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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데킬라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무려 2.9억 명이 팔로우하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인플루언서, 켄달 제너(Kendall Jenner)가 런칭한 ‘818 데킬라(818 Tequila)’가 그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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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과소비를 부르는 가격 디자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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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끼 효과

얼마 전,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데킬라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무려 2.9억 명이 팔로우하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인플루언서, 켄달 제너(Kendall Jenner)가 런칭한 ‘818 데킬라(818 Tequila)’가 그 주인공이었다.

 

818 데킬라 <출처: 더현대서울 웹사이트 캡처>

 

팝업 스토어의 데킬라는 총 4가지 종류였다. 그중 데킬라 ‘레포사도’는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 가장 비싼 프리미엄 상품을 제외하면 3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중간 가격인 2번 데킬라가 가장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과연 세 번째 옵션 없이 두 가지 상품만 판매했다면 이 상품이 가장 빨리 품절될 수 있었을까?

 

여기서 미끼 효과(decoy effect) 이론을 떠올릴 수 있다. 미끼 효과란 ‘두 가지 옵션 중에 하나를 선택하던 상황에 세 번째 옵션으로 미끼가 추가되었을 때, 그 선택이 달라지는 효과’를 말한다. 이때 ‘미끼’는 보통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옵션으로 기존 두 가지 중 한 가지 옵션에 대한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세 가지 데킬라는 1번, 2번, 3번 순서대로 숙성 기간이 길어지며 등급도 하나씩 높아진다. 이처럼 서로 비슷하나 품질과 제조 공정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제품군이 있을 때, 소비자의 결정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소 중 하나는 가격이다.

 

① 100,000원 / 3주 숙성

② 125,000원 / 3개월 숙성

 

만약 이렇게 1번과 2번 옵션만 있었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반반으로 나뉘었을 것이다. 가격을 먼저 고려할 수도 있고 개인 취향에 따라 숙성 기간을 고려해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옵션이 더 추가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① 100,000원 / 3주 숙성

② 125,000원 / 3개월 숙성

③ 195,000원 / 1년 숙성

 

1번과 3번의 가격이 약 2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 1번과 2번은 거의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1번에서 3번까지 등급이 한 단계씩 올라간다 하지만, 가격의 차이는 일정하지 않다. 여기서 선호도가 갈릴 수밖에 없다. 가장 저렴한 선택지보다 2배 비싼 3번을 선택하기엔 부담스럽지만, 가장 낮은 등급과 그 사이 중간 등급의 가격은 얼마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1번보다 2번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느껴지는 것이다.

 

이처럼 미끼 효과는 마치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듯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선택지, 즉 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도록 미끼를 던지는 전략에 가깝다. 미끼를 무는 건 순식간으로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 미끼에 걸려들기 쉽다. 우리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과정을 뜯어보면 이런 전략에 넘어간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외에도 소비자가 돈을 더 쓰도록 유인하는 기업의 가격 디자인 전략으로는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자.

 

 

2. 가격 디자인과 심리

고정편향(Anchoring Bias)

더현대 서울에 가려고 집을 나설 때만 해도 10만 원짜리 술을 살 계획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데킬라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는 소식조차 몰랐다. 더현대에 도착해 팝업 스토어 입간판을 발견하고는 흥미가 생겨 블로그 후기를 슬쩍 훑어보았는데, 한 병의 가격이 60만 원 대라는 걸 확인했다. 그래도 구경은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10만 원대에 판매 중인 상품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평소 같으면 10만 원도 비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블로그에서 본 상품이 6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10만 원이라는 가격 대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였다.

 

이렇게 처음 본 정보를 기준으로 두고 의사결정 하는 경향을 고정편향(Anchoring Bias)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에서 비싸고 낡은 집을 가장 먼저 보여준 다음, 좀 더 저렴하고 컨디션이 좋은 집을 보여주면 그 집이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로 느껴진다. 처음부터 두 번째 집만 봤을 때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 또한,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원래 가격을 먼저 보여주고 할인된 가격을 알려주면 구매 확률이 높아진다. 모두 고정편향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먼저 보여주면 사람들은 그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기업은 전략적으로 저렴한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먼저 보여주기도 한다. 호텔 예약 서비스 검색 결과에서도 이런 전략을 찾아볼 수 있다. 사용자가 검색해 가장 먼저 보는 상품은 모두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추천하는 것들이다.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추천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이들이 가장 저렴하고 평이 좋은 옵션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호텔스컴바인,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앱 검색 화면 <출처: 각 앱 캡처>

 

검색에 따라 가장 저렴한 옵션은 10만 원대, 보통 많이 선택하는 옵션은 20만 원대이다. 그러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3가지 호텔 예약 서비스 모두 40만 원 이상 옵션을 먼저 보여주었다. 처음 본 가격이 사용자의 머릿속에 닻, 즉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을 봤을 때, 훨씬 강력하게 이에 설득될 확률이 높다.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만, 이 정도면 저렴하고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하며 10만 원짜리 데킬라를 냉큼 고른 나처럼 말이다.

 

골디락스 효과(Goldilocks Effect, 또는 중앙 무대 효과(Centre-stage Effect))

금발 머리 소녀 이야기가 있다. 이 소녀는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으로 가서 곰의 죽을 먹고 곰의 침대에 누워 쉰다. 소녀는 죽 3개 가운데 너무 뜨겁지도, 너무 식지도 않은 죽 하나를 골라서 먹는다. 또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푹신하지도 않은 침대를 골라 눕는다. 이 이야기는 무언가를 선택할 때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여러 옵션 가운데 극단적인 옵션 대신 중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을 금발 머리 소녀를 일컫는 말, 골디락스란 단어에서 따와 골디락스 효과(Goldilocks Effect)라고 한다. 또는 중앙 무대 효과(Centre-stage Effect)라고도 한다.

 

넷플릭스 가격 모델 <출처: 넷플릭스 웹사이트 캡처>

 

넷플릭스의 가격 모델은 3가지 옵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저렴한 ‘광고형 스탠다드’가 월 5,500원, 중간 옵션인 ‘스탠다드’가 월 13,500원, 그리고 가장 비싼 ‘프리미엄’이 월 17,000원이다. 하나는 저렴한 대신 원하지 않는 광고를 계속 봐야 하며 화질도 좋지 않다. 반면 다른 하나는 비싼데, 중간 옵션에 비해 그렇게 큰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 이를 제외하고 남는 건 중간 옵션이다. 가장 비싼 옵션과 비교하여 혜택이 그렇게 떨어지는 옵션이 아닌데, 가격도 비교적 적당한 편이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중간 옵션을 가장 매력적으로 만드는 전략을 쓰며 중간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를 더 강하게 자극했다.

 

 

3. 가격 디자인 전략 이해하기

덜 매력적인 3번째 옵션을 추가하거나, 극단적인 옵션 2개 사이 적당한 중간 옵션을 만들어 이를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가격 디자인은 우리도 일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또한 처음 본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합리적이지 않은 가격을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편향 역시 실제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고민 끝에 가장 가성비 좋은 선택지를 골랐다고 생각한다. 곧 묘한 승리감에 휩싸인 채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믿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돈을 지출했으며 계획에 없던 충동구매를 했다는 현실은 자각하기 힘들다. 실제 지출한 돈과 얻은 가치보다는 가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소비에 따른 만족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기업이 어떤 선택이 합리적이고 비합리적인지 헷갈리게 하는 가격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충동구매나 과소비를 피하고 싶다면, 무언가를 보거나 결정하기 전에 기준을 세워야 한다. 기업이 유도한 옵션을 바로 고르는 대신 제품의 사용 빈도나 목적, 개인적인 목표 등 요소를 미리 꼼꼼히 따져보면 좋다. 이렇게 의사결정한다면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 모델을 디자인하는 서비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미끼 효과나 고정편향, 골디락스 효과를 고려한 가격 전략이 모든 상황에서 정답은 아니다. 개인의 선호도나 취향이 명확한 상품이라면, 심리에 기반한 가격 디자인 전략의 효과가 약할 수 있다. 때로는 주요 사용자 특성에 따라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미끼 효과나 골디락스 효과를 적용하기 좋은 상황은 팝콘의 사이즈를 고르는 일, 아이폰의 기본, 프로, 프로맥스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 향수의 사이즈를 정하는 일 등 선택지의 스펙에 아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다. 이처럼 특정 전략이 효과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어떤 가격 전략을 적용해야 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의 특성 혹은 타겟에 따라 가격 디자인 전략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만약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면 무엇을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참고 글>

  • Lieder, F., Griffiths, T.L., M. Huys, Q.J. et al. The anchoring bias reflects rational use of cognitive resources. Psychon Bull Rev 25, 322–349 (2018). https://doi.org/10.3758/s13423-017-1286-8
  • Rodway, P., Schepman, A., & Lambert, J. (2012). Preferring the one in the middle: Further evidence for the centre‐stage effect. Applied Cognitive Psychology26(2), 215-222.
  • Zhang, T., & Zhang, D. (2007). Agent-based simulation of consumer purchase decision-making and the decoy effect. Journal of business research60(8), 912-922.
  • The Decision Lab Why do we compare everything to the first piece of information we recei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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