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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팬으로서 과거 실적 발표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새롭게 선보인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의 성적표가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디즈니는 마블 작품을 필두로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는데, 지금은 그 존재감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주가도 내리 하향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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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왜 에픽게임즈에 2조를 투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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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waltdisneycompany.com>

 

디즈니 팬으로서 과거 실적 발표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새롭게 선보인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의 성적표가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디즈니는 마블 작품을 필두로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는데, 지금은 그 존재감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주가도 내리 하향세였다.

 

그런데 지난 2월 7일에 발표된 디즈니의 분기 실적이 꽤 놀라웠다. 작년 4분기(2024년 회계연도 1분기)의 주당 순익이 전년 대비 23% 늘었고, 분기 매출은 235억 달러(약 31.4조 원)를 달성해 예상치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적 서프라이즈와는 별개로 또 하나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다. 바로 디즈니가 미국의 게임 제작사 ‘에픽게임즈’의 지분을 15억 달러(약 2조 원)만큼 매입했다는 것이다. 에픽게임즈의 기업가치가 약 300억 달러(약 40조 830억 원) 정도이니, 5% 정도 매입했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와 <언리얼 엔진>으로 유명한 그 에픽게임즈가 맞다.

 

그렇다면 디즈니가 갑자기 게임 회사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다른 게임 회사도 아닌 하필 에픽게임즈였을까? 이번 글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에픽게임즈 하면 포트나이트!

<출처: epicgames.com>

 

우선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부터 살펴보자. 언리얼 엔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뤄보기로 하겠다. 포트나이트는 2017년에 발매된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으로, 약 4억 명 정도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를 자랑하는 초대형 타이틀이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트위치에서 전 세계 시청자 수 TOP5에 들며 여전히 게임 뉴스에 자주 언급되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포트나이트의 기본 뼈대는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이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마치 숯불갈비집에 어린이 놀이방이 있는 느낌으로, 포트나이트도 배틀로얄 이외의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LEGO와의 콜라보로 작년 12월에 출시된 LEGO Fortnite는 포트나이트의 기본 모드와 완전 별개의 게임이지만, 실행은 포트나이트 게임 안에서 진행된다. 게임의 기본 룰을 변형한 모드라고 하기엔 그 경험과 외관이 전혀 다르기에, 게임 속 게임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LEGO Fortnite처럼 공식 모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저가 게임을 직접 제작할 수도 있다. 따라서 포트나이트는 게임이지만, 게임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이 점은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도 결이 비슷하다.

 

몇 년 전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한창 뜨거웠다. 그때 각종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바로 포트나이트의 '파티로얄' 모드다. 파티로얄은 마치 네이버의 제페토처럼, 자신의 포트나이트 아바타로 가상 월드에 입장해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모드다. 비록 총을 쏘며 승부를 가르는 기본 모드와 동떨어져 있지만, 눈에 보이는 공간에서 친구들과 떠드는 것은 단톡방보다 훨씬 몰입되는 경험이기에 인기를 끌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더욱 그랬다.

 

디즈니의 노림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즈니는 에픽게임즈 투자에 대해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아바타에서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플레이하고, 시청하고, 구매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할 것(...to play, watch, shop and engage with content, characters and stories from Disney, Pixar, Marvel, Star Wars, Avatar and more.)"이라 밝혔다.

 

마치 게임 속 게임처럼, 포트나이트 속 디즈니월드를 구축할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발표문에서 "디즈니와 에픽게임즈의 새로운 유니버스(new universe from Disney and Epic)"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거의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이다.

 

<출처: Disney and Epic Games to Create Expansive and Open Games and Entertainment Universe Connected to Fortnite>

 

처음에는 단순히 '디즈니랜드를 포트나이트에서 구현할 생각인가?' 싶었는데, 그보다 더 큰 계획이라는 느낌이 든다. 위 그림을 잘 살펴보자(실적 발표 페이지에 첨부되어 있었던 그림이다). 디즈니 성, 마블 빌딩, 디즈니플러스 빌딩, 픽사 사무실, 주먹왕 랄프 빌딩, 스타워즈 전쟁터 등이 확인된다. 즉, 단순히 포트나이트 아바타로 디즈니랜드를 돌아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디즈니 영화 속 세계관을 활용한 게임 속 게임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디즈니 팬으로서 한번 상상해 보자. 어벤져스 뉴욕 전투에 내 아바타가 참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겨울왕국 엘사의 얼음 성안에서 스케이트 타며 돌아다니면 얼마나 신날까? ESPN의 농구 중계를 아바타들끼리 모여 시청하면 얼마나 즐거울까? 디지털로 구현한 월트 디즈니의 작업실을 방문할 수 있다면 얼마나 뜻깊을지 말이다.

 

 

2. 디즈니는 원래 게임에 진심이었다

<출처: 유튜브 영상 캡처>

 

게임은 영화보다 규모가 큰 사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린 고객층과의 접점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Newzoo 리포트에 따르면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94%가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디즈니는 과거부터 게임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1981년, 닌텐도의 게임&워치 기기로 발매된 <미키 마우스>를 시작으로, 1994년 슈퍼패미컴용 <라이온 킹>, 2000년대 플레이스테이션2용 <킹덤 하츠>, 2022년에 발매된 크로스플랫폼용 <디즈니 드림라이트 밸리>까지 수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그 외에도 픽사, 마블, 스타워즈 등의 IP를 활용한 게임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을 정도다.

 

재밌는 건 디즈니가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디즈니의 무기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다. 그에 비해 게임은 '상호작용의 즐거움'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엔터테인먼트고, 개발 난이도도 높다 보니 디즈니는 개발보다는 라이센싱 사업에 집중해 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이머로서 느끼기에도 디즈니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에 열광했던 적은 있어도, 디즈니 스튜디오가 직접 개발한 게임에 빠져든 기억은 없다.

 

참고로 디즈니는 원래 메타버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계획이었다. 전 CEO인 밥 체이펙은 2022년에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천명하면서 50명 정도로 구성된 메타버스 부서를 신설했다. 그러나 그는 2022년 말에 해고되었고, 은퇴했던 밥 아이거가 CEO로 복귀하면서 메타버스 부서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기술적 장벽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을 디즈니 메타버스로 불러 모으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계산이 나왔을 것이다. 직접 만드는 대신, 이미 수억 명의 인구를 수용 중인 포트나이트와 협업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포트나이트와의 협업은 지금까지처럼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예 플랫폼 내 하나의 세계관으로 자리 잡은 뒤, 디즈니의 세계관을 디지털 형태로 즐길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약속으로 보인다. 억지로 비유하자면, 아바타로 직접 뛰어다니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디즈니플러스라고 해야 할까?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상호작용'이다. 디즈니 스토리텔링에 '나'라는 존재를 끼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3. 게임 외의 목적은?

<출처: The Virtual Production of The Mandalorian Season One>

 

혹시 스타워즈 드라마 <만달로리안>을 본 적이 있는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야기 속에서 여러 행성을 모험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다채로운 자연환경과 건물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주목할 점은 그 배경의 상당 부분이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언리얼 엔진은 원래 게임 제작용으로만 사용되었다. 게임에 등장하는 자연, 인물, 물리 효과를 모두 처음부터 제작하는 것은 너무나도 고된 작업이기 때문에, 게임 엔진의 도움을 받으면 한껏 수월해진다(블로그 글을 쓸 때마다 블로그 시스템을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최근 여러 게임의 그래픽 퀄리티가 거의 실사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게임 엔진도 그에 맞게 진화했다. 그러다 보니 이 게임엔진이 제공하는 그래픽 제작 도구를 드라마나 영화 CG용으로 사용해도 꽤 어울릴 정도까지 발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만달로리안>의 주인공이 어떤 협곡지대에 서 있다고 했을 때, 언리얼 엔진이 주인공 배우 주변의 바위 지형을 실시간으로 생성해 줄 뿐만 아니라, 그 환경에 어울리는 빛 효과나 표면 텍스처까지 처리해 준다.

 

스타워즈 같은 SF 작품이 아니더라도 디즈니는 CG를 정말로 많이 사용한다.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브랜드에서 제작한 영화를 하나씩 떠올려보자. CG가 사용되지 않은 작품을 떠올리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언리얼 엔진은 실사 느낌이 아닌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도 활용도가 높으니, 디즈니는 앞으로도 언리얼 엔진의 큰 고객일 것이다.

 

어차피 계속 사용할 엔진이니 아예 지분을 보유해 버리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유된 내용은 없지만, 둘의 협업은 디즈니라는 콘텐츠 플랫폼과 언리얼 엔진이라는 도구의 기술적 관계성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줄 것이다. 마치 소니가 메시지 플랫폼인 디스코드에 투자 후 본격적 연동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4. 그 외의 방향 전환은?

<출처: 구글 검색 스크린샷>

 

에픽게임즈 투자 외에 눈여겨볼 내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디즈니가 작품의 양보다 질에 더 집중하겠다는 발표인데, 그 중심에 마블 영화가 있는 점이 포인트다. 마블 영화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 인기였다. 역대 글로벌 박스오피스 Top 10 순위를 보면, 무려 4개 작품이 마블 영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 영화를 20편 넘게 제작했는데, 그중 박스오피스 매출 10억 달러(약 1.3조 원)가 넘는 마블 작품이 무려 10개다. 그야말로 할리우드의 절대적 존재감이었고, 디즈니의 간판 브랜드이자 돈 쓸어 담는 기계였다.

 

그러나 2019년에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 브랜드 파워가 상당히 퇴색되었다. 단적인 예로 작년에 개봉한 <더 마블스>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2억 달러 남짓인데, 전작인 <캡틴 마블>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11억 달러였다. 속편의 매출이 무려 -80%인 상황이다.

 

이러한 흔들림은 아마 2021년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 <이터널스>가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매출이 4억 달러에 그쳤다. 마블 영화가 대대적으로 '지루하다'는 평을 받은 것은 퀄리티에 금이 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개봉 작품 수는 계속 늘어만 갔고, 거기에 마블 드라마까지 가세해 세계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스케일은 커졌는데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개인적으로 마블 작품을 모두 챙겨보긴 했지만 남들에게 추천하기는 애매해졌다.

 

디즈니의 전 CEO 밥 체이팩이 마블에게 '작품 수를 늘려라'라는 주문을 넣었고, 그에 따라 퀄리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과거 마블의 인기를 만들어준 것은 결국 작품 하나하나의 재미였기 때문에, 현 CEO는 그 퀄리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 2024년 올해 개봉하는 마블 영화는 <데드풀과 울버린> 딱 한 작품이다(1~2년 전만 해도 한 해에 3 작품은 기본이었다).

 

디즈니의 이러한 결정을 환영하며, 이제 결과물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작품 수를 줄였는데 퀄리티마저 그대로인 상황만큼은 목격하고 싶지 않다.

 

 

결론: 또 한 번의 디즈니 황금기를 기대하며

<내용 정리>

1. 디즈니는 에픽게임즈와 협업해 포트나이트 속 디즈니 세계관을 구현할 예정이다.
2. 디즈니는 80년대부터 게임에 투자해 왔고, 직접 개발보다는 라이센싱 위주로 사업을 전개했다.
3.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과도 관계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4. 에픽게임즈 투자 외 콘텐츠 퀄리티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물론 디즈니는 여전히 돈을 잘 번다. 2022년 4분기와 2023년 4분기를 비교했을 때 매출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영업이익은 27% 증가했다. 최근 구조조정도 있었고, 디즈니플러스 구독료가 오른 것이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 브랜드의 위상이 예전만 하지 못한 상황이라,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기반을 잘 다져야 할 것이다. 결국 디즈니는 그들의 특기인 스토리텔링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리고 게임은 그 스토리텔링을 한껏 더 살려주는 사업일 것이다.

 

사실 게임에 투자하는 것은 디즈니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2021년부터 게임 카테고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시리즈인 GTA 작품을 추가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같은 해에 ‘Night School Studio’라는 게임 스튜디오까지 인수한 것을 보면, 이후 넷플릭스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영상 미디어와 게임의 경계는 가면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다. 영상 IP 기반 게임이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게임 IP 기반 영상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다. 게임은 더 이상 생소한 매체가 아니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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