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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업계에는 특정 시기를 주도하는 메인 토픽이 늘 있습니다. 2022년 말부터 현재까지는 단연 생성형 AI고, 그전에는 메타버스가 뜨거운 감자였죠. 한때는 자율주행도 생성형 AI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모두의 관심을 받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투자 축소, 기술적 한계에 따른 상용화 지연 등의 이유로,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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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왜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투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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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업계에는 특정 시기를 주도하는 메인 토픽이 늘 있습니다. 2022년 말부터 현재까지는 단연 생성형 AI고, 그전에는 메타버스가 뜨거운 감자였죠. 한때는 자율주행도 생성형 AI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모두의 관심을 받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투자 축소, 기술적 한계에 따른 상용화 지연 등의 이유로,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게 됐죠.

 

이처럼 다소 침체된 자율주행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엔비디아(NVIDIA)’가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생성형 AI와 관련해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이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업계는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모습입니다.

 

자율주행 업계가 겪는 가장 큰 걸림돌을 해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생성형 AI는 자율주행 섹터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생성형 AI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자율주행 비즈니스 모델 3가지

먼저 자율주행 관련 상용화 현황을 간략히 짚어 보겠습니다. 현재 자율주행 업계는 아래의 기준을 조합해 도출할 수 있는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 즉 로보 택시(Robo-taxi), 자율주행 트럭(Self-driving truck),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 What: ‘이동시키는 것'과 관련된 기준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고, 물건을 운반할 수 있습니다.
  • Who: 차량의 소유 주체도 중요한 기준인데요. 자율주행 자동차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으며, 웨이모(Wayymo) 같은 회사가 소유할 수 있습니다.
  • Where: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되는 지역도 중요합니다. 자율주행 차량은 복잡한 도시에서 운행될 수 있고, 교외 지역이나 고속도로에서도 운행될 수 있습니다.

 

상용화 운행 중인 크루즈 로보 택시 <출처: 크루즈>

 

1) 로보 택시

로보 택시는 기존의 택시와 똑같이 기능하지만, 운전자 없이 승객만 태운 상태에서 운행되는 택시를 의미합니다. 로보 택시 모델은 사람(what)을 이동시키면서, 택시 회사(who)가 자동차를 소유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로 복잡한 도시(where)에서 운영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웨이모(Wayymo)와 크루즈(Cruise)가 특정 지역에서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며, 로보 택시 업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2) 자율주행 트럭

자율주행 트럭도 로보 택시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자율주행 트럭은 물건(what)을 운반하면서, 화물 운영사(who)가 자동차를 소유한 경우가 일반적이며, 고속도로에서 주로 운행됩니다. 현재 자율주행 트럭은 물류 이동의 전체 과정에서 운행되기보다는 장거리 운행이 필요한 구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로라(Aurora), 코디악(Kodiak) 같은 스타트업이 장거리 운행 파일럿을 통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3)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최종 소비자에게 주문 품목을 전달하는 단계인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도, 주요한 모델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는 물건(what)을 운반하고, 회사(who)가 자동차를 소유하며 주로 도시(where)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Nuro(뉴로)가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영역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월마트(Walmart) 같은 굵직한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율주행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전용 뉴로 자동차 <출처: 뉴로>

 

 

기존 접근 방식: AV(Autonomous Vehicle) 1.0

자율주행은 위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 여러 기업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공통으로 추구해 온 전략이 있는데요. 이들 모두 완전무인 형태로 운영되는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를 달성하기 위해, 한 지역씩 정복해 가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로보 택시를 예로 들면, 대부분의 기업이 운전자가 동승해 운행하는 테스트 단계부터 시작해, 승객만 탑승한 상태로 운행되는 완전 자율주행 로보 택시 서비스를 론칭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 지역씩 적용해 달성했습니다.

 

웨이모의 첫 타깃 지역은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였습니다. 2016년부터 피닉스 교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챈들러(Chandler), 템피(Tempe) 지역에서 테스트 운행을 시작해, 2021년 5월부터 완전 자율주행 로보 택시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크루즈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를 첫 지역으로 설정했습니다. 2020년에 테스트 운행을 개시해, 2021년 6월부터 완전 자율주행 로보 택시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모셔널(Motional)라는 회사는 네바다 라스베이거스를 시작 지역으로, 로보 택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모셔널은 현대자동차와 자율주행 스타트업 앱티브(Aptive)가 2019년에 설립한 조인트벤처(Joint venture)입니다.

 

한 지역에 우선 집중하는 전략은 자율주행 트럭 영역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22년 오로라는 페덱스(FedEX)와 파트너십을 맺고, 댈러스~휴스턴 사이의 약 965km 구간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트럭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모셔널의 기술이 적용된 아이오닉 5 로보 택시 <출처: 모셔널>

 

 

기존 접근의 한계

이처럼 AV(Autonomous Vehicle) 1.0 시대의 주된 접근 방식은 한 지역씩 순서대로 정복해 가는 것이었는데요. 사실 이는 학습이라는 요소에서 촉발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자동차가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되려면, 해당 차량이 지역을 충분히 공부하고 학습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모든 지역과 도로는 대부분 다 다르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스스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오고 가는 지역과 도로를 직접 눈으로 보고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만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했기 때문이죠. 상용화 이전에 수많은 테스트 운행이 동반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로보 택시 운행을 위한 프로젝트를 운영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본 프로젝트의 목적은 서울, 대전, 부산에서 완벽하게 운행되는 1대의 로보 택시를 배포하는 것입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로보 택시가 세 도시의 특징을 충분히 학습해야 합니다. 서울만 학습한 로보 택시가 대전과 부산에서 제대로 운행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겪는 도로와 건물을 보고 스스로 제어하며 이동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서울에서 완벽하게 기능하는 데 성공한 로보 택시는 대전으로 이동해, 대전 지역 학습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세 지역에서 완벽히 기능하는 로보 택시를 배포하는 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면 서울, 대전, 부산을 동시에 정복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텐데요. 이 지점에서 비용이라는 문제가 등장합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다수의 자동차를 동시에 운행하는 데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이러한 접근법 또한 유효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전체 기간(테스트 - 학습 - 상용화)을 고려했을 때, 한 지역씩 정복해 가는 AV 1.0식 접근 방식은 상용화 속도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접근 방식: AV(Autonomous Vehicle) 2.0

앞서 자율주행 업계가 겪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을 ‘생성형 AI’가 해결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여기서 걸림돌이란 더딘 상용화 속도를 의미합니다. 생성형 AI 중심으로 더딘 속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며, AV 2.0 시대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도 이 지점에 주목해 관련 기업 투자에 참여했고요.

 

엔비디아가 투자한 기업은 ‘와비(Waabi)’인데요. 와비는 가상 현실에서의 학습을 활용해, 실제 물리적인 운행을 통해 학습해야 했던 기존 방식이 지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트럭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핵심 기술은 와비 월드(Waabi World)라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입니다. 와비 월드를 통해 실제 지형, 도로와 유사한 시나리오를 무한에 가깝게 생성하여, 자율주행 운행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데요. 이를테면, 고속도로에서 다수의 자동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을 와비 월드 내에서 생성하면, 해당 환경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형태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와비 월드 시스템 화면 일부 <출처: 와비>

 

와비 월드는 현실 세계 또한 반영합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통해 현실을 반영한 가상 시나리오를 생성해 내는 것인데요. 서울에서 학습한 정보를 활용해 대전, 부산 지역과 유사한 가상 세계를 생성하여, 두 도시를 학습하도록 지원합니다.

 

 

자율주행,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그동안 크루즈는 로보 택시 운행 허가권을 임시 박탈당하는 등 적지 않은 부침을 겪어왔습니다. 이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에 기인한 것이었죠. 이처럼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없다는 점 또한 AV 1.0식 접근 방식의 한계로 지적됐습니다. 장마 시기에 나무가 쓰러져 경로를 가로막는 운전 환경은 실제 물리적인 운행을 통해 학습하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죠.

 

그러나 자율주행 2.0 시대는 ‘와비 월드’ 같은 시스템을 활용해, 모든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한 지역에서 완벽한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사전 준비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죠. 그뿐만 아니라 한 지역씩 완벽하게 정복해야 했던 AV 1.0식 접근의 한계를 넘어, 다수의 지역을 동시에 정복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자율주행 트럭 영역에서 와비는 후발주자입니다. 이미 오로라, 웨이모 비아(Waymo Via), 코디악 같은 선발 주자들이 실제 상용화를 위해 속도를 내는 상황이죠. 그러나 와비 월드를 필두로 향후 2~3년 이내에 유의미한 규모의 상용화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선발 주자들의 현황을 고려하면 다소 도전적인 목표로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요. 과연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업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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