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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For Fun! ‘보랏빛 소’ 같은 이 개발사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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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

사내 해커톤에 진심인 IT서비스 회사, 퍼플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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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For Fun! ‘보랏빛 소’ 같은 이 개발사의 생존법

 

Editor’s note

 

요즘IT에서는 IT서비스 시장에서 활동하는 흥미로운 개발사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전하고자 합니다. SI 시장에서 프로젝트의 규모는 수 천 억 대 대규모 프로젝트부터 수천, 수백 규모의 작은 프로젝트까지 다양합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 ‘을’ 정도로 참여하는 기업이나 대기업 SI의 이야기는 종종 접할 수 있지만, 그보다 작은 개발사의 이야기는 접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정말 다양한 플레이어가 있고, 그중에는 개발자 및 메이커를 귀하게 여기는 좋은 조직문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흥미로운 프로덕트를 만들어내고 또 고민하는 곳이 있습니다. SI 회사는 가면 안되나요? 라는 글의 반응을 통해 SI 시장에 관해 막연히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는데요. 다양한 기업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개발자들이 더욱 넓은 옵션을 갖고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첫 번째 기업으로, 흥미로운 조직문화와 포트폴리오를 가진 퍼플아이오의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사무실 자리 예약 프로그램을 만들어봅시다!”

 

2023년 5월, 패션 플랫폼 ‘코오롱몰’을 운영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개발사 ‘퍼플아이오’는 사내 해커톤 ‘퍼플톤’을 진행합니다. 사무실을 이사하며 자율 좌석제를 실행하게 되자, 자리를 효율적으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진 건데요. 당시 77명이던 직원 수에 비해 사무실 좌석 수는 그에 못 미치는 57석, 복지로 제공된 안마의자는 단 2개였습니다. 재택근무제를 실행해 모든 인원이 한꺼번에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가 없었기에, 좌석이 적어도 괜찮았던 건데요.

 

다만 좌석이 다 찼는지 모르고 출근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 어느 자리가 비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비효율과 안마의자가 비었는지 매번 확인해야 하는 비효율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죠. 개발자가 80%인 회사이니, 실제로 뚝딱뚝딱 개발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에 퍼플아이오 경영진은 해커톤을 개최해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채택된 팀에게 상금 100만 원을 내걸었습니다. 개발을 위해 필요한 실비와 진행경비는 참가 팀 전원에게 별도로 제공했고요.

 

이에 총 6팀, 전체 인원의 43%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내놓은 그 결과물이, 실제로 존재하면 써보고 싶을 만큼 놀랍습니다. 그 결과물을 게시한 X(구 트위터) 스레드만 5만 명이 넘게 봤죠. 먼저 그 결과물부터 보겠습니다.

 

1. 게더타운 컨셉의 ‘퍼플 플레이스’

메타버스 화상회의 플랫폼 ‘게더타운’의 컨셉을 활용해, 맵에디터로 회사 도면을 그대로 옮겨와 만들었습니다. 한땀한땀 누끼 따 삽입한 책상을 누르면 실제 좌석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책장에는 실제 회사가 보유한 도서 목록을 연동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2. SaaS 제안서 같은 ‘offiCo’

QR코드를 스캔해 그날그날 출근 현황과 공유 좌석 점유 수, 빈 좌석 수 등을 앱 대시보드에서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프로필 이미지를 눌러 나오는 사이드바에서 사용 현황 확인, 좌석 반납, 근무 스케줄 입력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관리자 화면까지 마련했고요.

 

 

3. 가차 게임 차용한 ‘Get A Chair’

슈퍼마리오 게임을 활용해 가차 게임처럼 랜덤하게 자리를 선택하고, 아이템을 사용해 자리를 바꿀 수 있게 하는 등 좌석 예약을 게임처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습니다.

 

 

4. 역시 SaaS 제안서 같은 ‘행정복지사무소’

앱에서 근무 스케줄을 관리하고 익명 건의를 할 수 있도록 하며, 법인카드 사용 내역, 도서 목록, 장비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종합 그룹웨어 SaaS로 기획했네요.

 

 

5. 키오스크까지 고려한 ‘픽시트’

자리 예약시 문제점을 분석해, 소속된 파트, 팀원들의 출근 날짜, 출근 날짜를 입력하지 않은 인원의 관리 등을 한번에 할 수 있는 화면과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당일 남은 공유석과 자신의 출근일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고 사무실 입구에 키오스크를 배치하는 아이디어까지 더했네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이뤄진 팀이 만든 것으로 화면 전환 효과와 세부적인 애니메이션, 캐시 같은 디테일의 완성도가 높았다고 해요.

 

 

6. ChatGPT를 활용한 ‘ChatKMJ’ 

ChatGPT를 활용해 대화형으로 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했네요. 날씨나 일정 브리핑 기능도 있어요.

 

 

이중 1등한 제품은 개발되어 실제로 현재 사내에서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어떤 게 1등 했을까요? 댓글로 달아주세요. 2024년 3월 22일 금요일 5시까지 댓글 남겨주신 분 중 정답을 맞추시는 분을 한 분 추첨해 1만 원 상당 커피 금액권을 드립니다. (댓글은 요즘IT에 로그인한 뒤 남길 수 있으며, 당첨 시 대댓글로 상품을 수령할 연락처를 보내주실 곳을 안내드립니다.)

 

이 회사가 이처럼 해커톤 형식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3년에는 벌써 세 번째 열린 행사였죠. 첫 번째로 열린 2021년 ‘퍼플톤’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실제로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했고, 그중 하나인 ‘코드앤버터’는 현재 실제 제품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뭐 하는 회사냐고요? 퍼플아이오의 시작은 2010년 ‘퍼플웍스’라는 회사의 창업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회사의 주요 수익원은 소위 말하는 SI였습니다. ‘갑’ 사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용역을 투입해 개발하는 회사였죠. 물론 창업 초기부터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도전을 하며 주요 IT 매체로 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제품은 없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시장보다 한발 앞선 제품을 개발하는 바람에 시장의 환영을 받지 못한 시도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발전해왔죠.

퍼플아이오

 

퍼플아이오는 퍼플웍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으로 분사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코오롱FnC와 퍼플웍스의 합작법인으로 출범해 코오롱몰과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백오피스 등 코오롱Fnc의 이커머스 개발을 전담하고 있죠. 현재는 코오롱 프로젝트를 넘어 자체 SaaS의 글로벌 진출 등을 꾀하고 있습니다.

 

 

‘Just for Fun!’ 개발자의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에 의한

이 회사의 CTO는 국내에 ‘도커’를 널리 알린 김충섭 CTO입니다. 그가 운영중인 블로그 ‘서비큐라 기술 블로그’를 통해서죠. 그는 퍼플아이오의 전신인 퍼플웍스의 창업 멤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의 창립부터 함께한 윤정훈 대표는 퍼플웍스의 멤버는 아니지만, 퍼플웍스 창립 멤버들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라도, 퍼플아이오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퍼플웍스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퍼플웍스는 2010년 고려대학교 컴퓨터교육과 선후배가 주축이 되어 창업한 팀으로, 당시 막 개화중이던 모바일 앱 개발 시장의 초창기 굵직한 IT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성장했습니다. 유준석 대표와 김정훈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현 퍼플아이오 김충섭 CTO 외 몇 명이 함께 시작했죠. 삼성증권, 이랜드, SK플래닛, LG U+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창업 이후 1년 만에 매출 11억을 냈다며 기사가 나기도 했습니다. 퍼플아이오의 윤정훈 대표는 창립 멤버는 아니었지만 같은 과 동문으로 이들의 창업과 성장을 옆에서 도우며 지켜봤습니다.

 

증권사, 공공기관, 유통사 등 다양한 발주사를 대상으로 앱 및 홈페이지 개발, 플랫폼 고도화, 유지보수, 솔루션 개발 및 납품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했는데요.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받으면 대부분 운영, 유지보수까지 진행했다고 합니다. “‘기술적인 제한을 두지 말자’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수 있다’는 큰 규칙과 방향성이 있었기에 도메인을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라고 김CTO는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그래서 SI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많은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퍼플웍스

 

“개발이 재미 있던 사람이 모여 시작”했다는 이 팀은 ‘기술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가 이야기한 “JUST FOR FUN” 정신을 추구했죠. 거기에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책 <보라빛 소가 온다>에서 강조한 ‘리마커블(Remarkable)’에 영감을 받아 기술을 통해 “뭔가 멋진 것들(remarkable)을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세스 고딘은 여러 소 중에 보랏빛 소가 있으면 눈에 띄는 것처럼, 존재감을 뽐내는, 흥미로워서 자꾸 주목하게 되는 ‘리마커블’한 것을 ‘보랏빛 소’에 빗댄 것인데요. 퍼플웍스라는 이름의 ‘퍼플’ 또한 여기서 영감을 받아 붙인 것입니다.

 

퍼플웍스 팀은 창업 초창기부터 SI와 자체 서비스 개발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유지해왔습니다. 전략에 맞게 팀 운영까지 SI 사업을 계속하는 Innovation Lab, 자체 개발을 계속하는 Creative Lab으로 둘로 나눠, 회사의 현금흐름과 성장을 위한 투자 모두 붙들고자 했죠. 당시는 7-8명 규모의 작은 팀이었기에 “업무를 완전히 나누어 할 수는 없었지만 꾸준히 그 전략을 실행해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김CTO는 설명했습니다. 이 팀은 2020년 퍼플아이오를 분사시키기 전까지 100% 개발자로 운영되는 조직이었습니다.

 

 

자체 서비스 개발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SI로 1년 만에 매출 11억을 낸 젊은 팀이라는 것과 별개로, Creative Lab이 개발한 자체 서비스로서 처음 주목받았던 것은 ‘광고’ 분야에서의 도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전통적으로 대중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 영역이던 TV, 신문 광고보다,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광고가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카메라에서 피사체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렌더링할 수 있는 진보가 있기도 한 때였죠. 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광고 분야에 도전하고자 사람과 디스플레이가 상호작용하는 미디어 아트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 가방 브랜드의 매장 벽면에, 사람이 움직이면 그 움직임을 인식해 가방이 사람을 따라다니는 광고를 투사했습니다. 디스플레이 위에서 손을 움직이면 그 손을 따라 픽셀이 흩어지는 등의 미디어 아트 개발 작업도 했죠. 요즘으로 따지면 아르떼 뮤지엄에서 구현된 미디어 아트를 꿈꾼 것입니다. 기획을 전담으로 하는 회사와 제휴해, 퍼플웍스에서는 기술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하나하나 개발 기간과 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했고, 한번 활용했던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기보다 매번 새로운 걸 다시 만들어야 했기에, 작은 팀이 이를 지속하기에는 쉽지 않았다”고 김 CTO는 당시의 고충을 전했습니다. 게다가 기획 회사의 사업 종료로, 이 도전은 아쉽지만 접을 수밖에 없었죠.

 

광고 사업은 접었지만 자체 서비스 개발은 지속되어, 2016년에는 ‘홈쇼핑처럼’이라는 일종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개발합니다. 6개월 정도 SI 용역을 멈추면서까지 전 팀이 집중한 프로젝트였죠. 맛집의 맛있는 음식을 모바일에서 라이브로 송출하고, 그것을 밀키트로 제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였죠. 현재 서비스 되고 있는 ‘그립’ 같은 서비스를 떠올리면 됩니다. 외주 프로젝트를 하다 인연이 생긴 사람이 아이디어를 주었고, 그가 맛집 발굴,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개발 등의 기획을 맡고 퍼플웍스는 기술을 제공하는 식으로 협업하는 모델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비즈니스는 코로나 시기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2016년에는 다소 시기상조였습니다. 당시 맛집이 밀키트를 제작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유입돼 퍼플웍스라는 회사가 조금은 알려지게 됐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식당의 협조를 받기 어려웠다”고 김 CTO는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6개월 정도 운영 후 종료됐고, 현재 ‘플레이버 키친’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해 카카오, 컬리 등에서 HMR 유통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성공하지는 못 했지만 “당시 경험을 코오롱몰 라이브 방송에 적용했어요. 그때 쌓은 노하우와 경험이 있어서, 굉장히 빠르게 빌드업할 수 있었죠.”라며 배운 점을 들려줬습니다.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 외에 다른 일에도 도전했습니다. ‘파인 스테이(fine stay)’를 제공하는 스테이폴리오에 서비스 개발, 운영 등의 기술적 지원을 하고,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의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스테이폴리오는 좋은 숙소를 선별해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돕는 숙소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이처럼 콘텐츠가 좋은 회사와 기술력에 자신 있는 우리가 합작해 서비스를 만들어 런칭, 테스트해보는 시도는 스테이폴리오를 포함해 약 3회 정도 진행했지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게 스테이폴리오였다”고 김 CTO는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I 개발사가 기획, 콘텐츠가 있는 회사와 함께 서비스를 개발하고 지분을 나누는 형식의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것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지만, 성공 사례는 굉장히 드물다고 합니다. 개발 팀이 서비스를 구축한다 해도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현재는 스테이폴리오 자체적으로 개발 인력을 운영하고, 퍼플웍스에서는 기술적으로 자문하고 있습니다.

 

 

퍼플아이오의 분사와 퍼플톤

자체 개발한 ‘홈쇼핑처럼’을 종료하고, 다시 SI를 시작하며 코오롱FnC와 인연을 맺게 된 퍼플웍스는,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때는 커머스 업계의 디지털 전환에 관한 관심과 의지가 높아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퍼플웍스는 코오롱FnC가 운영중이던 이커머스 플랫폼인 ‘코오롱’몰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2-3년 정도 진행했습니다. 장기간의 협업으로 신뢰가 싹튼 두 기업은, 퍼플웍스가 가진 기술력과 유통 노하우를 가진 코오롱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 합작법인을 출범하기로 해 2020년에 만들어진 것이 ‘퍼플아이오’입니다.

 

퍼플아이오 윤정훈 대표(왼쪽)와 김충섭CTO(오른쪽)

 

퍼플아이오는 현재 코오롱몰 그 자체뿐 아니라 코오롱몰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 운송, 고객 관리 등의 서비스 또한 맡고 있습니다. 배송, 교환, 반품 등 물류를 관리하는 WMS, 상품의 주문과 정산 등을 관리하는 PIMS, 채널 메시징을 관리하는 KUMS, 고객 관리를 위한 CRM 등 이커머스 브랜드를 운영하기 위한 각종 버티컬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죠.

 

하지만 퍼플아이오도 퍼플웍스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트랙을 걷는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코오롱몰의 서비스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일을 하지만,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해 성공시킨다는 목표를 동시에 갖고 있죠. 이를 위해 역시 팀의 주요 업무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설립할 때부터 코오롱FnC의 온라인 비즈니스와 SaaS 형태의 서비스 제공, 이 두 가지를 목표로 했어요. 2020년 시작할 당시에는 코오롱 온라인 비즈니스의 비중이 가장 컸지만, 2023년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서비스 비중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어요.”_윤정훈 대표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서비스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 글의 도입부에 소개한 ‘퍼플톤’입니다. 김 CTO는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재밌는 걸 해보자, 하다가 기왕 할 거 비즈니스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걸 해보자, 해서 2021년에 처음 사내에 사업 아이디어 공모를 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첫 회에서는 자유롭게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도록 했는데, 27명이 참가해 아이디어 53개를 피칭했습니다. 한국 아이돌의 굿즈를 거래하는 플랫폼, 편리한 결제 기능을 붙인 세차장 플랫폼, 자주 사용하는 커머스 기능을 API로 제공하는 SaaS 등이 발제됐습니다. 2022년에 진행된 2회에서는 상품 상세페이지를 쉽고 빠르게 작성하도록 돕는 서비스, 이커머스 광고 모델 기용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가상 모델 에이전시, 사진 시안을 고르기 위해 출력,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사진 시안 선택 협업 툴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고요. 아이디어 발제에 대한 상금, 본선 진출 상금, 채택과 실제 개발에 관한 상금 및 실비 지원, 사업화 결정 시 인센티브 등을 보상으로 내걸었습니다. 윤 대표는 “실제로 사업화가 되고 운영될 때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SaaS ‘코드앤버터’

각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을 중심으로 1, 2회차에 나온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중 살아남은 것은 현재 ‘코드앤버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입니다. 1회차에 등장한 아이디어인 ‘모두의 API’가 발전된 것이죠. 다수의 커머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팝업 관리, 배너 관리 기능을 반복해서 개발하게 되자 이를 코드만 붙여 사용할 수 있게 해 내부에서 활용하고 있었는데요. 다른 곳에서도 이와 같은 기능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 같아 런칭한 SaaS 서비스입니다. 개발자들이 필요해 할 거라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막상 런칭한 뒤 사용자 인터뷰를 해보니, 시장의 기대와 퍼플아이오의 기대가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서비스는 좋은데 돈 주고 쓰기엔 아깝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코드앤버터 홈페이지

 

“사람들이 원하는 것, 불편한 점을 해소해줄 수 있는 걸 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우리가 가진 기술을 어떻게 포장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 것 같아요. 고객을 먼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리를 먼저 바라보고 시도했던 것 같아요”_김충섭 CTO

 

단순히 ‘개발이 편하다’라는 걸 넘어, 이걸 실제로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발자들은 돈을 내고 쓰기보다 만들어 쓰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이런 기능을 도입해 회사에 기여하는 직무가 아니다 보니 실제로 필요로 하거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팝업, 배너 등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고객의 반응을 트래킹해야 하는 마케터, 운영자를 타깃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최근 코드앤버터가 창출하는 매출도 성장세라고 하는데요.

 

이처럼 새로운 사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다 보니, 2023년에는 기획자, 디자이너의 채용을 늘리게 됐고, 현재는 현재는 개발자 80%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윤 대표는 “이제는 뾰족한 기능 하나를 가진 SaaS를 여러 개 사용해야 하는 피로감이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복합적인 기능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컴파운드 SaaS’에 대한 니즈가 증가했다고 판단했다”며 “코오롱몰을 개발, 운영하면서 빌드업했던 CRM, 메시징, 물류 관리 시스템 등을 패키징해 이커머스를 위한 종합적인 형태의 SaaS를 코드앤버터에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퍼플아이오 비전

퍼플웍스는 시작부터 “개발자를 귀하게 여긴다”는 슬로건을 회사 소개에 내걸었습니다. 개발자의 역량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통적인 기업 문화에서는 개발자가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전히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을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회사들도 많죠. “개발자를 귀하게 여긴다”는 것에는 그런 기존 문화와 달리 개발자의 생각과 일을 존중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퍼플아이오에서도 이 정신이 이어지는데, 회사 규모도 커지고 다양한 인력이 모인 만큼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으로 확장됐습니다. 태생은 ‘개발조직’이지만 단순히 개발자가 귀하다는 것을 넘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 기술에 집중한 비즈니스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미인데요. 그 일환으로 ‘경영지원 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HQ(Head Quarter)’라는 이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다른 팀을 지원하는 팀이 아닌 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기여하는 팀이 되어 달라 요청했더니, 팀원들이 직접 이 이름을 선택해 사용하게 됐다고 하고요.

 

퍼플아이오의 또다른 원칙 중 하나는 ‘구성원이 성장하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윤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8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가 갈아넣어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퍼플아이오 팀원들은 여기서 보내는 8시간을 ‘내가 성장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앞서 소개한 퍼플톤과 같은 행사뿐 아니라 사내 멘토링 제도, 팀 구분 없이 기술을 공유하는 ‘테크토크’ 세션 등도 실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새로운 기술에 굉장히 열려 있다”고도 하는데요. 실제로 김 CTO 스스로도 신기술을 사용해 보는 데 적극적입니다. 몇 년 전에는 개발자들이 개발 프로그램이나 팁, 장비를 공유하는 ‘마이세팅’이라는 개발자 커뮤니티 서비스를 사이드프로젝트로 개발했는데 당시 ‘Tailwind CSS’와 ‘Supabase’를 처음 써봤다고 합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서비스에도 Taiwind CSS는 회사 프로젝트에 적용해 사용하고 있고요.

 

김 CTO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기술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지, 그 부분이 명확하다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입을 결정한 뒤에는 내부적으로 작은 프로젝트에서 테스트해보고, 문제가 없다면 도입한다”며 “최근에는 리액트 앱라우터와 클릭하우스에 관해 굉장히 많은 논의를 하고 도입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퍼플아이오는 “대한민국 최고의 글로벌 SaaS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코오롱FnC의 디지털 전환을 지속적으로 잘 서포트하는 것"과 "코드앤버터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CRM 솔루션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습니다. “코오롱FnC 시스템이 다 개발되면 할 일이 없어지는 거냐”고 묻자, 김 CTO는 “관련해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며 “현재는 판매 쪽에 집중된 시스템을 빌드업했는데, 물류를 직접 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고 생산과 관련해서도 필요한 시스템이 상당히 많다. AI를 활용하여 전반적인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드앤버터의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코오롱FnC의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과 운영을 통해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퍼플아이오의 역량을 모아 도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 글에서는 ‘퍼플아이오’라는 회사의 성장과 조직문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JUST FOR FUN!’ ‘개발자를 귀하게’ 등 10년이 넘게 이어온 기본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자체 서비스 개발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퍼플웍스, 퍼플아이오였는데요. 퍼플웍스에서 분사해 약 30명 규모로 시작했던 퍼플아이오는 현재는 3년 사이 직원 규모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에 이제 제품의 성장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문화를 고민하고 있죠. 오랫동안 다져온 철학이 IT서비스 업과 제품의 성장, 규모가 커진 조직에 어떻게 녹아들어갈지 궁금해지는 팀입니다.

 

주변에 이런 흥미로운 팀, 기대가 되는 팀을 알고 계시다면 요즘IT에 알려주세요. IT서비스 현장의 다양한 개발자의 성장을 지원하겠습니다.

yozm@wishk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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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rin0130
            @요즘IT 메일 보냈습니다!
          
2024.03.26. 오후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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