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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하는 월마트가 ‘통제’하는 아마존을 추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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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BM 톺아보기 ⑫

 

<출처: Amazon vs. Walmart: Who has competitive advantage?>

 

2015년 7월 23일, 아마존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월마트를 누르고 유통업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때는 누가 봐도 월마트가 지는 해였죠. 반면 아마존의 미래는 밝아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누군가는 월마트의 위기가 아닌 생존을 논하기 시작했고요.

 

10여 년이 흐른 2024년 현재, 모두의 예상처럼 아마존은 엄청나게 성장하며 월마트와의 차이를 벌렸습니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8조 달러로 4,900억 달러인 월마트 대비 4배 가까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마존의 성장이 보다 가팔라서 생긴 격차일 뿐 월마트의 성장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한때 2,500억 달러 내외로 수년간 정체하던 월마트의 기업 가치는 이 기간 2배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아마존과 격차 역시 2018년 이후, 4배 이상 벌어지지 않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2022년 말에는 아마존의 시가 총액이 잠시 폭락하며, 그 차이를 2배 수준까지 좁힌 적도 있고요.

 

흥미로운 건 2018년 이후 둘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Charlie Bilello @charliebilello, X.>

 

사람들은 이제 월마트의 위기를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깨어난 거인 월마트가 아마존과 본격적인 대결을 시작했다고 말하죠. AWS를 제외하고 순수한 리테일 사업만 본다면 더 견주어 볼만하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데요. 월마트는 오프라인의 절대적인 입지를 유지하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도 2020년 이베이를 제치고 2위 사업자로 올라섰습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 유통 기업 월마트와 온라인 기반의 빅테크 아마존. 다시 불타오르고 있는 두 라이벌에 대해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겠습니다. 특히 월마트가 반전을 끌어낸 요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볼까 합니다. 이를 위해 새로 도출한 대표 키워드가 있습니다. '통제'하는 아마존, '위임'하는 월마트입니다.

 

아마존은 통제의 대가입니다. 공급자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물론,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의 경험을 라스트마일까지 관리하며 압도적인 초격차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반면 월마트는 오랜 경험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통제의 장점은 알지만 실용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인 포기를 한 것이죠. 그래서 때로는 과감히 위임하며 경쟁해 왔고, 그러한 철학이 최근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월마트의 슬기로운 재고 관리

이러한 월마트의 DNA를 잘 보여주는 것이 VMI(Vendor Managed Inventory)입니다. VMI는 단어 그대로 재고 관리를 공급업체에 위임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100% 통제 하에 완벽한 재고 관리를 해내는 것보다는 적절한 역할 분담이 효율적이라는 관점에서 나온 운영 방식입니다.

 

우리는 물류를 제일 잘하는 기업으로 흔히 아마존이나 쿠팡 같은 이커머스 기업을 먼저 떠올리지만, 원조는 역시 월마트 같은 대형 할인점 업체입니다. 특히 월마트는 이 분야의 선구자 격인 곳으로 체계적인 재고 관리에 기반한 가격 경쟁력으로 현재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재고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는 겁니다. 너무 많이 주문하면 과잉 재고가 되어 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적게 주문하면 판매 기회를 놓치게 되니까요.

 

<출처: The blog of Logistics at MGEPS at UPV>

 

VMI는 재고 관리 문제에 대한 월마트의 해결책입니다. 유통사는 다양한 제품을 관리하지만, 제조사는 본인들 제품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재고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고도화된 재고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은 줄이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방법인 셈이죠.

 

특히 VMI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재고 부담 자체를 공급업체에 넘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발주를 하는 주체가 제조사니까 유통사 측에서 책임질 소지가 적어지는 것이죠. 이를 통해 월마트는 판매 효과는 높이며 비용 부담은 낮출 수 있었습니다. VMI는 물류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개념이 되었고요.

 

물론 아마존도 이러한 VMI를 활용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태생부터 재고 구매로 품질과 가격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두었습니다. 이미 물리적인 재고를 확보한 상태로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지 집중한 월마트와 달리, 아마존은 무재고 판매가 일상이던 온라인에서 차별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든 제품을 본인들의 창고로 들여와야 했습니다. 경쟁사를 압도하려면 물류 기반의 차별화가 중요했기 때문인데요. 그렇기에 아마존은 물류 영역에서 월마트처럼 과감하게 위임하는 것에는 오히려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업 배경의 차이로 아마존은 통제 기반의 완벽주의, 월마트는 적절한 위임을 가미한 실용주의를 추구하게 된 거죠.

 

 

아무도 모르기에 더 공정합니다

이 둘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 것 중 하나는 제품 노출 알고리즘입니다. 아마존의 Buy Box를 아시나요? 고객이 어떤 제품을 찾을 때, 유사한 물건을 파는 셀러들을 모아 그중 대표 셀러 1명의 제품만을 노출하는 방식입니다. 나머지 셀러는 Other Seller로 분류해 그 아래 배치합니다. 쿠팡의 아이템 위너가 이를 벤치마킹한 방식이죠.

<출처: CrazyLister>

 

이 개념은 이제 아주 다양한 마켓 플레이스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다만 아마존 셀러들이 가장 큰 불만을 표시하는 부분은 이를 결정하는 로직 자체가 철저히 비밀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아마존 자체 보유 상품이 Buy Box를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월마트는 다릅니다. 그들은 2023년 8월 열린 최초의 판매자 서밋에서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강조했습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누가 Buy Box를 차지할지 알 수 없습니다. 3P(판매자의 물건) 또는 1P(월마트의 물건) 중 어느 것이 선택될지는 불가지론적입니다. 우리의 Buy Box와 검색은 고객을 위해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적절한 가격, 적절한 배송 속도,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수요가 높은 품목이 이를 차지합니다." (월마트 관계자)

 

월마트가 알고리즘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포기하고 Buy Box 선택권을 시스템에 온전히 위임했다고 밝힌 거죠. 이를 통해 플랫폼에 대한 통제력은 일부 상실했을지 몰라도 셀러들의 마음은 얻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마켓플레이스라는 브랜딩으로 아마존과 차별성을 만들 수 있었고요. 이를 통해 월마트 마켓플레이스는 당시 기준, 직전 12개월 대비 판매 품목 수가 51% 증가했을 정도로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계산은 고객에게 양보하세요

판매자뿐 아니라 고객 경험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둘은 차이를 보입니다. 수년 전, 아마존이 공개한 Amazon Go 매장에 대부분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리테일의 미래를 잘 보여준다는 극찬이 이어졌는데요. 기대와 달리, 수년 후 Amazon Go 확장 계획은 폐지되어 버립니다. 결제 경험에만 집중하다 보니 상품 구색이나 가격 등 본질적인 요소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마존은 고객 경험에 있어서도 완벽주의적 성향을 드러내 왔습니다. 모든 과정을 철저히 통제하여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주고자 한 것이죠. 이는 기본적으로 기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나온 접근법이었습니다. 다만 실제 Amazon Go 매장에 가보면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식의 한계 때문에 상품 진열이나 매장 규모 면에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고요. 막대한 인프라를 감당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려웠습니다. 그 결과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죠.

<출처: 리테일톡>

 

반면 월마트의 접근법은 달랐습니다. 월마트의 새로운 무인 결제 방식 Scan&Go는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인식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도대체 고객에게 주는 가치가 뭔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 적용된 곳은 창고 할인 매장, 샘스클럽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코스트코에 가보신 분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이러한 형태의 매장은 대부분 길게 줄을 서야 합니다. 따라서 그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직접 바코드를 인식하는 정도 번거로움은 충분히 감수할 만한 일인 거죠. 어차피 줄을 서야 하는 셀프 계산대와 비교해도 한 단계 더 진보한 방식이었습니다. 새로 설치된 출구 장치로 그저 지나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올해 연말까지 600개 지점으로 이를 확장할 계획이라 합니다. 확실히 Amazon Go보다는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본질에 집중한 실용주의의 힘

혹시 ‘우주 볼펜' 일화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우주는 무중력 상태이기에 잉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볼펜을 쓸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 항공 우주국은 거액을 들여 우주 볼펜을 개발했지만, 구소련에서는 연필을 사용함으로써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한 영화에서 대화 소재로 쓰이며 널리 퍼졌는데, 아주 정확한 사실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여기 나오는 미국과 소련의 모습이 아마존과 월마트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술력으로 완벽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아마존과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월마트의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흔히 유통 기업보다는 빅테크 기업으로 분류되곤 합니다. 그들이 사업을 시작한 온라인 공간은 IT 기술로 어느 정도 강력한 통제가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 이런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요. 다만 그러기엔 너무 변수가 많은 오프라인이나 이와 유사하게 복잡성을 지닌 그로서리, 감성적인 측면이 강한 패션 등 카테고리에서는 연이어 실패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이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니까요.

 

반면 월마트는 다소 허점이 있더라도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타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빛을 발하는 순간 역시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월마트의 이러한 실용주의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은데요. 현 월마트의 CEO인 더그 맥밀란 역시 트럭 하차 아르바이트로 월마트와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이후 매장 보조 매니저에서 시작해 최고 경영자 자리까지 올라선 거죠. 오프라인 매장은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에 선택과 집중이 매우 중요합니다. 때로는 임기응변 역시 필요하죠. 경험을 토대로 완벽한 해결책이란 것은 없다는 걸 잘 아는 경영진이 월마트를 이끌다 보니 이런 실용주의가 자리 잡은 겁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시사점은?

최근 국내에서 월마트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기업은 이마트입니다. 비슷한 배경을 가졌지만, 온라인 대전환 시기에 보여준 성과에선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전환에서 월마트가 성공을 거둔 비결도 위임과 실용주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월마트는 제트닷컴이라는 신생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하며 합류한 전문가 마크 로어에게 온라인 전략을 철저히 위임합니다. 잘 모르는 분야는 직접 하기보다 맡기는 것이 좋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한다는 전통 기업 중 이처럼 온라인 전문가에게 전권을 맡긴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월마트는 시스템과 인프라 투자가 중요하다는 걸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기업입니다. 그래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움직일 줄도 알았습니다. 임기응변 식의 실용적인 액션도 많이 했지만, 필요한 곳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기다리기도 했죠. 이 둘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많은 전통 기업이 실패한 온라인 확장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부분은 확실히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앞으로 국내에서 역시 월마트처럼 변화에 성공하여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곳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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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w3378
            VMI (V'e'ndor Management Inventory)
          
2024.04.09. 오후 13:44
수정됨
기묘한
작가
            @ew3378 아 오타가... 수정하겠습니다!
          
2024.04.09. 오후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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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고 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https://bit.ly/3GivERH)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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