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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이 선언된 지 1년이 지났다. 더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거나 잔여 백신 예약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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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는 왜 계속 불편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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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이 선언된 지 1년이 지났다. 더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거나 잔여 백신 예약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시대의 상징 중 하나인 키오스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백화점, 은행, 호텔, 대형 브랜드나 프랜차이즈 매장은 물론 소규모 식당과 카페에도 키오스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키오스크의 영역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키오스크로 인한 불편이나 사회적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키오스크 외에는 선택권이 없는 장소가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주문이나 결제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키오스크가 확산하던 시기에는 주로 키오스크로 인한 소외에 문제의 초점이 맞춰졌다. 고령층, 장애인 등의 애로사항에 주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에 따라 지자체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유튜브에는 식당, 카페, 터미널, 병원, 공항 등 다양한 장소의 키오스크 사용법을 안내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출처: 유튜브 '엄매뉴얼 - 엄마를 위한 세상의 모든 매뉴얼'>

 

그러나 키오스크의 불편함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키오스크 그 자체가 가진 단점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글씨가 작고 얇아 가독성이 나쁘다거나, 추가 선택 메뉴와 옵션을 찾기 어렵다거나, 할인 관련 기능을 숨겨 놓았다는 식이다. 직관적이지 않고 불편한 사용, 그리고 이로 인한 부정적인 경험은 키오스크 UI/UX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키오스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제하더라도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UI/UX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지금까지 키오스크는 양적으로 팽창했으나 질적으로는 팽창하지 못했다. 도대체 왜 키오스크는 계속 불편한 걸까?

 

 

키오스크를 구매할 때 고려하는 사항

상품 판매의 관점에서 이를 생각해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키오스크를 제작∙납품하는 업체의 주 고객은 기업과 기관이다. 키오스크를 판매하고 매출을 높이려면 기업과 기관의 기준을 충족하는 키오스크를 제공해야만 한다. 따라서 키오스크가 불편하다는 사실은, 기업이나 기관이 키오스크의 불편함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기업이나 기관이 키오스크 제작∙납품 업체에 요구하는 기준이 무엇이길래 불편함이 이어지는 걸까? 기업의 내부 사정은 파악할 수 없으므로 비교적 개방된 기관의 요구사항에 접근했다. 이를 위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를 참고했다. 나라장터는 공공기관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공고, 입찰, 계약 등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나라장터에 올라온 키오스크 관련 입찰 공고, 그중에서도 제안요청서의 평가 항목을 보면 공공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지 알 수 있다.

 

시기에 따른 키오스크 관련 요구사항의 변화를 함께 확인하기 위해 3개 기관의 키오스크 입찰 공고를 각각 다른 연도로 선정했다. 특히 UI/UX 관련 평가 항목을 중심으로 제안요청서를 분석해 보자.

 

1. A 지자체의 안내 키오스크 제작 및 설치 제안요청서 (2020)

  • 주목할 평가 항목: 소프트웨어 완성도 및 콘텐츠 (20점)
  • 관련 평가 요소: 소프트웨어 완성도 및 실용성, 콘텐츠의 세부 내용 및 수준 등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에 올라온 A 지자체의 제안요청서는 UI/UX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소프트웨어 완성도 및 콘텐츠’ 항목에 20점을 배정했고, 평가 요소 중 하나로 ‘소프트웨어 완성도 및 실용성’을 제시했다. 키오스크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나 ‘실용성’이라는 표현에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낙찰된 업체가 UI나 UX를 어느 정도 반영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직접적인 명시가 없었던 만큼, 직관성이나 편의성에 대한 고려가 다소 부족했을 수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2. B 지자체의 키오스크 프로그램 개발 제안요청서 (2022)

  • 주목할 평가 항목: 인터페이스 요구사항(4점)
  • 관련 평가 요소: 사용자 UI/UX 구현방안 구체적 제시 - 편리성을 제고할 메뉴 체계 수립, 메인 화면과 서브 메뉴 간 인터페이스 일관성 유지, 주요 서비스의 효율적 접근을 위한 화면 및 메뉴 구성

 

2022년 B 지자체의 제안요청서를 보면 ‘인터페이스 요구사항’이라는 항목에 4점이 배정됐다. 인터페이스가 다른 항목에 뭉뚱그려서 들어간 것이 아닌 별도 항목으로 명시된 점에서 UI/UX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구사항 또한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다. 보안(3점), 품질(3점), 제약(3점) 항목보다 인터페이스 항목(4점)에 높은 점수가 배정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3. C 박물관의 키오스크 콘텐츠 제작 및 설치 제안요청서 (2023)

  • 주목할 평가 항목: 인터페이스 요구사항(5점)
  • 관련 평가 요소:
  1. 시스템 인터페이스: 타 시스템과의 연계에 대한 장단점 분석을 통해 가장 적합한 시스템 인터페이스 구축 방안을 도출하였는지, 구현 경험이 있는 인터페이스 담당자가 투입되는지
  2. 사용자 인터페이스: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하여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분석∙설계∙구현∙테스트 방안과 검토 계획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는지, 구현 경험이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담당자가 투입되는지

 

2023년 C 박물관은 새롭게 키오스크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외국인 등이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정보를 수월히 얻고 문화를 향유하게 할 목적이었다. 제안요청서를 보면 ‘인터페이스 요구사항’ 항목에는 5점이 배정됐다. 사업이해도, 추진전략, 적용기술과 동등한 배점이다. 나아가 요구사항을 ‘시스템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나누고, 평가 요소 역시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키오스크 편의성을 제고하겠다는 사업 취지와 UI/UX의 중요성을 인식한 시대 흐름이 더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느리지만 변화는 계속된다

위의 사례가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으나, 키오스크를 둘러싼 변화의 방향을 유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키오스크는 여전히 불편하다. 그러나 사용성과 편의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며 UI/UX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도입됐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키오스크가 이처럼 확산한 배경은 코로나19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비대면 서비스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도입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때다. 기업도 기관도 키오스크를 빠르게 설치해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했기에, UI/UX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이제 코로나19는 종식되었고, 키오스크는 일상화됐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적 관점에서 키오스크를 생각하고 개선할 시간이다.

 

<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무인정보단말기 UI플랫폼’>

 

정부 역시 지난 3월 키오스크 UI 플랫폼을 공개하며 편리한 키오스크의 시대를 뒷받침했다. 사용성, 직관성, 편의성, 일관성을 언급한 UI 원칙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며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의 조건을 담고 있다. 나아가 중소 키오스크 제작사가 이용할 수 있는 UI 가이드와 리소스, 개발 지원 도구 등을 연내 개발∙배포하기로 했다. 키오스크 생태계 전반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루아침에 키오스크 인터페이스가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UI/UX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시도는 분명 유의미한 진전이며, ‘키오스크는 불편하다’라는 오명을 벗을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과 기관 역시 실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키오스크 소프트웨어를 끊임없이 개선해야만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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