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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와 상관없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죠. 올해 발표된 OpenAI의 Sora나 OpenAI와 Figure가 합작한 AI 로보틱스를 보면,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AI가 고객 경험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사례를 살펴보고, 앞으로 마케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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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와 상관없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죠. 올해 발표된 OpenAI의 Sora나 OpenAI와 Figure가 합작한 AI 로보틱스를 보면,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AI가 고객 경험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사례를 살펴보고, 앞으로 마케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T-Mobile이 공개한 App-Free Mobile 컨셉 영상 <출처: Deutsche Telekom>
AI와 관련해 여러 소식이 있지만, 그중 가장 관심이 갔던 소식은 바로 MWC에서 발표된 ‘앱 없는(App-Free) 스마트폰’입니다. MWC(Mobile World Congress)는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행사입니다. 매년 1월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가 전자 분야 전체를 다룬다면, MWC는 모바일에 특화되어 있죠.
올해 CES나 MWC 모두 AI가 가장 큰 화두이긴 했지만, ‘App-Free’라는 개념이 AI가 초래할 사용자 경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앞으로 브랜드는 어디에서, 어떻게 노출해야 하지?”였는데요.
AI는 기본적으로 ‘생성’을 합니다. 기존 검색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글이나 서비스를 추천해 주니 자연스럽게 우리 제품(서비스)이 노출될 수 있었죠. 그런데 AI와 1:1로 대화하는 방식에선 브랜드를 어떻게 넣을 수 있을지 막막해 집니다. 흔히 AI를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만 생각해 왔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Gamma’ 같은 툴로 제안서를 쉽게 만들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 for Microsoft 365)처럼 나의 비서가 되는 점이었죠. 하지만 위 영상에서 보여주는 미래는 좀 다릅니다. AI가 곧 미디어가 되는 겁니다.
위 영상을 보면 비행기를 예약하려는 고객 사례가 등장합니다. 유로 2024를 보기 위해 비행기 예약을 해달라고 하니, AI가 일정을 찾아 보고 최적의 계획을 수립해 줍니다. 소비자는 구체적인 유로 2024의 일정을 확인할 필요도 없고, 지도 앱을 보면서 동선을 설계할 필요도, 숙박 앱을 통해 호텔을 예약할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 선호하는 가치(시간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거나, 더 저렴한 것을 선호한다거나)가 있다면, 아마도 챗GPT의 사용자 설정(Custom Instruction) 기능처럼 미리 반영해 두면 되겠죠.
기본적으로 마케터가 하는 일 대부분이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겁니다. 여기에는 우리 제품에 대한 경험도 있지만, 제품에 도달하기까지의 단계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죠. 관련해 AIDMA나 AARRR 등 소비자 여정(Consumer Journey)에 대한 글을 참고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AI가 이 여정에 개입하는 겁니다. 이전에 요즘 10대들이 네이버 대신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글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당시엔 놀랄 일이었지만, 지금은 10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먼저 정보를 찾아봅니다. AI는 아마 소비자 여정에 이보다 더 큰 변화가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마케터에게, 또 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네이버,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알고리즘을 바꿨을 때 많은 기업이 타격을 받았듯, AI가 소비자 여정을 바꾸게 된다면 위협받거나 혹은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AI는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 패턴을 어떻게 바꿀까요? 마케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제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크게 두 가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AI 에이전트라는 개념이고, 또 하나는 콘텐츠입니다.
먼저 AI 에이전트를 살펴볼게요. 앞서 T-Mobile은 ‘앱 없는(App-Free)’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썼지만, AI 시대에는 AI 에이전트가 앱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뭘까요? 힌트가 될 수 있는 서비스가 ‘GPTs’일 것 같습니다. 챗GPT의 유료 서비스인 GPT Plus 구독자라면, GPT Store에 올라와 있는 맞춤형 AI를 사용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GPTs에는 여러 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 중에는 이미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디자인 툴 캔바(Canva) AI도 있죠. 캔바의 경우 이미 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굳이 GPTs에서 서비스하는 이유는 뭘까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한번 사용해 봤습니다.
캔바 서비스로 들어가면, 몇 가지 샘플 질문들이 있습니다. 이 중 시즌 세일을 위한 포스터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선택해 볼게요. 이곳에서는 챗GPT 대신 캔바 봇이 대답합니다.
샘플 질문 자체가 영어로 되어 있고, 당연히 대답도 영어로 합니다. 그래서 한국어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위 질문이 뭔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것 같은데, 뭘 알려줘야 하는지 모르겠으니 예시를 제시해 달라고 했습니다.
캔바는 바로 한국어로 대답하며, 어떤 내용으로 요청해야 하는지 예시도 알려줍니다. 이후 구체적인 요청을 하면 캔바가 적절한 템플릿을 추천하고, 수정은 캔바 사이트에서 하는 구조입니다. GPTs 서비스는 일종의 온라인 영업점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AI 시대에는 이러한 서비스가 앱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소비자들이 무언가 궁금하거나 필요할 때 처음 찾는 곳이 챗GPT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수동에 매장을 가진 있는 F&B 브랜드라고 해볼게요.
만약 고객이 챗GPT에 성수동 주변 맛집 정보를 물으면, 우리 매장이 바로 노출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쉽지 않을 겁니다. AI라고 해도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보유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세부 정보는 GPTs와 같은 맞춤형 AI가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은 유료 사용자만 GPTs를 이용할 수 있지만, 만약 모든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요? 또한 챗GPT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나 국내 뤼튼도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약 AI 시대에 우리 브랜드를 노출하고 싶다면 고객이 만족할 AI 에이전트를 보유하거나, 적어도 우리의 잠재 고객이 많이 찾는 에이전트에서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겠죠.
그러나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디바이스(스마트폰, 태블릿, PC 등)를 사용하는지와 상관없이 공통적인 사용 목적이 있거든요. 바로 업무용으로 쓰는 시간을 제외하면, 유튜브나 OTT, 웹툰 등 콘텐츠를 이용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이러한 콘텐츠에 어떻게든 광고를 붙이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 명이 보는 콘텐츠에 0.1% 정도는 클릭해 들어오길 기대하는 방식이죠. 아마 AI 시대에도 광고는 있을 겁니다. 카카오톡 메시지 사이에도 광고가 들어가듯, AI가 제공하는 정보 사이에도 스폰서 광고가 들어갈 수 있겠죠.
그럼에도 광고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겁니다. 1인 기업이나 N잡러가 점점 더 많아질 테니까요. 경쟁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노출은 더 힘들어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콘텐츠’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그 고객을 토대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겁니다.
1,000명의 찐팬만 있다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 케빈 켈리
전 와이어드 편집장인 케빈 켈리가 한 말이죠. 그러나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마케터는 별로 없을 겁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말이 유행한 지도 꽤 됐고, 직장인의 2대 허언이 ‘퇴사하겠다’와 ‘유튜버가 되겠다’라는 말도 있듯이, 다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죠. 달라진 건 콘텐츠가 중요해졌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죠.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아마 AI로 글을 쓰거나, 이미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Sora 같은 AI를 통해 영상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겠죠. 이제 돈, 기술, 자본이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제약 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나만의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죠. 저는 AI를 함께 공부하고 있는 분들에게 “내가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 결국 콘텐츠가 필요하고, AI는 그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라고 자주 말합니다.
처음에 살펴본 T-Mobile의 사례를 다시 떠올려 보면, 고객이 비행기를 예약하려고 했던 이유가 뭘까요? 다름 아닌 ‘유로 2024’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유로 2024 역시 하나의 콘텐츠입니다. 우리가 F&B 서비스라면, 잠재 고객이 찾아볼 만한 음식, 요리 등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든 채널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객과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미디어가 아닌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겁니다. 사실 비슷한 상상은 예전에도 꽤 많았거든요. 기술에 의해 고객의 구매 패턴이 바뀔 것이라는 상상 말이죠.
꽤 오래전에 아마존에서 ‘Dash’라는 서비스를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집에서 자주 사용하는 세제, 시리얼 등이 떨어졌을 때 집안 곳곳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바로 배달해 준다는 개념이었죠. 출시 당시에는 꽤 획기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 전 조용히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또한 AI 스피커가 유행할 때는 피자나 치킨을 배달해 달라고 말하면, 복잡한 과정 없이 미리 지정해 둔 취향에 맞춰서 바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용했던 분들도 있겠지만,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죠.
T-Mobile이 제시한 미래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건 저도 모르고,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흔히 AI를 ‘특이점’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뜻이죠. 앱이 없는 스마트폰이 나올 것인지와 무관하게 AI가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바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 마케터는 AI가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고객을 확보할 콘텐츠를 만들고, 우리의 AI 에이전트가 고객들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케빈 캘리가 이야기한 1,000명(또는 그 이상)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우리 회사의 고객이든, 나의 개인 고객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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