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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영화를 감상하는 하드웨어로서의 ‘독점적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투자비용은 높고 이익은 없으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OTT 플랫폼으로 떠난 관객의 마음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신규로 영화관을 만들고 있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극장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더 오래 생존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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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미래, K-영화관의 생존을 위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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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영화를 감상하는 하드웨어로서의 ‘독점적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투자비용은 높고 이익은 없으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OTT 플랫폼으로 떠난 관객의 마음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신규로 영화관을 만들고 있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극장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더 오래 생존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변해야 한다.

 

<출처: 작가>
 

지난 5년, 한국 영화관의 모호한 스코어

대한민국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4년 4월 현재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32,186,728명으로 2023년 같은 기간 32,120,829명보다 소폭 상승했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파묘’라는 천만 영화가 개봉했고, 작년 1분기에는 천만 영화가 없었다는 차이가 있다. 작년 1분기 최대 흥행 영화는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5,553,33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의 영화관 스코어는 2019년 코로나19 직전을 기점으로 5년 동안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 중이다. 한국 영화관은 2019년 226,678,77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59,523,967명으로 26%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후 코로나가 종식된 2022년 112,805,094명을, 2023년에는 125,136,217명으로 2019년의 50% 수준까지 회복했다.

 

2019년은 한국 영화관 최대의 풍년이었다. 영화 ‘기생충’, ‘극한 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2’, ‘알라딘’ 등 총 5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고, 500만을 넘긴 영화도 ‘엑시트’, ‘조커’ 등 5편이었다. 그리고 100만을 넘긴 영화가 무려 40편이나 등장했다. ‘봉오동 전투’, ‘82년생 김지영’, ‘시동’, ‘사바하’, ‘증인’ 등의 국내 영화와 ‘라이온 킹’, ‘토이스토리4’, ‘어스’, ‘존윅3’ 등의 해외영화도 다양하게 흥행에 성공했다. 2019년 한국 영화관이 동원한 관객 수는 2억 2,667만 8,777명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된 2023년의 상황은 4년 전과는 판이했다. 천만영화는 상반기 ‘범죄도시3’와 하반기 ‘서울의 봄’이 유일했고, 5백만을 넘긴 영화는 3편, 100만을 넘긴 영화는 21편뿐이었다. 이 중 국내 영화는 10편으로 해외 영화보다 숫자가 적었다. 영화관 매출을 이끌었어야 할 ‘더문’, ‘1947 보스톤’, ‘드림’, ‘노량: 죽음의 바다’ 등 천만 감독들의 흥행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2024년 4월 첫째 주까지 한국 영화관을 찾은 관객에서 ‘파묘’를 제외한 스코어는 20,850,977명으로 역대 최초로 관객 1억 명을 돌파한 2009년 37,009,763명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파묘와 함께 계산해도 86% 수준으로, 대한민국 영화관의 성장은 이미 멈췄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제 K-영화관은 생존을 준비해야 한다.

 

 

과연 OTT 플랫폼이 극장을 죽이고 있을까? 

한국 영화관의 침체와 달리 국내 OTT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2019년 ‘웨이브’와 2020년 ‘티빙’이 출범하면서 국내 OTT 산업은 본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현재 넷플릭스와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디즈니 등 국내 대표 스트리밍 플랫폼의 2023년 월평균 순 이용자 수는 2,930만 명으로, 2022년 2,488만 명보다 18% 증가했다. 

 

영화관이 침체를 겪고 있는 사이 OTT는 순식간에 시장을 확장했고, 팬데믹으로 극장에 가지 못하는 국내 관객들의 결핍을 해소해 주면서 빠르게 고객 경험을 전환시켰다. 시장 규모도 2023년 5조 6천억 원에서 2027년 7조 2천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한국 영화관 총매출은 약 1조 9천억 원이었고, 2023년은 약 1조 2천억 원이었다. 이 통계치로만 본다면, 4년간 축소된 국내 영화관 매출이 OTT로 대체되었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착시현상에 더 가깝다.

 

<출처: 작가>

 

영화시장 분석가 김형호는 “영화 시장의 모든 문제는 OTT 때문이라는 이른바 ‘만물 OTT 기원설’은 영화계에 점점 사이비 교리가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관객이 OTT에서 영화가 나오길 기다린다.’, ‘관객은 OTT로 아무 때나 볼 수 있기 때문에 극장에 오지 않는다’라는 등의 주장은 모두 실체가 없으며, 영화를 경험재로 보지 않는 영화관의 마케팅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영화관은 엔데믹 이후 관람 가격을 50% 가까이 인상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2021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지불할 의향이 있는 관람료는 8,000원~10,000원으로 현재 15,000원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하지만 올해 천만을 넘긴 영화 ‘파묘’의 객단가는 9,800원이었다. 이처럼 극장이 가격을 올렸음에도 관객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은 지불 의향과 다르지 않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화 관람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것 또한 편견일 수 있다. 수천 편의 영화를 월 구독으로 무제한 볼 수 있다는 프레임으로 볼 때는 분명 OTT가 저렴해 보이지만, 관객들의 행동을 분석하면 이는 크게 달라진다. 국내 관객들이 연평균 극장에 지불하는 비용은 평균 관람 횟수 5.1회에 15,000원을 곱한 76,500원이다. 이는 넷플릭스 스탠다드 연간 사용 금액 162,000원의 47% 수준이고, 광고형 요금제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OTT 플랫폼은 분명 영화관람에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 영화관 위기의 모든 원인이 아니다. 

 

<출처: 작가>

 

 

영화관은 경험재고, 소비는 감정이다

한국 영화관은 고군분투 중이다. 영화관의 생존전략으로 프리미엄 상영관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영화관 CGV에 따르면, 2023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개봉 첫 주 좌석판매율은 일반관 26%에 반해 아이맥스는 52%였고, 2024년 개봉한 ‘듄: 파트2’도 개봉 전부터 주요 아이맥스 상영관이 매진됐다. 하지만 오펜하이머와 듄2의 관객숫자는 각각 3,232,774명, 1,940,238명으로 높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형호 분석가는 “극장의 프리미엄 전략은 ‘안티-이코노미석’ 전략이다. 시간을 더 비싸게 파는 것이다. 영화를 마치 테마파크의 놀이기구처럼 ‘움직이는 영상’(movie)으로만 여겨서 그렇다.”라고 지적하며, “개봉작을 프리미엄 상영관용으로 마케팅하면 가장 좋은 좌석은 프리미엄 상영관일수록 예매가 더 어렵고, 관객은 결국 그럴 바엔 OTT에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듄: 파트2’가 그런 경우다. 

 

소비는 감정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우리는 쇼핑할 때 합리적인 의식적인 상태에서 하기보다 뇌의 베타 상태에서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도 “우리의 행동 중에서 무의식은 빙산의 수면에 있는 것보다 훨씬 적고, 무의식이 거의 95% 이상"이라고 말한다.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영화관에 비용을 지출하는 대부분은 무의식이고, 95%는 영화 때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영화관은 영화를 제작하지 않는다. 제작된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일 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영화관의 상황은 다르다. 대한민국의 영화관은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의 대형 멀티플렉스가 이끌고 있고, 3사는 모두 영화투자배급사를 운영 중이다. 즉, 한국의 영화관은 제작-투자-상영이 일원화되어 있으며, 단순히 상영만 하는 곳이 아니다. 영화관의 일원화 시스템은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미국은 1948년 영화 제작/배급/상영의 수직계열화를 금지하는 일명 ‘파라마운트법’이 제정되었다. 이후 미국 영화산업은 크게 몰락하는 듯 보였지만, 독립제작사들이 활약할 수 있게 되면서 ‘뉴할리우드’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 파라마운트법은 영화 권력의 독점적인 지위를 내려놓게 만들었고, 유사한 장르영화를 공장처럼 찍어내던 방식의 산업 구조를 한 번에 무너뜨렸다. 70년이 지난 2020년, 미국 법무부는 이 규제를 폐지했다. 

 

미국 영화시장은 팬데믹 이후 어떻게 달라졌을까?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는 2023년 북미 박스오피스 수입이 2022년보다 21% 증가한 90억 달러(11조 7천억 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전 연간 110억 달러(약 14조  3천억 원)보다는 낮지만, 개봉 영화는 2019년에 비해 20편 정도 적고, 2023년 5월 할리우드 작가 조합과 배우 조합의 동반 파업을 고려하면 현재 매우 양호한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2023년 춘제(春節·설날) 기간의 영화 매출이 총 67억 6천 400만 위안(약 1조 2천 500억 원)으로, 문화소비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관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과거는 지나갔다, 미래는 지금이다

2022년 롯데시네마는 영화 이외의 토크, 음악, 전시, 퍼포먼스의 문화 예술을 선보이는 컬처 프로젝트 '롯시플'을 런칭했다. 영화관을 넘어 복합문화공간 컬처스퀘어(Culture Square)를 지향하겠다는 롯데시네마 컬처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롯시플은 라이프 체험, 댄스 클래스, 팝업 스토어 등과 함께 뮤지션들의 프리 리스닝과 토크쇼 및 축구, 농구, 테니스 등 스포츠 중계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CGV도 주요 극장에서 다양한 가수들의 콘서트를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메가박스도 전 세계 유명 미술관과 ‘시네 도슨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극장을 영화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하지만 영화관의 경영 성과를 증대시키기는 트리거가 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영화관은 공연장, 미술관보다 체험 면에서 뛰어난 점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관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출처: 작가>

 

첫째, 지역 특화다. 서울 성북구에는 ‘아세권’이라고 불리는 동네 영화관이 인기다. 아리랑시네센터 이야기다. 비결은 매우 간단했다. 일반은 7,000원이고 경로우대와 조조는 4,000원으로 가격을 내려 문턱을 낮췄다. 그리고 멀티플렉스가 일반화되면서 사라진 단체관람(5,000원)을 부활시켰다. 상영관은 175석, 156석, 125석 3개뿐이고, 3관은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올해 초 관객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둘째, 경험 강화다. 관객이 영화관에서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의자? 팝콘? 주차? 아니다, 스마트폰과의 단절이다. 영화를 보는 시간에는 당연히 스마트폰을 볼 수 없지만, 그 외의 시간에 스마트폰과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파묘의 ‘팝묘’ 이벤트처럼 ‘N차 관람러’를 잡기 위한 다양한 굿즈 마케팅은 이제 필수다. 최근에는 영화관 별로 제각기 다른 포스터를 수집하는 문화도 번지고 있다.

 

셋째, 기술 결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TV의 8K 업스케일링을 돕는 AI 기술을 발표했다. 단순히 스크린의 대형화에 그치지 않고 사운드바 등의 기술 업그레이드로 극장의 시청 경험을 따라잡겠다는 의도다. 스크린의 크기와 음향의 감흥은 영화관이 OTT를 앞서고 있는 유일한 강점이고, 더 앞서가야 할 유일한 분야다. 영화관의 시각과 청각은 지금보다 더욱 깊어져야 한다. 뺏기면 안 된다. 관객은 준비되어 있다.

 

넷째, 인력 변화다. 영화관의 경영 목표는 바뀌어야 한다. 어떤 영화가 관객을 불러 모을지 아는가? 갈수록 모를 것이다. 1998년 시작된 멀티플렉스 사업전략은 바뀌고 있고, 바뀌어야 한다. 이에 대한 가장 명확한 대응은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는 것뿐이다. 지난 25년 동안 영화관의 인력들은 타성에 젖은 것이 사실이고, 바뀔 의무도 없다. 새로운 경영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는 전혀 다른 태도의 인재를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은 다시 영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 소비는 무의식과 감정의 결과고, 영화관을 찾는 이유의 95%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투자와 배급까지 일원화된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론 과감한 분리도 답이다. 좋은 영화는 새로운 영화다. 새로운 영화는 새로운 사람이 만든다. 1970년대 할리우드의 ‘영화악동(Movie Brats)’을 공부하자. 그들이 없었다면 대부도, 죠스도, 스타워즈도, 택시 드라이버도 없었다.

 

영화관(映畫館)은 ‘영화의 집’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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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은 글로벌 PR Firm 벡터그룹(Vector Group) 한국지사의 수석 컨설턴트이자 OTT 미디어랩 수석 디렉터로 본업인 기획 및 마케팅을 하고 있고, 휴리스틱 기반의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한국영화감독협회 <춘사국제영화제> 총감독으로 일했다. 또한 웹툰 <샤먼> 등을 제작했고 영화와 시리즈 등의 스토리를 만드는 기획자이자, OTT 캐스터로 활동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 GS칼텍스, 경기도청, 오리온, 필립모리스 등 다수의 캠페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임상병리학/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Lovola Marvmount) 대학에서 콘텐츠마케팅•프로듀서 과정을 수료한 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정치학 석사를 수료했다. 저서로는 '기획자의 생각식당' '돈과 예술의 경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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