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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듀오링고(Duolingo)라는 앱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앱을 쓰며 얻은 경험에 감명받은 나머지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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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듀오링고(Duolingo)라는 앱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앱을 쓰며 얻은 경험에 감명받은 나머지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다.
2011년 출시된 듀오링고의 창업자는 루이스 폰 안(Luis von Ahn)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인간과 컴퓨터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CAPTCHA 기술을 고안해 낸 사람이기도 하다. 이 기술로 만든 reCAPTCHA 서비스는 2009년 구글에 매각되었다. 그런 그가 두 번째로 만든 회사가 듀오링고다. 현재 듀오링고는 언어 학습 계의 <캔디크러쉬사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널리 쓰이는 서비스다.
그렇다면 듀오링고의 미션은 무엇일까?
듀오링고 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개발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한다. 언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즐겁게, 무료로,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We’re here to develop the best education in the world and make it universally available. Our global team works together to make language learning fun, free, and effective for anyone who wants to learn, wherever they are.
여기서 내가 꽂힌 키워드는 ‘즐겁게’다. 출시된 지 10년도 지난 앱을 이제 와 굳이 분석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검색해 보면 의외로 관련 글이 많지 않아 꼭 다뤄보고 싶었다. 팬의 입장에서 듀오링고란 앱을 이리저리 뜯어보는 글이라 생각해 주기 바란다.
관련 수치부터 훑어보자.
2023년 기준 듀오링고의 DAU(일간 활성 사용자)는 2,690만 명,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8,840만 명에 달한다. 2021~2023년 사이 분기별 평균 MAU 성장률은 7.74%였다. 이 앱은 출시부터 주목받아 서비스 시작 첫해에 이미 1,0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앱이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특히 많이 쓰인다. 유저 나이대로는 10~30대가 가장 많다.
데이터를 찾아보다 흥미로웠던 건 언어 학습 앱이기에 확인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학습하는 언어는 무엇인가?’였다. 당연하게도 1위는 영어이며 미국에서 많이 쓰이는 앱인 만큼 스페인어가 2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유럽, 인도, 남미의 언어와 아시아권 언어인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가 인기가 있다.
여기에 ‘각 언어를 학습하는 것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데이터를 함께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한국어의 인기 순위는 6위다. 듀오링고로 한국어를 가장 열심히 학습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바로 몽골이다. 이유가 알고 싶어 레딧 커뮤니티 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아무래도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몽골 사람들이 듀오링고를 활용하기 때문인가 싶었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일본어와 중국어 학습자보다 13~22세 비율이 높은 것도 특이 사항인데, 이것은 K-콘텐츠 및 여행에 의한 영향일 것으로 추측한다.
현재 듀오링고는 40개 이상의 어학 코스를 제공한다. 그중에는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언어 ‘High Valyrian’이나 <스타트렉>의 클링온 종족이 사용하는 ‘Klingon’ 등 판타지 언어 학습 코스도 있다.
앱을 쓰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그저 따라가면 되는’ UX였다. 듀오링고는 스토어에서 ‘교육 앱’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게는 게임에 가까웠다. 그 정도로 재미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유저는 그저 설계에 맞춰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앱을 켜면 일단 배우고 싶은 언어를 선택한 뒤, <캔디크러쉬사가>처럼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나갈 수 있다. 스테이지를 깨고 경험치와 재화를 얻으며 실력에 따라 배지를 모아가는 모양새가 게임 그 자체다.
학습 방법도 심플하다. 외국어 문장이 등장했을 때 모국어로 어떻게 번역할지 단어 조각을 배열한다든가, 단어와 뜻을 매칭하는 등 간단한 클릭으로 즐길 수 있다. 간혹 듣기나 말하기 문제가 나오긴 하지만 이 부분은 원하면 스킵해도 된다. 나는 듀오링고를 주로 지하철에서 사용하기에 듣기와 말하기 문제는 모두 스킵한다.
스테이지 하나당 주어지는 라이프는 총 5개다. 스테이지 내에서 답을 틀리면 라이프가 하나씩 깎인다. 다시 도전하려면 라이프가 적어도 1개는 있어야 한다. 깎인 라이프를 다시 채우는 방법은 뭘까?
4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스테이지를 깨며 얻은 재화를 내는 것, 두 번째는 복습하기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다. 복습하기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여러 번 반복 학습하며, 복습이 끝날 때마다 라이프 1개가 보상으로 나온다. 공부도 하고 라이프도 받고 일석이조인 셈이다. 세 번째는 유료 플랜을 구독하는 방법인데 이 부분은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네 번째는 그냥 기다리기다. 라이프 1개가 채워지려면 약 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보통은 재화를 쓰거나 복습하기로 채우게 된다.
그 외에도 앱에 매일 접속하도록 유도하는 Streak 시스템이나 순위 경쟁 같이 주로 게임에서 자주 쓰는 시스템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여기에 개성 만점 디자인이 이를 탄탄히 뒷받침해 준다. 게임 시스템을 갖춰 두었으니 그래픽도 게임스러워야 하지 않겠는가? 콘텐츠 전반에 등장하는 마스코트 캐릭터, 인물들, UI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앱 전반에 그들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화사하고 편안하고 매력적이다.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듀오링고는 ‘둥글둥글함’을 포인트로 두고 있다. 캐릭터, 폰트, UI 그래픽 모두 둥글둥글하다. 이런 감성이 앱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마케팅 자료 등 모든 곳에 잘 녹아있다. ‘듀오링고스럽다’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 모두가 참고할 만한 브랜딩 우수 사례라고 생각한다.
하나 더 눈길을 끈 건 위젯이다. 듀오링고 앱을 며칠 실행하지 않으면 위젯 속 캐릭터의 표정이 점점 변하는데, 이 디자인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열심히 할수록 기쁨이, 방치할수록 우울과 분노가 위젯을 채운다. 앱을 쓰지 않아도 인상을 주는 서비스라니! ‘듀오링고 위젯’이라고 검색하면 관련 글이 꽤 나올 정도로 인상적인 영역이다. 실제 수치까지는 못 찾았지만, 유저 리텐션에도 분명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2021년 나스닥 주식시장에 상장된 듀오링고(NASDAQ: DUOL)의 연 매출은 2023년 기준 5억 3,100만 달러(약 7,200억 원)다. 전해에 비해 44% 증가한 금액이며, 총 1,600만 달러(약 217억 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단순 언어 학습 앱으로 보기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매출 구조도 탄탄하다. 기본 활용은 무료에 소액 결제나 유료 구독을 제공하는 앱들은 게임이 아닌 이상 대부분 유저에게 보여주는 광고로 돈을 번다. 예를 들어 유튜브도 유튜브 프리미엄을 제공하지만,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크다. 그만큼 유료 구독자를 늘리기가 아주 어렵다는 이야기다. 나 또한 듀오링고 앱을 너무나 잘 활용하고 있고 이에 대해 글까지 쓰지만, 유료로 구독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듀오링고는 다르다. 2023년 매출 7,200억 원 가운데 76%가 유료 구독제 ‘슈퍼 듀오링고(Super Duolingo)’에서 발생했다. 엄청난 사실이다. 광고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고객과의 1대 1 관계로 번 돈이 절반을 넘긴 셈이니까 말이다. 광고 매출은 경제 상황을 따라가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 불안정함을 월 4.99 달러 유료 구독 상품으로 깔끔히 해소한 모양이다. 유료로 구독하는 유저의 수는 660만 명, 전체 MAU 대비 7.46%로 일반 모바일 게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 듀오링고를 구독하면 모든 광고가 사라지고, 스테이지를 깨기 위한 라이프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등 여러 혜택이 제공된다. 즉, 공부하다 답을 틀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는 언어 학습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틀려서 라이프가 깎일까 봐 안절부절못하기보다 틀리더라도 시원하게 진행하는 게 기분도 좋고 학습에도 긍정적이다. 물론 부족한 라이프는 복습으로 채워도 좋다. 그러나 스테이지를 쭉쭉 깨나가는 즐거움을 챙길 수 있는 유료 구독제도 괜찮아 보인다.
최근엔 듀오링고는 ‘듀오링고 맥스(Duolingo Max)’라는 새로운 구독제를 출시했다. 가격이 무려 월 30달러다. 이 구독제는 아직 특정 국가와 코스에만 적용되는 테스트 단계에 있다. 듀오링고 맥스는 GPT-4 기반 AI 대화 기능을 제공한다. 스픽(Speak)의 AI 대화 기반 학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슈퍼 듀오링고가 주는 혜택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모르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꽤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다. 아마 올해 아니면 내년 초에는 누구나 구독할 수 있게 업데이트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 듀오링고의 매출 수치가 벌써 궁금해진다.
유료 구독제로 큰 성장을 보여준 만큼 듀오링고는 당분간 구독제 개발에 계속 힘쓸 것으로 보인다. 슈퍼 듀오링고와 듀오링고 맥스에 꾸준히 기능을 추가하고, 나 같은 무료 유저를 전환 시킬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도입할 것이다. 현재 듀오링고에서는 7.46%의 유저가 매출의 76%를 발생시킨다. 즉, 유료 결제 유저 1명 당 발생하는 매출이 무료 유저에 비해 수십배 높다는 뜻이다. 물론 광고 수익도 최적화하겠지만, 광고 수익보다는 구독제에 힘이 많이 실릴 것으로 확신한다.
새로운 학습 코스를 추가해 신규 유입을 늘리고 기존 유저를 붙잡아두는 업데이트도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듀오링고가 한국에 출시된 지 벌써 10년이 되었는데, 한국어 기반으로 제공되는 학습은 아직 영어뿐이다. 결국 나 같은 국내 유저가 듀오링고로 중국어 공부를 하려면 영어로 된 코스를 택하는 수밖에 없다. 듀오링고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유저에게는 40개 언어 코스를, 일본어 유저에게는 4개 언어(영어, 중국어, 한국어, 프랑스어) 코스를 제공한다. 모국어별로 늘릴 수 있는 코스가 아직 많이 남았으니 확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언어 외 카테고리로도 확장을 꾀할 것이다. 듀오링고는 이미 일부 기기/국가에서 언어뿐만 아니라 수학이나 음악 등 다른 과목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성과는 아직 언어 학습에 몰려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듀오링고가 ‘언어 학습 서비스'가 아닌 ‘교육 서비스’로 재탄생하는 날이 올 것이다. 마치 던킨도너츠가 던킨이 되며 도넛 외에 커피와 샌드위치 역시 팔게 되었듯 말이다. 수많은 교육 카테고리를 듀오링고만의 디자인, 유머,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잘 녹여낸다면 분명 성공할 것이라 (한 명의 팬으로서) 믿고 있다.
본문의 내용을 요약해 본다.
매출 그래프에서 언뜻 봤을지 모르겠다. 듀오링고의 매출 항목에는 광고와 구독제 외에도 ‘영어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이들은 마치 토익이나 토플처럼 자체적으로 DET(Duolingo English Test)라는 시험을 운영한다. 응시 한 번에 59달러로, 연습은 무료다. 전 세계 5,000여 개 대학에서 DET 점수를 인정해 주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연세대학교가 이에 포함된다.
아직 다른 시험에 비해 공신력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토익이나 토플보다 듀오링고 점수를 더 인정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갈 길이 멀긴 해도 이미 많은 대학에서 인정해 주는 만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 테스트가 추가된다면 더 큰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듀오링고는 언어 시험 관련 연구 자료에 상금을 지급하거나 교육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장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앱 밖에서의 존재감을 늘리는 작업이다. 지금이야 ‘언어 학습 앱’ 포지션에 머물러 있지만, 언젠가 하나의 교육 인프라가 된 듀오링고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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