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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벨, 국내에선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매우 유명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브랜드입니다. 현재는 KFC와 피자헛을 보유한 Yum! Brands 휘하에 있기도 한데요. 타코계의 맥도널드라 불릴 만큼 엄청나게 대중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타코벨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들의 위상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2024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50대 기업 중 8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패스트컴퍼니는 경제/비즈니스 분야에서는 포브스, 타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명한 잡지입니다. 이름 그대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브랜드, 사람을 다루는 걸로 유명한데요. 그래서 아무래도 주로 핫한 기업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테크 기업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실제로 작년 타코벨의 순위도 말이 8위지, 엔비디아(1위), 마이크로소프트(3위), 유튜브(7위) 등 10위권 안에 있는 회사 면면을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성과라고 할 만한데요. 더욱이 식품 관련 기업 중에는 단연코 1위이기도 했습니다.
패스트컴퍼니에서 무려 1962년에 탄생한 오래된 패스트푸드 브랜드에 주목한 것은 이들이 최근 보인 마케팅 액션들이 매우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주도한 것은 현재는 CEO가 된 션 트랜스벤트로, 그는 2021년에 타코벨에 합류한 이후 핵심 고객을 ‘문화적 반항아’라 정의하면서, 여러 의미심장한 캠페인을 주도해 왔습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타코 먹는 화요일(Taco Tuesday)’의 상표권을 되찾은 거였습니다. 미국에선 화요일에 타코를 먹는 일종의 관습이 있었는데, 이를 타코벨의 경쟁사 타코 존스가 상표로 등록하여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타코벨은 대대적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직접 특허청에 청원까지 하며, 이를 어느 타코 가게이든 자유로이 쓸 수 있도록 만들었고요.
또한 이외에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단종된 메뉴, 멕시칸 피자를 되살려 달라는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이를 재출시한 것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당시에 메뉴 부활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유명 인사 래퍼 도자캣을 멕시칸 피자 재출시 광고의 모델로 삼는 센스를 보여준 것은 결정적인 한 방이었고요.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작년에는 아예 엔치리토와 더블데커라는 두 메뉴를 두고, 어떤 것을 복귀시킬지 투표로 경쟁시키기도 했는데요. 이를 통해 타코벨은 다시 한번 엄청난 화제성을 얻었고, USA투데이는 아예 이를 스포츠 경기처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최근의 마케팅 캠페인들이 큰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그 토대에는 오래도록 쌓아온 타코벨의 브랜드 자산이었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타코벨은 경쟁사들과 달리 매년 10개 이상의 신메뉴를 출시하며, 브랜드의 신선함을 유지함을 통해 차별화된 이미지를 계속 쌓아왔습니다. 션 트랜스벤트는 이러한 기존 강점에 고객 소통 강화 등 마케팅 액션을 가미하여, 더 큰 파급력을 만들어 냈던 거고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브랜딩 및 마케팅 사례들은 사실 오늘 전하고자 하는 타코벨 성공 스토리의 핵심은 아닙니다. 이와 같이 화려한 마케팅을 가능케 했던, 운영적인 노력에 대해 초점을 맞춰보려 하고요. 지금부터 타코벨의 메뉴 차별화 전략이 가능케 했던 숨은 요인들이 무엇이었는지, 한번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다양한 신메뉴 출시’ 말은 쉽지만 사실 패스트푸드, 미국에서는 QSR(Quick Service Restaurant)이라 부르는 시장에선 매우 도전적인 시도입니다. QSR 브랜드의 핵심은 퀄리티가 좋은 음식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서비스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더욱이 이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형태로 존재하기에, 퀄리티 관리도 용이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대부분은 메뉴 품목을 한정적으로 유지하려 합니다. 대신에 맥도널드의 빅맥, 버거킹의 와퍼처럼 시그니처 메뉴들이 존재해서 고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고요.
하지만 타코벨은 타코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쟁자들의 길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햄버거나 타코나 이국적인 음식임은 똑같지만요. 미국인에게 있어 햄버거는 이미 1950년대부터 흔하게 접했던 전통적인 메뉴에 가까운 반면, 타코는 멕시코 음식이기에 조금 더 낯선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들의 대표 메뉴의 영향력은 경쟁 버거 브랜드 대비 미약한 편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일상성보다는 다양성의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타코의 경우 햄버거보다도 상대적으로 조리법이 단순하고, 조리 시간도 오히려 더 짧습니다. 미리 준비된 재료들을 타코 쉘에 넣은 후 조립만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햄버거는 생각보다 기술적인 숙련도가 요구되는 메뉴입니다. 무엇보다 패티를 굽는 과정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맥도널드와 버거킹도 주기적으로 신메뉴를 선보이긴 하지만, 기존 메뉴를 살짝 변형하는 데 그치고 마는 겁니다. 반면에 보다 유연한 메뉴 구성이 가능한 타코벨에 있어서, 메뉴 다양화를 통한 차별화는 어쩌면 필연적인 선택지였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타코벨은 전 세계적으로 약 6,000여 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데, 이 중 93% 정도가 프랜차이즈 매장이라 합니다. 이는 결국 메뉴 확장이 독이 되지 않으려면, 이들이 새로운 메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운영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뜻하는데요. 단지 타코라는 메뉴의 특수성만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바로 타코벨의 운영 역량이 특히 빛을 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 3월 칸티나 치킨 메뉴 출시를 위해, 몇 달이나 팀원들을 교육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사전에 철저히 이에 대비하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 지점에서 바로 적용할 준비가 안 되면, 도입까지 계속 테스트를 거치기도 하는데요.
셰이크 메뉴 추가를 위해 지속적으로 블렌더 등 신규 장비 도입을 미리 해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지속적인 R&D 및 표준화, 장비 개발 및 확산까지의 과정에 대한 경험이 있기에, 매년 십여 개의 메뉴를 추가하고도 무리 없이 메뉴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친 만큼, 새로운 메뉴들은 브랜드에 지속적으로 활기를 더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운영뿐 아니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메뉴 다양화는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는 점입니다. 메뉴가 추가될수록 더 다양한 재료가 필요하고요. 이를 적절하게 공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새로운 공급처를 발굴하고, 효율적인 재고 관리를 해내는 일에서 뭔가 착오가 생긴다면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요.
다행히도 타코벨은 이러한 공급망 및 재료 관리에 있어,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해 오고 있었습니다. 주요 공급업체들과는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식재료를 공급받고 있었죠. 더불어 소스, 채소, 고기 등의 메인 재료는 여러 메뉴에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효율적으로 이를 관리했습니다.
여기서도 타코라는 메뉴의 특성을 잘 살리기도 했는데요. 메뉴 종류는 많아도 어차피 시즈닝 된 소고기와 양상추, 체다 치즈, 타코 쉘 등은 동일하게 사용된다는 점을 잘 써먹었던 겁니다. 더군다나 같은 모회사에 속한 KFC와 피자헛 덕분에 이들은 공급처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대량 구매 기반으로 가격 협상력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을 같이 만들어 가는 등 더욱 밀접한 관계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모든 메뉴를 이러한 기존 틀에 맞춰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재료와 공정들이 추가되어야 고객들이 기존과는 다르다고 느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확장조차 타코벨은 영리하게 수행합니다. 2023년부터 특히 타코벨은 치킨 메뉴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2024년에 타코벨이 발표한 12개 이상의 신메뉴 중 최소 5개 메뉴, 즉 40% 정도가 치킨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함에 따라, 치킨을 상대적으로 건강한 단백질 원천이라고 인식하는 트렌드를 따른 것입니다. 더욱이 기존처럼 시즈닝 된 소고기가 아니라 치킨을 사용하면 고객에게 더 새롭게 다가갈 수도 있었을 거고요. 그리고 동시에 신메뉴 역시 치킨이라는 공통 식재료를 공유하게 만들면서, 타코벨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식재료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메뉴 종류의 다양성과 별개로 공급망은 지속적으로 단순하게 관리한 것이 리스크를 줄이며, 메뉴를 늘릴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메뉴 출시는 주문의 복잡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닙니다. 아무리 숙련된 인력이라 할지라도 주기적으로 바뀌는 메뉴들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고요. 따라서 운영상의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이는 메뉴를 고르는 고객도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더 많은 고심이 필요하다는 걸 뜻하는데요. 이러한 요소들이 모인다면 주문 처리 속도는 점차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회전율 저하와 일부 고객의 이탈을 불러오게 될 거고요. QSR의 핵심 지표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주문 처리 속도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타코벨이 집중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디지털 전환입니다. 터치 키친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도입하여, 주문 우선순위를 관리하고 정확성을 높였는데요. 동시에 모바일 앱도 적극적으로 확장해, 고객들이 손쉽게 메뉴를 주문하고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빠르게 수령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실 외식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은 어떤 목적성이 있다기보다는, 단순히 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진행하거나 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추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인데요. 키오스크 때문에 고객이 오히려 더 불편해지는 등의 문제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겁니다. 하지만 타코벨은 명확한 방향성을 두고, 디지털 전환 및 디지털 판매 증가를 추진 중이고요. 그렇기에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동시에 타코벨은 디지털 주문 방식을 통해 재고 관리의 정확성 또한 높일 수 있었는데요. 기존 매장 대비 더 작은 면적으로도 운영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확장 가능성도 높였습니다. 타코벨은 이를 ‘Go Moblie’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는 결국 더 작은 자본으로도 매장을 열 수 있어, 더 많은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타코벨은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프랜차이즈 매장을 늘려, 맥도날드를 능가하겠다는 야망을 실현하려 하고요.
이처럼 타코벨은 메뉴 다양화를 위해, 조리 단계부터, 재고 관리, 그리고 디지털 전환까지 전반적인 운영 프로세스를 최적화했습니다. 이에 다른 경쟁사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차별성을 갖출 수 있었죠. 여기에 새롭게 영입한 현 CEO의 마케팅이 가미되자, 폭발적인 팬덤을 모을 수 있었던 건데요. 이처럼 하나의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근본적인 가치를 꾸준히 지키는 동시에 이를 효율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점을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삼박자를 잘 갖춘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유지할 노하우가 없어서 금방 사라지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운영 능력까지 갖추고도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못해 성장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종종 보게 됩니다.
특히 국내에선 한때 많은 외식 브랜드가 ‘힙한 브랜딩’을 바탕으로 성장하다가, 결국 운영적 한계에 부딪혀 확장하지 못하고 성장을 멈춘 사례가 많았습니다. 한두 매장으로는 퀄리티를 잘 유지해, 고객들이 줄 서게 만들 수 있었지만 매장이 늘어나자 차별성을 잃었고, 고객의 관심은 식어 가는데 비용은 늘어나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타코벨처럼 브랜딩을 뒷받침할 운영 역량의 성장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국내에도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외식 브랜드가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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