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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3년 9월에 작성자의 브런치에 발행된 글로, 2024년 3월 현재 컬리의 상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글을 작성한 프로덕트 매니저의 흥미로운 접근과 분석법은 시기에 관계 없이 좋은 인사이트를 담고 있어 요즘IT에서 작성자의 허락을 받고 소개합니다. 발행 시점의 차이를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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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3년 9월에 작성자의 브런치에 발행된 글로, 2024년 3월 현재 컬리의 상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글을 작성한 프로덕트 매니저의 흥미로운 접근과 분석법은 시기에 관계 없이 좋은 인사이트를 담고 있어 요즘IT에서 작성자의 허락을 받고 소개합니다. 발행 시점의 차이를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쿠폰이 2주 넘게 안 오나요? 장바구니를 하나 담아보세요
‘띠링’, 광고문자가 왔습니다.
컬리는 3년 동안 저에게 구애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가입했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3년 간, 글을 작성하는 8월 24일 오늘까지도 꼬시고 있죠. 쿠폰 줄 테니 사라고요.
저는 컬리에서 딱 1번 사봤습니다.
가입하고 안 쓰던 앱이었는데 언젠가 컬리의 닭갈비 제품을 추천받았어요.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1년 전, 다이어트한답시고 닭가슴살을 사야 했습니다. 마침 컬리가 떠올라서 닭가슴살 5개와 장바구니에 있던 닭갈비를 샀습니다. (닭갈비는 왜..?)첫 구매 후 느낀 점은 맛있다, 빠르다, 비싸다.
'바쁜 와중이지만, 가벼운 1끼라도 까다롭게 고르고 예쁘게 차려먹는 고객'
아쉽지만 저는 컬리의 고객 퍼소나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컬리를 이용했습니다. 재구매 없는 이탈 고객이죠. (제품과 사업적인 관점에서는 컬리를 응원하고 좋아합니다)
‘띠링’, 재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컬리를 거의 쓰지 않아서 앱 안에서 했던 제 행동을 모두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3년간 컬리의 광고 문자를 쭉 늘어놓고, 그 사이사이에 제가 했던 행동을 끼워놓고 보면 어떤 패턴의 변화가 보이지 않을까요? ‘장바구니를 담으면 어떻게 됐을까? 첫 구매하면? 끝까지 안 샀을 땐?’
"제 행동에 따라 발송 패턴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고, 컬리의 CRM을 역으로 유추해보면 재밌겠다."싶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뻘짓’이 시작됐습니다.
우선 3년 치 문자 데이터를 크롤링 해보겠습니다. 네, 손으로 크롤링 해보겠습니다.
SKIP: 바쁘시다면 다음 목차로 건너뛰어주세요.
[컬럼]
발송 타입이라는 컬럼을 추가하여 자체적으로, 아래 2가지로 분류했습니다.
1) 정기(Regular) 타입만 모아볼 수 있게 필터링했습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컬리의 CRM을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어떤 문자는 별일 없어도 꾸준히 오는데(정기), 어떤 문자는 뷰티컬리 론칭, 보냉백 이벤트처럼 판촉 목적으로 한 번 오고 맙니다(1회성). 이러한 '1회성 프로모션' 은 필터링했습니다. 필터링하면 데이터가 총 50케이스로 줄지만, 그래야 정기적인 패턴이 더욱 뚜렷하게 보일 테니까요.
2) 시즈널한 목적의 쿠폰은 분석에 포함시켰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시즈널하게 반복되는 케이스는 제외하지 않고 함께 분석했습니다. 컬리는 시즌 때마다 집중적인 쿠폰 마케팅을 합니다. 예를 들어,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짧은 주기로 쿠폰을 많이 주는데 이 시기엔 CRM이 잠깐 중단됩니다. 시즈널한 목적의 쿠폰이 평상시에 주는 쿠폰을 대 체하는 것이죠. 따라서 시즈널 쿠폰을 제외하고 차트를 보면 패턴이 툭 끊기거나 뭉개지겠죠.
자, 분석해봅시다.
평균 1만 원이었습니다. 종류는 5,000원~13,000원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최소주문 3~4만 원을 맞추면 1만 원 할인이니 대략 30% 깎아주는 셈입니다. 21년 기준, 컬리의 매출원가율이 81%인 걸 감안하면 30% 할인은 팔아도 손해입니다. 컬리는 직매입 위주 플랫폼이고, 직매입한 상품은 할인하면 보통 플랫폼이 100%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마진 이내로 할인해야 하죠. 아마도 마진을 초과한 할인은 고객 유치 및 초반 온보딩을 위한 잠깐의 마이너스 투자일 겁니다. 충성고객으로 전환된 뒤에는 이 정도의 할인율이 지속될 수가 없겠죠.
할인 금액은 뒤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대부분 3일입니다. 가끔 긴박감을 주기 위해 1~2일로 짧게 줄 때도 있습니다.
발송 요일은 월요일 62%, 화요일 17%, 수요일 9%, 목요일 8%, 금요일 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요일이 압도적으로 많네요. 저는 목요일에 딱 1번 구매했는데, 제가 산 요일에 맞춰서 쿠폰을 주는 식의 개인화는 없었습니다. 개개인보다는 전체 주문량에 근거해서 요일을 선택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재밌는 건 토요일, 일요일 같은 주말에 발송된 건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예약 발송 없이 직원이 수동으로 보내는걸까요? (마케터도 직장인..)
신한카드의 2019년 리포트에 따르면, 컬리 같은 온라인 신선식품몰에서 주말 결제 비중은 20%가 넘습니다. 전체 결제의 20%가 주말에 일어나는데 이때 CRM 하지 않는 건 조금 의문이었습니다. 예약 발송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금요일에 보내서 3일 기한을 주는 식으로 관리할 수 있을 텐데,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시간대를 볼까요?
컬리의 모든 광고 문자는 오후 12시에서 18시 사이에 보내집니다. 전체 문자 중 80%가 점심시간(12~14시)에 왔고, 가장 늦게 온 시간도 18:00이었습니다. 직장인 워크타임에 맞게 굴러가죠.
다시 신한카드의 2019년 리포트를 보면, 컬리 주고객층(싱글, 유아/초등자녀, 청소년 자녀 가구)의 온라인 장보기 시간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출근 시간대(아침 7시)부터 점차 이용이 시작되다가 점심 시간대(11-13시)에 이용률이 크게 뜁니다. (파란색 영역)
오후 일하는 동안에도 이용률이 유지되고 퇴근후 21시부터 다시 이용률이 크게 뛰네요. (빨간색 영역)
퇴근 중 지하철(19~20시)에서 온라인 장을 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 고객들은 집에 도착해서 냉장고를 열어보고 남은 음식과 모자란 재료를 체크한 뒤에 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컬리의 이용률이 펌핑되는 저녁 아홉시는 CRM하기 매우 어려운 시간대입니다.야간 광고수신 동의를 따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정보통신망법 제50조 제3항에 따라 별도 동의 없이 오후 9시~오전 8시에는 광고 문자를 보낼 수 없습니다. 대부분 잘 동의하지 않으니 사실상 CRM이 어렵다고 봐야죠.
그렇다면, 야간광고에 걸리기 직전 20시 부근에 집중적으로 스케줄 발송하는 것도 해봄직한 전략이겠네요. 업무시간이 아니어서 마케터가 직접 체크해가면서 루틴하게 발송하기는 어렵겠지만요. 나아가, 오늘 밤 주문하면 새벽에 오는 컬리의 베네핏이 극대화되려면 야간 수신 동의율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저도 한번 야간 수신 동의를 켜고, 컬리가 밤에는 어떻게 CRM 하는지 테스트해 보겠습니다.
컬리는 며칠 텀으로 쿠폰을 보내줄까?
가장 보고 싶었던 대망의 발송 주기. '얼마 정도의 텀을 두고 다음 쿠폰을 보내주는지'입니다. 컬리가 고객을 어떻게 CRM하는지 아주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발송 주기입니다.
아래는 발송 주기 차트입니다.
※ 발송 주기를 뚜렷하게 보기 위해 x축도 시계열, y축도 동일한 시계열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x축) 가로는 '쿠폰이 발송된 날짜'입니다.
점과 점 사이 거리가 곧 발송 주기가 됩니다.
어느 기간에 다닥다닥 집중적으로 발송했고, 어느 기간에는 띄엄띄엄 발송했는지 봅니다.
(y축) 세로는 ‘발송 주기’입니다.
x축만 봐서는 정확한 발송 주기 값을 알기 어렵습니다. y축에서 정숫값을 더불어 보면서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미세한 패턴이 있는지 봅니다. 몇 개 점을 제외하면 오르내림이 랜덤하지 않고 일정한 패턴을 보입니다. 발송 주기에 어떤 규칙이 있음을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자, 이제 컬리에서 제가 한 행동을 끼워넣고 구간을 쪼개서 보겠습니다.
> 1. 가입(Action) > 온보딩 > 비활성화
> 2. 장바구니(Action) > 첫구매 유도 > 비활성화
> 3. 첫 구매 (Action) > 재구매 유도 > 비활성화
> 4. 오프보딩 > 휴면 > 이탈 >
> 5. 복귀 유도
순으로 구간을 나눌 수 있습니다. 1번부터 5번 구간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2021년 당시, 최대 1만 원을 할인 받을 수 있는 30% 쿠폰을 받았습니다. 컬리 홈페이지를 보면 요즘도 비슷한 1만 원 쿠폰을 주네요.
만약, 이 시기에 첫 구매가 일어나지 않으면 컬리는 약 1달 간 유저를 방치합니다.(노란색 구간)
온보딩 기간 동안 또 다른 쿠폰이 오지 않아요. 가입 후 1달 간은 오가닉하게 구매 전환되도록 여유 기간을 둔다고 볼 수 있죠. 가입하자마자 섣부르게 쿠폰을 남발하면 브랜딩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체리피커를 양산하여 LTV(고객 생애 가치)에 악영향을 줍니다.
1달이 지나면 컬리의 정기적인 CRM이 시작됩니다.(파란색 구간)
저를 비활성화 고객(구매행동하지 않는 고객)으로 판단하고 쿠폰이 오기 시작합니다. 평균 2주 텀으로 쿠폰을 지급합니다. 1건의 구매를 일으키고자 하는 컬리의 노력이 시작된 거죠.
만약 구매 행동을 하면 어떨까요?
비활성화 상태로 오랫동안 있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닭갈비를 담았습니다.
장바구니에 상품을 처음 담은 후 변화 (2주텀 -> 1주텀)
평균 2주 텀이었던 발송주기가 '1주 텀'으로 단축됐습니다. (빨간색 구간)
x축으로 다닥다닥 붙은 걸로 보셔도 되고, y축이 낮아진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구매를 위해 쿠폰을 공격적으로 주기 시작했습니다. 장바구니를 담고 대략 40일 동안은 1주 텀으로 쿠폰을 받았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40일 간 구매하지 않으니 비활성화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2주 텀 쿠폰 지급 (파란색 구간)
2022년 5월 19일. 여름을 앞둔 저는 다이어트를 하려고 닭가슴살과 닭갈비를 구매했습니다.
첫 구매를 하면 다음 구매를 유도하려고 쿠폰을 막 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첫 구매를 해도 1달 동안 발송 텀은 2주입니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구매한 첫 주에는 할인 금액도 뚝 떨어집니다.
"엄선된 식품, 새벽배송 맛을 한번 보면 헤어나오지 못할 거야"
첫 구매를 통해 First Happy Experience를 겪고 활성화될 테니 (= Activation) 컬리는 자신들의 고객이 됐다고 판단할 것이고, 고객이 자연스러운 재구매 행동까지 알아서 하길 원할 겁니다. 자연스러운 재구매 행동은 무엇일까요? 고객들의 평균 구매주기를 봐야합니다.
오픈서베이 2022년 설문 결과를 보면 컬리 고객들의 월 평균 구매 빈도는 2.34회입니다. 구매 주기를 계산해보면 12.8일이네요. 대략 2주 텀이죠. 컬리도 이에 CRM을 합당하게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22년 5월 컬리의 발표에 따르면, 신규 고객의 재구매율은 77%에 육박합니다. 내버려둬도 알아서 구매할 것 같으니 쿠폰을 남발하지 않고 아끼는 거죠. 더 사라고 강요하기보단 구매 주기에 맞춰서 하나씩만 던져줍니다. 어차피 77% 확률로 살 테니까요.
하지만 재구매하지 않는 23%의 고객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를 포함)
어라, 안 살거야?
재구매 유도 CRM이 시작됩니다. 평균 2주 텀이었던 발송주기가 '1주 텀'으로 단축됐습니다.
총 90일(3개월) 동안 재구매 유도를 위한 1주 텀 발송이 반복됩니다.
장바구니를 담으면, 첫 구매를 유도하는 기간보다 (40일) 첫 구매 시, 재구매를 유도하는 기간이 훨씬 깁니다(90일). 보다 확실한 구매 행동을 한 고객이므로 더 공격적인 CRM을 펼칠 수 있죠. 하지만, 장장 90일 간의 재구매 유도에 실패하면 다시금 비활성화 상태에 접어듭니다. (2주텀)
다시 전체를 펼쳐볼까요? 텅 비어 보이는 구간이 있죠.
이제까진 최소한 2주에 쿠폰 1개씩은 줬습니다. 안 사면 2주 텀으로 주고, 구매행동을 하면 1주 텀으로 줬죠.
만약 장바구니 하나 담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 어떻게 될까요? 컬리도 고객을 포기하게 됩니다.끝까지 재구매하지 않으니 점의 갯수가 확 줄었지요.
컬리는 (구매 전환된 고객의) 비활성화 기간을 2개월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비활성화인 채로 2개월이 지나면 컬리는 고객을 떠나보내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쿠폰이 오지 않는 거죠.
휴면과 이탈로 이어지는 오프보딩이 시작된 것입니다.
(1) 휴면
지급되던 쿠폰이 완전히 끊기고 약 2개월 간 휴면 유저가 됩니다. 2개월이 지나고 마지막 쿠폰 1개가 지급됐습니다.
(2) 이탈
마지막 쿠폰도 무시했습니다. 이마저 쓰지 않으면 약 6개월 동안 이탈 유저가 됩니다. 완벽히 컬리 앱을 떠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죠. (Churn)
저도 컬리를 완벽히 잊고 지냈어요. 알림이 안 오니 앱이 깔린지도 모르고 살았죠. 그렇게 6개월 간 소식이 없더니 6개월이 딱 경과하자마자 컬리가 다시금 말을 걸어왔습니다.
고객 획득(Acquisition)의 다양한 경로 중에서 이탈 고객의 재유입, 부활(Resurrection)은 의외로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CRM할 땐, 이 경로를 눈여겨 관리해야 합니다. 예로, 중독성 강한 카지노 계열의 게임은 1년 동안 접속하지 않은 이탈 유저에게 문자를 보내서 톡 건드리기만 해도 20%에 가까운 부활율을 보입니다. 굉장히 효율적이죠.
완전 잊고 있던 앱에서 뜬금없이 푸시 알림이 오면 괜히 한 번 접속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자주 쓰는 앱이어도 반복적으로 오는 알림은 짜증나는 스팸처럼 느껴지지만,
안 쓰는 앱에서 오랜만에 오는 알림은 괜시리 궁금하고 신선한 인상을 주죠.
여기서 포인트는 "오랜만에"입니다. 안 쓰는 앱에서 자꾸 알림을 보내면 고객은 앱을 삭제하거나 알림을 끄게 됩니다. 귀찮아서 별다른 조치를 않더라도 최소한 부정적 인식은 생기겠죠.
그래서 컬리는 6개월이라는 시간을 둔 것 같습니다.고객이 완벽히 앱을 떠난 것으로 판단되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긴 호흡으로 CRM을 쉬는 거죠.
지금은 다시 앱으로 복귀하길 유도하고 있어요.6개월이 지나고, 고객이 컬리를 까먹으면 다시 말을 겁니다. 아래는 6개월 만에 다시 받고 있는 쿠폰의 발송 날짜입니다.
이탈 고객인 저를 부활시키기 위해 2주 텀으로 쿠폰을 주고 있네요. 재밌는 테스트를 해볼까요?
장바구니에 쭈꾸미를 담았습니다.
부활할 것처럼 2023년 8월 24일 장바구니에 쭈꾸미를 하나 담았습니다. 컬리가 반응할까요?
반응할 겁니다.
예측컨대 장바구니를 담았으니 짧게 1주 텀으로 쿠폰을 줄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 쿠폰을 받은 8월 22일로부터 1주일 경과한 8월 29일쯤 쿠폰이 오지 않을까요?
실제로는, 8월 28일에 쿠폰이 왔네요. 역시 장바구니를 담으니 1주 텀이 됐습니다.
구간별로 발송 주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n주 텀 = n주 텀으로 발송 받았다는 뜻. 기간을 의미하지 않음)
이를 바탕으로 컬리의 CRM 프로세스를 역추론해볼까요?
급하게 그려봤습니다. (틀린 점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요약하면,
위쪽 파란 박스들은 {가입, 장바구니, 구매} 등의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전개되는 CRM이고,
고객이 무반응할 때는 아래 검은 박스 쪽으로 빠지게 됩니다.
혹시 컬리에서 문자를 받고 계시다면 도표를 보면서 비교해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세그먼트가 다르겠지만, 컬리를 여러 번 사용한 가족의 문자 데이터로 더블 체크해봤는데, 위 내용은 얼추 들어맞았어요.
추가 데이터로 알 수 있었던 내용은 2회차, 3회차 구매부터는 즉시 1주 텀 쿠폰 지급으로 관리된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첫 구매와 다른 점)
도입부에 얘기한 대로, 제가 컬리에서 받은 쿠폰의 평균 할인금액은 1만 원입니다. 대부분 7천 원~1만 2천 원이었고, 특수한 경우 저가 5천 원 또는 배송비 할인. 이탈 상황에서는 최대 1만 3천 원 할인도 줬습니다.
원래 할인금액만 보고는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할인율을 함께 보아야 하죠. 그러려면 '최소주문액'으로 나누어 최대 몇 % 할인인지 봐야 하고요. 사업적으로 용인된 할인율을 뼈대로 CRM을 설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할인금액은 CRM의 얼굴입니다. 고객은 쿠폰의 액수만 봅니다. 그래서 할인금액 설계는 중요하죠.
마케팅 관점에서 쿠폰의 액수는 그 자체로 ‘후킹’요소입니다. 할인금액은 할인율보다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숫자입니다. 1만 원 할인. 얼마나 깔끔한가요. 마케팅은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할인율이 CRM의 뼈대라면 할인금액은 '얼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컬리는 할인금액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을까요?
차트의 모양새, 위 아래 움직임만 보십쇼.
알파벳 W 모양의 지그재그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잘 안보이시나요? 할인금액이 특수하게 떨어진 적이 2군데 있어 차트를 보정해보겠습니다.
이제는 잘 보이시나요? 파란색 박스 단위로 보면, 그 속에서 W 모양으로 업다운 패턴이 생기고 있습니다. (ex. 고 - 저 - 중 - 저 - 고) 발송 텀과는 무관하게 W 모양은 끊기지 않고 이어지죠.
(1) 쿠폰 금액의 오르내림을 반복시켜서 상대적으로 '많이 할인하는 순간'을 만듭니다.
매번 7천 원 할인하면 고객은 그 가격을 정가로 여깁니다. 전혀 특별하지 않죠. 어제는 4천 원 할인이었는데, 오늘은 1만 원 할인하면 어떨까요? 오늘이 많이 할인하는 순간이 됩니다.
(2) 고객의 학습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쿠폰 금액을 변칙적으로 바꿈으로써 패턴을 알 수 없게 하고, 의도적인 체리피킹을 방지합니다. 실제로 쿠폰 CRM을 운영해보면 꽤 많은 유저가 자 신이 쿠폰을 받는 패턴을 알아채고 역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안 사도 더 높은 쿠폰을 줄 걸 알아채고 기다리는 식이죠.
아래 두 패턴을 비교해볼까요.
A 패턴은 시간이 지날수록 쿠폰의 액수가 높아집니다.
고객이 패턴을 알아채기 쉽죠. 안 사면 오르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똑똑한 고객은 구매를 미루고 더 높은 쿠폰을 기다립니다. CRM을 해서 되려 고객 구매주기가 늘어나는 셈이니 최악이지요.
지급하는 순서만 바꿔서 변칙적인 B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금액이 들쭉날쭉하여 고객이 학습하기 어렵습니다. 어떨 땐 높은 쿠폰이 오고, 어떨 땐 낮은 쿠폰이 옵니다. 아주 랜덤하게 느껴지죠. 저처럼 50건을 펼쳐놓고 차트화하지 않는 이상은 모를 겁니다.
큰 단위로 보아도, 컬리는 의도적으로 쿠폰의 금액대를 다채롭게 바꿔가며 유저를 테스트합니다.
W 모양은 계속해서 그리고 있지만, 이번달 W와 다음달 W 모양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차트를 보면 'WWWWW' 식으로 단순 반복되지 않고, 'WwwWw' 식으로 위아래 폭이 계속 바뀌지요.
Y축(가격)의 위치도 바뀌구요.
그냥 랜덤하게 가격대를 결정해서 뿌리는 걸까요?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1명의 유저에게 다양한 패턴을 써서 테스트해보는 것입니다.
유저마다 어떤 패턴이 먹힐지 모르니까요.
아래 첫 구매부터 휴면까지의 할인금액 변화를 볼까요?
W패턴은 총 5번 반복되지만 금액대가 달라지고, 변동폭이 달라집니다. 모두 다 같은 W가 아닌 것이죠.
그리고 그 변화에는 확실한 의도가 보입니다. 무작위가 아니죠. 이렇게 의도적인 테스트를 함으로써 고객의 학습을 방지하고, 어떤 패턴에 걸려드는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겁니다. 어떻게든 1번만 사게 하면 되니까요.
최소 4만 원을 사면 1만 원을 할인해주겠다.
위 문장을 고객은 '1만원 할인'으로 읽습니다.
컬리는 어떻게 읽을까요?
CRM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건 '할인율(%)'입니다. 최소 주문액이 얼마인지에 따라서 마진을 얼마나 포기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위 문장을 25% 할인으로 읽게 됩니다. 그만큼 할인율은 중요하고, 마케터가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할인율을 보면 CRM 구조가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아래는 컬리 쿠폰의 할인율(%) 차트입니다. (할인금액 / 최소 주문액 * 100 으로 계산)
제가 받은 쿠폰의 평균 할인율이 28%이므로 할인율 30%를 기준으로 나누어 영역을 구분하였습니다.
할인율이 어떨 땐 높고, 어떨 땐 낮은지 보이시나요?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해서, 일정 수준 활성화된 것으로 판단되면 할인율이 낮아집니다. (위 1, 2, 3번 박스) 가입하거나, 장바구니를 담거나, 첫구매했을 때가 그렇죠. 그 외에는 30% 밑으로 거의 내려오지 않습니다.
(1) 고객이 비활성화되거나, 휴면-이탈 상태일 때는 모객 관점으로 CRM하게 됩니다.
조금 사도 괜찮으니 이만큼이나 할인해줄게. 어차피 안 살 고객이므로 높은 할인율로 유인해서 다시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입니다.
(2) 활성화된 고객에게는 유지 관점으로 CRM하게 됩니다.
고객은 구매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보다 고민 없이 구매하도록 가격적인 허들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커머스 경쟁은 치열합니다. 활성화된 고객이더라도 쿠폰을 주지 않으면 떠나기 마련입니다. 단, 구매의사가 높은 고객이므로 비활성화 고객보다는 낮은 할인율을 주게 되죠.
그래도 할인율이 20~25%나 됐어요. 꽤나 높습니다.
컬리 마진율을 초과하는 수준이므로 이렇게 할인율 높은 쿠폰을 계속 보내줄 순 없을 겁니다.
컬리를 쓴지 오래된 사람이 받는 쿠폰은 어떨까요?
컬리를 자주 사용하는 가족 1명의 추가 데이터로 확인해봤습니다.
4회차 구매부터 충성 고객이 되었다고 판단한 것인지 할인율이 15~20%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정확히 컬리의 매출원가율(81%)에 맞춰서 마진 내에서 할인하고 있네요.
발송요일, 시간대, 주기, 할인금액, 할인율
1) 발송요일
2) 발송 시간대
3) 발송주기
4) 할인금액
5) 할인율
재밌었습니다. 컬리에서 1번 구매한 제가 문자 50개로 알아낼 수 있는 건 이 정도였습니다. 작은 데이터로 분석한지라 일반화하기 어렵겠지만, 컬리의 CRM을 유추하고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나름 유의미했던 것 같습니다.
틀린 부분도 있겠지만, 자유롭게 생각의 가지를 이어나가면서 분석해보니 꽤 재미있었습니다. 혹시 제 뇌피셜이 조금이라도 도움되셨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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