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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동료들과 진지하게 일 얘기하고 싶다.' 내 안에 늘 있었던 갈증이다. 술자리에서 나누는 진솔함도 좋지만, 그보다는 좀 더 꾸준한 형태를 원했다. 스타트업 모임, 각종 커뮤니티, 뉴스레터 구독이 갈증을 약간 해소해 주긴 했으나 원하는 만큼의 깊이로는 발전하지 못했다. 대부분은 지식 나눔과 네트워킹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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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만의 SNS 만들기(DAU 3명, 리텐션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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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맞는 동료들과 진지하게 일 얘기하고 싶다.' 내 안에 늘 있었던 갈증이다. 술자리에서 나누는 진솔함도 좋지만, 그보다는 좀 더 꾸준한 형태를 원했다. 스타트업 모임, 각종 커뮤니티, 뉴스레터 구독이 갈증을 약간 해소해 주긴 했으나 원하는 만큼의 깊이로는 발전하지 못했다. 대부분은 지식 나눔과 네트워킹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어색했다.

 

그러다 어느 날 과거 함께 일했던 2명의 동료 K군, N군과 연락이 닿았는데, 어찌하다 보니 3명이서 공유 일기장을 쓰게 되었다. 각자의 할 일과 나누고 싶은 생각을 자유롭게 적는, 지극히 평범한 일기장이다. 그러나 그 평범한 겉보기와는 별개로, 지금까지 내가 사용했던 그 어떤 SNS보다, 참여했던 그 어떤 모임보다 의미 있다고 느낀다. 시작한 동기는 두루뭉술했으나("우리 좀 더 열심히 살아보자!"), 일기장이 쌓여갈수록 각자의 내면과 행동이 변화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할 수 있었다.

 

<출처: 작가 캡처>

 

그래서 1월 초부터 시작해 약 2달 정도 운영 중인 공유 일기장은 우리들만의 SNS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DAU는 3명에 불과하나, 1일 리텐션은 100%로 최고의 유저 충성도를 보여준다. 당연하게도 수익화 모델은 없다. 그러나 각자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에 돈 이상의 값어치를 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 SNS를 어떤 식으로 운영 중인지, 각자에게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 나아가 미래의 SNS가 추구해야 할 방향까지 감히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운영 방식

기본 구조는 2가지로 나뉜다.

  • 매일 각자의 일기를 쓰는 공유 일기장
  • 일주일에 한 번 진행되는 회고 미팅 (온라인으로 약 30분)

 

공유 일기장

<출처: 작가 캡처>

 

공유 일기장 툴로는 구글 문서를 사용하고 있다. 각자의 할 일, 일기 이렇게 2가지를 매일 적는 것이 기본 포맷이다. 단순히 일기만 쓰기보다는, 각자의 목표도 나누며 할 일을 제때 해내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할 일은 독서, 운동, 비타민 먹기, 피아노 연습하기, 글쓰기, 외국어 공부하기 등 자기가 꾸준히 하고자 하는 일이면 아무거나 좋다. 거창할 것 없이, 할 일을 모두 완료했으면 스스로 칭찬하고, 할 일을 미루었다면 왜 미루었는지 살펴보고 개선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다른 이들의 할 일 목록에는 '남들은 이런저런 걸 하고 있구나~' 정도의 거리감을 두고 있다. 각자의 목록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자기 할 일을 공유하되 관리와 반성은 자기 스스로'라는 느낌으로 유지하고 있다. 마치 카페에 모여서 공부해도 결국 공부 자체는 스스로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할 일 아래에는 각자의 일기를 쓰면 된다. 주제에 딱히 제한은 없으나, 되도록이면 내면의 이야기를 적어보자는 분위기다. 유머 영상 같은 건 공유 일기장이 아니더라도 공유할 곳이 많으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잡담은 카톡방, 머릿속 생각과 마음속 고민은 공유 일기장에 올리는 형태로 자리 잡혔다.

 

하지만 공유 일기장인데 자기 일기만 쓰고 끝나면 아쉽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일기 중 인상적인 부분에 댓글을 달며 논다. 이 부분이 공유 일기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의 일기 중간중간에 난입해 의견을 달다 보면 꽤 흥미로운 내면의 대화가 이어진다. 댓글이 내용 중간에 달리기 때문에 (맥락이 끊기지 않아) 서로 공감하기 수월하다. 좋아요 숫자나 광고도 없으니 그 어느 SNS보다 뜻깊은 댓글 대화가 이루어진다.

 

온라인 회고 미팅

<출처: 작가 캡처>

 

다음으론 삶을 공유하는 맛(?)을 더욱 살리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구글 미트로 온라인 회고를 하고 있다. "우리 좀 더 열심히 살아보자!" 취지도 살릴 겸, 지난주는 어떤 일을 하며 보냈는지, 다음 주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 관심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는지,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물론 잡담도 많이 섞여 있다.

 

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최근 들어 '내가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래서 뭘 느꼈는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와 같은 (누군가는 오글거린다고 말할) 주제로 이야기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느낀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그런지 새로운 인풋에 휘둘릴 때가 많다. 온라인 회고는 각자의 일주일을 점검하며 대세에 휘둘리지 않도록 멘탈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일요일 저녁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건 몰라도, "내일 월요일이네? 출근하기 싫어!"라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2. 예상과는 다른 결과

공유 일기장은 술자리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리 좀 더 열심히 살아보자!" → "혼자 하기 힘들다" → "같이 해보자" 정도의 단순한 흐름에서 시작됐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다가 귀찮아지고, 며칠 후 흐지부지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들만의 SNS는 예상과는 달리 성업 중이다. 관련해 몇 가지 수치를 나누어보겠다.

 

  • 1월 8일부터 시작. 현재 글 쓰는 시점 3월 8일을 기준으로 61일째 진행 중
  • DAU 3명 (K군, N군, 나), 1일 리텐션 100%
  • 작성된 할 일 목록 169건 (61일 x 2인 + 47일 x 1인) / N군은 공유 일기장 시작 15일째부터 합류했음
  • 작성된 일기 총 152건 (아무도 안 쓴 날도 있었음)
  • 구글 문서의 하루 평균 작성 분량 1.2페이지 (글자 크기 11 기준)
  • 1인당 작성한 댓글 약 130~170건
  • 온라인 회고 미팅은 기본 30분이나,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주 다수

 

일기장이 쌓여가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K군이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을 읽고 이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는 책의 내용과 자신의 소감을 일기장에 나누며, '빠른 실행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설파했다. 그의 의견 설파는 여러 날에 걸쳐 연속적으로 등장하였으며, 거기에 영업 당한 N군과 나도 결국 <빠르게 실패하기> 책을 읽게 되었다.

 

그 후 그룹 내에서 누군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댓글에 '빠실(빠른 실패)'이라는 단어를 적으며 서로를 독려하게 되었다. '빠실'이 우리만의 밈이 된 것인데, 밈이 가지는 존재감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동료가 꾸물대고 있는 나의 등을 (기분 나쁘지 않게) 밀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한 번은 공유 일기장 내에서 '좋아하는 일과 가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실 차갑게 따져보면 이야기해 봤자 정답이 없는 주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댓글에 더 뜨거운 댓글이 이어졌고, 마지막은 ' 다 함께 빠실'로 마무리되었다. 각자 뭐든 해보면서 답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뻔하다면 뻔한 결론이지만, 그런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일기장 속 대화가 각자에게 행동할 에너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N군은 3주 정도 공유 일기장을 작성하면서 스키 캠프도 다녀오고, 밴드 오디션도 준비했고, 운동도 매일 하게 되었으며 웹소설 연재도 시작하게 되었다. 공유 일기장이 절대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등을 떠밀어주는 정도의 역할은 했다고 믿는다.

 

온 세상 꿀팁이 가득한 유튜브보다, 각자의 생각을 진지하게 나눌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것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이의 내면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3. 공유 일기장의 효과

<출처: 작가 캡처>

 

공유 일기장이 챌린지 게시판이나 단톡방과 별로 다를 것 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다르다.

 

챌린지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엔 구조가 얕다. 예를 들어 몸무게 5kg 감량하기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운동 사진이나 음식 사진, 몸무게 사진을 인증용으로 올리는 것이 챌린지의 기본 방식이다. 챌린지를 함께 하는 모두가 각자 사진을 올리고, 응원 댓글이나 좋아요를 누르면서 서로를 독려한다.

 

그러나 이 구조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 너무 기계적으로 다가온다. '다 같이 하고 있다'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힘들었다. 챌린지를 하면서 각자의 생활이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실패했으면 왜 실패했는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마음 상태는 어떤지에 대한 고민도 있을 텐데, 했냐 안 했냐의 인증만 덩그러니 있으니 허무하다. '성공 = 캐시백 100%' 방식도 살펴보았는데, 외재적 동기에 기댄다는 점에서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 중에는 챌린지를 하다 실패하면 캐시백을 받지 못하니 가짜로 인증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유 일기장에서도 각자의 목표를 공유하긴 한다. 하지만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그 목표를 왜 달성하고 싶은지 설정하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내재적 동기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며, 실패했으면 실패한 대로 스스로의 고찰을 나눈다. 실패가 나쁜 것은 아니니까. 나쁜 것은 실패했는데 인정하지 않거나 숨기는 것이다.

 

단톡방은 시시콜콜한 주제부터 인생 이야기까지 무엇이든 나눌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끄럽다. 내면의 대화를 나누기 적절하지 않다. 대화에 틀이 없기 때문에 맥락이 끊기기 일쑤고, 채팅 형식이라 금방 휘발된다. 또, 상대방 말에 반응해야 한다는 압박까지 있어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

 

반대로 공유 일기장은 내용의 밀도가 높고, 각자 페이스대로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며, 상대방 말에 반응해 줘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재밌는 건 그런 부담이 없기에 오히려 각자의 코멘트에 무게감이 실린다. 단톡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백 개 쌓여있을 때,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내 경우 대충 훑어보는 정도로 끝내며 아마 나와 비슷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어떨 때는 '어차피 잘 안 읽는 방인데 나갈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읽게 되는 공유 일기장의 댓글과는 다르다.

 

공유 일기장만의 개성을 요약해 보면 후련함, 인풋, 소속감 이렇게 3가지가 아닐까 싶다. SNS의 성장과 함께 개인의 온라인 인간관계도 팽창했는데, 그 때문일까 진심으로 소통할 계기는 점점 사라져갔다. 스케일만 커졌지, 밀도는 한없이 옅어졌다. 모두가 하루 종일 인터넷을 쳐다보고 사는데, 인터넷 속에서 각자의 삶은 1/8,000,000,000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유 일기장에서는 인터넷 대중의 눈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좋아요를 몇 개 받을까도 상관이 없고, 눈에 띄는 릴스 영상을 눌러서 시간이 삭제될 위험도 없다. 그저 내 안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나누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후련함을 매일같이 느낄 수 있고, 쩔어 있는 정신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풋 측면을 좀 더 설명해 보면, '우연한 인풋이 많아졌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좇는다. 유튜브나 SNS의 알고리즘도 콘텐츠를 나의 관심사 위주로 최적화한다. 즉, 관성대로 살면 관심사 밖의 주제를 발견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료의 일기장에서는 내가 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배울 수 있다. "OO가 뭐야?"라며 댓글을 달아 양방향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공유 일기장의 가장 큰 개성을 꼽으라면 단연 소속감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애초에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공유 일기장을 통해 서로의 개성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베스트 프렌드는 아니지만 베스트 프렌드에게 말하기 쑥스러운 내용도 나눌 수 있는 이상한 사이가 됐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 대형 커뮤니티 등 지금의 소셜 미디어가 과연 우리를 더 소셜하게 만들어주고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와 아무 상관 없는 내용이 너무 많고, 숫자로 측정되는 방식이 깊은 나눔을 방해한다. 세상 모든 걸 꾹꾹 눌러 담은 거대 플랫폼은 이제 별로 쳐다보고 싶지 않다. 대신 '소수의 인원이, 서로의 생각을 깊게 나누는, 사적인 공간'인 공유 일기장에서 뜻깊은 관계를 가꾸어 나가는 것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4. 계속 잘 되기 위해 지켜야 할 부분

나는 공유 일기장이 굉장히 멋진 도구라고 믿지만 절대 만능은 아니다. 제대로 굴러가기 위한 조건이 꽤 까다롭기 때문이다.

 

<출처: 작가 캡처>

 

매일 업데이트하기

항상 업데이트되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해야 한다. 같은 커뮤니티라도 글이 팍팍 올라오는 곳이 더 재밌지 않은가? 공유 일기장도 똑같다. 썰렁한 느낌이 들면 쓸 의욕이 사라진다. 따라서 다들 쓰기로 약속했다면, 그 약속을 진지하게 이행할 필요가 있다. 업데이트를 하루 못했으면, 그다음 날에라도 밀린 부분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물론 일기를 억지로 쓰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기는 건너뛰더라도 할 일에 대한 기록만큼은 매일 하는 것으로 정해놓자. 아무것도 안 했으면 아무것도 안 했다고 적자.

 

마음 맞는 멤버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므로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작성해야 한다. 반드시 친할 필요는 없지만 불편한 사이면 안 된다. 일기를 혼자 쓰는 것이 아니므로, 서로의 상호작용 부분이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인원수는 최소 2명, 많아도 5명까지이며, 그 이상이면 깊이를 만들어내기 힘들 것이다.

 

이래라저래라 금지

공유 일기장은 각자의 도전, 성과, 실패, 고민에 대해 나누는 공간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누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하며, 결과에 대한 평가는 오직 스스로가 내려야 한다. '남들의 평가를 받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순간 적극적으로 나누기 꺼려지기 때문이다. 물론 각자의 고민에 대해 코멘트나 조언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지만, 등장하더라도 강압적인 톤이 끼어있으면 안 된다.

 

단순한 구조

공유 일기장을 쓰다 보면 "틀을 더 추가하자", "성과를 칸반 보드로 관리해 보자" 같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 함께 끄적이는 낙서장' 정도의 느낌이 적당하다고 본다. 공유 일기장은 어디까지나 일기장이다. '일기장을 열고 → 입력한다'라는 구조보다 복잡해지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고, 번거로운 느낌은 매일 업데이트한다는 꾸준함에 방해가 된다. 또, 서로의 상호작용이 공유 일기장의 핵심인데, 그 부분을 효율화해 버리면 재미없어진다.

 

회고 미팅

서로의 얼굴을 보며 회고하면 소속감이 더욱 강화된다. 화상 미팅 형태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못다 한 이야기는 차곡차곡 쌓은 뒤 오프라인에서 털어내 보라. 친구와 시시콜콜한 내용으로 떠드는 것도 즐겁겠지만, 매번 시시콜콜하면 지겹지 않은가? 했던 이야기 또 하는 것에 질렸다면, 공유 일기장으로 대화의 밀도를 높여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결론: SNS를 처음 했을 때의 기분

<출처: 작가 캡처>

 

<내용 정리>

1. 공유 일기장의 운영 방식: 매일 각자의 일기를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으로 회고 미팅을 한다.
2. 첫 예상과는 다르게 참여 열기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3. 공유 일기장만의 개성은 후련함, 인풋, 소속감.
4. 계속 잘 되기 위해 필요한 것: 마음 맞는 멤버, 오지랖 선 지키기, 낙서장 느낌 유지하기, 매일 업데이트하기, 회고 미팅

 

공유 일기장에서는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나와 무관한 사람의 자랑에 자극받을 필요도 없다. 가공된 사진이 주는 도파민에 절여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혼란스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저 우리들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나누면 그만이다. 이제야 내 삶에 도움 되는 SNS 서비스를 찾았다고 느낀다.

 

K군과 N군의 소감을 나누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혹시 비슷한 모임을 진행하고 있거나,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은 언제든지 댓글 부탁드린다.

 

K군: 페이스북이 처음 나왔을 때, 친구들과 열심히 담벼락에 글을 작성하며 느꼈던 즐거움을 공유 일기장을 통해 다시 느낌. 지금은 SNS에 공유하지 않을 내용들을 공유 일기장에는 솔직하게 적게 된다. 다른 사람의 시도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자극을 받고, 혼자 했다면 대충 타협했을 챌린지들도 많은 격려와 피드백을 받으며 지속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됨. 혼자 하고 있는 고민들을 타인의 관점을 빌려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너무 좋음. 내 심연 던전에 동료들과 함께 들어가는 느낌. ㅎ. 넵 계속할래? 묻는다면, 네!

N군: 두 달 전과 비교해서 정말 많은 게 달라졌다. 말 그대로 내 삶의 모든 걸 바꿔놓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하루 단위로 오늘을 계획하고 실행, 그리고 피드백하는 구조라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사이클이 만들어졌던 것 같음. 또 다른 분들이 하는 걸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동기도 받을 수 있었고, 내 관심 밖에 있던 것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창조적인 환경이라고 생각함. 오늘은 어떤 이벤트가 있었을까 / 나는 어떤 이벤트를 공유할까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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