 PyCon KR 2023으로부터 생겨났다. 당시 나는 운 좋게 PyCon KR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큰 개발자 행사에서 발표하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설레고 기대하며 준비했다. 그러다 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많은 발표자가 있는데, 그중 여성이 채 다섯 명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IT 업계에서 여성 엔지니어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여성 엔지니어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힘을 실어줄 공간도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파이썬 업계에는 이런 공간이 없었고, “없다면 내가 만들어야지”라고 생각이 흘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파이레이디스 서울(PyLadies Seoul)이다.

 

파이레이디스(PyLadies) 로고 <출처: 파이레이디스>

 

파이레이디스 소개

 

We are an international mentorship group with a focus on helping more women become active participants and leaders in the Python open-source community. … PyLadies also aims to provide a friendly support network for women and a bridge to the larger Python world. Anyone with an interest in Python is encouraged to participate!

 

우리는 더 많은 여성이 파이썬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참여자와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중점을 둔 국제적인 멘토십 그룹입니다. … 파이레이디스는 여성들을 따뜻하게 지지해 주는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더 넓은 Python 세계로 나아가는 다리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파이썬에 관심 있는 모든 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파이레이디스(PyLadies)는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임이다. 파이썬을 사용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기술적 성장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이레이디스 서울 또한 여성들이 IT 업계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기술을 익히며, 서로를 지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이런 비장한 마음으로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사람을 모았는데 막상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공부든 기술이든 일이든 대체로 책이나 강의 등 자료가 많아 곧잘 따라 해볼 수 있었지만, 커뮤니티 운영이라는 것은 정말로 생소한 분야였다. 사람이 모여야 무언가를 할 수 있을 텐데, 또 사람을 모으려면 또 무언가 있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비전을 알려 사람을 모으고 더 좋은 영향력을 나눌 수 있을까?” 막막했다. 내가 가진 이런 고민을 PyCon US 참여로 풀고자 했다. 이것이 PyCon US에 가고 싶은 나만의 진짜 이유였다. 다른 지역의 파이레이디스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노하우를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아무래도 PyCon US는 전 세계 단위 행사인 만큼 다양한 나라의 사람이 몰릴 테니 더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렇게 기대와 막막함을 가득 안고,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PyCon US의 다양한 즐길 거리

파이레이디스 옥션(PyLadies Auction)에서 거대한 뱀이 지나갑니다. <출처: 작가>

 

튜토리얼(Tutorials)

PyCon US는 단순한 기술 콘퍼런스라기보다 파이썬 커뮤니티의 축제와도 같은 행사였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고, 그중 몇 가지는 파이레이디스 서울 운영에 적용할 영감을 주었다. 대표적인 한 가지가 튜토리얼이다.

 

이는 입문자를 위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파이썬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익하다. 이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다소 쉽게 느껴질 정도로 처음부터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준다. 나는 이런 난이도를 잘 모르고 내가 이미 자주 쓰는 기술 위주로 프로그램을 들었다. 그래서 ‘다른 새로운 튜토리얼을 들으러 갈 걸’하고 조금 후회했다.

 

그러나 얻어간 점도 있다. PyCon US 튜토리얼에서 영감을 받아, 파이레이디스 서울에서도 튜토리얼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미국에서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PyLadies Seoul Tutorial: Python으로 엑셀 데이터 다루기>라는 튜토리얼을 진행했다. 신청하고 참여하지 않는 노쇼가 한 명도 없었고, 설문 피드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종종 튜토리얼을 진행해 볼 계획이다.

 

네트워킹(Networking)

개발 콘퍼런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나는 네트워킹이라고 말할 것이다. 귀중한 경험을 나눠주는 세션도 정말 많지만, 대부분 영상으로 다시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좌) 행사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 (우) 내게 파이썬을 처음 가르쳐준 PY4E 찰스 세브란스 교수님과 <출처: 작가>

 

PyCon US에서는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아침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조식 모임부터, 행사 후 저녁에 함께 술을 마시며 교류하는 애프터 파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체력이 있어야 아침부터 밤까지 참여할 수 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파이레이디스 점심(PyLadies Luncheon) 모임에서는 함께 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공유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 사람은 앞에 나와서 즉흥 라이트닝 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IT 업계에 이토록 다양한 분야의 파이썬 엔지니어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또한 그렇게 많은 여성이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여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권을 가졌지만,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곧 한국에서 커뮤니티 운영을 할 때도 꼭 기술적인 모임이 아니라 그저 여러 분야의 여성을 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여서 꼭 대단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그냥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파이레이디스 서울도 일단 작게 시작하지만, 언젠가 대규모 여성 네트워크 그룹으로 확대하겠다는 꿈이 생겼다.

 

파이레이디스 옥션(PyLadies Auction)

이번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콘퍼런스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 중 하나는 파이레이디스 옥션(PyLadies Auction)이라는 자선 경매 이벤트다. 미국은 기부 문화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행사 전부터 모두가 행복하게 즐기고 있었다.

 

여러 기부 물품이 올라왔는데, 그중에는 내가 만든 도자기도 있었다. 경기도 이천의 한 도자기 공방에서 원정대 구성원 일부와 함께 직접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만들었다. 붓으로 그림도 그린 다음 조심조심 캐리어에 넣어 미국까지 들고 와 기부에 내놓았다. 기부 목적이기에 모든 물건이 비싸게 팔렸지만, 내가 만든 작품은 놀랍게도 무려 1,337달러(약 183만 원)에 팔렸다. 구매자가 미국에 사는 한인이어서 더 반가웠다. 물론 나한테 떨어지는 돈은 없다 해도 내가 만든 물건이 좋은 의도로 쓰이는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천에서부터 미국까지 이동한 도자기 <출처: 작가>

 

한국에도 이런 재미있는 기부 문화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 비영리재단이나 커뮤니티는 자금이 문제가 되는데, 이런 문화로 명맥을 이어 나가며 좋은 영향력을 꾸준히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파이레이디스 서울도 자금 문제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더 좋은 기회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파이레이디스 봉사 활동(Pyladies Volunteers)

PyCon US에서는 파이레이디스 부스를 운영한다. 여기서 봉사자들(Volunteers)을 모집했다. 나는 행사 기간 내내 꽤 많은 시간을 봉사자로 보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모르는 데다 영어도 잘 안 들려 우왕좌왕했다.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듯해 티셔츠를 사이즈 별로 정리하는 등 몸 쓰는 일 위주로 했다.

 

파이레이디스 부스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출처: 작가>

 

다행히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하는 다른 봉사자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곧 긴장이 풀리고 귀가 트이면서 부스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여성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열리는 PyCon KR 2024에서도 부스를 열어보려고 한다. 만약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PyCon US에서처럼 봉사자들을 받고, 스티커를 나눠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네트워킹을 해보려고 한다.

 

PyCon US의 특별한 이벤트들

 

스프린트(Sprints)

파이레이디스 활동에 곧바로 접목할 것들이 아니어도 PyCon US에는 흥미로운 이벤트가 많았다.

 

우선 메인 컨트리뷰터와 함께 오픈 소스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스프린트(Sprint) 또한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뭇 개발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는 많은 사람이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누군가 커밋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응원과 지지를 담은 함성을 보내준다.

 

나는 이번에 Flask라는 마이크로 웹 프레임워크 스프린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Flask 공식 문서에 한국어 번역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번 기회에 한국어 번역 문서의 문을 열게 되었다. 아직 번역률이 1%도 안 되지만, 앞으로 파이레이디스 서울 멤버와 함께 기여한다면 금방 100%를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 번역률이 1%지만, 함께 100%로 만들어 나가요 <출처: Flaskcwg>

 

라이트닝 토크(Lightning Talks)

라이트닝 토크(Lightning Talks)는 참여자에게 발표 기회를 주는 이벤트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이름과 발표할 주제를 입구에 놓인 커다란 보드에 적을 수 있다. 당첨이 되면 수많은 사람 앞에서 5분 이내로 발표한다. 꼭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디제잉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기술 발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발표도 있었다.

 

나는 아주 운이 좋게 당첨이 되었고, ‘Reboot PyLadies Seoul’이라는 주제로 8년 만에 파이레이디스 서울을 부활시킨 이야기를 했다. 당첨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PyCon을 신나게 즐기다가 3시간 후에 발표라는 소식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GPT의 도움으로 부랴부랴 스크립트를 준비해 발표에 나섰다.

 

라이트닝 토크 ‘Reboot PyLadies Seoul’ 발표 중 <출처: 작가>

 

짧은 발표였지만 덕분에 내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네트워킹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피츠버그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라이트닝 토크에서 내 발표를 들었던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고 “우리에겐 더 많은 여성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며 파이레이디스를 지지해 주기도 했다.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와 지지만으로도 굉장한 힘이 났다.

 

나 역시 처음에는 스프린트 참여, 라이트닝 토크 모두 대단한 것을 해야 할 듯한 부담감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의 다른 엔지니어도 이런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더 많은 여성 엔지니어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여러 사람 앞에서 당당히 생각을 이야기할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라며, 파이레이디스 서울이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파이레이디스 서울, 앞으로의 행보

미국행 비행기에 탈 때만 해도, 파이레이디스 서울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PyCon US에서 얻은 많은 영감으로 어떻게 커뮤니티를 운영해 나갈지 기대되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함께 할 때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파이레이디스 서울 로고 <출처: 파이레이디스 서울>

 

앞으로 파이레이디스 서울은 튜토리얼, 세미나, 워크숍, PyCon 부스 등 활동을 해나가려고 한다. (PyCon KR 파이레이디스 부스의 봉사자를 구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이를 바탕으로 기술 공유와 여성 엔지니어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힘쓸 예정이다. PyCon US에서 한 경험은 단순히 기술적인 성장을 넘어, 전 세계 다양한 여성들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우리가 그저 자기 자리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지지하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힘이 된다. 나 역시 파이레이디스 서울 운영자로서, 그곳에서 얻은 이 따뜻함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오늘도 어디선가 묵묵히 버티고 있을 전 세계 수많은 여성 IT인을 마음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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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을 사랑하는 개발자. PyLadies Seoul Organizer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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