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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 11. 서지영 AI&데이터 스페셜리스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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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 11. 서지영 AI&데이터 스페셜리스트 인터뷰
Editor’s note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공통적으로 묶어주는 특징이 있지만, 막상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업무 원칙이나 커리어, 성장에 관한 관점, 자신만의 노하우가 다 다릅니다.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다루는 기술스택, 도메인, 커리어와 성장에 대한 관점과 노하우 등은 모두 다릅니다. 요즘IT 기획 [커리어 리팩토링: 개발자의 성장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커리어를 다져온 개발자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며, 이 시대 개발자들에게 다양한 성장의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
이번에 소개할 인물, 서지영 님은 개발자로 시작해 DBA*를 거쳐 AI&데이터 스페셜리스트로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있습니다. 무려 두 번의 직군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건데요.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 DBA로 갈 때는 우선 팀장님에게 이 일이 꼭 필요한 이유를 담은 기획안을 써내야 했습니다. 그전까지 회사에 DBA란 직군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죠. AI 전문가로 넘어갈 때는 일과 공부를 함께 했습니다. 주에 2번, 대학원 야간 수업에 늦지 않으려 언제나 달렸고, 그렇게 늘 땀에 젖어 수업을 들었다고 합니다.
*DBA(DataBase Administrator,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다양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한 후, 데이터를 정리, 가공하고 입력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관리, 분석하는 담당자
AI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그는 거의 20년 차 직장인이었습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했을 뿐 AI는 잘 몰랐죠. 막연히 들어간 AI 석사 과정의 첫 강의에서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습니다. “잘못 온 거 아닐까?” 수업을 따라잡으려면 고등수학부터 다시 공부해야 했습니다. 다른 수강생과 차이를 줄이는 비법은 없었습니다. 유튜브와 온라인 강의, 그리고 남들보다 두세 배 넘게 들인 시간만이 있었죠. 그렇게 2년 반 만에 얻은 석사 학위와 함께 뛰어든 취업 시장에서는 또 다른 벽을 만났습니다. 늦깎이로 AI 산업에 도전한 사람을 채용할 기업이 국내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는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곧 큰 기대 없이 글로벌 대기업 HP에 이력서를 넣었죠. 한 번, 두 번 보던 면접은 어느새 여덟 번째, 최종 면접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AI&데이터 스페셜리스트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곧 다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에서 쏟아지는 AI 서비스 관련 문의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두 번이나 직군을 바꾼 이유는 단순합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10년이 지나서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에게 성공적인 직군 전환의 방법과 AI 시대에 직장인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들었습니다.
첫 프로그래밍: KMS 솔루션 개발 첫 언어: ASP, C# 특이사항: 생산성, 시간 효율성으로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 과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전공: 전산학
주요 활동 이력: 트라이콤(Tricom)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DBA로 직무를 전환했다. 네오플러스, 씨앤토트, 한화시스템, 한국은행 등을 거쳤으며 관리자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매너리즘을 피해 10년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았다. 노력 끝에, HP를 거쳐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에서 AI&데이터 스페셜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
Q.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곧 DBA로 직군을 바꿨어요. 무슨 이유였을까요?
처음 개발자로 들어간 회사는 스타트업이었어요. 30명 정도 규모였는데, 저 혼자 신입이고 가장 가까운 분이 10년 차 개발자였죠. 그러다 보니 다른 개발자 선배들처럼 일부 영역이 아닌 시스템 레벨까지 보기를 원하더라고요. 모두 로지컬하게 전체 영역을 생각하고 구현에 들어가는데 저는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마땅한 비교 대상이 없다 보니까 한계도 느껴졌고요. 지금 돌아보면 조금 일렀나 싶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많이 다루었고 재미도 있던 DB 관련 일이 좀 더 눈에 들어왔고요.
Q. 직군을 바꾸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힘들었죠. 직군을 바꿀 때 가장 힘든 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능력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에요. 개발 쪽은 특히 실무 능력 위주로 보고 채용을 하잖아요. 자격증은 우리나라에서 이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DBA란 직군으로 일해보겠다고 원래 다니던 회사에 기획안을 만들어 올렸어요. 당시 회사에는 개발자, 시스템 엔지니어 두 포지션만 있었는데요, 검토와 승인에만 8개월이 걸렸어요. 팀 내에서 또다른 역할이 만들어지는 일이다 보니 의사결정에 시간이 꽤 들더라고요. 정말 그 일을 하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어필했어요.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마다 꾸준히 DB 관련한 건 다 맡아 할 정도로요.
Q. 그렇게 DBA로 경력을 쌓으며 관리자까지 올라갔어요. 그런데 왜 다시 AI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나요?
어느 정도 하다 보니 마음가짐이 루즈해지더라고요. 뭘 해도 해본 거고 새로운 점이 없었어요. 문제는 주어지는데, 딱히 미션이 아닌 또 다른 반복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런지 직업 전체에 대한 위기의식도 느꼈어요. DBA는 업무가 비교적 한정적이어서 언제든 교체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죠. 10년 후에도 일을 하려면, 새로운 일을 찾을 필요를 느꼈어요.
당시 저는 기술사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신기술 파트에서 AI를 만났어요. 느낌이 왔죠. 새로 도전하면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요. 단순히 온라인 강의를 이수하기보다 제대로 배워보자 싶어 학교에 지원했어요. 지금처럼 AI 붐이 일어나기 전이었고 나름 데이터를 다룬 경력이 있었기 때문인지, 곧 석사 과정을 밟을 수 있었고요.
Q. 일과 공부를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한데요, 어떻게 해나가셨나요?
크게 두 가지가 힘들었어요. 하나는 시간 관리, 하나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 그 자체였죠. 대학원 강의가 모두 저녁 수업이었는데, 첫 타임인 6시 40분에 맞추느라 늘 뛰어다녔던 기억이 나요. 회사에서 나와 강의실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뛰어다녔어요. 모든 지하철 환승 구간마다 달렸죠.
다음은 공부인데요. 첫 수업에 들어가서는 내내 “교수님이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잘못 온 거 아닐까?” 이 생각뿐이었어요. 석사 과정이라 그런지 기초 학습 없이 곧바로 전공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저는 무엇이든 원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이해가 안 가니 더 힘들었죠. 그래서 일단 수학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거 없이 시간을 많이 투입했습니다. 유튜브도 보고 온라인 강의도 보고요. 아마 남들보다 두세 배는 공부했을 거예요.
그래도 열심히 한 덕분인지 2년 반 만에 학위를 딸 수 있었어요. 그렇게 직군을 바꿀 준비를 한 거죠.
Q. 두 번이나 직군 전환에 성공했으니 ‘직군 전환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직군을 바꾸려고 고민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우선은 적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직군에 맞나? 이를 생각해 보면 좋아요. 아니라면 과감하게 도전하고요.
또, 자기 일이 미래에도 가치 있는 일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려면 새로운 트렌드를 꾸준히 따라가야 해요. 제품도 유행하는 패턴이 있거든요. 특히 소위 공룡 기업이라 불리는 곳에서 내는 제품의 특징을 잘 보는 것이 중요해요. 쉬지 않고 그 패턴을 따라가다 보면 흐름이 예측될 거예요. 모르겠으면 선배들한테 묻는 것도 좋고요. 제품과 시장이 가는 방향을 예측했다면, 이것이 내 직업에 끼칠 영향을 보세요. 20~30대일수록 멀리 보고 내 일의 가치를 잘 고민해야 해요.
Q. 직군을 전환하면서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대기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현실적인 이유였어요. 먼저 국내 기업에 지원을 꽤 많이 했는데 합격을 한 번도 못 했거든요. 대학원 졸업하고 AI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나름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당시 나이가 40대 초반이었는데, 신입에 가깝게 가기에는 좀 많았나 봐요. 지금도 그렇지만 국내 AI 개발팀의 리더들이 대부분 저보다 나이대가 어리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AI 공부와 앞서 쌓아온 경력, 두 가지를 다 살릴 수 있는 직업을 다시 찾기 시작했죠.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리다 찾은 게 지금의 포지션이었어요. 큰 기대 없이 인터넷에서 공고를 보고 HP에 지원했는데, 여기는 한 번에 합격했어요. 이력서는 같은데 국내 기업은 떨어지고 해외 기업은 붙더라고요. 기준이 어떻게 다른 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글로벌 기업에서는 이력서만 보기보다 더 많이 만나 얘기를 들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AI&데이터 스페셜리스트는 무슨 일을 하나요?
MS의 스페셜리스트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아는 기술 영업 직군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실제 영업 전문가는 따로 있는데요. 저희는 기업 고객을 만나 MS 클라우드 제품, 특히 AI와 데이터 영역 제품으로 세미나를 하거나 데모를 해요. 고객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실제 고객을 만나 기술 상담을 진행하고 이런 일을 반복합니다. 초기 단계 제품 도입을 고민하는 고객을 만나고 있고요. 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많이 만나요.
Q. AI&데이터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AI와 데이터에 대한 지식, 이를테면 머신러닝으로 모델을 만들고 배포하는 과정, RDB 관련 제품들의 특징을 잘 알아야 합니다. 여기에 영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일이 많은데요, 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하겠죠.
개인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아요. 제 커리어는 다 기술 베이스인데요. 그래서 고객하고 얘기할 때도 기술자의 마인드를 놓지 않아요.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하거든요. 같이 가는 영업 담당자 분들이 놀랄 정도로요. 그래도 제가 20년 넘게 해온 일을 놓지 않고 현장에서 남을 수 있으니 좋아요.
Q. 글로벌 IT 기업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채용부터 업무 환경까지, 무엇이 다를까요?
일단은 면접이 아주 오래 걸렸어요. HP에 들어갈 때, 면접을 8번 봤거든요. 대신 기본적인 면접 방식은 비슷해요. PT 면접도 있고 인적성도 있고요. 다만 당시 매니저가 호주 분이어서 영어로 인터뷰를 해야하는 것은 조금 부담이었죠.
업무 환경에서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하면 재택 근무일까요? 국내 기업은 이제 재택이 대부분 없어진 걸로 아는데, 글로벌 기업은 여전히 재택을 해요. 해외 본사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일이 많은데, 어차피 그럴 때는 장소가 굳이 중요하진 않으니까요. 화상회의 시스템도 워낙 잘 되어 있고요.
또, 여성이라면 관리자가 될 기회가 좀 더 열려 있는 것도 특징이에요. 글로벌 기업은 관리자의 남녀 성비를 맞춰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제안을 몇 번 받았는데, 우선은 기술 베이스인 지금 일을 놓고 싶지 않아서 거절했죠.
Q. 언어, 환경 등 글로벌 기업을 선택할 때 고민하는 조건들이 있는데요. 실제 경험자로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어는 필수가 맞아요. 면접부터 영어로 보니까요. 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일할 일이 워낙 많아 소통의 기본 조건이에요. 저는 직장인이 된 다음에도 꾸준히 영어를 공부했어요. 20대 후반부터 5년 정도 영어 학원 새벽반을 다녔고 짧은 어학연수도 다녀왔죠. 지금도 부담감이 없다고는 못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영어에 자신 있으니 외국계 취업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음, 출장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대부분 고객이 국내에 있으니까요. 본사 같은 곳의 출장 기회가 많으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요?
Q. AI 시장을 선도하는 MS에서 관련 서비스를 다루는 일을 하잖아요. MS는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MS는 AI 회사라고 해요. 그 정도로 데이터 기반 제품을 많이 만드는 조직이 되었죠. 본사에서도 AI(코파일럿)가 붙지 않은 신제품은 내지 않는 듯해요. 국내에서는 특히 OpenAI와 파트너십이 늘면서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클라우드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글로벌 평균보다 더 AWS가 강세거든요. 시장을 거의 점유하고 있죠. 그래서 제가 입사하기 전만 해도 이미 다 AWS 쓰고 있으니 고객을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GPT 연계를 발표하고 나서는 고객이 먼저 찾아요.
그렇다고 이렇게 다른 벤더와 협업하는 것만이 MS의 장기 전략은 아니라고 봐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MS도 자체 모델을 많이 만들고 있어요. 협력 관계는 언젠가 틀어질 수 있잖아요. 물론 지금은 함께 잘 가고 있지만, 직접 만들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결국 자체 모델을 만들어 봐야죠.
Q. AI의 발전이 눈부신 만큼, 속도도 정말 빠른데요. 이를 따라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변화가 정말 빨라요. OpenAI에서 나온 GPT가 화제였을 때도, 한 1년 가고 말겠지 생각했거든요. 초거대언어모델(LLM)은 자연어 입출력만 가능한 모델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죠. 이제 멀티모달로 진화하며 이미지도 보고, 실시간으로 대화도 할 수 있고요. 소통에 제약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러니 이제 단순히 LLM만 알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웬만한 모델이 나오면 다 써봐요. API 받아와 구현해 보면서 기능 하나하나 직접 다 써보는 거죠. 서비스 사용자 입장으로도, 개발자 입장으로도 살펴요.
(직접 써본 결과는 어땠나요?) 써본 것 중 가장 뛰어난 건 아무래도 최근 나온 GPT-4o(omni)였어요. 수준이 정말 뛰어나요. 특히 요즘 모델들의 이미지 처리 속도가 말이 안 된다고 느꼈어요. 이미지를 인식하고 답변을 받기까지 속도가 1초 내외에요. 도대체 어떻게 구현한 걸까 궁금할 정도로요. 곧 이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나오겠구나 생각했어요.
Q. 그렇게 성능이 뛰어나니, 지금은 글로벌 빅테크가 모델을 만들고 국내 기업은 이를 받아와 서비스를 구축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이 상황이 이어질까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보죠. OpenAI의 GPT, 구글의 Gemini 이런 모델과 우리나라에서 만든 모델은 아무래도 격차가 심하니까요. 사실 더 벌어질 확률이 높고요. 또 우리 모델은 한글 데이터 위주로 학습되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세계 시장에서 활용하기에 제약이 있기도 하죠.
서비스 구축도 그래요. 예를 들어 LLM을 이용하는 시나리오는 몇 가지 정해져 있어요. 제일 많이 하는 것이 단순 Q&A, 그다음이 개인화 추천, 이상 탐지 등이고요. 좀 더 진화하면 RPA 연동까지 가죠. 국내 기업은 대부분 단순 Q&A에 머물러 있어요. 네이버, 배달의민족 정도만 개인화 추천 단계로 넘어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API 받아 쓰는 건 결국 다 비용이거든요. 자체 모델이 있어야 조금 더 수익성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죠.
Q. 국내 IT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상황이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이런 격차 탓에 어느 순간 기업들이 모델 만들기를 포기할 수 있어요. 제가 아는 몇몇 기업도 실제로 자체 모델에 도전하다 OpenAI의 GPT를 보고는 프로젝트를 중단했거든요.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해요. 그렇게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그 개발 인력들이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될 거고요. 그러니 나는 정말 모델을 만들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원하는 자원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제약이 있으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AI 개발 쪽 전환을 고려하는 분들도 모델 만들고 알고리즘 익히고 이런 방향보다는 어떻게 모델을 서비스에 잘 적용할까, 한정된 데이터로 파인튜닝을 잘할까 고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Q. AI 개발자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두가 불안감을 이겨내려고 AI를 배우려는 듯해요. 지영 님은 AI 관련 기초 책도 쓰셨는데요,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조언하고 싶으신가요?
사실 비전공자에게 AI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저는 ‘궁금증’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론부터 접근하기보다 “내가 이런저런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정말 기능이 뛰어나, 이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이런 식으로 호기심을 가지는 게 중요해요. 재미를 느낀 지점에서 역추적하며 공부해야 꾸준히 흥미를 느낄 수 있죠.
그렇게 관심을 가졌으면 하나에 집중해서 파고드세요. AI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건 단계가 정말 길어요. 데이터 가져오고, 처리하고, 학습하고, 배포하고, 관리까지, 모든 영역을 다 자세히 알기는 어려워요. 그러니 동료들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전체 흐름을 이해한 다음,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집중하는 것이 좋아요.
책을 쓰면서도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이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까, 이런 고민이요.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 맞춰 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포기할 수 없는 건 용어더라고요. 적어도 이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하고 얘기할 수 있으려면 관련 용어는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조금 길어졌는데요. 정리하면, 우선 궁금증을 가질 것. 다음에는 용어를 포함해 전체 흐름을 이해할 것. 마지막으로 그 흐름 가운데 내가 집중할 영역을 선택할 것.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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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AI 시대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요?
저도 개발자로 시작했지만, 개발 영역에 있는 분들이 고집이 세요. 내가 맞다고 한 번 생각하면 이를 잘 안 꺾죠. 물론 경험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개발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서로 다른 방법을 쓰는데 결과가 같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내 방향이 꼭 맞다고만 하지 말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직군을 바꿀 수 있었던 것도 주변을 많이 돌아봤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이를테면 단순히 웹 개발에만 집중하기보다 여기에 물려 있는 DB나 시스템, 함께 제공하는 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개발자들이 생각보다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정말 관심이 없더라고요. 좀 더 넓게 보면 좋겠어요.
다른 직군도 같아요. 열린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볼 때, 또 다양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봐요. 현재 역할이나 고용 상태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역할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배움에 열린 태도를 가지면 어떨까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재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으신가요?
저는 장기 목표가 없어요. 중간에 딴짓하거나 잃어버리지 않을까 싶어서요. 대신 단기 목표를 세우고, 이건 반드시 이루려고 해요. 그런 성격이에요. 다음 목표는 박사 과정인데요. 이번에는 공학이 아닌 MBA 과정에 도전하려고 해요.
기술을 접목하는 일이 기업, 특히 스타트업에는 녹록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를 도울 수 있는 기술 컨설팅을 해보고 싶어요. 작은 회사일수록 사람을 사서 무언가 컨설팅을 받는 게 어려울 텐데요.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회사들에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렇게 제가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어요.
장대청 에디터 jdc@wishk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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