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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자문의 시간당 비용은 분명 비싼 편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금액으로 따지자면, 회사 입장에서는 풀타임 고용보다 부담이 적은 것도 맞다. 빠르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해외에서 CMO for Hire, CMO on Rent, fCMO(Fractional CMO), 파트타임 CMO* 등으로 불리는 역할이 늘어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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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자문의 시간당 비용은 분명 비싼 편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금액으로 따지자면, 회사 입장에서는 풀타임 고용보다 부담이 적은 것도 맞다. 빠르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해외에서 CMO for Hire, CMO on Rent, fCMO(Fractional CMO), 파트타임 CMO* 등으로 불리는 역할이 늘어나는 이유기도 하다.
*기업이 전임으로 상주하는 CMO가 아닌 일시적인 고용, 시간제 고용 등의 유연한 형태로 CMO를 필요에 따라 고용하려는 흐름에 맞춰 등장한 다양한 고용 형태의 CMO 포지션.
지난 4년간 숨고, 스타일쉐어 등 마케팅 리드를 거쳐 미국 블라인드 팀 프로덕트 오퍼레이션 리드를 맡았다. 동시에, 카카오벤처스, 테크스타즈 코리아 등 VC 포트폴리오사 및 개인적으로 연이 닿은 자란다, 롱블랙 등을 포함한 22곳의 다양한 파트너사에서 일회성 혹은 장기간 CMO for Hire로서 마케팅/그로스 자문을 맡아왔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경우도 있지만, 거의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환경 때문에 대부분 원격으로 자문을 진행했다.
그동안 마케팅 자문을 하며 느꼈던 점을 3편에 걸쳐 공유하려 한다. 외부자문 도입을 고민하는 회사 리드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선 그간 경험에 비춰봤을 때, 외부 마케팅/그로스 자문 도입 시 효과를 볼 수 있는 조직의 특성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외부자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조직도 몇 번 만났다. 실제 실무를 할 사람이 필요하지, 자문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현실적으로 파운더 및 경영진이 무조건 풀타임 채용만을 고집하는 경우 외부 자문이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모든 파트너십이 그렇듯 신뢰가 있어야 시작될 수 있는데, 자문은 더더욱 그러하다.
자문을 고용하는 데 열려있는 조직은 크게 보면 아래 3가지 경우다.
- 경력직 마케팅 풀타임 인원을 오랫동안 찾지 못하는 경우
- 기존 마케팅 팀의 역량을 빠르게 키우고자 하는 경우
- 당분간 마케팅 풀타임 채용 의사가 없는 경우 (100% 외주 대행 혹은 다른 내부 인력이 진행)
위 3가지 중 어떤 상황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특정 인재를 풀타임으로 꼭 팀에 데려가고 싶은데 여건 상, 타이밍 상 해당 인재가 풀타임으로 합류하기 어려워 자문으로라도 함께 하는 경우다. 나 또한 이런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는 신뢰 구축에 있어서 가장 좋은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이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 필요한 자문의 역할은 달라진다. 나는 크게 마케팅/그로스 팀 구성 현황에 따라 세 가지 종류의 자문을 맡아왔다. 같은 조직 내에서 팀 구성이 변화함에 따라 자문의 종류를 유연하게 변경하기도 한다.
- 마케팅 인원이 아예 없는 경우 → CEO, CPO 등 조직 리드들의 디스커션 파트너 역할
- 마케팅 리드가 있는 경우 → 마케팅 리드 및 CMO 육성 자문
- 마케팅 리드가 부재하고 마케팅 실무자들만 있는 경우 → 임시 팀 리드, 임시 CMO 역할
최근에는 마케팅 팀이 소규모화되면서 시리즈 A, B 단계에서도 제품의 특성에 따라 마케팅 인원이 아예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조직 내 다른 리드들이 마케팅 부문까지 맡아서 진행하는데, 마케팅 팀의 채용, 대행사와의 협업, 디자인이나 오퍼레이션 인력만으로 마케팅이 돌아가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 프로덕트로 유저를 데려오는 프로덕트 마케팅 아이디어 논의 등을 주로 한다. 아무래도 마케팅만 담당하는 리드가 부재하다보니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빠르게 집어내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A사의 경우, 마케팅 조직이 없고 비즈니스 조직 하에 다양한 직군의 팀원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형태였다. 이 경우에도 세부 업무 단위로 자세히 쪼개보면 광고소재 기획 및 제작, 소셜 채널 관리 등 작은 부분이라도 꾸준히 담당하는 고정업무가 있는 인원들이 추가로 대형 시즈널 캠페인에 투입되었다. 이 경우 주요 프로젝트인 시즈널 캠페인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다보니, 계속해서 돌아가는 고정업무의 효율성이나 효과 측면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논의되지 않고 부채가 쌓일 수 있다. 시즈널 캠페인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으로 탄탄한 오퍼레이션이 지속되도록 시스템 구축을 돕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B사의 경우, 프로덕트 리드만 있는 경우였는데, 이 경우 광고나 소셜 등 외부채널 운영보다는 프로덕트가 그로스를 만들 수 있는 SEO, LPO(랜딩페이지 최적화), 자동화된 CRM 혹은 상품기획 재구성, 가격 정책 등을 주로 논의한다.
마케팅 리드에게 일대일 과외처럼 붙는 경우이다. 보통 팀 매니징 및 육성, 그리고 CEO 혹은 다른 조직 리드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려운 부분 등 조직 관련 부분과 마케팅 성과 지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병행한다. 집중적으로 원온원 관계를 발전시키며 마케팅 리드의 장기적인 성장을 돕는 러닝메이트(Running Mate) 역할을 한다. 실질적인 마케팅 관련 지식 및 능력을 키우는 부분도 있지만 멘탈 관리 측면도 강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케팅 리드가 실무 팀원들 사이에서 좋은 리더로, CEO 옆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C사의 경우, 경력은 10년이 넘었지만 마케팅 리드 경험은 없고 실무경험만 있는 마케팅 담당자를 리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약 2년간 함께했다. 원온원 시간에서는 크게 1) 매니징 다운(managing down, 팀 관리) 하면서 어려운 점을 논의한 후 다음 과제 설정하기, 2) 매니징 업(managing up, CEO와 커뮤니케이션) 할 때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르게 할 수 있을지 “나라면 이 상황을 이렇게 접근할 것 같다"는 구체적인 예시 제안하기, 3) 매니징 어크로스(managing across, 다른 리드들과의 협업) 할 때 어떻게 시너지를 더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프로젝트 단위 상세 논의를 한다.
컨택 포인트가 많기 때문에 가장 자문하기 까다로운 경우이다. 처음에는 전체 인원 중 누구를 대상으로 자문을 집중할 것인지 범위를 좁힌다. 아주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한다면 현재 비즈니스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이니셔티브를 진행하고 있는 실무자에게 집중한다. 기간별로 집중마크가 필요한 인원을 바꿀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무조건 최대 3명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케팅 리드 대비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고 좁은 과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더 깊게 논의할 수 있고 구체적인 프로젝트 완료 혹은 성과개선 아웃풋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아웃풋을 실무자가 팀 및 조직 내에서 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돕는다.
D사의 경우, 크게 1) 검색 광고 담당 실무자, 2) CRM 담당 실무자, 3) 컨텐츠(광고 및 소셜 채널) 담당 실무자 3명에게 집중해, 이들이 매월 ‘그로스 전략 프레임워크'를 팀 구성원 및 CEO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전략과 실행안을 가다듬는 것에 집중했다. 자문은 모든 실행 액션아이템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직접 담당 영역에서 더 나은 실행안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데 집중한다.
자문과 풀타임 고용의 역할은 분명 다르다. 자문은 풀타임 상주처럼 세세한 팀의 변화를 체크하기 힘든 반면 그만큼 흔들리지 않고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를 짚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자문은 그때그때 고민들어주기가 아니라 여러 퍼즐조각을 맞춰 구조적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자문은 회사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자문 기간 동안 파트너사에 주어야 할 가치는 크게 3가지이다.
- 타이밍과 속도
-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관점
- 마케팅 팀과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의 타이밍,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하는 타이밍 등 결국 시간 싸움이다. 자문의 역할은 회사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또 비즈니스 지표 성장, 조직원의 성장에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자문을 고용할 때에는 우리 비즈니스가 현재 어떤 기로에 놓여있고, 당면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하고 돌파함에 있어서 자문이 집중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일지를 초반에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인으로서 자문은 하루하루의 과제에서 한 발 벗어나 버드아이뷰로 시장, 고객, 서비스, 마케팅 전반을 바라볼 수 있다. 다른 프레임워크를 제시해서 경영진 및 실무자에게 유의미한 생각거리나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 같은 데이터 기반으로도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는 특히 IR자료 준비, 시즈널 빅 마케팅 캠페인 리뷰 등 특정한 회고를 할 때 유용하게 작용한다. 기존에 조직 내에서 정리된 회고를 바탕으로 다음 시즌 마케팅 예산안이나 캠페인 계획을 준비하는 상황에서도 적합하다.
따라서 CEO 혹은 각 파트의 리드는 자문이 정리된 히스토리컬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그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려왔는지 맥락을 알려준 후, 자문은 어떻게 다르게 데이터를 읽고 추가적으로 어떤 부분을 더 살펴볼지를 묻는 것이 필요하다. 그간 해당 자료를 준비하는 데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해 온 내부 인력, 그리고 해당 자료를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및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CEO와 자문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필수다.
지속가능한 팀구조와 마케팅 운영 방식을 구축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느 타이밍에 자문을 시작하는가에 따라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정말 커지기도 하고, 때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방안이 나오더라도 실행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초기 조직에서 마케팅 자문을 맡을 때 다른 무엇보다 채용, 온보딩, 3개월 수습기간 평가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외부 협력 대행사를 찾을 때에도 추천, 검토, 업무 협업 방식 셋팅을 상세하게 돕는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경우 정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초기에 기반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장 어떤 팀원을 채용해야 할지부터 고민이라면 자문에게 채용공고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 이하 JD) 작성부터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많은 파트너사들의 채용공고 JD를 작성했다. 심지어 필요에 따라 직접 서류 검토를 하고, 면접을 진행해 최종 채용까지 맡기도 한다. 그리고 물론 채용완료에 이어 온보딩과 3개월 수습기간 평가를 돕는다. 채용이 다 끝난 후 자문에게 넘기는 것보다 채용 과정 초반부터 자문과 함께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해준다.
주기적으로, 적어도 매월 경영진의 피드백을 받고 무엇을 어떻게 새롭게, 다르게, 혹은 지속해서 다음 달을 꾸려갈지를 논의하는 것이 필수이다. 자문을 실무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더라도 경영진과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경영진이 자문을 받고 있는 실무자로부터 자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내부에서 논의를 한 후 이를 자문에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자문이 직접 실무자에게 피드백을 받기는 하지만 내부에서 논의하면서 자문 활용 방안이 더 구체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자문의 종류에 따라 구체적인 결과물이 다르긴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중간 결과물을 한두 달에 한 번, 아무리 적어도 분기에 한 번은 자문을 받는 대상(주로 실무자)이 경영진에게 자문받은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를 추천한다.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식은 실무자가 담당 채널이나 캠페인에 있어 ‘그로스 프레임워크’를 발표자료로 정리해서 팀 및 경영진에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채널별 담당자가 여럿이라면 각 담당자들이 각자의 파트를 준비해 같은 날 워크숍 형태로 연달아 공유 및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E사의 경우 실무자들은 담당 업무 혹은 채널에 대해 목표 지표 및 구체적 액션 아이템, 그리고 과거 액션 리뷰 데이터를 담은 자료를 준비해 마케팅 리드와 CEO 대상으로 분기에 한번씩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자문은 발표 준비 과정에서, 자료에서 보강할 부분이나 데이터를 읽는 맥락에서 수정되어야 하는 부분을 실무자에게 집중적으로 코칭하며 유용한 발표가 될 수 있도록 책임진다.
조직이 위에서 언급한 경우 중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맞는 외부 자문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간 꼭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인재인데 풀타임으로 함께하지 못한다면 역으로 자문 역할을 제안하는 것도 추천한다. 실제 오랜기간 (심지어 수년간) 자문으로 비즈니스 문제 논의를 함께하다가 풀타임으로 조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스톡옵션 기반 외부자문 보상체계가 잘 잡혀있는 미국에서 더 흔한 모델이다.
시니어일수록 조직을 옮기는 게 무거워지고 회사와 개인 둘 다 리스크가 커지고는 한다. 3개월 수습기간을 낀 풀타임 채용보다 빠르게 3개월간 자문을 주 1~2회 혹은 월 2회 이상이라도 진행해보고 서로의 합을 맞춰보는 방식이 점점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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