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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는 어떻게 슈퍼앱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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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18일 앱 서비스 분석업체인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의 앱 주간 이용시간 순위(지난 4~10일 기준)에서 상위 5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슈퍼앱은 카카오톡(2위), 네이버(4위), 티맵(10위), 토스(30위) 등 4개뿐이었다.

 

(중략)

 

지난해 12월 신한금융그룹이 내놓은 슈퍼앱 ‘신한슈퍼쏠’은 이용자 수 대비 사용 시간이 적었다. 모바일 시장 분석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신한슈퍼솔의 지난달 안드로이드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14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용 시간 기준으로는 100위 안에 들지 못했다. 다른 금융사의 슈퍼앱도 비슷했다. KB금융그룹이 6개 계열사의 서비스를 통합해 2021년 출시한 앱 ‘KB스타뱅킹’,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원큐’ 등도 이용 시간 순위에서 100위권 밖에 머물렀다.

 

<이주현 기자, “덩치만 키운 슈퍼앱, 이용시간은 짧았다”, 한국경제, 2024년 2월 18일>

 

<출처: 데이터에이아이>

 

조사에 따르면, 앱 주간 이용 시간 순위에 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토스만이 상위권에 랭크되었습니다. 유일한 금융 슈퍼앱임을 입증한 것이죠. 주요 5대 은행 역시 최근 대대적인 앱 통합과 개편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100위권 밖을 기록하며 슈퍼앱*이 되는데 실패했습니다. 토스에게는 꽤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모두가 금융 슈퍼앱을 꿈꾸지만 토스만이 유일하게 성공한 현실. 수백조 자산과 인프라를 지닌 거대 시중은행을 제치고 토스만이 슈퍼앱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슈퍼앱(Superapps): 채팅, 금융,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앱

 

 

금융 앱은 왜 슈퍼앱이 되려 하는가?

인터넷 뱅킹 활성화 이전, 은행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느냐였습니다. 사람들의 은행 선택 기준이 점포 접근성이었기 때문이죠. 은행은 경쟁적으로 신규 지점을 오픈하며 출점 경쟁을 벌였고 10년 전만 해도 지점 수가 은행의 경쟁력과 규모를 가늠케하는 주요 지표였습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모바일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비대면 거래 비중이 60%에 이르자 은행의 경쟁력 역시 변해갔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은행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아무도 점포 수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은행의 경쟁력 역시 시대에 발맞춰 얼마나 디지털 전환이 잘 되었는가, 고객 친화적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죠.

 

이런 흐름에 불을 지핀 사건이 두 가지 있었는데요. 바로 오픈뱅킹마이데이터 도입입니다.

 

오픈뱅킹은 은행공동망을 이용해 금융정보 조회와 이체가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과거에는 국민은행 계좌에 있는 잔액을 조회하고 다른 계좌로 돈을 송금하려면 국민은행 앱만을 이용해야 했는데요.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이제 우리은행 앱에서도 하나은행 앱에서도 국민은행 계좌에 있는 잔액을 조회하고 송금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카드, 증권 등 나의 금융 거래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한곳에서 열람하고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한곳에 모을 수 있다면, 개인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 패턴에 맞는 신용카드를 추천한다거나 투자 성향과 자산 분석으로 적합한 투자상품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인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금융 경계의 붕괴입니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며 여러 개의 은행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하나의 앱에서 모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마이데이터가 도입되면서 고객의 금융 정보를 분석해 보험, 투자, 카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추천해 주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모든 은행 앱의 최우선 과제는 고객에게 선택받는 ‘Only One’이 되는것 입니다. 선택받은 하나의 앱은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금융서비스 플랫폼이 되겠지만, 반대로 선택받지 못한 앱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겁니다. 은행의 경쟁력이 “얼마나 많은 고객이 우리 앱을 설치하고 이용하고 있느냐”에 달린 세상이 된 것이죠.

 

 

토스는 어떻게 내 쇼핑내역을 알 수 있는 걸까?

얼마 전, 습관적으로 토스 앱을 실행했다가 깜짝 놀랄만한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최근 지마켓에서 쇼핑한 OOO님. 깜짝 포인트 찾기

 

<출처: 토스 앱 캡처, 작가>

 

‘토스가 어떻게 내 쇼핑 정보를 알고 있지? 해킹당했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토스에 내 정보를 넘겨준 건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이내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밀은 ‘마이데이터’였죠.

 

저는 토스에 마이데이터가 연동되어 있습니다. 지마켓은 마이데이터 연동 기관이라 토스 역시 이 정보를 분석해 제가 최근에 지마켓에서 쇼핑했다는 것을 알고 메시지를 띄워 준 것이었죠.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자 시중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기프티콘을 뿌려가며 마이데이터 연동을 독려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이데이터가 연동되어 있으면 고객의 저축과 소비 등 모든 금융 정보를 알 수 있고, 이 정보를 이용해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웬만한 은행 앱은 모두 마이데이터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토스만큼 마이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곳은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마이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과 활용도의 차이 때문입니다.

 

시중은행이 마이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유는 자사 금융상품 판매를 위해서입니다. 겉으로는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해 주기 위해서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은 펀드 같은 금융상품을 팔아 수수료 수입을 얻으려는 검은 속내가 담겨 있죠. 지극히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토스도 궁극적인 목적은 같습니다만 마이데이터 활용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카드를 안내하여 해지를 유도한다거나, 카드이용 내역을 분석해 신용 점수를 올리는 법 같은 팁을 알려주기도 하고, 카드 결제 시 토스 앱에서 결제 내역을 푸시로 보내주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시중은행 앱이 “너는 지금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과 비교해 봤을 때 예금과 적금 비중이 너무 높아. 우리가 추천하는 투자상품을 가입하렴” 같은 느낌이라면 토스는 “너 안 쓰는 카드가 있어, 자동이체되는 건 이런이런건데 혹시 니가 모르는 내역이 있니?” 같은 느낌입니다.

 

말로는 다들 금융비서를 표방하지만 실제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건 토스밖에 없죠. 애초에 관점 자체가 “우리 상품을 팔아먹기 위한 목적으로 너의 금융데이터가 필요해”가 아니라 “우리는 니가 모르는 꿀팁이나 도움 되는 정보를 줄 수 있는데, 마이데이터를 연동해 보지 않을래?”이니까요.

 

<출처: 토스 앱 캡처, 작가>

 

물론 토스도 마이데이터를 이용한 추천 상품 판매나 카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긴 하지만 시중은행과는 약간 결이 다릅니다. 판매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습니다. 금융 데이터 분석 정보나 팁들을 살펴보다 자연스럽게 고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상품을 추천하죠. 문구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혜택을 주고 싶다’는 뉘앙스를 풀풀 풍기면서요.

 

<출처: 토스 앱 캡처, 작가>

 

제공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서비스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시중은행은 금산분리법으로 금융 이외 산업에 진출이 불가능합니다.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하면 제한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 신한은행의 땡겨요가 대표적 - 이마저도 금융위원회의 허가 등 까다로운 절차가 수반됩니다.

 

하지만 금산분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토스는 자유롭게 신사업 진출이 가능합니다. 알뜰폰을 출시하고, 타다의 지분을 인수해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공동 구매 형태로 커머스 사업에도 진출했죠. 토스의 신사업이 마이데이터와 결합하면 고객의 핸드폰 요금을 확인하고 더 저렴한 휴대폰 요금을 추천해 준다거나, 특정 시간대 반복적으로 택시를 타는 사람에게 타다 택시 호출을 추천해 줄 수 있습니다. 수집한 금융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신사업과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냐, 라는 측면에서 보면 토스는 시중은행에 비해 강력한 무기를 보유한 셈이죠.

 

 

슈퍼앱은 무겁다? 토스의 상단 영역 활용법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 앱의 가장 큰 화두는 “통합이냐 분리냐”였습니다. 멀티 앱의 대표주자였던 국민은행의 경우,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인 앱(스타뱅킹), 예적금과 송금 등 수신 업무만을 제공하는 간편 앱(리브), 자산관리 앱(마이머니), 알림 앱(스타알림) 등 전성기(?)에는 20개가 넘을 정도로 많은 앱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무한증식은 많은 소비자의 원성을 자아냈죠.

 

금융 앱이 이렇게 여러 개로 쪼개질 수밖에 없었던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나는 입출금 알림만 받고 싶다’라던가, ‘입출금 서비스만 이용하고 싶다’ 같이 특정 기능만 이용하고 싶은 고객이 있을 텐데, 모든 기능을 한 번에 제공하는 앱은 과유불급인 상태가 됩니다. 앱 하나에서 모든 기능을 제공하려면 필연적으로 앱이 무거워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권에서 경쟁적으로 통합 앱을 출시하기 시작하며 ‘예전보다 더 사용하기 어렵고 복잡해졌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죠.

 

슈퍼앱을 지향하는 토스도 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간편송금 앱이 은행이 되고, 주식거래를 지원하고, 커머스와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까지 붙이기 시작하며 예전보다 비대해지고 복잡해졌죠. 그런데 놀랍게도 토스가 불편해졌다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핀테크 앱이었던 토스가 은행과 주식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사가 되며, 제공하는 서비스도 예전에 비해 수십 배 늘어났는데 말입니다. 비결이 뭘까요?

 

사실 토스도 다른 앱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증명서 발급이나 편의점 택배 예약 등 다양한 생활편의 기능을 도입하며 기능이 늘어나고 접근 경로도 복잡해졌죠. 그동안 고객 중심 UI/UX로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선보인 토스라도 물리적으로 늘어난 기능과 복잡한 접근 경로를 단순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토스 역시 다른 금융 앱과 마찬가지로 전체 메뉴를 누르고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원하는 기능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이 많아지고 복잡해졌죠.

 

저는 이걸 ‘슈퍼앱의 함정’이라고 부릅니다. 앱이 커지고 기능이 늘어나며 플로우와 사용자 경험 역시 복잡해지고 편의성과 사용성이 떨어지는 현상. 토스 역시 슈퍼앱의 함정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토스는 꽤 신박한 방법으로 슈퍼앱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토스의 해외간편결제 서비스를 보겠습니다. KB페이, 우리Pay, 하나Pay, 신한Pay 등 시중은행 대부분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유의미한 점유율이나 성과를 거둔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용하기 복잡하고 불편하니까요. 보통 은행의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은행 앱을 실행하고 페이 메뉴에 접근해, 바코드를 띄운 다음 포스기에 바코드를 인식시키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페이 서비스 이용에 큰 할인혜택을 준다면 모를까, 편리한 삼성 페이나 신용카드를 두고 굳이 복잡한 은행 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죠.

 

토스 또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특히 토스가 GLN 사와 협업하여 제공하는 해외간편결제 서비스인 토스 GLN(Global Loyalty Network)은 동남아 여행, 특히 태국 여행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서비스는 총 3곳(GLN, 하나은행, 토스)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토스 GLN을 주로 이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토스 앱의 설치 비중이 높아서일까요? 물론 그것도 한 가지 이유일 수 있겠지만, 저는 결정적인 차이로 사용 편의성을 꼽고 싶습니다.

 

<출처: 토스 앱 캡처, 작가>

 

간편결제 서비스는 실행 과정이 복잡해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이건 토스도 마찬가지죠. 토스에서 GLN에 접근하는 정석적인 방법은 이렇습니다. 토스 앱을 실행하고 전체 메뉴를 누른 뒤 GLN을 선택해 서비스를 실행한 다음 스캔하기 버튼을 눌러 QR 코드를 스캔하는,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결제하기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뒤로 결제 줄이 길게 늘어선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버벅거렸다간 뒷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죠.

 

간편결제 서비스의 핵심은 결국 ‘앱을 실행시켜 결제까지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 수 있냐’입니다. 이 과정이 빠르고 편리하다면 삼성페이처럼 대중화된 페이 서비스가 될 수 있지만, 복잡하고 불편하다면 시중은행 페이 서비스처럼 사용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토스 GLN이 다른 앱을 제치고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토스 GLN과 하나원큐 GLN의 결제 플로우를 비교해 볼까요?

 

<출처: 토스, 하나원큐 앱 캡처, 작가>

 

[토스 GLN]

앱 실행 > 상단 QR 아이콘 터치 > QR 스캔하기 버튼 클릭

[하나원큐 GLN]

앱 실행 > 하단 결제 아이콘 터치 > GLN 터치 > 결제하기 터치 > 본인 인증

 

QR 코드를 스캔하려면 토스는 2번, 하나원큐는 4번의 터치가 필요합니다. 토스가 하나원큐에 비해 플로우를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이 있습니다. 바로 ‘상단 영역’이죠. 토스는 앱을 실행하면 메인 화면에서 GLN에 접근할 수 있는 바로가기 아이콘을 제공합니다. 이 아이콘은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다가 사용자가 ‘태국 IP로 접속했을 때’만 노출됩니다.

 

바로가기 아이콘을 만든 사람의 생각은 이랬을 겁니다.

 

‘태국 IP로 토스에 접속한 사람은 GLN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앱을 켰을 확률이 높아. 그러니 태국 IP로 토스에 접속하면, 상단 영역에 GLN 바로가기 링크를 제공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자!’

 

별것 아닌 이 아이디어 하나가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겁니다. 토스는 단순히 바로가기 링크만 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인 화면에 태국 환율을 표시해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환율정보 표시에도 사실 치밀한 의도가 담겨 있는데요. 환율정보를 본 고객이 잊고 있던 토스 GLN의 존재 여부를 떠올리게 될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다른 결제수단과 적용 환율을 비교하며 GLN 서비스의 유용함을 깨닫게 되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죠.

 

재밌는 건 GLN 서비스를 운영하는 GLN International은 하나 금융그룹의 자회사라는 점입니다. 정작 본진인 하나은행은 좋은 서비스를 보유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경쟁사인 토스에 달콤한 과실을 다 빼앗기고 있죠. 정작 주인인 GLN이나 하나은행보다 협력사인 토스가 GLN을 잘 활용하고 있는 현실. 시중 은행이 왜 토스를 이길 수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토스가 GLN으로 보여준 상단 영역 활용법은 고객 데이터와 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토스에 런칭한 따릉이 대여 서비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현재 토스를 실행해 따릉이를 빌리려면 전체 메뉴에 들어가 따릉이 메뉴를 클릭해야 접근할 수 있는데요. 고객이 특정 시간 - 예를 들면 퇴근 시간 - 에 반복해 토스로 따릉이를 빌린다면, 고객이 그 시간에 토스에 접속했을 때 상단 영역에 따릉이 바로가기 아이콘을 노출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데이터 기반 개인화를 적용하면 앱의 기능이 아무리 많아져도 고객 사용 패턴에 맞게 기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고객마다 다른 상단 영역과 메인화면을 구성해 사용성이 아주 높아지겠죠.

 

 

앱 테크와 퍼주기

한 가지 더, 슈퍼앱이 되기 위해선 고객의 습관, 정기적인 앱 접속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고객이 습관적으로 앱을 실행시키게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이때 많은 슈퍼앱 지망생들이 만지작거리는 카드가 바로 만보기 기능입니다.

 

대표적인 만보기 앱인 캐시워크의 MAU가 560만(24년 1월 기준)일 정도로 만보기는 리텐션 측면에서 탁월한 서비스입니다. 여기다가 고객 데이터 수집 - 어떤 경로로 출퇴근하고, 어디를 자주 가는지 - 이라든가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한 홍보 활동 등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은행 앱은 MAU를 높이기 위해 만보기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검토 수준에서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만보기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만 보를 걸으면 100원을 주는 만보기 서비스를 런칭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만보기 앱으로 소진되는 예산은 한 달에 얼마일까요?

 

100원 * 30일 * 10,000명: 3000만 원

100원 * 30일 * 100,000명: 3억 원

100원 * 30일 * 1,000,000명: 30억 원

 

만보기 앱을 꾸준히 이용하는 활성 사용자가 만 명만 되도 한 달에 3천만 원, 10만 명이면 3억 원, 100만 명이면 30억 원이 리워드 금액으로 쓰입니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만 명이 쓸 때 일 년에 대략 3억 6천만 원, 10만 명이면 36억 원, 100만 명이면 360억 원이라는 큰돈이 필요하죠.

 

단순히 리텐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돈 치고는 단위가 너무 큽니다. 높으신 분에 사업제안서를 들이밀었다가 “그래서 이걸 하면 뭐가 좋은데?”, “한 달에 몇억을 써서 얻는 이득이 뭔데”라는 말을 듣기 딱 좋은 서비스죠. 캐시워크 같이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지배적 사업자도 있는 데다 주요 시중 은행이 모두 만보기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 딱히 차별화 포인트도 없습니다. 유저 입장에서 보면 이만큼 체리피킹에 최적화된 서비스도 없죠. 드는 돈은 많은데 효과는 보증하기 어렵고 체리피킹의 위험성도 높다? 그래서 다들 만지작거리다가도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게, 바로 만보기 서비스입니다.

 

토스는 2019년 처음 만보기 앱을 출시했는데요. 출시 3년 만인 2022년, 누적 사용자가 4백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러프하게 계산해도 토스가 만보기 앱 리워드로 지출하는 비용이 최소 연 100억은 넘는다는 계산이 나오죠. 연간 100억 원을 넘게 태우면서도 토스가 만보기 앱을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요? 리텐션을 위해서일까요? 토스가 만보기 운영으로 연간 100억 원을 태울 수 있는 비결, 바로 디스플레이 광고입니다.

 

<출처: 토스 앱 캡처, 작가>

 

토스는 만보기 이용자에게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광고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생활 기반 시설을 홍보하거나 쿠폰 사용 매장을 안내하는 등 그간 만보기를 통해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광고에 적극 활용하고 있죠. 토스가 디스플레이 광고를 통해 올린 매출은 월 100억 원 가량입니다. 물론 100억 원 모두 만보기 앱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은 아닐지라도 이 기능이 디스플레이 광고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만보기 앱으로 리텐션을 높이고 고객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타겟 광고가 가능할 정도의 데이터가 축적되었죠. 다시 연령별, 지역별, 고객별 맞춤 타겟 광고가 가능해지니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어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요. 이게 다 만보기 덕분입니다.

 

만보기로 누적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화 로드맵. 만보기를 단순히 리텐션의 도구로만 활용할 것인가, 만보기로 수집한 데이터를 광고에 활용해 수익화 모델을 창출할 것인가. 이것이 타 플랫폼과 토스 만보기의 차별화 포인트이자, 토스 만보기가 성공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은 토스가 바로 ‘슈퍼앱’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략의 대전제는 우리 앱이 사람들이 많이, 그리고 자주 사용하는 슈퍼앱이라는 점이니까요.

 

 

사용자의 습관 바꾸기, 토스 유니버스

얼핏 보면 토스가 마구마구 돈을 퍼주며 사용자를 유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토스는 치밀하고 일관된 전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장을 만들면 돈을 주고,

주식계좌를 개설하면 주식을 주고,

마이데이터를 연동하면 돈을 주고,

 

이처럼 토스가 돈을 줄 때는 일관된 방향성이 하나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고 사용자들이 그 서비스를 처음 사용할 때라는 거죠. 서비스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허들을 돈으로 넘는 겁니다. 돈을 준다고 해서 일단 서비스를 사용하게 한 다음, UI 편의성을 강조해 어떻게든 사람들이 토스 앱을 쓰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은행 계좌로 시작해 주식 계좌도 만들고 마이데이터도 연동하면서 살을 하나씩 붙여나가다 보면, 결국 토스 유니버스가 완성됩니다. 아이폰-아이패드-맥북-애플워치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처럼, 토스 유니버스가 완성되면 사람들은 토스를 떠날 수 없게 됩니다.

 

검색은 네이버나 구글,

메신저는 카카오톡,

내일 당장 필요한 물건은 쿠팡 찾아보기,

이것이 사용자의 습관입니다.

 

슈퍼앱에서 중요한 건 사용자의 습관을 바꾸는 일입니다. 기능을 넣는 건 쉽지만 사용자의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렵습니다. “금융 서비스는 토스 하나면 다 된다.”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주는 것. 이것이 토스 유니버스의 핵심입니다.

 

요즘 토스의 행보를 보면 솔직히 좀 무서운 느낌마저 듭니다. 사소한 기능 하나도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이 없으니까요. “금융은 토스 하나로.” 슈퍼앱이라는 대전략 안에 하나하나 살을 붙여나가며, 토스는 한발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확실한 슈퍼앱이 되었는지도 모르죠.

 

토스가 환전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을 때 ‘토스는 참 대단하다, 역시 파격적이다’라는 생각보다 ‘왜 일 년에 수조 원씩 영업이익을 내는 시중은행이 이런 정책을 내세우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심지어 토스가 환전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자, 시중은행들은 앞다투어 환전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죠. 이제 토스는 그저 시장을 흔드는 퍼스트 팔로어가 아닌 금융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시중은행들이 따라잡기에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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