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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부스가 모여있는 IT 박람회는 빈부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입구 바로 앞에서 기념품을 나눠주거나 고가의 경품을 추첨하는 대규모 부스는 북적거린다. 반면 구석진 곳의 한두 칸짜리 조립 부스는 눈길을 끌기 힘들다. 직원 한 명이 무료한 표정으로 하루 종일 핸드폰만 보며 앉아 있는 모습도 허다하다. 누군가는 그런 부스를 지나치며 ‘저 회사는 여기에 왜 나왔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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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박람회’ 참가한 중소기업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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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부스가 모여있는 IT 박람회는 빈부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입구 바로 앞에서 기념품을 나눠주거나 고가의 경품을 추첨하는 대규모 부스는 북적거린다. 반면 구석진 곳의 한두 칸짜리 조립 부스는 눈길을 끌기 힘들다. 직원 한 명이 무료한 표정으로 하루 종일 핸드폰만 보며 앉아 있는 모습도 허다하다. 누군가는 그런 부스를 지나치며 ‘저 회사는 여기에 왜 나왔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IT 박람회에 참가하는 B2B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상황은 생각보다 열악하다. 예산은 제한적이고, 별도의 마케팅 인력이 없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첫 박람회 참가라면 어떨까? 생뚱맞은 부서의 대리나 막내 사원이 당장 1~2개월 후의 박람회를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 박람회라는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람회 준비를 맡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예산도, 인력도, 경험도 부족했던 박람회 운영 경험을 돌아보며, 중소기업이 박람회에서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 봤다.

 

3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소프트웨이브 2023 부스 배치도 <출처: 소프트웨이브>
 

첫 번째 실수: 목표가 없다

목적

목표(성과 기준) 예시

브랜딩 강화

SNS 해시태그 포스팅 nnn개

회사 SNS 계정 신규 팔로우 nn명

신제품 홍보

데모 시연 참여 nn명

현장 상담, 방문 미팅 요청 nn건

잠재고객 확보

네임택 바코드 스캔 nnn명

명합 수집, 설문 참여 nn명

 

가장 먼저 목적과 목표를 구분하고 설정해야 한다. 목적은 ‘방향성’이며, 목표는 ‘수치로 표현 가능한 성과 기준’이다. 박람회에 처음 참가하거나, 사내에서 박람회에 대한 관심이 적을 때는 지시나 일정에 휩쓸려 이러한 단계를 어영부영 지나치기도 한다. ‘그냥 한 번 나가보자’, ‘위에서 하래’, ‘사람이 많으면 되지’ 같은 식이다. 특히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목적과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업무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성공도 실패도 없는 애매한 결과만이 남게 된다.

 

회사 차원의 목적이 있다면 그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면 된다. 목적마저 불분명한 상황이라면, 내부 정보(회사의 방향성, 제품 및 서비스 성격, 주 고객 유형 등)와 외부 정보(해당 박람회의 전년도 참관객 수, 참관객의 소속과 직급 비중) 등을 고려해 박람회 참가의 목적과 목표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브랜딩 강화를 목적으로 삼을 수도 있으나, B2B 특성상 그보다는 신제품 홍보나 잠재고객 확보 등에 무게를 싣게 될 것이다. 박람회를 통해 잠재고객 DB를 수집한 후, 별도의 연락을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과 영업 기회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세일즈 부서와의 긴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보다 유의미하며 현실적인 목표를 도출할 수 있다.

 

 

두 번째 실수: 액션이 없다

<출처: Unsplash>

 

목표를 세웠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액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순히 부스를 차리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그 어떤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

 

박람회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리드, 즉 잠재 고객 확보를 최우선으로 한다. 참관객의 네임택 바코드를 스캔해 최대한 많은 DB를 수집하고자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다. 가용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경품 자체가 부담이다. 사내에서 ‘이거 나눠주면 무슨 효과가 있는데?’와 같은 질문에 직면할 수도 있다.

 

모든 참관객에게 경품을 배부하는 것은 무리다. 예산은 당연히 부족하고, 그렇지 않아도 좁은 부스에 경품을 쌓아두는 것도 곤욕이다. 애초에 경품을 운반할 인력조차 부족할 것이다. 중소기업에는 경품의 수를 줄이고 단가를 높이는 방안을 추천한다. 가망고객일지 체리 피커일지 모르는 참관객에게 포스트잇이나 USB 1,000개를 현장 배부하기보다는, 선호도가 높은 에어팟 프로 1~2개를 추첨식 경품으로 거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어떤 이벤트를 진행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일반적인 경품 이벤트로는 럭키 드로우(네임택 바코드만 스캔하면 누구나 참가하는 제비뽑기 방식)와 설문 응답, 명함 제출, 현장 상담 진행, 미팅 신청 등이 있다.

 

특별한 조건 없는 럭키 드로우는 가장 편한 길이다. 운영사무국에서 스캐너 한 대만 대여해, 방문하는 참관객들의 네임택을 스캔하기만 하면 된다. 설문 응답 이벤트는 잠재고객의 예산이나 구입·도입 의사 등을 조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알짜 참관객에게 집중하고 싶다면, 현장 상담 진행, 미팅 신청 등이 적합하다.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한 경우, 혹은 행사 종료 후 방문 미팅을 신청한 경우에만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에서 조언이 필요하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는 박람회 운영사무국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러 해에 걸쳐 박람회를 운영하며 참가사들의 부스 운영 방식, 일반적이거나 특이한 이벤트,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정보와 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년도 박람회 참관객의 후기 포스팅에서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세 번째 실수: 포장이 없다

우리가 모든 참관객을 기억할 수 없듯, 참관객 역시 모든 부스를 기억할 수 없다. 참관객의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회사의 특징을 압축해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를 정한 후, 모든 사람과 모든 콘텐츠를 통해 선명하고 일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포장’이 필요한 것이다.

 

업력이 긴 중소기업일수록 포장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매출이 탄탄하고 제품이나 서비스 수가 많지만, 회사의 정체성을 명쾌하게 정의하는 문구는 없다. 부스 운영 스태프로 차출한 직원들의 재직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별도의 교육도 마련하지 않아,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대응한다. 유일한 홍보물인 브로슈어는 오래된 내용을 정제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담고 있다.

 

수많은 회사가 참관객을 향해 구애하는 박람회에서는 제품과 기술력만으로 어필하기 힘들다. 잠재 고객을 향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활용해야 한다. 앞서 설정한 목적과 목표에 기반해 박람회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한두 문장의 메시지로 축약한 후 부스 백월, 브로슈어, 안내문, 기념품, 단체티 등에 적용한다. 부스 운영 스태프의 참관객 응대 역시 해당 메시지를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제품 및 서비스 시연이 불가능하고 홍보 영상이나 기념품도 없다면 브로슈어의 질을 높여야 한다. 제품 스펙이나 서비스 라인업 등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맞춤법과 오타 등을 확인한다. 모든 내용을 여백 없이 빽빽하게 담기보다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독성을 높인다. 똑같이 저렴한 용지라고 해도, 광택이 심하지 않은 걸 고르고 두께감을 약간만 줘도 훨씬 고급스러워진다.

 

 

네 번째 실수: 이후가 없다

목적과 목표를 설정한 후 효과적으로 부스를 운영했다면 박람회 종료 후 많은 DB를 손에 넣게 될 것이다. 이 신선한 DB를 빠르게 활용해 잠재고객을 발굴하기 위한 방법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2개월 후에나 DB를 활용하거나, 최악의 경우 DB를 그냥 묵히게 된다.

 

뉴스레터 플랫폼 ‘스티비’의 요금제 구성 <출처: 스티비>

 

전체 DB를 대상으로 땡스레터를 발송하는 것은 기본이다. 스티비 같은 뉴스레터 플랫폼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그럴싸한 땡스레터를 제작할 수 있다. 경품 추첨 일정을 리마인드하면 메일 오픈율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단순한 감사 인사에 그치기보다는 박람회에서 소개한 주력 제품을 다시 한번 안내하거나, 홈페이지 및 SNS 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잠재고객에 직접 컨택할 세일즈 부서의 케파(Capacity)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 DB의 1차 필터링은 누가 맡아서 언제까지 완료할 것인가? DB 수에 따른 필요 인력은 몇 명인가? 잠재고객의 수가 예상보다 많다면 어디에 가중치를 둬 우선순위를 설정할 것인가? 컨택 상황 및 결과는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공유할 것인가? 등을 꼼꼼히 계획해 보자.

 

마지막으로 목적과 목표의 달성 여부와 수준을 확인하고 진행 과정, 예산, 실제 비용, 투입 인력, 방문자 분석, 컨택 성과, 레슨런 등을 정리해 결과보고서를 제작한다. 부서장, 유관 부서, C레벨은 물론이고, 박람회 참가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부서 및 직원들에게도 공유하며 감사를 표하는 것이 좋다.

 

 

마치며

물론 박람회 참가의 성패가 100% 예산에만 달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은 예산으로, 작은 규모로 부스를 운영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박람회 참가가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부스 기획과 운영 방향부터 사소한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챙긴다면 한정적 비용이나 부족한 경험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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