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앱스토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EU에서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 Acts)이 공식 발효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시장법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을 독려하고 독점을 규제한다는 것인데요. 이에 따라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된 6개 빅 테크 기업들은 비즈니스 운영 정책을 수정해야 합니다.

당연히 애플도 6개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중 디지털 시장법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서비스는 애플의 ‘앱스토어(App Store)’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앱스토어 운영 정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앱스토어의 지배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애플이 그린 장밋빛 미래

애플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iOS 운영 체제의 폐쇄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먼저 앱 설치 경로를 일원화했습니다. 아이폰에서 앱 설치는 애플의 공식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 앱스토어를 제외한 다른 설치 수단은 애플이 정책 위반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인앱(In-app) 결제 수단도 일원화했습니다. 앱 운영사들은 아이폰 앱에서 결제가 일어날 때마다 애플에게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애플의 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대가로 15~30%의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그럼 다른 결제 수단을 사용하면 될 것 같지만 이 역시 불가능합니다. 자신들의 결제 수단을 제외한 다른 옵션조차 정책 위반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제 디지털 시장법의 영향으로 이 두 가지 정책 모두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공식 앱스토어 이외에 앱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허용해야 하고, 서드 파티 인앱 결제 옵션을 추가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합니다.

EU 지역에 국한된 변화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앱 운영사는 굉장히 만족하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동안 폐쇄적인 애플의 정책으로 서비스 운영에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인데요.

•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게임을 설치하지 않고, 스트리밍 형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지원하는 서비스가 클라우드 게이밍인데요. 이 클라우드 게이밍은 iOS에서 ‘앱’ 형태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100개 이상의 게임을 한곳에 모아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애플이 또 다른 앱스토어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 스포티파이는 미국과 EU에서 iOS 인앱 결제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30%에 가까운 결제 수수료가 원인이었는데요. 프리미엄 구독을 위한 유료 결제 프로세스를 웹으로 유도해야 하는 만큼, 고객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에픽게임즈는 자체 앱스토어 론칭 계획을 밝혔고, 다른 인앱 결제 옵션을 추가할 수 있게 된 스포티파이는 iOS에 적용될 인앱 결제 프로세스 예고편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시장법의 수혜가 오롯이 반영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죠.

애플의 대응은?

만약 이러한 디지털 시장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부담해야 합니다. 따라서 애플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애플은 새로운 법안에 어떤 대책을 마련했을까요?

우선 지난 1월 애플은 앱스토어와 인앱 결제 운영 정책을 수정했습니다. 수정한 내용을 보면, 앱 운영사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법안을 준수하고자 한 점을 알 수 있는데요. iOS 디바이스에서 앱을 배포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래 두 개의 옵션 중 하나를 무조건 선택해야 합니다.

• 기존 정책: 디지털 시장법이 적용되기 이전과 동일한 운영 정책입니다. 기존 운영 정책을 따르기로 선택한다면, 애플의 공식 앱스토어을 통해서만 앱을 배포할 수 있습니다. 인앱 결제도 애플의 결제 수단만을 이용해야 하고요.
• 신규 정책: 신규 운영 정책을 선택하는 경우 자체 앱스토어를 론칭할 수 있고, 추가 인앱 결제 옵션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신규 정책을 택한다고 해서 애플의 앱스토어와 인앱 결제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처럼 앱스토어에서 앱을 배포하되, 인앱 결제 옵션만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고 애플의 결제 수단을 계속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신규 정책을 따르기로 했지만, 운영 형태는 지금과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죠.

대신 가장 큰 차이는 인앱 결제 수수료에서 발생하는데요. 신규 정책을 선택한 A라는 서비스가 계속 애플의 결제 수단을 쓰기로 했다면, 거래 수수료는 10~17%로 낮아집니다. 기존 정책을 선택한 B라는 서비스의 거래 수수료는 여전히 15~30%가 됩니다.

앞으로 설명할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덧붙이면, 애플의 인앱결제 옵션과 앱스토어는 한 쌍입니다. 즉,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된 앱에만 애플의 인앱 결제 옵션을 활용할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에픽 게임즈 숍’이라는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된 포트나이트(Fortnite)에는 애플의 인앱 결제 수단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포트나이트에서 거래가 발생하더라도 애플에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는 0원이 되는 것이죠. 

배수의 진

결국 신규 정책을 선택한다면 앱 배포의 자율성은 증가하고, 인앱 결제 수수료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고려한다면, 신규 운영 정책을 따르는 게 무조건 유리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결정에 앞서, 애플이 새롭게 도입한 앱 설치비용(Core technology fee)을 추가로 살펴봐야 합니다. 앱 설치 비용은 신규 정책을 선택한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비용인데요. 앱을 다운로드한 유저 수 기준으로 애플이 추가 과금을 청구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100만 명 이상이 앱을 다운로드하는 경우, 초과하는 유저 1명당 0.5유로(약 720원)의 앱 설치 비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인기 있는 서비스라면 앱 설치 비용이 크게 부담될 것입니다.

한 사례를 살펴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Xbox) 게임 전용 앱 스토어 론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게임 전용 앱스토어를 론칭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규 운영 정책을 따르기로 선택해야 하는데, 신규 정책을 선택하면 1인당 720원의 앱 설치 비용이 발생합니다. 인기 있는 게임이라면 10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앱 설치 비용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죠.

애플이 앱 설치 비용을 추가한 의도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다른 앱스토어가 추가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이죠. 디지털 시장법을 준수하기 위해 선택권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그 동기를 꺾어버리려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이유로, 공식 앱스토어가 유일한 앱 설치 수단이 되어야 iOS에 설치되는 모든 앱에는 애플의 인앱 결제 옵션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거래 수수료를 통한 앱스토어의 수익성 또한 보전할 수 있고요.     

영향력은 계속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독점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에도 불구하고, 애플 앱스토어의 지배력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 영향력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몇 가지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1) 정책 수정 압력 

먼저 EU 규제 기관이 운영 정책의 재수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애플이 앱 설치 비용을 추가한 수정 사항을 발표한 직후 메타,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는 기만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는데요. 최악의 경우 앱 설치 비용의 삭제를 명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EU 규제 기관은 애플에 20억 달러(약 2조 6,800억 원)의 벌금을 선고했습니다. 마케팅 수단 제한, 앱 업데이트 거부 등 스포티파이에 독점적인 힘을 남용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번 벌금은 디지털 시장법과 별개로 내려진 조치입니다.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통해 독점 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엄격성을 강조하는 시각에서, 앱 설치 비용의 삭제를 명령하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2) 다른 앱스토어 추가 

다른 앱스토어의 추가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에픽 게임즈는 여러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체 게임 스토어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앱 설치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자체 스토어를 통한 이득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죠.

에픽 게임즈 같은 앱 운영사가 늘어날수록 애플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살펴본 것처럼 인앱 결제 수수료가 감소하는 경우 앱 설치 비용으로 그 감소분을 커버하겠다는 것이 애플의 전략인데요. 이는 사실 장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앱 설치 비용으로 추가되는 이익보다 결제 수수료 감소에서 발생하는 손해가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죠. 

3) 광고 매출 감소

앱스토어 트래픽(Traffic) 감소도 경계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지금까지 앱 설치를 위해서는 무조건 애플의 앱스토어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앱스토어를 사용하는 절대적인 유저 수가 엄청났던 것이죠. 다른 앱스토어가 계속 늘어난다면,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감소하게 될 겁니다. 사용자가 감소한다면, 애플이 계속 힘주고 있는 앱스토어 광고 비즈니스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거고요.

애플의 광고 비즈니스는 실적 발표 데이터의 ‘서비스’ 부문에 속해 있습니다. 광고 매출만 별도로 공개하지 않기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서비스 카테고리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광고 비즈니스가 애플에 굉장히 중요한 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 글로벌 확장 

디지털 시장법이 다른 국가로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EU가 강제하고 있는 ‘개방된 앱스토어’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인데요. 특정 국가에서 시작된 법안이 글로벌하게 확장된 사례는 이미 있었습니다. 다른 인앱결제 수단을 추가 할 수 없게 막는 것을 위법행위라고 규정한 최초의 국가는 우리나라입니다. 이후 뉴질랜드, 네덜란드에서 서드파티 결제 수단을 추가할 수 있게 허용하라는 법안을 잇달아 채택했고요. 미국에서도 관련 재판이 계속 진행 중입니다.

EU에서 시작된 C 타입 충전 포트 강제화 정책도 동일한 사례입니다. 이제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새롭게 판매되는 아이폰에는 C 타입 충전 포트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디지털 시장법과 애플의 앱스토어의 영향력을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아이폰 사파리 브라우저의 기본 검색엔진은 구글인데요. 이를 위해 구글은 매년 애플에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러한 두 회사의 파트너십을 독점적인 행위로 볼 것인지에 관한 재판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직 정확한 판결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인데요. 만약 구글이 아이폰 기본 검색 서비스의 지위를 잃게 된다면, 검색 시장에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강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게임의 룰이 바뀌면 모든 선수들은 새로운 룰에 적응해야 하죠. 이처럼 여러 위기 요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애플이 ‘디지털 시장법’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 영향력을 유지해 갈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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