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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7일, 카카오페이가 삼성페이 연동을 발표했습니다. 삼성페이가 연동되면,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납니다. 아니, 국내 오프라인 결제처는 다 된다고 봐야 합니다. 순식간에 약 300만 개의 가맹점이 추가되는 것이죠. 라이벌인 네이버페이가 2023년 4월 삼성페이를 도입한 이후, 1년 만에 결국 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어떻게 할지 관전 요소였는데, 결국 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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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7일, 카카오페이가 삼성페이 연동을 발표했습니다. 삼성페이가 연동되면,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납니다. 아니, 국내 오프라인 결제처는 다 된다고 봐야 합니다. 순식간에 약 300만 개의 가맹점이 추가되는 것이죠. 라이벌인 네이버페이가 2023년 4월 삼성페이를 도입한 이후, 1년 만에 결국 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어떻게 할지 관전 요소였는데, 결국 도입했습니다.
삼성페이가 가지는 강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시점에 오프라인에서 전 가맹점을 커버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니까요. 그러니 카카오페이의 뒤늦은 삼성페이 합류는 언뜻 타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면도 보이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대체 왜 이런 결정을 한 건지, 카카오페이의 삼성페이 연동이 주는 의미와 미래를 전망해 보고자 합니다.
“네이버페이가 삼성페이를 하네”, “카카오페이도 삼성페이를 하네”라고 다들 삼성페이와 친하다고들 하는데, 이보다 훨씬 전에 삼성페이를 선제적으로 연동한 간편 결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페이코입니다. 페이코는 2018년 8월부터 삼성페이를 연동했습니다. 연동이라 하면 삼성페이의 MST 기능(Magnetic Secure Transmission)을 페이코 앱 안에서 구현한 것을 말합니다.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는 삼성페이 결제 방식으로, 삼성전자가 2015년 3월에 공개한 세계 최초로 MST와 NFC를 동시에 지원하는 온/오프라인 핀테크 결제 플랫폼입니다. 기존 결제 단말기를 그대로 쓸 수 있어 국내에서 100% 호환성을 자랑하며, 삼성이 특허를 가지고 있어 삼성 휴대폰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사용자는 삼성폰에서 바로 삼성페이를 열지 않고 페이코 앱을 열어서 삼성페이를 쓸 수 있게 된 것이죠. 제가 적었지만 뭔가 이상한 문장인데요. 여러분도 이상하다고 느끼셨나요?
고객 입장에서 그냥 바로 삼성페이를 열어 쓰면 되는데, 굳이 페이코 앱을 열고 삼성페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앞사람이 결제를 늦게 하면 눈치 주기 바쁜 나라에서 굳이 페이코 앱을 열어 결제하는 사람은 당연히 많지 않았죠.
사실 삼성페이 호출 제스처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잠금화면이든 앱 서랍에서든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것입니다. 잠시 생각해 보면, 안드로이드 제조사로서 줄 수 있는 최고의 제스처가 바로 이겁니다. 위에서 아래는 제어센터, 좌우는 페이지 간 이동이니까요. 삼성전자로서는 엄청나게 좋은 호출 명령어를 오로지 삼성페이를 위해서 매핑해 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다른 앱에 어떤 호출 제스처가 있는지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죠. 기껏해야 빅스비 정도 외에는 별도로 준비된 게 없습니다.
이렇게 쉽게 삼성페이 앱을 바로 쓸 수 있으니, 페이코는 삼성페이를 기껏 도입하고서도 사용율이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고육지책으로 출혈 마케팅을 합니다. 페이코-삼성페이로 결제할 때마다 리워드를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1만 원 한도로 무려 사용액의 1%를 지급했습니다. 요즘 신용카드 혜택이 1~2%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혜택이었죠.
사용액의 1%를 더 주니 페이코-삼성페이 사용률은 (당연히)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페이코로서는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닙니다. 삼성페이 사용료도 연단 위로 상당한 금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재무적으로 큰 손해지만 그럼에도 페이코가 이렇게 했던 건 앱 사용 지표를 향상할 수 있고,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에서 결제할 일이 있을 때마다 고객은 페이코를 켭니다. 이전에는 온라인 결제를 할 때만 켰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MAU가 올라가죠. 그러면서 페이코는 이 사람이 오프라인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기존에는 카드사만 가지고 있던 정보인데, 간편 결제사도 볼 수 있게 된 거죠. 여기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랬던 페이코지만, 모든 게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페이코의 영업이익은 2020년 -362억 원, 2021년 -358억 원, 2022년 -49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여러 사업을 하고 있으니 꼭 간편 결제 사업이나 삼성페이 때문이라고 볼 순 없지만, 적자를 보며 출혈 마케팅을 계속하기엔 부담이 컸을 겁니다. 여기에 오프라인 고객 결제 데이터를 확보함에도 새로운 BM을 만들어내지 못했고요. 사용자들이 오프라인 결제를 위해 앱을 켜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MAU, DAU가 올랐지만, 이 트래픽은 Pay-thru(결제를 위해 잠시 거쳐 가는)고 기대했던 트래픽은 아니었던 겁니다.
이러한 1% 캐시백 혜택이 부담되자 페이코-삼성페이 사용 시 하루 1회 포인트 룰렛 기회를 주는 식으로 혜택을 축소했지만, 결국 2024년 1월 1일부로 페이코는 삼성페이 연계 서비스를 중단하고 맙니다.
그렇게 페이코가 버티다가 떨어져 나갔지만, 네이버페이는 여전히 삼성페이를 연동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카카오페이는 새롭게 참여하기까지 했죠. 간편 결제이고, 별도 앱을 켜서 구동한다는 점에서 이 3개 사는 비슷합니다. 들어왔다가 물러난 선례가 있음에도 참여한 것인데,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과연 어떤 생각일까요?
저 또한 내부자가 아니니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볼 때 네이버페이는 나름의 계산이 있어서 삼성페이를 수용했고, 카카오페이는 네이버페이가 하니 어쩔 수 없이 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가 있는데요. 네이버페이가 삼성페이와의 연동을 발표한 2023년 4월, 대부분의 언론은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가 경쟁 관계지만 힘을 합쳐 외래종(애플페이)을 막고자 한다’라고 기사를 썼습니다. 삼성페이를 도입한 이후, 네이버페이는 삼성페이 결제 건에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마구 주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고요. 포인트 지급률만 보면 페이코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공격적입니다.
하지만 그 외래종, 애플페이는 생각보다 파괴력이 크지 않았습니다. NFC 결제 인프라는 국내에 확산되지 않았고, 사람들도 애플페이가 안 되는 상황이면 자연스레 실물 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굳이 애플페이를 막고자 노력할 필요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네이버페이는 마케팅비 투입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네이버페이의 오프라인 결제 장악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결제에서 쿠팡 다음의 강자입니다. 거의 전 국민이 네이버페이 계정이 있고, 온라인에서 포인트를 적립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본인 소유 카드 대다수를 네이버페이에 등록한 상태입니다. (매우 중요한 포인트) 양면 시장인 결제에선, 가맹점의 입장도 매우 중요합니다. 네이버 검색, 네이버 예약과 네이버지도 때문에 오프라인 가맹점들은 네이버를 절대 무시할 수 없죠. 네이버가 만드는 커머스에 끌려 들어오게 됩니다.
네이버가 결제할 때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줄 수 있는 건 가맹점에서도 이를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가맹점 입장에선 포인트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네이버 생태계 안에 있는 게 매출에 더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카카오페이와 차이점이 생깁니다. 카카오페이가 국내 온/오프라인 커머스를 장악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카카오 선물하기 외에 카카오페이를 쓰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카카오페이든 네이버페이든 저한테 포인트 1원이라도 더 주는 쪽을 쓴다고 함이 맞겠죠.
그러니 카카오페이가 삼성페이를 탑재해도 네이버페이를 이기려면, 네이버페이 이상의 리워드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카카오페이 리워드는 카카오페이 머니(선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개인 고객으로선 카카오페이보다 네이버페이를 쓰는 게 훨씬 이득인 상황입니다.
카카오페이가 삼성페이를 도입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효과를 분석 중일 텐데, 아마 엄청난 지표변화는 없었을 겁니다. 엄청난 홍보를 한 것도 아니고,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카카오페이로 삼성페이가 된다는 것을 아직 인지하지 못한 고객도 많습니다.
애초에 카카오페이는 “삼성페이와 연동해서 뭘 이렇게 해야지!”라는 전략이 있었다기보다는, ‘네이버페이에 간편 결제 주도권이 자꾸 밀리니 우리도 이거라도 해야 해!’라고 따라간 측면이 훨씬 클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카카오페이의 준비가 놀라울 정도로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페이 X 삼성페이가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갤럭시를 쓰는 대다수의 사용자가 인지할 정도로 네이버는 리워드를 엄청나게 살포했습니다. 후발주자로 따라오는 입장이라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거나, 더 놀라운 기능을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가지고 나타났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나온 상태로는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카카오페이 내부 담당자들이 이 점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략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하고요.
물론 카카오페이뿐만 아니라, 삼성페이 연동이 이미 되어 있는 다른 앱(KB카드의 KB Pay, 신한카드의 신한 Sol Pay)도 전략이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페이만큼 리워드를 주거나, 신박한 새로운 기능이 없는 한 삼성페이 연동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삼성페이는 H/W 레벨에서 버프를 받고 있습니다. 이 구도 하에서는 다른 사업자가 그냥 삼성페이를 도입해 봐야 큰 효과가 없습니다. 남들이 하니까 하는 것은 결국 독이 든 성배가 될 겁니다.
페이코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업자들도 떨어져 나가고, 최후에는 네이버페이도 삼성페이와의 계약을 종료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네이버페이가 온/오프라인 결제를 독식한 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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